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선과 맞물려 일찌감치 정치의 계절이 시작됐다. 어제는 안철수 교수가 시장 선거 출마를 고려중이란 기사가 정치면 톱뉴스였다. 그런 즈음이라 이주에 나온 책 가운데, 손호철 교수의 <현대 한국정치>(이매진, 2011), 강준만 교수의 <한국현대사 산책 - 2000년대 편>(인물과사상사, 2011)에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았고, 앞으로 어떤 시대를 살 것인지 생각해볼 '의무'가 있다.   

  

한국일보(11. 09. 03) 진보의 두 시각으로 바라 본 갈등의 한국 현대사

한국 현대사는 '압축 성장'이니 '한강의 기적'이니 하는 경제적 찬사의 한편에서 끊임없이 다투고 대립하는, 뺏고 빼앗기는 정치적 사회적 갈등의 역사였다. 한국 현대정치사를 민주주의, 자유, 인권을 중심에 두는 진보의 시각으로 일관되게 분석해온 손호철 서강대 교수와 왕성한 저술활동으로 이름난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한국 현대사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손 교수가 자신의 '한국정치 연구 종합판'이라고 소개하는 <현대 한국정치>(이매진 발행)는 이미 냈던 <현대 한국정치-이론과 역사> <해방 60년의 한국정치>를 합치고, 2006년 이후 쓴 노무현 이명박 정부 관련 논문을 더해 무려 900쪽에 가까운 단행본 한 권으로 만든 책이다. 해방 이후 정치체제 분석에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진보연합정치론까지 20여 년에 걸쳐 '민중사관이라고 부르는 진보적 시각에 기초해' 쓴 글들을 모았다.

옛 논문들이지만 브루스 커밍스의 연구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해방 공간의 쟁점을 살핀 글들이나, 1950, 60년대 조봉암과 박정희의 대결 속에서 극우반공ㆍ개발독재체제 속에서도 드러나지 않게 존재했던 진보적 세력의 실체를 파악해내려는 노력들은 여전히 눈길을 끈다. '자학사관'이라는 보수세력의 비난의 표적이 되면서도 그는 경제발전과 민주주의에 드물게 성공했다는 사실이 '그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문제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논지를 일관되게 펴고 있다.

민주화 이후, 특히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공과를 평가하고 향후 진보진영의 미래를 짚는 논문들은 지금 현실 정치 속에 살아 있는 글들이다. 손 교수는 두 정권의 민주화 업적을 평가절하하지 않으면서도, 이들 정권에 대한 보수의 '좌파' 딱지 붙이기와 정반대의 지점에 서서 사회양극화를 불러온 신자유주의 정권이라는 비판의 잣대를 들이댄다. 같은 맥락에서 내년 총선ㆍ대선을 앞두고 진보세력의 '선 진보대연합, 후 조건부 민주대연합'을 주문하고 있다. 

 



강 교수는 시리즈로 내고 있는 <한국 현대사 산책>의 '2000년대 편'(인물과사상사 발행)을 노무현 시대에 초점을 맞춰 5권으로 묶었다. 1940년대부터 10년 단위로 내온 기존 시리즈 중 권수가 가장 많다. 동시대 이야기라서 그가 늘 저술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언론 자료가 풍부하다는 점도 작용했겠지만, 그만큼 이 시기가 파란만장했다는 증거로도 볼 수 있다.

'보수와 진보 등 모든 이념적, 정치적 경계를 가로 질러 모든 시각을 다 소개하는 기록에 무게를' 둔다는 원칙에 따라 강 교수가 훑어 내려간 지난 10년의 한국 현대사는, 우리 모두가 불과 얼마 전 겪어 낸 사건들인데도 마치 드라마를 본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흥미롭다. 9ㆍ11 테러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이제 우리는 모두 미국인이다'는 코드를 찾아낸다. '역사는 룸살롱에서 이뤄지는가'(룸살롱 접대 비리) '영어가 권력이다'(영어 교육 문제)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이명박 논쟁) 등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종횡무진하며 노무현 이명박 시대의 총체적인 한국 사회상을 드러내 보여 주고 있다.

강 교수는 '우리 안에는 노무현만 있는 게 아니라 이명박도 있'고 그 '둘은 늘 충돌한다'고 했다. 그 충돌이 어느 때보나 잦았던 2000년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는 '열정에서 냉정으로'라는 말로 압축해 표현했다. '아웃사이더' 노무현을 대통령에 당선시킨 열정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고 길게 가는 건 냉정이라고 했다. 냉정의 실체가 뭐냐고? '꿈 없는 생존경쟁의 시대'라고 그는 답한다.(김범수기자) 

11. 09.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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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4 08: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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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4 08: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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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4 15: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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