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노하우>도 3강의로 이루어져 분량이 많지 않지만, <자기생성과 인지>도 만만치 않다. 그도 그럴것이 논문 2개를 한책으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분량은 그렇지만, 그래도 파급력은 만만치 않다.















그리고 <몸의 인지과학>에서 당연하게 전제하고 주장하고 설득하던 적지 않은 내용이 여기 <자기 생성과 인지>에 많이 담겨 있다. 공동저자 마뚜라나 는 서문에서  '자기생성'을 주장하게된 경위를 마치 화두를 잡은듯이 생생하게 기술한다.

첫번째 논문은 '인지생물학' 이고, 둘째가 '자기생성: 살아있음의 조직'이다. 읽다보면 불현듯 <몸의 인지과학> 역자가 이 논문을 잘 녹여 번역한 건지 아주 작은 의문이 들기는 했다. 제목 'the embodied mind: cognitive science and human experience' 를 '몸의 인지과학'으로 번역한 부분이, 저 인지와 생물학과 심리와 자아 등 사이의 긴장감을 못잡아 주는 거 같았다. 어쨌든 그건 작은 흠이고, 두 논문, 두 책 모두 매우 매우 새로운 시선을 보여준다.

이책의 부제인 '살아있음과 인지'가 훨씬 '내용을 잘 관통하는 요약인거 같고, <몸의 인지과학>에서 이 '살아있음'과 '인지' 사이를 지관같은 불교입장에서 잘 보여주는 거 같다.


이처럼 생물학과 인지를 오가는 대담한 주장은, 그 나름의 한계도 갖게 되는데, 번역자의 후기에 잘 그려져 있다. 대담하고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부분인 '살아있음=인지' 에 대한 해석과 관련 학계 수용양상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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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인지과학>을 처음 읽었을 때는 감흥이 크지 않았다. 불교전통을 너무나 가볍게 취하는 몇몇 서양저자들의 글쓰기에 실망을 겪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관점과 시선을 취하고 금방 흥미를 잃어버리는 어린아이들처럼 구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그래서 아시아 불교전통을 언급하는 것을 보고, 조금 인용하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말겠구나 하고 책을 덮었다. 그러고 한참 후에 책을 열었다.















다시 책을 읽다가 저자들이 인용하는 책들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게 된다. 이 심상치 않음은, 몇몇 요소들로 구성되는데, 우선 내가 재밌게 본 책들이 연달아 출현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궁금하고 관심은 있지만 높은 문턱으로 못들여다본 전문영역의 지식기술과 인용들이 있다는점, 


심신문제, 불교수행의 대상, 아비달마 철학의 대상 을 그 책들에서 기술하는 것을 


특히 불교에 관한 접근은, 수행자인지 여부가 매우 큰 차이를 준다. 명상같은 수행을 통해 체험한 교설과 지식으로 접한 교설은 매우 다르다. 이는 고대 중국 사상도 같다. 제자백가들은 일반인보다는 수행자의 입장에서 다룬 사상들이다. 


인지과학 학문의 특이성을 잘 짚어내고, 그 변천사를 잘 풀어준다. 특히 인지과학 초기 형성기의 집단들과 문제의식 이 재밌다. 요새 AI 교과서 앞부분에 조금 언급하고마는 사이버네틱스 운동의 등장이 인상깊다. 정신현상의 연구를 철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의 손에 맡기는게 과연 타당한가 라는 문제의식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서양 철학 전통에서 인간경험에 대한 철학은, 현상학에서 시작한다. 후설의 현상학은 경험과 사상자체로 향하고자 했고, 하이데거의 현상학은 현상학을 실존적 방식으로 접근했지만, 그 지향과 달리 이론적 반성에 그쳤다. 그뒤 이성적 영역을 넘어 비이성영역을 끌어온 정신분석이 등장한다.


이 책의 진짜 묘미는 이제 시작이다. 앞서 언급한 것들의 한계를 짚으면서, 필요한 골조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물론, 그와 같은 관심을 가진 이들의 책들을 인용하면서, 조심스럽고 생기있게 만들어 간다. 이런 즈음에는, 어떤 긍정적인 논리를 따라, 긍정적인 희망회로를 짜볼려고 하는 시도는 많이 목격하는데, 계속 저자가 언급하는 불교전통의 지관명상 속에서 어떤 지혜를 발견하는 거처럼, 




그리고 책의 출판시점이 이미 몇십년 전이어서 분야에 따라서는 out of date 도 보인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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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의 시작은, 뭐니뭐니해도 공자의 <논어>다. 공자는 춘추시대 인물이고, 뒤이어 전국시대 맹자와 순자 가 등장하고, 한나라때 국교로 자리 잡는다. 그리고 이조시대를 장악했던, 송나라 성리학 으로 절정에 이르는 듯 보인다.

이러한 흐름은 자연스럽게 생성됐다기보다는, 각 시대별 치열한 유학측 대응이 낳은 결과로 보인다. 그래서 각 시대별 유학이 집중했던 사안을 살피는 것이, 어떤 변별을 줄 수 있다. 현대의 시선으로 보면 선진시대 유학이나 한나라 유학, 송나라 성리학 등이 큰 차별이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다르다. 그 다른 점을 잘 정리해놓은 책들을 좀 보였다.

전국시대의 가장 큰 차이는 개인의 대두다. 가족, 부족, 국가 중심의 춘추시대에서 개인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다. 겉으로 드러난 한 부분은, 개인의 죽음과 죽음이후를 대비하여 불로장생이나 사후세계를 생각하기 시작한다. 
















이성구의 <중국 고대의 주술적 사유와 제왕통치>가 그런 맥락을 제시한다. 그러니까 이 맥락하에 유학은 무엇을 했을까 가 포인트다. 구조주의 관점에서 공자vs.맹자,순자 의 차이점을 짚어내는 사라 알란의 <선양과 세습>이 있고, 고대 중국의 세계관인 '기론'에서 본 공자vs.맹자 의 차이점을 논하는 정우진의 <양생> 이 있다.
















맹자에서부터 서서히 흘러나오고 있지만, 수평적인 도교와 비교해서 수직적인 유학의 윤리가 점차 견고해지고, 그 당위성을 찾는 작업이, 고대 중국의 가치관인 '기론'


그 유명한 성리학의 이기론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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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분석심리학에 관심을 가졌던 계기는,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을 접하고서 어떤 한계 같은걸 느끼고, 융의 접근이 좀더 보편적이고 문화를 세밀하게 다룬다는 인상때문이다.

융의 기본 저작집이나 이부영 선생님의 책들을 읽으면서 깊지 않지만 기본적인 이해를 얻었다. 그러다가 우리나라에 번역된 기본 저작에 없는 글들이 궁금해지면서, 영어로 번역된 전집 몇권 구입해 읽기도 했다. 그러고 한참 손놓고 시간이 흘렀다.


요몇년 유행하고 있는 MBti 나 가끔 내가 꾼 꿈을 해석해보면서 융심리학을 조금씩 되뇌 보기는 했다. MBti 는 8개 요소중 6개 요소를 융의 성격유형에서 가지고 오고, 나머지 2개 요소를 마이어스 브릭스 모녀가 보태서 완성한 것이다.


생각해보면 프로이트 정신분석이나 융 분석심리학에서 설명하는 무의식에 큰 기대를 하고, 여성심리학이나 인생후반부에 대한 대비 같은 거에도 관심이 많았던 거 같다. 그러나 인생후반부에 들어서니, 그런 목적 지향보다, 인간이해의 폭, 인간이해의 가능성을 목격하는 것으로 충분한 거 같다. 

전이를 다루는 기본3권, 개성화과정을 다루는 5권을 다시 보기 시작한다.

















다시보니, 분석심리학에서만 보이는 페르소나, 개성화, 자기 등등의 개념들이 대부분 무의식 특유의 자율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 '존재감'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는 강하지 않은거 같다. 자율성은 있지만 독립까지는 아닌, 문득문득 우리에게 의식적이든 아니든 올라오는 심리현상들의 자리를 마련해주는 정도인거 같다.

융이 정성들여 촘촘히 마련해둔 자리들이, 자아의 불확실함을 드러내는 한 방식임에는 틀림없고, MBti 8요소로 개인의 성격유형을 어느정도 보여주는 것처럼, 자아보다 넓은 범위인, 자기를 보여주는 여러 심리요소들이 어떻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정말 인간에관한 인문학적 태도로 정밀하게 보여준다. 거기다가 분석심리학 특유의 '공명'의 요소가 어떤 감동을 주기도 한다.


다만 자아를 많이 넘은, 자기 의 많은 것을 다루는 것이 가치있지만 허망할 수 있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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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대 국가의 시작은 춘추전국시대 이전 주,상, 하 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고고학 증거가 밝혀진 한계는 상 나라까지다. 중국측에서 하나라 유적지라고 주장하는 지역명은 얼리터우, 얼리강 지역이다. 그래서 합리적인 표현은 최초의 중국 고대 국가 유적지 일 것이다. 문헌에 전해지는 전설과는 다른 관점으로 최초 고대 중국 국가 성립을 다루는 <중국 고대국가의 형성>을 재밌게 보았다.















중국 최초 국가를 다루기위해, 국가의 정의와 국가 형성 등에 대한 여러 입장을 들여다본다. 몇몇 모델로 도시국가, 단편국가, 영역국가, 촌락국가 를 인용하고서, 저자들은 고고학 자료들을 대비해보면서 각 모델이 중국의 경우 얼마나 들어맞는지를 보여준다.


상후기 갑골문이 대량 생산된 시기 전까지 최초 국가가 어느 지역에서 어떤 연유로 성장하고 주변 지역으로 확장하면서 각 지역간 관계는 어떠했는지 흥미롭게 기술했다. 그래서 상나라 후기 말기 주나라 변환기에 국제(?)정세가 어땠을지가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주나라 등장은 단순히 상나라 마지막 왕의 실정에 의한 것은 아니다.


고대 국가에 생기는 의문과 질문은 이처럼 입체적 복합적 이해와 맞물려 흥미로워지고 흐릿함이 한겹 벗겨진다. 여전히 상나라, 서주, 춘추, 전국, 진한 제국에 궁금증이 많고, 알고있는 지식이 최신의 것이 아닌, 상식 수준의 것이라 하더라도 알아지는 즐거움은 적지 않은 거 같다. 















<중국고대사>도 <중국 고대국가의 형성>과 마찬가지로, 모두 중국계 저자의 이력이 중국과 미국 학업 배경이 잘 어우러져, 최신 자료 접근과 그 해석에 풍부하고 설득력있는 주장이 인상적이다.

<중국고대사>에서는 청동기시대부터 진한제국 까지 풍부한 자료와 설득력있는 여러 주장들을, 그러니까 지금까지 못접해본 자료와 입장을 제법 많이 제시하고 있다. 

그 중 제자백가의 형성과 그 적용도 재밌는 주제다. 특히 유교의 승리는 인상적인데, 그 잘 알려진 결과 속 놓쳤던 과정들이 흥미롭다. 한나라때 유교가 국교가 되었다는 단정말고, 한나라에서 유교가 굳건해지는 과정을 살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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