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 페이퍼에 언급했지만 작년 2월말쯤 이곳으로 이사를 와서 이제 일 년이 조금 넘어섰다.
전에 나는 경남 양산 통도사절이 있는 그동네에서 4년을 살았다.
친정은 통도사에서 버스로 한 코스 더 가야하는 곳이다.(친정은 양산과 울산의 딱 경계지점부분이다.그래서 주소는 분명 울산 주소로 속하지만 전화국번은 양산전화국번을 쓰고 있다.딱 애매한 동네인데 동네 사람들은 주로 양산 통도사로 시장도 보고,목욕도 가고,병원도 가고,아이들 중,고등학교도 보내는 형편이다보니 누군가가 어디 사람이냐 물어온다면 동네 사람들은 응당 양산사람이라고 대답한다.)
그곳은 비록 태어나진 않았지만 어릴적부터 내리 살았던 곳이라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곳이다.
결혼하여 서울에서 신접살림을 차렸다가 성민이를 가져 낳기직전에 부산으로 내려왔다.
본가가 부산에 있다보니 우리는 시댁에 들어가 몇 년을 눌러 살다 신랑 직장 따라 부산 근처에 있는 양산으로 이사하면서 분가를 하게 됐다.그러다 신랑 직장따라 또 부산으로 갔다가 그곳서 쌍둥이를 낳았고,쌍둥이 때문에 잠시 떼놓고 키웠던 성민이가 안쓰러워 우리 가족은 친정 가까이로 이사한다는 것이 통도사 동네에 자리를 잡게 됐다.
이리 저리 이사를 참 자주 다녀 지인들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짐을 잘도 싸고 잘도 푼다고 놀려대곤 했다.남들 입장에선 내가 이사에 재미들린 사람 같겠지만 사실 내입장에선 이사라고 하면 신물난다.
나,
더이상 이사 안하고픈 여자다.
하지만 작년에 또 이사를 했다.ㅠ
4년여동안 친정엄마의 도움으로 쌍둥이를 여섯 살이 먹도록 잘 키워냈기에 이젠 엄마를 더이상 힘들게 하고 싶지 않은 이유와 신랑 직장 가까운 곳으로 옮기겠다는 이유(그러고 몇 달 만에 신랑은 다시 조치원 연기군으로 옮겼다.ㅠ)가 겹쳐, 친정에서 너무 멀지도,가깝지도 않은 시댁과 친정의 딱 중간지점인 양산으로 이사를 했다.
사실 통도사도 양산이고,이곳도 양산이라 같은 양산이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통도사는 양산 끝지점이라 좀 많이 외져 있는 곳이고,이곳은 양산 시내 즉 번화가인셈이다.
(물론 우리집이 있는 동네는 번화가에서 좀 많이 떨어져 있고,그번화가를 눈아래로 내려다보고 있는 오르막지점이라 이곳도 어찌보면 그리 시내라고 하긴 뭣하지만!)
여러번의 이사를 다니면서 매번 나에게 있어 첫 일 년은 그동네의 낯선 환경과 공기를 내 것으로 만들기에 나름 고심하는 한 해가 된다.그동안 서울에서 부산으로 그리고 양산에서 살아가며 느낀 낯섬은 나의 본거지가 아니라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라 여겼었다.헌데 나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였던 통도사에 이사를 갈때는 낯설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건만 역시 아니었다.내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그동네도 역시 낯설긴 마찬가지였다.모교가 곁에 있었지만 친구들은 모두 타지로 시집을 가거나 직장을 나가버렸기에 아무도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그저 골목길만 눈에 익었지 그곳도 타지였다.그래도 반시골분위기가 풍기는 곳이라 그랬는지 사람들 인심은 좋아 쉽게 터놓고 아이들 유치원 보내고 학교를 보내면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엄마들과 친해지면서 생각보다 일찍 그곳에 적응할 수 있었으며 4년동안은 한 번도 옆집과 왕래같은 것을 해보지 않은 나였는데 처음으로 이웃과 오고 가며 커피 마시면서 수다 떨며 참 재미나게 살다왔다.
이곳....이사와서 한동안 적막해 죽는 줄 알았다.
정말 입에서 가시가 돋히는줄 알았다.그래서 전학한 아이들을 위해 생전 안하던 도서 도우미란 것도 해보고,이곳서 지척에 있는 시립도서관에 일 년동안 열심히 책을 빌리러 다녔었다.
내가 이사를 오고 작년 3월 2일부터 개관을 하였는데 도서관이 지금 1주년이 되었다.
우리집에서 도서관까지는 버스로 6,7코스가 된다.
통도사에 있을때는 버스를 타는 것은 기본적으로 걸을 수 없는 거리일경우 탈 수 있는 것이었다.시골길의 한 코스는 걸어서 십 분에서 이십 분은 족히 걸릴만한 거리니까!
그래서 동네 한 바퀴를 돌거나 통도사 정문에서 대웅전까지 운동삼아 걷던 습관이 있어서였는지 이곳에서도 한동안은 왠만한 거리는 걸어다녔었다.
그래서 시립도서관가는 날은 운동하는 날이라 여기고 열심히 책가방 둘러메고 걸어다녔었다.
가는데만 처음엔 삼십 분이 걸리더니 요즘엔 십 분 단축되어 한 이십 분 걸린다.이정도 시간이면 통도사 대중전까지 걸어가는 거리보다 훨씬 짧은 거리다.
헌데 사람은 자꾸 환경에 적응해가면서 진화되기도 하고,퇴화되기도 하는 희한한 종인가보다.
요즘은 십 분 이상 걸으면 다리가 후들거린다.
봄,여름만 해도 도서관을 다녀와도 거뜬했었는데 겨울 들어서면서 한 번 다녀오면 헉헉거리기 시작했다.아이들 방학하면서 나도 줄곧 방콕했더니 계단 오르내리기도 힘들어졌다.
암튼...그렇게 힘든(?) 도서관행 운동을 한 보람을 오늘 나는 느끼게 되었다.
무엇인고허니 도서관에서 1주년 행사를 여럿 하고 있었는데 거기 몇 개가 나에게 해당되었다.
먼저 3월생 생일을 맞은 회원들에게 책가방이랑 책을 두 권 선물로 준다는 것이었다.2일부터 4일까지 3일동안 매일 선착순 10명에게 준다고 했다.헌데 지금 이틀을 놓쳤다.9시에 문을 열면서 사람들이 모두 다 받아갔다는 것이다.나랑 둥이들이랑 울집엔 3월생이 세 명이나 되는데.....ㅠ
책 6권이 홀라당 날아가버려 무척 안타까웠는데 그것보다 더큰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도서관측에서 작년 한 해 동안 책을 많이 빌려 읽은 가족을 네 가족 선정하여 도서관협회에서 주는 인증서와 상패를 준다는 것이었다.연락이 왔었는데 우리 가족이 2등으로 뽑혔다는 것이다.
얼떨떨했다.
자료를 보니 1등 가족과 우리 가족은 250권 정도 엄청나게 차이가 나면서 2등을 하였고,3등 가족과는 달랑 8권 차이였다.14일 도서관책을 빌리면서 반납하는 기일만 지켜(물론 연체도 몇 번 했지만) 대출을 하다보니 우리집 가족 대출 권수는 279권밖에 안되었는데도 상을 준다는 것이다.
아마도 시립도서관이 이제 개관하다보니 홍보가 덜 되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책을 빌려 읽을 기회가 되질 않았나보다.그래서 다행히 우리가 상을 받게 된 것같다.
암튼..협회 도장이 찍힌 인증서 상장이랑 자그마한 상패랑 책이 두 권 있는 책꾸러미랑 독서대를 선물로 받았다.나는 독서대가 엄청 반가웠다.요즘 고개가 너무 아파서 책을 읽기 힘들어 독서대를 하나 구입할까? 고려중이었는데 정말 반가웠다.
물론 아이들이 서로 독서대를 차지하려 해 조금 시끄러워졌지만.....
상패에는 '책 읽는 가족'이란 로고가 찍혀 있다.
이름을 따라간다고 책 읽는 나무가 책 읽는 가족을 만들어버렸다.^^
그동안 270여 권을 짊어지고 다닌 보람이 느껴지면서 처음으로 이곳으로 이사를 오길 잘했단 생각을 해보았다.학교 도서관과 시립도서관이 곁에 있으니 자연히 책을 지켜보게 되고,곁에 책을 두게 되고,그래서 그책을 또 읽게 되다보니 '맹모삼천지교'란 말이 허투루 나오는 말은 아니구나! 싶기도 하다.
암튼...장황하게 글을 쓰긴 했는데 적다 보니 결국 내자랑질 페이퍼가 되었다.ㅡ.ㅡ;;
그래도 어쩌겠는가!
여기 아니면 내가 어디가서 자랑을 해야할지~~



인증서 상장엔 책 읽는 가족이라 하여 가족독서운동 캠페인을 한국도서관협회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으로 2002년 9월 독서의 달부터 캠페인을 추진하였다고 한다.지금까지 6,116 책 읽는 가족이 탄생하였다고 한다.전국으로 치자면 눈에 띄지 않는 가족이지만 양산 시립 도서관에서 첫 해 처음 책 읽는 가족에 선정되었다는 것이 조금 기쁘다.
올해부터는 상반기,하반기 두 번 나눠서 책 읽는 가족을 선정한다고 한다.
다른 것은 모르겠는데 저 엠블럼이 새겨진 상패가 예뻐 탐나고,아이들이 독서대를 서로 가지겠다고 싸워대니 독서대때문에 또 도전해야하나? 고민중이다.
이곳은 그닥 사람들이 책을 많이 안읽어 아마 또 받아버릴지도 모르겠다.
아~ 그럼 나만 계속 받아버린다면 이를 어쩐담!^^
솔직히 정말 책 열심히 읽는 숨은 고수들에게 실로 부끄럽기 짝이 없긴하다.
그래서 올해 또 주신다면 조용하게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겠습니다.라고 말할까?
혼자 김칫국 마시는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