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고르의 <프롤레타리아여 안녕>(생각의나무, 2011)은 지지난주쯤 나온 책인데, 마땅한 소개기사가 뜨지 않았었다(그렇게 넘어가는 책들이 적지 않다). 다시 검색해보니 기사 하나가 뜨기에 스크랩해놓는다. 30년 전 책이지만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노동운동가 하종강 전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은 이렇게 평했다. "기존 노동운동 개념의 오류들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그의 분석은 현실사회에서 충분히 실현가능할 뿐 아니라 마르크스와 작별하지 않은 채 그를 뛰어넘고 싶은 활동가들에게도 충분히 귀감이 될 만하다."   

경향신문(11. 09. 03) 30년전 예견한 노동현실…프롤레타리아는 혁명 주체가 아니다

“한 세기 이상 동안, ‘프롤레타리아’ 사상은 자신의 비현실성을 은폐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그 사상은 ‘프롤레타리아’ 자체만큼 시효가 지난 것이다.”

프랑스 신좌파의 주요 이론가인 앙드레 고르는 1980년에 쓴 책 <프롤레타리아여 안녕>에서 전통 마르크스주의가 해방의 주체로 제시한 프롤레타리아에 작별을 고한다. 프롤레타리아라는 계급이 이미 자본주의 가치관을 내면화한 ‘자본의 복제품’으로서 지배질서에 편입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고르는 프롤레타리아의 대표자들이 ‘자본’에 의해 설치되어 있던 지배기구를 장악한다 해도, 그들은 자본의 지배와 유사한 것을 재생산할 것이고, 이어서 그들 스스로가 기능적 부르주아지(지배계급)가 되어 “계급의 이름으로 행하는 억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고르는 노동계급이 더 이상 혁명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며 대신 ‘신프롤레타리아’라고 불리는 비노동자들의 비계급을 혁명의 주체로 내세운다. 그가 말한 ‘비계급’은 자동화와 정보화에 의한 노동의 소멸과정에서 생산현장을 떠나게 된 사람들, 혹은 완전하거나 부분적으로 실업상태에 있는 임시직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들은 노동계약과 노사 합의에 따라 안정된 지위를 보장받는 노동자들의 계급과 다르다. 고르는 “이런 전통적인 노동계급은 이제 특혜받는 소수층일 뿐”이라고 밝힌다. 그는 사회적·정치적 투쟁의 새로운 주제는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감소로 그 자체가 목적이고 보상인 자율적 활동을 최대한 확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체성을 잃어버린 노동운동에 대한 비판이자 새로운 혁명의 주체와 과제를 제시한 이 책은 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여전히 생명력을 발휘한다. 이 책의 부록으로 1978년에 쓴 ‘실업의 황금시대’라는 글에서 고르는 “자동화시대에는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더 이상 고용창출이 생겨나지 않는다. 많은 경우, 경제성장으로 인해 심지어 고용이 감소한다”며 오늘날 ‘고용없는 성장’을 정확히 예견했다.

불치병에 걸린 아내를 20여년간 간호하다 생전에 함께 약속한 대로 파리 교외 시골마을의 작은 집에서 잠자듯 침대에 나란히 누워 삶을 자유의지로 마감한 앙드레 고르. 그는 사르트르가 ‘유럽에서 가장 날카로운 지성’이라고 평할 만큼 뛰어난 사상가였다. 그는 프랑스 68혁명에 큰 영향을 끼쳤고 일자리 나누기와 함께 재산이나 소득의 많고 적음, 노동 여부나 노동의사와 상관없이 개별적으로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지급하는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역설한 선구적인 노동이론가이기도 했다.(주영재기자) 

11. 09. 04.  

P.S. 앙드레 고르의 책은 <D에게 보낸 편지>, <에콜로지카>가 더 번역돼 있다. <경제적 이성 비판>도 소개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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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 2011-09-04 23:36   좋아요 0 | URL
오래 기다리던 책이 나왔네요^^

로쟈 2011-09-05 08:23   좋아요 0 | URL
30년만입니다!^^

park6 2011-09-05 21:01   좋아요 0 | URL
아...앙드레 고르의 'd에게 보낸 편지'를 읽고 감동받은 기억이 나네요~ㅎㅎ

로쟈 2011-09-05 23:47   좋아요 0 | URL
닭살이었단 분들도 계시더군요.^^

허스키 2011-09-06 23:54   좋아요 0 | URL
'D에게 보낸 편지'는 아내가 직접 골라서 신혼여행에 가져가 함께 읽었던 책입니다. 불현듯 의자에 앉아 함께 햇빛 속에서 책을 읽으며 느끼던 그 바람이 그리워집니다.

로쟈 2011-09-07 17:10   좋아요 0 | URL
각별한 인연을 갖고 계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