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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의 그림자 1
매튜 펄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에드거 포의 죽음이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이제 이 책에서 그의 죽기 직전의 행적과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따라가 본다.
처음 이 작품을 읽을 때 클라크의 포에 대한 애정과 생각에 반성했다. 나도 좋아하는 작가가 있고 작품이 있다. 하지만 그 작가가 내 눈앞에서 초라하게 죽음을 맞이한다고 해서 클라크처럼 열정을 가지고 그를 위해, 그의 작품을 위해 변호하려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바치기는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포가 그런 대접을 받았다는 사실과 그런 예술가들도 많았다는 건 알지만 막상 좋아한다고 나서기는 어려운 법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읽다가 나도 모르게 바뀌어 버렸다. “바보 아냐!” 포의 죽음에 어떤 미스터리가 있어 그것을 자신이 풀 수 없다고 생각해서 도움을 받기 위해 누군가를 찾는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의 작품 속 뒤팽이 실제 인물을 모델로 만들어진 캐릭터라는 주장을 그대로 믿고 뒤팽의 실제 모델을 찾아 뒤팽이라는 이름과 비슷한 자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그들 중 뒤퐁트라는 인물에게 사건을 해결해달라고 무작정 파리로 가다니 열정이 지나치면 광기가 된다더니 그 말처럼 포에 집착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작품은 이렇게 포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한 클라크와 뒤퐁트라는 인물의 조사와 자칭 뒤팽 남작이라는 모사꾼 일당이 벌이는 포의 죽음의 진실 찾기가 아닌 포를 등에 업고 이익 챙기기와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정체불명의 음모로 진행된다.
마지막에 가서야 클라크는 깨닫는다. 포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무엇인가 보다 자신이 포에 집착했던 동안 잃어버릴 위험에 놓인 모든 것을 되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누구도 다른 사람의 인생을 되살릴 수 없고 포를 이용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사는 것이 포를 위하는 일이라는 것을.
포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는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이 책의 이야기가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포가 죽은 다음에라도 포의 작품이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포의 성격으로 볼 때 이것마저도 자신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웃으며 포를 읽는 모든 독자를 향해 폭언을 퍼부을까? 살아서 누리지 못한 것을 죽어서 누린다한들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니까 말이다. 모를 일이다. 그래도 포의 작품이 있어 미스터리는 발전할 수 있었고 포로 인해 포를 좋아하는 독자인 나는 행복하고 포를 소재로 이런 작품을 후배 작가가 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작품은 우리가 다시 한 번 포에게 경의를 표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작가가 애를 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포는 그렇게 마지막까지 미스터리를 남기고 죽었다. 그는 죽을 때까지 미스터리 그 자체를 보여준 것이다. 포의 그림자는 언제까지고 길게 모든 이의 가슴 속에 드리워져 있을 것이다. 절대 사라지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을 것이다.
작품을 보면 포의 미스터리만을 다루기에는 좀 빈약했는지 여러 가지를 섞었는데 에드윈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좋았다. 그리고 그 시대를 잘 그리려고 노력한 작가의 고뇌가 엿보였지만 포의 죽음이라는 대단한 미스터리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전작인 <단테 클럽>보다는 좀 재미 면에서는 떨어지는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결말 부분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점이 아쉬웠다. 포가 아닌 포를 내세운 클라크의 마지막 문장에 쓰여 있듯이 그가 주인공인 작품이라서 말이다. 아님 역설적으로 우리 모두 미스터리한 인생을 살고 있는 포와 다름없는 이들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