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는 영화 이미지가 그 자체에 관해서건 그 관찰자에 관해서건 언제나 현재내에 있다는 관념을 부정하면서, 오히려 이미지가 시간적 관계들의 묶음이라고 주장한다.-39쪽
그들은 모두 쇼트를 정적인 형상이 아닌 움직이는 집합으로 조직한다. "쇼트(plan)가 운동을 변화하는 전체와 관련짓는 한, 그것은 지속의 움직이는 단면이다."(MI, 22/36) 쇼트는 상대적으로 개방된 가변적 공간을 정의하며, 여기서 프레임화(cadrage) 과정이 잠정적, 인위적으로 닫힌 공간을 결정한다. 에이젠슈타인이 몽타주-세포 개념이 그 좋은 예다. 프레임화는 영화화 이전의 공간에서 대상들을 분리한 다음 유도된 집합 내에서 그 대상들을 행동, 몸짓, 몸체, 무대장치 등으로 분류하는 것이다.-44쪽
그러나 들뢰즈에게 화면 밖 공간(offscreen space)이라는 확장된 개념은 몽타주 못지않게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공간은 집합이 본질적으로 열려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45쪽
대상들의 위치는 공간 속에 있지만 변화하는 전체는 시간 속에 있다. 운동-이미지가 쇼트에 동화될 때, 프레임화가 대상으로 향하는 쇼트의 한 면이라면 몽타주는 전체로 향하는 쇼트의 다른 한 면이다. (...)시간은 반드시 간접적으로 재현된다. 왜냐하면 시간은 한 운동-이미지를 다른 운동-이미지와 연결하는 몽타주에서 나오기 때문이다(TI, 34~35/50~51)-45쪽
들죄즈가 유기적 운동-이미지를 '고전 시기'에, 그리고 시간-이미지를 '모던 시기'에 대응시킬 때, 이는 전자가 자연적으로 진전해서 후자가 도출됐다는 말도 아니고, 모던 형식이 고전 시기 영화에 대한 비판으로서 반드시 그에 대항한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 전이는 사유의 가능성 및 믿음의 본성에서 일어나는 점진적 변형을 뚜렷이 재현한다. (...)운동-이미지의 정신기호는 행동의 가능성과 진리의 고정성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의 여파가 유럽 영화계에 몰아치면서 이에 변화가 생겨났고, 그 결과 이전과는 다른 '상상적 관찰' 형식이 나타났다. 들뢰즈에 따르면, 네오리얼리즘의 출현은 행동과 운동의 영화에 닥친 위기의 재현한다. 특히 로셀리니의 <독일 영년>과 <이탈리아 여행>은 모든 것이 뿔뿔이 흩어진 공허한 현실을 재현한다. 선형적 행위는 우연을 따르는 산책 속에 용해된다. 더이상 작용하거나 반작용할 수 없는 사건들이 발생한다.(...)그 결과 운동-이미지의 작용 -> 반작용의 도식이 붕괴되기 시작하고, 지각과 정서의 본성에 근본적 변화가 일어난다. 행동이 더 이상 이미지의 연결을 유도하지 않기 때문에,-47쪽
공간은 근본적으로 변화해서 단절되고 텅 비워진다. 보기와 듣기의 행위가 운동 작용을 통한 이미지의 연결을 대체한다. 즉 순수 묘사가 지시적 고정을 대체한다.-47 이어서쪽
더 이상 이미지의 연합적 연쇄는 없다. 오직 독립적 이미지들의 재연쇄만이 있을 뿐이다. 한 이미지에 다른 이미지가 뒤따르는 대신, '한 이미지 더하기 다른 이미지'의 관계가 존재한다. 각각의 쇼트는 다음 쇼트의 프레임화와 관계 맺으면서 탈프레임화한다.-50쪽
공약 불가능하며 결정 불가능한 쇼트들 간의 관계는 엔트로피의 내러티브를 낳는다.-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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