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고르의 <프롤레타리아여 안녕>(생각의나무, 2011)은 지지난주쯤 나온 책인데, 마땅한 소개기사가 뜨지 않았었다(그렇게 넘어가는 책들이 적지 않다). 다시 검색해보니 기사 하나가 뜨기에 스크랩해놓는다. 30년 전 책이지만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노동운동가 하종강 전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은 이렇게 평했다. "기존 노동운동 개념의 오류들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그의 분석은 현실사회에서 충분히 실현가능할 뿐 아니라 마르크스와 작별하지 않은 채 그를 뛰어넘고 싶은 활동가들에게도 충분히 귀감이 될 만하다."   

경향신문(11. 09. 03) 30년전 예견한 노동현실…프롤레타리아는 혁명 주체가 아니다

“한 세기 이상 동안, ‘프롤레타리아’ 사상은 자신의 비현실성을 은폐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그 사상은 ‘프롤레타리아’ 자체만큼 시효가 지난 것이다.”

프랑스 신좌파의 주요 이론가인 앙드레 고르는 1980년에 쓴 책 <프롤레타리아여 안녕>에서 전통 마르크스주의가 해방의 주체로 제시한 프롤레타리아에 작별을 고한다. 프롤레타리아라는 계급이 이미 자본주의 가치관을 내면화한 ‘자본의 복제품’으로서 지배질서에 편입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고르는 프롤레타리아의 대표자들이 ‘자본’에 의해 설치되어 있던 지배기구를 장악한다 해도, 그들은 자본의 지배와 유사한 것을 재생산할 것이고, 이어서 그들 스스로가 기능적 부르주아지(지배계급)가 되어 “계급의 이름으로 행하는 억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고르는 노동계급이 더 이상 혁명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며 대신 ‘신프롤레타리아’라고 불리는 비노동자들의 비계급을 혁명의 주체로 내세운다. 그가 말한 ‘비계급’은 자동화와 정보화에 의한 노동의 소멸과정에서 생산현장을 떠나게 된 사람들, 혹은 완전하거나 부분적으로 실업상태에 있는 임시직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들은 노동계약과 노사 합의에 따라 안정된 지위를 보장받는 노동자들의 계급과 다르다. 고르는 “이런 전통적인 노동계급은 이제 특혜받는 소수층일 뿐”이라고 밝힌다. 그는 사회적·정치적 투쟁의 새로운 주제는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감소로 그 자체가 목적이고 보상인 자율적 활동을 최대한 확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체성을 잃어버린 노동운동에 대한 비판이자 새로운 혁명의 주체와 과제를 제시한 이 책은 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여전히 생명력을 발휘한다. 이 책의 부록으로 1978년에 쓴 ‘실업의 황금시대’라는 글에서 고르는 “자동화시대에는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더 이상 고용창출이 생겨나지 않는다. 많은 경우, 경제성장으로 인해 심지어 고용이 감소한다”며 오늘날 ‘고용없는 성장’을 정확히 예견했다.

불치병에 걸린 아내를 20여년간 간호하다 생전에 함께 약속한 대로 파리 교외 시골마을의 작은 집에서 잠자듯 침대에 나란히 누워 삶을 자유의지로 마감한 앙드레 고르. 그는 사르트르가 ‘유럽에서 가장 날카로운 지성’이라고 평할 만큼 뛰어난 사상가였다. 그는 프랑스 68혁명에 큰 영향을 끼쳤고 일자리 나누기와 함께 재산이나 소득의 많고 적음, 노동 여부나 노동의사와 상관없이 개별적으로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지급하는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역설한 선구적인 노동이론가이기도 했다.(주영재기자) 

11. 09. 04.  

P.S. 앙드레 고르의 책은 <D에게 보낸 편지>, <에콜로지카>가 더 번역돼 있다. <경제적 이성 비판>도 소개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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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경 2011-09-04 23:36   좋아요 0 | URL
오래 기다리던 책이 나왔네요^^

로쟈 2011-09-05 08:23   좋아요 0 | URL
30년만입니다!^^

park6 2011-09-05 21:01   좋아요 0 | URL
아...앙드레 고르의 'd에게 보낸 편지'를 읽고 감동받은 기억이 나네요~ㅎㅎ

로쟈 2011-09-05 23:47   좋아요 0 | URL
닭살이었단 분들도 계시더군요.^^

허스키 2011-09-06 23:54   좋아요 0 | URL
'D에게 보낸 편지'는 아내가 직접 골라서 신혼여행에 가져가 함께 읽었던 책입니다. 불현듯 의자에 앉아 함께 햇빛 속에서 책을 읽으며 느끼던 그 바람이 그리워집니다.

로쟈 2011-09-07 17:10   좋아요 0 | URL
각별한 인연을 갖고 계시군요.^^
 

이미 공지한 내용이지만 이달에는 매주 금요일 저녁 19:00-21:00노원평생학습관에서 '가을, 러시아문학의 거장과 만나다'란 강좌를 진행한다. 어제가 첫시간이었고 푸슈킨의 <예브게니 오네긴>을 다루었다. 강의실을 가득 채울 만큼 많은 분들이 오셔서 주의깊게 들어주신 데 감사드린다. 강의의 교재로 다루는 작품 번역본에 대한 문의가 있어서 여기에도 목록을 올려놓도록 한다. 아래가 강의일정과 작품이다.    

1. 9월 2일_ 푸슈킨의 <예브게니 오네긴>  

2. 9월 9일_ 고골의 <코, 외투, 광인일기, 감찰관> 

 

3. 9월 16일_ 투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  

4. 9월 23일_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5. 9월 30일_ 톨스토이의 <부활>  

 

11. 09. 03.  

 

P.S. 한편 9월 19일부터는 매주 월요일 저녁 19:00-21:00강서도서관에서 '러시아문학으로의 여정'이라는 타이틀의 강좌를 진행한다. 커리큘럼은 노원평생학습관 강좌와 동일하며 다만 마지막 6회에 체호프의 <귀여운 여인>(생각의나무)이 추가됐다. 단편 '귀여운 여인' 외 세 편의 희곡이 같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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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3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4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mbechu 2011-09-04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원에서 선생님 강의를 듣는 청강생입니다. 지난 시간 재미있게 잘 들었습니다. 감사드려요. 부탁이 있어서요. '오네긴'이 운문소설이라, 번역을 하면 그 맛을 모르고 내용 중심으로만 읽게 된다 하셨잖아요. 저도 그래서 아쉬웠거든요. 그래서인데요, 선생님께서 다음 시간에 러시아어로 '오네긴'첫문장이나 가장 유명한 문장 하나만 러시아어로 직접 소리내어 읽어주시면 그 문장의 운율, 리듬 등만이라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 다음 고골 시작하기 전에 살짝만 읽어주시면 안 될까요? 부탁드려요.

로쟈 2011-09-04 17:29   좋아요 0 | URL
ㅎ관심이 많으시네요.^^ 요즘은 오디오북으로도 다 들을수 있습니다. 처음 제사부터 1부는 http://rutube.ru/tracks/1970870.html?v=15b71df29ea8a7740c72b4bce546b9b3 에서 한번 들어보시길...

kimbechu 2011-09-04 23:23   좋아요 0 | URL
감솨. 근데 한참을 들어도 설명 없이는 이해불능이겠습니다요. 무슨 규칙같은 걸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 너무 쉽게 착각했나봅니다.

로쟈 2011-09-05 08:23   좋아요 0 | URL
ㅎ러시아어 자체가 리드미컬해서 운문과 산문의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밋밋한 한국어보단 훨씬 더 규칙적인 리듬감을 갖고 있습니다.^^

마일즈 2011-09-05 0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노원에서 강의들었는데요, 저는 세세한 내용보다 러시아문학을 접할 때 느끼는 낯설음에 관심이 많습니다. 실제로 주인공들의 말이나 러시아 독자들에게 향한 듯한 말들로 미루어 보면 자기들끼리 뭔가 감정의 교류를 하고 있는 거 같은데, 그런 교류가 이해가 안된달까요, 이해는 안가지만 그 정서가 꽤 흥미로와 보여서요. 저번 작품에 타치야나 꿈에 등장하는 곰이 하는 역할도 개인을 넘어 폭넓게 해석하면 그런 면이 좀 있지 않을까 싶구요...
예, 이것들은 강의 들으면서 든 생각들 적어본거 구요, 실제로 뵈니 사진보다 훨씬 좋아 보이시던데요. 고거 하나로도 즐거웠습니다 ㅎㅎ

로쟈 2011-09-05 08:21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교류'는 러시아문학의 일반적 특징이 아니라 푸슈킨의 문학의 특징입니다. 그리고 곰은 민속에도 많이 등장하는, 러시아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동물이기도 하지요.^^

2011-09-07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평생교육관에서 정기적인 강의는 없으신지요? 강의를 더 듣고픈데 강의중이신 대학이나 대학원에 입학하기는 좀 나이가 ,,,,, 해서요

로쟈 2011-09-07 17:11   좋아요 0 | URL
도서관 강의를 부정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푸른역사아카데미에서도 강의를 하고 있는데, 그곳은 유료강좌입니다...

리테라텍 2011-09-09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강서도서관에서 선생님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벌써부터 마음이 두근두근 설렙니다 =)

로쟈 2011-09-10 10:3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반갑습니다.^^
 

건축전문지 공간(526호)에 실은 리뷰를 옮겨놓는다. 매클래치의 <걸작의 공간>(마음산책, 2011)을 거리로 삼았다. 작가들의 집에 초대받은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그래서 조심스레 책장을 넘겨야 할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책이었다. 

    

공간(11년 9월호) 걸작의 공간

문학의 거장들은 어떤 집에서 살면서 글을 썼을까. ‘작가의 집’에 대한 관심은 물론 ‘집’보다는 ‘작가’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될 것이다. 그들의 사색과 일상, 그리고 무엇보다도 창작이 이루어진 공간에 대한 관심이다. 시인이자 예일대 영문학과 교수인 J. A. 매클래치의 <걸작의 공간>은 미국 문학사를 수놓은 대표적인 작가들의 집에 대한 ‘방문기’다. 원제는 ‘미국 작가들의 집(American Writers at Home)’이고, 번역본에는 ‘작가의 집에 대한 인간적인 기록’이란 부제가 붙었다. 화보집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풍부한 사진자료들이 이 기록에 실감을 부여한다.  

<작은 아씨들>의 저자 루이자 메이 올컷의 집 ‘오차드 하우스’에서 시작해 <풀잎>의 시인 월트 휘트먼의 ‘월트 휘트먼 하우스’까지 둘러보는 ‘미국 작가들의 집’ 방문기에서 저자가 특별히 방점을 찍는 건 ‘미국’이다. “미국은 항상 은둔자들이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는 고립된 사람들의 나라”였다는 생각에서다. 미국 작가는 작가이면서 동시에 미국인이기에 그런 운명에서 비껴나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 스스로는 “끊임없이 들썩이는 기복이 심한 나라, 미국에서 미국인들이 삶을 영위하고 무엇보다 일을 하는 장소로서 자기들의 집을 어디에, 무슨 이유로, 또 어떤 방식으로 지었는지 알려주는 책”이라고 말한다. 작가의 집은 미국적 삶과 창작이 서로를 비춰주는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저자가 안내하는 작가의 집은 21곳인데, 어떤 차례가 있는 건 아니다. 그의 걸음을 따라가는 독자도 마찬가지여서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거나 좋아하는 작가의 집부터 먼저 둘러볼 수도 있고, 새러 오언 주잇(Sarah Orne Jewett)이나 플래너리 오코너(Flannery O'Connor)처럼 국내 독자들에겐 생소한 이들의 집을 아무런 ‘마음의 준비’ 없이 무작정 찾아가볼 수도 있다. 일단 발견하게 되는 것은 공통점이다. 책상이 놓여 있는 서재와 거실, 그리고 침실 등 예상할 수 있는 공간들이 방문객 독자를 맞이한다. 허먼 멜빌의 책상에 붙은 설명처럼 “어떤 작가의 집이든 중심에는 책상이 있다. 장식적이든 평범하든, 책상과 그것을 둘러싼 방은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을 이루고, 아려한 아이디어나 마무리되지 못한 문단, 어른거리는 시의 연이 되고, 어쩌면 이미 출간된 책들을 가까이 둔 고요한 책장이 될 수도 있다.” 바로 이 책상들에서 <모비딕>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 <8월의 빛> 등이 쓰였다고 하면 한 번 더 눈길을 주게 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모두가 명작의 산실이란 점에선 공통적이긴 하지만 작가의 집은 저마다 개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물론 그 개성은 그 주인의 개성을 닮은 것이다. 한 곳에 안주하지 못하는 성격의 헤밍웨이는 종군기자로도 맹활약을 했던 만큼 전선의 참호도 창작의 공간으로 떠올리기 쉽지만 그의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같은 대표작은 플로리다의 키웨스트에서 쓰였다.  이 저택은 넓은 터에 스페인 식민지 양식으로 지어졌다. 헤밍웨이는 간결하고 건조한 스타일의 문장을 구사했지만 그의 집은 녹음이 무성하고 야자수가 우거졌다. 자주 여행을 다니면서 사고도 치고 폭음을 했지만 헤밍웨이는 ‘훈련된 작가’였고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매일 아침 8시에 책상에 앉아서 오전 내내 글을 썼다. 그렇지만 결혼생활은 불안정해서 네 차례나 결혼하고 1954년 노벨상 수락연설에서 “글쓰기는, 기껏 잘해야 고독한 삶이다”라고 말한 작가가 헤밍웨이였다.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집으로는 코네티컷의 하트포드에 있는 마크 트웨인의 저택이 손꼽힌다. “나는 평범한 미국인이 아니다. 나는 유일무이한 미국인이다.”라고 말한 트웨인은 ‘증기선과 뻐꾸기시계 중간쯤의 모습’을 한 이 집을 가장 아꼈다. 3층에 있는 서재에는 당구대가 놓여 있어서 트웨인은 즐겨 게임을 하면서 아이디어와 플롯을 가다듬었다. 그는 아침을 거나하게 먹고 오전 11시경에 서재로 올라가서 저녁때까지 온종일 일하고 그렇게 쓴 작품을 가족들에게 읽어주었다. 하지만 그의 만년은 불행했다. 사업에 실패하고 재정적으로 파산한 상태에서 가장 아끼던 딸을 척수막염으로 잃은 그는 충격과 비탄에 빠졌고 하트포드의 집도 마침내는 처분했다. 트웨인은 “유머의 은밀한 근원은 기쁨이 아니라 슬픔”이라고 말했다.      

가장 슬픈 인생을 산 작가로는 허먼 멜빌도 뒤지지 않는다. 그가 산 집은 매사추세츠의 피츠필드에 있다. 자신이 ‘애로헤드(화살촉)’이라고 이름붙인 이 집에서 멜빌은 아침 8시에 일어나 헛간으로 가서 암소에게 호박 한두 개를 썰어주고 소가 고결하게 턱을 움직이며 먹는 것을 지켜본 다음에 작업실로 가서 일을 했다. 그는 거대한 그레이록산의 고래 같은 형태를 창문을 통해 바라보며 <모비딕>을 완성한다. 그의 나이 겨우 서른둘의 일이다. 하지만 그가 이 작품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고작 556.37달러였고, 이후에 결국 작가로서의 삶을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해 일당 4달러의 세관원으로 근무한다. 그가 사망했을 때 <뉴욕타임스>의 부고란에는 “전에 작가였던 인물” ‘헨리 멜빌’이 죽었다고 짤막하게 언급됐다.

작가들의 집이 대개 시골에 있다는 점이 혹 눈에 띌지 모르겠다. 창작의 공간으로서 번잡한 도시보다는 조용한 시골을 선호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런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대도시에 살았던 작가들의 집이 도시 재개발이나 새로운 집주인의 냉대로 사라졌다는 점이다. 일례로 <분노의 포도>의 작가 스타인벡의 집이라는 얘기를 듣고 새 주인은 ‘그래서요?’라고 말했다 한다. 책을 덮으며 한국 작가들의 경우는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는데, 마구잡이 개발로 우리가 잃어버린 공간 목록에 ‘걸작의 공간’도 포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11. 09.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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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영연방권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는 살만 루슈디의 <한밤의 아이들>(문학동네, 2011)이 출간됐다. 그런 이유만으로도 '이주의 문학서'로 충분히 꼽을 만하다.   

  

한국일보(11. 09. 03) 환상·현실 넘나들며 풀어낸 인도 현대사

인도 현대사를 역동적으로 펼쳐내는 <한밤의 아이들>은 20세기 영연방권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는 소설이다. 인도 출신의 살만 루슈디(64)가 1981년에 출간한 이 소설은 그 해 영연방에서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인 부커상을 받았고, 1993년에는 부커상 제정 25년간 최고의 작품으로, 2008년에는 부커상 제정 40년간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됐다. 역대 부커상 수상작 중에서 계속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얘기다. 1989년 국내에 번역 출간됐으나 절판된 것을 이번에 다시 번역해 냈다. 



소설은 1947년 인도가 독립하는 하던 날인 8월 15일 0시 정각에 태어나서 신생 독립국 인도의 운명과 함께 하게 된 살림 시나이의 서른 해를 그린 작품. 신화와 역사,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 며 지극적 개인적 시각에서 인도 현대사를 풀어내는데, 이 작품만큼 현대 인도에 대해 폭 넓고 역동적인 서사를 들려주는 소설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설은 서른 살인 살림이 매일 밤 자서전을 쓰는 과정에서 '천일야화'의 세헤라자드처럼 연인인 파드마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인도가 독립하던 날 0시에서 1시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은 살림을 포함해 1,001명으로 '한밤의 아이들'로 불린다. 이들은 텔레파시, 보는 이의 눈을 멀게 하는 미모, 시간 여행을 하거나 성별을 마음대로 바꾸는 능력 등 신비로운 능력을 가졌는데 그들만의 의회를 조직해서 인도의 미래를 열기로 기획하지만 서로간의 갈등으로 계획은 무산된다. 이후 살림은 인도-파키스탄 전쟁으로 가족을 모두 잃고, 동-서 파키스탄 전쟁에 참전하며 인디라 간디가 선포한 비상사태 중에 강제로 정관수술을 받는 등 현대사의 굴곡을 겪게 된다. 이야기를 듣는 파드마는 독자를 대신해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의심을 나타내거나 역사적 사실을 점검하고 이야기가 진행되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한다. 



루슈디는 다양한 인도 신화를 활용하고 기발한 언어 유희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무거운 역사적 사건을 때로 코믹하고 재기발랄한 방식으로 해석한다. 예컨대 인도-파키스탄 전쟁의 숨은 의도는 살림과 '한밤의 아이들'의 능력을 지구표면에서 지워버리기 위한 것이었다는 식이다. 이런 식의 서술은 이후 인도에서 '루슈디의 아이들'이란 신진 작가군을 만들어내기도 했다.(송용창기자) 

11. 09. 03. 

 

P.S. 루슈디의 또다른 대표작 <악마의 시>(문학세계사)도 오랫동안 품절상태였다가 작년에 다시 나왔다. 이번 가을엔 루슈디를 독서목록에 올려놓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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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선과 맞물려 일찌감치 정치의 계절이 시작됐다. 어제는 안철수 교수가 시장 선거 출마를 고려중이란 기사가 정치면 톱뉴스였다. 그런 즈음이라 이주에 나온 책 가운데, 손호철 교수의 <현대 한국정치>(이매진, 2011), 강준만 교수의 <한국현대사 산책 - 2000년대 편>(인물과사상사, 2011)에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았고, 앞으로 어떤 시대를 살 것인지 생각해볼 '의무'가 있다.   

  

한국일보(11. 09. 03) 진보의 두 시각으로 바라 본 갈등의 한국 현대사

한국 현대사는 '압축 성장'이니 '한강의 기적'이니 하는 경제적 찬사의 한편에서 끊임없이 다투고 대립하는, 뺏고 빼앗기는 정치적 사회적 갈등의 역사였다. 한국 현대정치사를 민주주의, 자유, 인권을 중심에 두는 진보의 시각으로 일관되게 분석해온 손호철 서강대 교수와 왕성한 저술활동으로 이름난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한국 현대사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손 교수가 자신의 '한국정치 연구 종합판'이라고 소개하는 <현대 한국정치>(이매진 발행)는 이미 냈던 <현대 한국정치-이론과 역사> <해방 60년의 한국정치>를 합치고, 2006년 이후 쓴 노무현 이명박 정부 관련 논문을 더해 무려 900쪽에 가까운 단행본 한 권으로 만든 책이다. 해방 이후 정치체제 분석에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진보연합정치론까지 20여 년에 걸쳐 '민중사관이라고 부르는 진보적 시각에 기초해' 쓴 글들을 모았다.

옛 논문들이지만 브루스 커밍스의 연구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해방 공간의 쟁점을 살핀 글들이나, 1950, 60년대 조봉암과 박정희의 대결 속에서 극우반공ㆍ개발독재체제 속에서도 드러나지 않게 존재했던 진보적 세력의 실체를 파악해내려는 노력들은 여전히 눈길을 끈다. '자학사관'이라는 보수세력의 비난의 표적이 되면서도 그는 경제발전과 민주주의에 드물게 성공했다는 사실이 '그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문제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논지를 일관되게 펴고 있다.

민주화 이후, 특히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공과를 평가하고 향후 진보진영의 미래를 짚는 논문들은 지금 현실 정치 속에 살아 있는 글들이다. 손 교수는 두 정권의 민주화 업적을 평가절하하지 않으면서도, 이들 정권에 대한 보수의 '좌파' 딱지 붙이기와 정반대의 지점에 서서 사회양극화를 불러온 신자유주의 정권이라는 비판의 잣대를 들이댄다. 같은 맥락에서 내년 총선ㆍ대선을 앞두고 진보세력의 '선 진보대연합, 후 조건부 민주대연합'을 주문하고 있다. 

 



강 교수는 시리즈로 내고 있는 <한국 현대사 산책>의 '2000년대 편'(인물과사상사 발행)을 노무현 시대에 초점을 맞춰 5권으로 묶었다. 1940년대부터 10년 단위로 내온 기존 시리즈 중 권수가 가장 많다. 동시대 이야기라서 그가 늘 저술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언론 자료가 풍부하다는 점도 작용했겠지만, 그만큼 이 시기가 파란만장했다는 증거로도 볼 수 있다.

'보수와 진보 등 모든 이념적, 정치적 경계를 가로 질러 모든 시각을 다 소개하는 기록에 무게를' 둔다는 원칙에 따라 강 교수가 훑어 내려간 지난 10년의 한국 현대사는, 우리 모두가 불과 얼마 전 겪어 낸 사건들인데도 마치 드라마를 본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흥미롭다. 9ㆍ11 테러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이제 우리는 모두 미국인이다'는 코드를 찾아낸다. '역사는 룸살롱에서 이뤄지는가'(룸살롱 접대 비리) '영어가 권력이다'(영어 교육 문제)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이명박 논쟁) 등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종횡무진하며 노무현 이명박 시대의 총체적인 한국 사회상을 드러내 보여 주고 있다.

강 교수는 '우리 안에는 노무현만 있는 게 아니라 이명박도 있'고 그 '둘은 늘 충돌한다'고 했다. 그 충돌이 어느 때보나 잦았던 2000년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는 '열정에서 냉정으로'라는 말로 압축해 표현했다. '아웃사이더' 노무현을 대통령에 당선시킨 열정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고 길게 가는 건 냉정이라고 했다. 냉정의 실체가 뭐냐고? '꿈 없는 생존경쟁의 시대'라고 그는 답한다.(김범수기자) 

11. 09.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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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4 08: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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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4 08: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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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4 15: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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