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구 - 로마의 열병 / 다른 두 사람 / 에이프릴 샤워 얼리퍼플오키드 2
이디스 워튼 지음, 이리나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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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그 징구 말이군요, 그렇죠?"
로비 부인이 대담하게 미소 지었다. "아, 제가 제대로 설명을 못해서 이해를 못 하셨군요, 제가 좀 그런 경향이 있어요. 그나저나 다른 멤버들은 징구로 토론할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회원들은 기꺼이 이 주제로 자신들의 의견을 낼 생각이 있어 보였고, 로비 부인은 밝은 표정으로 좌중을 둘러 본 후에 말을 이었다. "다른 분들도 그것말고는, 그러니까 징구말고는 그리 중요한 게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오즈릭 데인이 어떤 즉각적인 반응도 보이지 않자 밸린저 부인이 용기를 내어 말했다. "아마 모두 징구에 관해 같은 생각일 거예요."
 플린스 부인이 낮게 중얼거리며 밸린저 부인에게 동의를 표했고, 로라 글라이드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전 그것 때문에 인생이 변한 경우를 많이 봤어요."
"제게도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레버렛 부인이 지난 겨울에 그것을 경험했거나 읽었는데 이제야 기억났다는 듯 끼어들었다.

팔을 잡는 게 느껴졌지만,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테오도라는 아버지가 속으로 고소해하고 있다고 여겼다. 한참을 말없이 걷다가 아버지가 말했다.
"처음엔 다 그렇게 좀 아픈 법이지."
"아빠!"
아버지가 걸음을 멈추자 예상치도 못했던 표정이 담뱃불 빛에 드러났다.
"나도 다 겪은 일이거든."
"네? 아빠가요?"
"내가 말 안 했던가? 아빠도 한때 소설을 썼었어. 대학을 막 졸업했을 땐데, 의사 되기가 그렇게 싫더라. 그래,
난 천재가 되고 싶었어. 그래서 소설을 썼지."
의사가 말을 멈추자 테오도라는 연민의 정을 담아 조용히 아버지를 붙잡았다.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미쳐 날뛰는 파도 속에서 구원의 손길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빠… 아, 아빠!"
"일 년 걸렸어. 일 년 내내 정말 힘들여 글을 썼지. 다썼는데 아무 데서도 출판을 안 해주더구나. 그때 집으로 돌아오던 걸음이 생각나서 널 마중 나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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