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의 신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5
아룬다티 로이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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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자라면서 암무는 이 차갑고 계산적인 잔인함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터득했다. 부당함을 용서하지 않는 고결한 판단력을, 그리고 ‘누군가 큰 사람‘에게 평생 괴롭힘을 당해온 ‘누군가 작은 사람‘에게서 나타나기 마련인 고집스럽고 무모한 성격을 갖게 되었다. 그녀는 다툼이나 대립을 피하기 위한 그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 사실은 그러한 것을 찾아냈고, 어쩌면 즐기기까지 했다고도 할 수 있었다.

이야기가 이미 시작되었어도 문제될 건 없었는데, 카타칼리는 ‘위대한 이야기들‘의 비밀이란 거기에 아무런 비밀이 없다는 것임을 이미 오래전에 알아냈기 때문이다. ‘위대한 이야기‘들은 이미 들은 것이고 다시 듣고 싶은 것이다. 어느 부분에서든 이야기로 들어가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것이다. 스릴과 교묘한 결말로 현혹하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내용으로 놀래키지도 않는다. ‘위대한 이야기들‘은 지금 사는 집처럼 친숙하다. 혹은 연인의 살냄새처럼, 결말을 알면서도 모르는 것처럼 귀기울인다. 언젠가 죽을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위대한 이야기들‘ 에서 우리는 누가 살고,누가 죽고, 누가 사랑을 찾고, 누가 사랑을 찾지 못하는지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또다시 알고 싶어한다.
그것이 ‘위대한 이야기들‘의 신비이자 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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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구 - 로마의 열병 / 다른 두 사람 / 에이프릴 샤워 얼리퍼플오키드 2
이디스 워튼 지음, 이리나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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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구를 모르세요?˝...도대체 징구가 뭐지??궁금해 하며 읽었더니...음 나도 로비 부인에게 한 방 먹은 듯한 기분이지만 유쾌하다.마지막 편 ‘에이프릴 샤워‘는 신인작가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고 아버지 팔의 힘이 따뜻하게 느껴져 편안하다.
작가의 기치가 돋보여 다른 작품을 찾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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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09-19 1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막 이 책 읽기를 마쳤어요.
중국 이름을 영어로 표기할때 X로 시작하는 이름들이 많아서 저는 중국인이 등장인물로 나오나 했어요.
저희 집에 있는데 두께에 겁먹고 아직 안읽은 두 소설 <기쁨의 집>, <순수의 시대>에 기대감 증폭되었답니다.

책읽는나무 2019-09-19 12:54   좋아요 0 | URL
ㅋㅋ그죠?
저는 영어는 안보고 대충 장구라고 읽고선 장구를 모르세요?라는 문구에 장구??..장고가 생각나네!했죠.
어린시절 즐겨보던 TV만화 중 장고라고 있었거든요^^
읽어볼까?싶던 두 제목들이 두꺼운가 보군요??...요즘 독보적에 얽매어 있는지라~~고민되네요.
가을 풍경이 좋아 걷기는 하겠는데 걷기도 하면서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는 게 무척 힘드네요.
7일까지는 같은 책을 기록할순 있다 하는데....
암튼 덕분에 요즘 독서량이 장난 아니게 되었습니다.언제까지 갈지 모르겠지만요^^
도서관에 가게 되면 두 권의 책을 빌려와야겠네요.^^
 
징구 - 로마의 열병 / 다른 두 사람 / 에이프릴 샤워 얼리퍼플오키드 2
이디스 워튼 지음, 이리나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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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그 징구 말이군요, 그렇죠?"
로비 부인이 대담하게 미소 지었다. "아, 제가 제대로 설명을 못해서 이해를 못 하셨군요, 제가 좀 그런 경향이 있어요. 그나저나 다른 멤버들은 징구로 토론할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회원들은 기꺼이 이 주제로 자신들의 의견을 낼 생각이 있어 보였고, 로비 부인은 밝은 표정으로 좌중을 둘러 본 후에 말을 이었다. "다른 분들도 그것말고는, 그러니까 징구말고는 그리 중요한 게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오즈릭 데인이 어떤 즉각적인 반응도 보이지 않자 밸린저 부인이 용기를 내어 말했다. "아마 모두 징구에 관해 같은 생각일 거예요."
 플린스 부인이 낮게 중얼거리며 밸린저 부인에게 동의를 표했고, 로라 글라이드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전 그것 때문에 인생이 변한 경우를 많이 봤어요."
"제게도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레버렛 부인이 지난 겨울에 그것을 경험했거나 읽었는데 이제야 기억났다는 듯 끼어들었다.

팔을 잡는 게 느껴졌지만,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테오도라는 아버지가 속으로 고소해하고 있다고 여겼다. 한참을 말없이 걷다가 아버지가 말했다.
"처음엔 다 그렇게 좀 아픈 법이지."
"아빠!"
아버지가 걸음을 멈추자 예상치도 못했던 표정이 담뱃불 빛에 드러났다.
"나도 다 겪은 일이거든."
"네? 아빠가요?"
"내가 말 안 했던가? 아빠도 한때 소설을 썼었어. 대학을 막 졸업했을 땐데, 의사 되기가 그렇게 싫더라. 그래,
난 천재가 되고 싶었어. 그래서 소설을 썼지."
의사가 말을 멈추자 테오도라는 연민의 정을 담아 조용히 아버지를 붙잡았다.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미쳐 날뛰는 파도 속에서 구원의 손길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빠… 아, 아빠!"
"일 년 걸렸어. 일 년 내내 정말 힘들여 글을 썼지. 다썼는데 아무 데서도 출판을 안 해주더구나. 그때 집으로 돌아오던 걸음이 생각나서 널 마중 나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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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들 - 장강명 연작소설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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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조남주 작가의 ‘그녀 이름은‘이라는 연작 소설집을 읽어서인지 장강명 작가의 ‘산 자들‘의 연작 소설집과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주제와 형식들이 비교가 되면서 신선했다.
한국에 살면서 먹고 살아가는 노동에 관한 글들을 읽으니 ‘이해가 결여된 공감‘을 말하는 작가의 글귀가 왠지 뜨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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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들 - 장강명 연작소설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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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여기서 우리가 매일 이야기하는 한낮의 노동과경제 문제들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부조리하고 비인간적인 장면들을 단순히 전시하기보다는 왜, 어떻게, 그런현장이 빚어졌는지를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들여다보고싶었습니다. 공감 없는 이해는 자주 잔인해지고, 이해가 결여된 공감은 종종 공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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