도서관에서 옛날 신문을 보았다






 


 

                                                                                                        도서관에 가면 옛날 신문(잡지 따위)을 본다.  옛말이 주는 입말이 재미있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버릇이 되었다. 지금은 엣지 있는 교양어처럼 보이는 보그 병신체도 100년 후에는 촌스러운 입말이 될 것이다. 언어란 그런 것이다. 기승을 부리는 세월이 있으면 소멸하는 날도 있다.

옛날 잡지를 읽다가 < 화장하다 > 를 < 캄푸라치하다 > 라는 말로 대체 사용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감이 덴뿌라와 비슷한 것을 보니 일본어에서 따온 것 같아 찾아보니 아니나 달라. 프랑스어인 카무플라주 camouflage가 일본으로 건너가 캄푸라치가 된 것이다. 참...... 발음 후지구나. 백석의 당나귀처럼 흐엉 흐엉 웃었다. 이 맛에 옛날 신문을 읽는다. 카무플라주는 원래 법정 용어'였다고 한다. 좋게 말하면 법정에서의 자기 방어권이요, 저잣거리 입말로 표현하자면 불리하거나 부끄러운 짓이 들통나지 않도록 꾸미는 짓거리이다.

어찌 되었든, 머리나 옷 매무새를 매만져 맵시를 내는 화장술도 일종의 위장술(변장술)이니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군복 무늬 옷(패션) 을 카무플라주 패션이라고 한다는 점이다. 복식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패션과 전쟁이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젖은 땔감과 같은 관계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멋쟁이들이 봄, 가을만 되면 입고 다니는 " 트렌치코트 " 는 대표적인 군복 패션이다. 트렌치코트를 자세히 뜯어보면(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실밥을 뜯으라는 말은 아니다)     지금은 의미와 기능을 상실한 부위들이 사실은 군복으로써의 용도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 견장은 말 그대로 계급을 나타내는 표장을 달기 위한 용도일 뿐만 아니라 수통이나 망원경을 매다는 데 사용하기도 했고, 건 플랩은 총을 쏠 때 반동으로 인하여 개머리판이 이 부위에 닿게 되는데, 이로 인해 옷이 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천을 하나 더 덧댄 것이다. 그리고 소매 끝자락에 달린 소매끈 고리는 참호를 팔 때 팔을 걷어올려 내려오지 못하도록 고정하기 위한 장치라고 한다. 트렌치 trench 라는 단어가 전장의 참호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이 옷이 기능복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카디건도 마찬가지다.

크림 전쟁에서 병사들이 추운 날씨와 심한 상처 탓에 스웨터를 입고 벗기가 쉽지 않아서 스웨터 앞부분을 트고 단추를 달아 쉽게 입을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 바로 카디건이다. 패션 피플들이 겟 하고 싶은 잇템의 대명사인 버버리가 군복인 트렌치코트를 만들어 성공한 기업이라면 샤넬은 카디건으로 성공한 기업이다. 뭐, 버버리나 샤넬이 굉장히 엘레강스한 기업 같지만 사실 알고 보면 군복 팔아서 대박난 기업일 뿐이다. 이밖에도 우리가 여름에 흔히 입고 다니는 라운드티도 그 옛날 전사들이 갑옷 속에 입고 다니던 속옷에서 유래한 옷이다. 이 사실-들을 알고 나면 직장을 전쟁터에 비유하는 상투적 표현도 이해가 간다. 그려,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이 군복이니 직장은 전쟁터여 ! 

캄푸라치라는 말, 참....... 마음에 든다. 옷을 입는다는 것은 일종의 화장이자 위장'이다. 패션이란 자신에게 불리한 부위를 캄푸라치하는 과정이다. 키가 작은 사람은 키가 커보이도록, 뚱뚱한 사람은 조금 더 날씬하도록, 반대로 마른 사람은 조금 더 풍성하도록 만드는 장치'다. 비록 그것이 위장이라 해도 그것은 언제나 정당하다. 하여, 나는 뽕브라와 깔창의 욕망을 긍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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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4-07 1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 멋진 트렌치 코트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4-07 19:39   좋아요 1 | URL
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 겨호 님. 제가 이 코트 입으면서 항상 의문점이 건 플랩이었거든요. 도대체 저게 왜 달린거지 ? 했는데 알고 보니 총 쏠 때 개머리판 닿는 곳이라고요.. 천 하나 더 덧댄 것. 군대 나온 사람은 다 이해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