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세상을 떠난 고 신상옥 감독에 관한 추모의 글들을 읽어보다가 몇년 전 <필름2.0>의 특집기사(2003. 05. 07)를 찾게 됐다. 김영진 편집위원의 글인데, '20세기 최고의 영화감독 7인'이 타이틀이다(오해가 있을까봐 페이퍼의 제목에는 '한국'을 더 집어넣었다). 아마도 설문조사에 토대하여 작성된 듯한데, 이 참에 잠시 한국영화 '거장들'의 면면을 확인/기억해 두도록 한다. 기사에서 거명되고 있는 그 7인의 감독은 임권택, 김기영, 유현목, 홍상수, 신상옥, 이창동, 이만희이다(이창동과 이만희는 공동 6위이다). 기사에 포함돼 있는 '응답자 코멘트'는 생략한다(대신에 간간이 '나의 코멘트'는 덧붙이겠다).  

 

 

 

 

-여기 모인 7인의 감독들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얼굴들이다. 타고난 재능과 노력, 남다른 작가 의식으로 역사에 기록될 이들에게 작가의 만신전을 바친다.

1위 임권택 뒤통수의 미학을 보여주는 감독

-임권택은 1980년대 후반 어느 인터뷰에서 "뒤통수를 찍어도 그 인물의 마음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내 영화의 목표“라고 말했다. 임권택의 영화는 무심하게 보면 흘려 지나치기 쉬운, 그 무수한 뒤통수들로 채워져 있다. 그는 겉으로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형식 속에서 인물의 감정과 세상의 공간적 기운을 꾹꾹 눌러 담는 자기만의 세계로 오랜 충무로 경력 끝에 도달한 미학을 펼쳐보이고 있다. 1962년 <두만강아 잘 있거라>로 데뷔한 후 <춘향뎐> <취화선>의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임권택의 행보는 한 예술가의 고통스러운 성숙의 행로이기도 하면서 충무로라는 전통적인 한국 영화 산업이 배출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미학을 가늠할 수 있는 자취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1960년대 내내 오로지 먹고살기 위하여 영화를 찍었던 임권택은 흥미로운, 그러나 기억되지는 않는 숱한 오락 영화를 연출했으며 본인의 말에 따르면 1973년 작 <잡초>를 계기로 영화를 통해 자신과 세계에 대해 발언할 방법을 진지하게 모색하기 시작했다. <깃발 없는 기수> <족보> 등의 영화로 1970년대 후반 주목받지 못한 채 성큼 진전된 영화 세계에 이른 그는 <짝코> <만다라> 등의 영화를 통해 1980년대 이후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떠올랐다.

-<족보> <짝코> <만다라> 등은 물론이고 <티켓> <길소뜸> <서편제>, 최근작인 <취화선>에 이르기까지 임권택은 저마다의 도덕적, 인간적 결함을 안고 방황하며, 더러는 돌아오지 못하는 세계 속에서 거처할 곳을 찾는 등장인물을 그렸다. 임권택의 영화에서는 당연히 길의 이미지가 떠나지 않는다. 빨치산 토벌 대장 송기열과 빨치산인 백공산의 일생에 걸친 추적과 도피의 삶을 다룬 <짝코>는 물론이고 <만다라>에서의 두 승려의 구도의 길, <길소뜸>에서 동진과 화영이 서로 화해하지 못하는 길, <개벽>에서 해월 최시형이 끊임없이 걷는 길은 모두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는 가느다란 선이었다. 임권택 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을 거둔 <서편제>에서도 길은 소리와 함께 주인공의 마음을 전해주는 풍경의 주제를 품고 있다.

 

 

 

 

-2002년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취화선>에서 임권택은 적은 편집과 간결한 화면으로 생략과 압축을 취하는 특유의 스타일을 더 밀고나가면서 <춘향뎐>에서 시도했던 완벽한 형식주의의 세계를 한 예술가의 전기라는 이야기의 세계와 조화시켰다. 그는 여전히 감정의 노출을 절제하는 생략의 싸움을 벌인다. 장승업의 일대기로 이야기의 구심력을 삼으며, 장승업이 그리는 그림과 그가 그림에 채워 넣고자 했던 자연 산수의 풍경을 겹쳐놓은 채 이야기의 원심력을 매듭 짓는 <취화선>은 임권택의 통 큰 미학의 정체를 증명하고 있다. 역사적 상처에 대한 강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지만 임권택은 플롯에 의존하지 않는 모자이크적인 에피소드 구성의 생략을 통해, 화면과 화면의 연결 사이에 큰 관념을 넣을 줄 아는 이 시대의 어른 감독이다. 그가 성취한 것과 성취하지 못한 것은 상당 부분 한국영화의 현재와 통하는 것이기도 하다.(*그래서 임권택은 영화의 거장이라기보다는 '한국 영화', '한국적 영화'의 거장이라고 해야 할 듯.) 

2위 김기영 '영화 작가’에 가장 잘 어울리는 감독

-“인간의 몸을 자르면 검은 피가 나온다”고 생전의 김기영 감독은 말했다. 김기영은 능히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감독이다. 하길종 감독은 1970년대에 이미 “김기영은 누구보다 영화를 잘 아는 사람이고 ‘영화 작가’란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감독이다”라고 그를 평했다. 세월의 흐름을 이겨낸 김기영의 황당무계한 발상과 독창성은 지금 봐도 무시무시하다. 1960년에 처음 발표한 뒤 그 뒤 여러 차례 리메이크해서 김기영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된 <하녀> 시리즈는 가정부나 술집 여자가 중산층의 가정에 들어와 그 가정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얘기다. 성적 억압에 시달리는 인간들의 심리를 독특한 화면 색감과 공간 연출을 통해 파헤치며 농촌 출신 여자가 도시 가정을 무너뜨리는 이야기 구조에 은근히 근대화 과정에 있었던 한국 사회에 대한 계급적 통찰까지 새겨놓았다.

 

 

 

 

-그러나 김기영이 처음부터 사이코 스릴러영화를 만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초설>(1958), <10대의 반항>(1959) 등의 영화는 사실주의적 경향이 배어 있다. 그러나 어떤 영화를 만들어도 김기영 특유의 염세적인 비틀린 유머나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독특하게 풍기는 취향이 튀어 나온다. 심지어 김기영의 두번째 장편 극영화인 <양산도>(1955)에는 여주인공이 무덤에 있는 연인과 성교를 하고 함께 하늘로 오르는 장면이 나온다. 1970년대의 김기영은 주로 문학 작품이 원작인 영화를 만들었으며 이광수와 이청준의 소설을 각각 영화로 만든 <흙>과 <이어도>는 원작의 분위기와는 저만큼 떨어져 있지만 영화적으로 훌륭하게 재구성된 이 시기의 걸작이다. 또한 이 시기에 김기영은 저예산 날림 영화지만 종잡을 수 없는 스타일을 지닌 <살인 나비를 쫓는 여자> 등의 영화로 훗날 일부 영화광에게 컬트 감독으로 대접받기도 했다.

-하길종은 그런 김기영의 작품 세계를 정확하게 파악했다. “김기영의 영화는 인습적인 줄거리 틀이 없고 인간의 의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황만이 있다. 그는 다분히 실험적이고 편집광적인 태도로 인간의 의식 구조에 집착한다. 김기영은 항상 한국 사회의 한 측면을 과장된 수법으로 그렸지만 이야기가 황당무계하냐 아니냐는 것은 따질 필요가 없다. 이야기가 황당하다면 당대의 한국 사회를 황당무계하게 보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는 '영화작가'이면서 '감독들이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 아닌가 싶다.) 

3위 유현목 '예술'을 하려 한 감독, 실제로 그렇게 한 감독

-한국의 대표적인 영화사가 이영일은 유현목의 <오발탄>에 대해 “이것은 한국 리얼리즘영화의 전형이다”라고 단언했다. <오발탄>은 오랫동안, 그리고 지금까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얼굴이었다. 한국영화가 아직 산업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온전한 얼굴을 갖추기 전에 만들어진 <오발탄>은 지식인의 실존적 자의식과 몽타주와 화면 구성이라는 영화 미학의 양대 통사를 가장 체계적으로 구사한 걸작으로 칭송받았다.

-그때 이후로 유현목에게는 늘 ‘예술파 감독’이란 별명이 따라붙었다. <공처가 3대> <수학여행> <한> 등의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기는 했지만 유현목 영화의 본령은 역시 비판적인 현실 안목, 전후 불행한 삶의 조건을 내려받은 한국 사회에 대한 도저한 구원 의식, 영화의 미학적 표현에 예민한 손끝을 드러내는 일련의 진지한 작품에 있었다.

 

 

 

 

-<김약국집 딸들> <막차로 온 손님들> <문>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사람의 아들> 등 유현목의 주요 작품을 일별하다 보면, 우리는 그가 흔히 말하는 리얼리즘 스타일의 감독이라기보다는, 곧 현실을 응시하는 감독이라기보다는 현실을 어떻게 형식에 반영할 것인가를 고민했던 모더니즘 취향의 재능이 더 강한 감독임을 깨닫고 놀라게 된다. 동시대의 다른 한국영화 감독들이 그랬던 것처럼, 유현목도 영화사에서 주문받은 작품을 만드는 자의 운명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하지만 유현목은 당대의 어떤 감독보다 인간의 실존적인 조건에 고민하고 그에 따르는 가난, 분단, 종교, 근대화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 가장 날카로운 카메라의 눈을 들이댄 예민한 예술적 자아의 소유자였다. <오발탄>은 그런 유현목의 예술적 자아가 가장 의기충전했을 때 세상에 나온 작품이며 한국적인 사실주의의 범례로 남는, 동시에 사실주의를 넘어서는 예술적 자아의 증거물로 역사에 제출된, 유현목 영화 세계의 기념비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다른 영화들을 별로 보지 못하기도 했지만, 그의 <오발탄>은 영화사의 과녁에 명중한 영화로 남을 것이다.) 

4위 홍상수 내게 거울을 비춰줘

-홍상수의 등장과 함께 한국영화는 ‘일상’이란 비평 어휘를 얻었다.(*그 일상은, 그러나 매우 '충격적인' 일상이었다. <돼지가 우물의 빠진 날>은 장준환의 <지구를 지켜라>와 함께 쉽게 넘보지 못할, 전설적인 데뷔작으로 남을 것이다.) 대다수 극영화에서 간과하고 무시했던 일상의 극적이지 않은 사건들이 홍상수의 영화에선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듯 차곡차곡 모아진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 개봉했을 때 사람들은 서울에 이토록 누추하고 비루한 일상이 펼쳐진다는 것에 새삼스레 놀랐고, 그 심심해보이는 공간 속에서 그렇게 격정이 은밀하게 휘몰아친다는 것에 또 놀랐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 이어 홍상수는 연애 삼부작이라 할 수 있는 <강원도의 힘> <오! 수정>을 연달아 내놓았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 여러 남녀가 엇갈리며 교차하는 사랑 이야기를 짜맞췄다면 <강원도의 힘>은 같은 시간에 강원도를 따로 여행하는 불륜 관계의 남녀 이야기를 각자의 시점에 따라 1,2부로 나눠 찍은 것이고 <오! 수정>은 남녀의 기억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펼쳐지는 연애담을 펼쳐놓는다.

 

 

 

 

-홍상수는 인간의 의식과 행동의 표면을 꼼꼼하게 관찰하기 위해 영화 형식을 열어놓는 스타일에 능한 감독이며 조금씩 자기 스타일의 영역을 확장했다. <생활의 발견>은 한 남자가 두 여자를 여행중에 만나 진귀한 에피소드를 펼쳐놓는 또 한 편의 연애담이다. 홍상수는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영화를 찍지 않는다. 그는 대부분의 대사와 행위를 현장에서 즉석에서 만들고 살아 움직이는 생물처럼 영화의 전개를 관찰한다. 그것이 그의 영화의 톤을 멜로드라마의 정형화된 과장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슬픔과 웃음과 치욕과 기쁨을 오락가락하는 기묘한 초상화로 꾸민다. 그는 자신의 영화에 대해 "거울을 보듯이 우리 삶을 보는 것이다. 매일 거울로 나를 바라보듯이" 라고 말했다. 그가 영화로 비춘 거울은 앞으로도 볼 만할 것이다.(*그의 <해변의 여인>을 빨리 보고 싶다.) 

5위 신상옥 1960년대 한국영화의 뿌리

-신상옥은 한 명의 영화감독일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이 1960년대의 한국 영화 시스템을 대변하는 존재였다. 과장하자면 1960년대의 한국영화는 신상옥이 관여하는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로 대별된다고 말할 수도 있다.(*신상옥 감독을 감독이라고만 부르는 건 왠지 부족해 보인다. 그는 '한국영화 시스템' 자체였기에.) 신상옥이 설립한 신필름은 오늘날의 방송국 규모에 견줄 만한 규모와 인력으로 전근대적인 한국 영화 산업 시스템에서 최초로 메이저 스튜디오를 지향한 굉장한 한국 영화 제작의 본거지였다. 신필름을 무대로 신상옥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쌀> <상록수> 등의 예술적인 기품이 묻어나는 영화와 <빨간마후라> <청일전쟁과 여걸 민비> 등의 대작 전쟁 영화와 사극을 고루 찍었다. 신상옥의 작품 세계는 하나의 말로 요약될 수 없는, 대제작자의 욕망과 영화 작가의 욕망이 늘 충돌하는 다양한 색깔을 지닌 것이었지만 그것은 곧 그의 영화가 대다수 한국영화의 장르에 걸쳐 있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신상옥 본인의 표현을 빌면, “한국영화에선 처음으로 화면 사이즈 연출 감각이 드러나는 영화”였으며 <성춘향>은 컬러 현상으로, <빨간마후라>는 특수 효과로 한국 영화 기술사에 남는 영화기도 하다. 신상옥은 평생의 반려자인 최은희를 비롯해 수많은 감독과 배우를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배출했고 잘 알려진 대로 1980년대에는 피랍된 북한에서도 자신의 연출 경력을 이어나갔다. 오늘날 신상옥의 영화를 다시 보는 것은 거대한 한국 영화 역사의 중간 뿌리를 묶음째로 들여다보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의 영화에선 전근대적인 삶의 자취를 응시하면서도 영화 형식의 현대적인 발언을 대중적인 통로로 쏟아내려 한 맹렬한 야심을 읽을 수 있다.

6위 이창동 영화감독은 지금 출장중

-이창동의 영화 세계는 한국 영화 역사의 오랜 화두였던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이 맨 얼굴로 서로 부딪치는 격전장이다. 이창동 본인은 리얼리즘적 태도를 대중적 화술과 조화시키려는 것이 자신의 영화 세계라고 말하지만 <박하사탕>과 <오아시스> 등의 그의 영화에서 현실을 재현해 보여주려는 그의 태도는 관객의 반응을 섬세하게 고려해 '과연 영화를 보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를 집요하게 묻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창동은 잘 알려진대로 소설가 출신이며 그의 모든 영화는 상징적 의미가 정연한 논리 체계로 완벽하게 짜여진 폐쇄적 소우주다. 그의 영화에서의 공간과 사물은 어느 것도 무심히 존재하는 법이 없다. 이미 의미론적으로 꽉 채워진 세계에 주인공은 던져져 있으며 그 세계에서 이창동은 삶의 구체적인 꼴을 그리는 자기만의 내기를 건다.(*<박하사탕>을 통해서 이창동은 많은 이들의 시대에 대한 채무를 대신 갚아주었다. 그 점에 대해서 나는 늘 그에게 감사한다. 약간의 채무감을 느끼면서.) 

 

 

 

 

-일산과 영등포를 통해 현재와 과거의 한국 사회에서 잃어버렸고 잃어가고 있는 가치를 담아내려 한 데뷔작 <초록물고기> 이후 <박하사탕>을 통해 이창동은 본격적으로 현실과 영화 형식에 대한 자의식을 드러낸다. <박하사탕>의 주인공 영호는 광주에 계엄군으로 투입되고 독재 정권 시절의 대공분실에서 일하며, 가구점을 운영하는 천민 자본가로 증권에 투자했다가 신세를 망치는, 한국 현대사의 이런저런 현장에 늘 가까이 있던 인물이다. 그는 그 대가로 인간성의 파멸이라는 천형을 받는다. 그를 구원하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 영화의 플롯이다. 역순 구조의 플롯을 통해 이 인물은 역사적 인과 관계의 희생자라는 천형에서 가까스로 벗어난다.

-세번째 영화 <오아시스>에서 이창동은 꽉 짜인 의미론적 세계에 불행한 남녀의 사랑을 던져놓고 들고 찍기로 일관하는 느슨한 카메라로 이들의 사랑을 지켜보는 관객의 시선의 정체를 거꾸로 되묻고 있다. 잔인하지만 동시에 통렬한 이 방식을 통해 그는 영화감독으로서의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다. 그렇지만 그는 지금 잠깐 ‘출장중’이다.(*물론 그는 출장에서 돌아왔다. 그의 <밀양>은 언제 햇볕에 나오는지?) 

6위 이만희 시대를 잘못 만난 공인받은 천재

-이만희는 전설의 걸작, 그렇지만 현재 프린트가 남아 있지 않은 <만추>의 감독 바로 그 사람이다. 동세대의 감독들로부터 가장 인정받는 천재가 이만희였으며 자기 삶을 거의 방치하듯이 마구잡이로 영화를 찍었는데도 늘 수일한 영화의 완성도를 일궈냈던 불가사의한 재능의 소유자도 바로 그 사람이다. 이만희는 출세작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이래 어떤 소재의 영화를 만들어도 탁월한 시각미를 지닌, 동시에 긴장감을 주는 이야기를 짜내는 재능으로 부러움을 샀다. 그는 도회적인 우수와 고독을 그리는 데 특히 뛰어났으며 도시 공간을 그리는 데 능했던, 체질적으로 현대적인 감수성을 지닌 감독이었다.(*이만희는 김기영에 이어서 최근에 가장 주목받고 있는 거장이다.) 

 

 

 

 

-한국 영화감독들 가운데 드물게 추리영화를 만드는데도 뛰어났던 이만희는 당시의 억압적인 정치 현실에 좌절해 늘 술에 절어 살았으며 제작자가 의뢰한 숱한 영화를 마구잡이로 찍었지만 자기 색깔을 놓치진 않았다. 심지어 반공 전쟁 영화 <들국화는 피었는데>(1974) 등의 영화도 이만희가 메가폰을 잡자 상투적인 전쟁 무용담을 벗어나는, 체제와 인간의 대결 의식이라는 주제 의식이 돌출되는 박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만희는 아쉽게도 너무 빨리 세상을 등졌다.

-그의 유작인 <삼포가는 길>(1975)은 황석영의 동명 단편 소설을 각색해 영화로 만든 것이며 영화 속 세 주인공의 따라지 인생에는 당시 한국 사회에 맺힌 슬픔과 삶의 흥이 격정적으로 담겨 있다. 이 영화는 1970년대 한국의 스산한, 그렇지만 고향 같은 푸근함을 동시에 간직한 남도의 풍경을 아스라이 전해주는 이만희 최후의 유작이다.

06. 04. 18.

P.S. 사랑도 이젠 소용 없네. 삼포로 나는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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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18 1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6-04-18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마무리가 한발 늦었군요...

로쟈 2006-04-18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제가 이명세나 박찬욱 감독의 (최근) 영화를 별로 생각하는 것과 비슷할 거 같군요. 취향이야 제각각이니까요...
 

우리말로는 좀 어색하지만, "Everybody, O.K.?"라고 하면 훨씬 간명하고 정감있는(?) 제목이다. 부활절 인사로도 어울리고. 언제나처럼 (가족을 위해) 불들려 부활절 예배를 보러 나가는 길에 혼자 10분 늦게 나가면서 잠시 본 케이블TV. 남선호 감독의 데뷔작 <모두들, 괜찮아요?>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감독도 영화도 모두 생소했다. 영화주간지를 (꼼꼼히 읽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매주 챙겨보는 편인데, 이런 식으로 '건너뛴' 영화들이 나온다. <씨네21>에서 좀 크게 다루었던 듯한데, 요즘 본전 생각하다가 놓친 것 같기도 하다.

이번에 알게 된 거지만, 감독은 러시아 영화학교 졸업후 10년간 '입봉'을 준비해온 처지이며, 그의 데뷔작이 '자기 얘기'라는 건 충분히 이해할/동정할 만한 일이다(이런 건 남의 얘기 같지 않다). 원래는 '영화감독이 되는 법' 프로젝트였다나. 영화감독 '지망생'이라는 건 명분이고, 그것의 현실태는 무위도식하면서 아내를 등쳐먹는 '백수'이다. 거기에 치매끼가 있는 아버지와 돼바라진 아들, 이 세 남자를 부양하며 사는 주부 가장의 이야기라고 한다. 이런 설정만으로도 딱 '내 스타일'이다(옆사람은 '이상한 영화들'만 좋아한다고 하지만). 내가 지지하는 영화란 얘기이다.

해서, 작년에 나온 <나의 결혼원정기>에 이어서 2006년을 대표할 만한 코미디로 잠정 추천한다. 다 보지도 않은 영화이지만, 영화의 얼개만으로도 충분히 '뜻깊은' 영화라고 생각해서이다. 물론 나로서는 현재 이런 영화를 미리 개봉관에서 볼 수 있을 만큼 좋은 처지에 놓여 있지 않다는 점도 고려되어야겠지만. 대신에 내가 하는/할 수 있는 일은 이런 자리에서나마 좀 띄워주는 것이다. 먼저 이지영 기자의 가벼운 프리뷰.

무비위크(06. 03. 20) 10년째 감독 데뷔에만 매달리고 있는 상훈(김유석)은 마누라를 내조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에겐 치매에 걸린 장인어른(이순재)이 있고, 언제나 아빠 편인 아들내미도 있다. 시나리오를 쓰고, 가끔 번역도 하며 설거지까지 도맡아 하는 상훈의 소소한 일상. 특별히 나쁠 것도 없고 좋을 것도 없다. 한편 남편의 뒷바라지에 있는 대로 날카로워진 아내 민경(김호정)은 노는 남편과 걸핏하면 집을 나갔다 들어오는 친정아버지 때문에 심경이 괴롭다. 이렇게 오순도순 네 가족의 하루는 늘 비슷한 패턴으로 돌아가고 있다.

-먼저 이 영화의 남선호 감독은 그 프로필이 독특하다. 주인공 상훈(김유석)처럼 그 역시 비슷한 인생을 걸어왔다. 남선호 감독은 남들이 모두 알아주는 서울대씩이나(?) 나와서 러시아 국가 영화 위원회 로스키노 산하 영화 학교를 졸업했다. 어디 그뿐이랴. 본인 말로는 Q채널 다큐멘터리 제작 등 소일거리들을 해왔다지만 그의 이력서에 6개월 이상 다닌 정식 직장이란 없다. 극단에서 연출 활동도 했고, 여균동 감독의 장편영화(*<맨>)에 조감독으로 참여했다지만 88년에 졸업한 사람의 이력치고는 너무 허전하다. 그렇다면 그는 과연 어디서 무얼 하다 이제야 첫 작품을 가지고 나타나게 된 걸까. 그 과정과 이유가 궁금하다면, 그의 영화 <모두들, 괜찮아요?>를 보면 된다.

-애초에 ‘영화감독이 되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했던 시나리오는 주인공 상훈의 입을 통해 감독 지망생의 하루를 보여준다. 상훈은 마누라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궁색하게(?) 살고는 있지만 그다지 죄책감은 느끼지 않으며 때로는 당당하다. 맘씨도 좋지, 장인어른을 모시면서도 다른 남편들처럼 툴툴대지 않는다. 한때 잘나갔던 무용수였던 와이프는 이제 먹고 살기 바쁜 학원선생님이 되어 있다. 자, 이 모든 상황에서 집안 꼴은 어떻게 돌아가게 될까. 주인공 상훈과 그의 아내 민경(김호정)은 공과금 연체료 문제로 목에 핏대 세워가며 싸운다. 그리고 꽥꽥 소리 지르는 아내 앞에서 상훈은 이렇게 외친다. “그래, 나도 남들처럼 벌어다주면 될 것 아니야?!”

-감독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한 이 영화는 보는 내내 크고 작은 웃음을 자아낸다. 어쩜 이리도 우리네 사는 이야기와 꼭 같은지 실로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에피소드들이 줄을 잇는다. 특별한 사연이나 사건 없이 마무리되는 구성 역시 편안하기 그지없다. 억지로 커다란 자극을 삽입했었더라면 오히려 억지스러울 뻔했다. 남선호 감독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아, 저렇게 사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영화감독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감독이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설파했다.(*이런 류의 일장연설도 백수로서의 자질이자 조건이다.) 이 영화는 그런 감독의 의도에 충분히 화답한다. 적어도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찌푸린 인상보다는 화사한 미소를 띤 채 극장 문을 나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정한석 기자의 좀 진지한 리뷰. 그는 이 영화를 '서로 사랑하는 개털 인생에 대한 영화'라고 규정한다. 그러니까 영화 제목은 개털 인생들에 대한 안부 인사 정도 되겠다.

씨네21(06. 03. 21) 상훈(김유석)은 7년째 데뷔작을 기다리는 만년 영화감독 준비생이다. 하지만 그를 응원하는 어린 아들 병국(강산)의 웅변을 빌려 말하자면, 그도 엄연히 영화감독이다. “영화 한편도 안 만든 영화감독이 어디 있느냐”는 친구의 놀림에도 병국은 “수박장수가 하루 종일 수박 한개를 못 팔았다고 수박장수가 아니냐”고 응수하며 아버지를 변호한다. 한편 상훈에게는 아들 병국처럼 힘이 되는 응원 가족이 있는가 하면, 함께 사는 장인처럼 애먹이는 가족도 있다. 치매에 걸려 툭하면 가출하는 장인(이순재)은 시간 많은 상훈이 주로 돌보아야 하는 골치 아픈 보호대상이다. 장인은 젊은 시절 역마살 낀 삶을 살았고, 가무를 낙으로 여기며 살아온 소문난 한량이었고,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 서로 배다른 아들딸을 낳았지만, 지금은 치매로 그들을 구별조차 못하며 막내딸 민경(김호정)의 집에 얹혀산다.

-민경, 남편 상훈의 소개에 의하면 그녀는 촉망받는 무용가 지망생이었지만, 지금은 아귀같이 소리지르며 학원생들을 호통치는 억척이 무용학원 원장이다. 동시에 그녀는 아들 병국과 남편 상훈과 아버지의 생계까지 모두 떠맡고 있는, 지치고 상처받은 이 집안의 진짜 가장이다. 바로 이들이 <모두들, 괜찮아요?>의 가족 구성원이다. 이 가족에게 괜찮지 않은 일들이 조금씩 벌어진다. 착하기는 하지만 실없이 구는 상훈이 다른 여자에게 과도한 친절과 관심을 표하면서 아내 민경은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게다가 민경의 배다른 오빠가 아버지를 찾아오며 집안에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그런 일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겠다고 몰래 녹음기를 켜두고 있던 상훈의 행동이 결국 부부싸움을 불러 별거에까지 이른다.

-<모두들, 괜찮아요?>의 애초 제목은 <영화감독이 되는 법>이었다. 제목이 바뀐 것인데, 내용을 이해하는 표지로는 적절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상훈은 말끝마다 영화감독이 어쩌고저쩌고 하지만, 실상 영화에는 상훈의 사회적 처지를 절실하게 상기시킬 만한 내용, 즉 영화감독이 되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 절차를 밟는 것인지에 대해 보여주는 일화가 거의 없다. 동료의 촬영장에서 잠깐이나마 현장의 공기를 맡는 그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여주는 것 정도다. 일화는 오로지 가족간 관계 내에, 그것도 언제나 화해 가능한 상태로만 잠재적으로 있을 뿐이다.

-그래서 가식으로 뒤덮인 사회의 일면을 비릿하게 풍자하거나, 그 반대로 아름다운 꿈을 잡기 위해 무작정 갈망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플란다스의 개>의 주인공처럼 교수가 되기 위해 돈을 갖다바치거나 억지로 폭탄주를 마셔야 하는 사회적 설움의 에피소드, <불후의 명작>처럼 로맨스로 현시된 사회적 인정의 판타지 등으로 나아가지 않는 영화다. 인물들이 고민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 이 집안, 이 가족의 문제다. 그러므로 <모두들, 괜찮아요?>는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이야기 혹은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데 되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런 사람이 하나쯤 속해 있는 어느 서민층 가족 공동체의 이야기다.(*참고로 말하자면, 봉준호의 <플란다스의 개>는 '사회적 약자'인 시간강사 일반에 '백수'의 이미지를 들씌운, 사상이 의심스러운 영화이다!) 

-남선호 감독은 그 이야기를 하는 방법으로 자전적 경험에서 영화의 상당 부분을 뽑아냈다고 한다. 오랜 기간 장편 데뷔작을 만들기 위해 준비해온 상황 자체가 그 자신의 경험이고, 영화 속 가족 캐릭터의 구현도 자신의 가족을 돌아보며 가공한 것이다. 무엇보다 자전적인 솔직함에 기초하면서도 자기 연민으로 채워진 일기장이나 반성문이 되지 않은 것은 이 영화의 큰 장점이다. 게다가 역량있는 배우들과 그들이 맡은 흥미로운 인물들은 서로를 잘 찾아들어 그 장점을 더 살려준다. 대체로 3인의 배우들- 김유석, 김호정, 이순재- 은 각자의 초상을 잘 그려내는데, 그중에서도 민경 역을 맡은 김호정은 천성적으로 갖고 있는 여러 음색의 목소리를 잘 드러낸다. <플란다스의 개>에 비슷한 역할을 맡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하지만 각자의 초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속으로 놓고 보아야 의미가 통하는 가족 초상에 관한 삼면화라고 이 영화를 이해할 때, 서로의 화폭이 묶여 뭔가 흥미로움을 발생시켰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아마도 그건 이상하게 이 영화에 강박적으로 배어 있는 소박함의 지향 때문에 생긴 결함이 아닌가 싶다. 소박해야 한다는 자기 규율의 느낌, 그건 저예산의 표현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되도록 영화를 거창하게 보이고 싶지 않다는 자의식이 작동한 결과로 보인다. 뭔가 수사와 장치들이 따라붙으면 안 된다고 결정한 셈이다. 하지만 소박한 인물들을 살게 하는 것과 영화 자체가 소박한 무엇이 되어버린다는 것은 전적으로 다른 의미다.

-물론 이 영화는 어딘지 모르게 ‘빈자들의, 하지만 서로 사랑하며 힘을 내는 빈자들의 영화’라 불릴 만한 구석이 있다. 이건 결국 같은 의미에서 서로 사랑하는 개털 인생에 대한 영화다. 답답한 마음에 점집을 찾아간 민경에게 무속인은 남편 상훈을 가리켜 ‘개털 인생’이라고 말하는데, 상훈만 개털인 건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그런 상훈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촉망받는 무용가의 꿈을 접고 힘들게 학원을 운영하는 민경도 개털이고, 세월의 힘에 밀려 자아를 잃고 육신만 남은 그녀의 아버지도 개털이다. 그리고 그걸 보는 관객도 상당수는 그들만큼 개털이고, 빈자다. 모두들 괜찮냐고 물어보는 건 그런 마음에서 나온 표현일 것이다. 삶의 암담함이 목까지 차올라 점쟁이라도 찾고 싶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싸움과 화해를 반복하며 하루를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라면 이 가족의 초상을 감싸안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언제나 문제는 여기다. 그런 사람들은 세상에 너무 많다. 영화가 항상 영화적인 말걸기를 따로 시도해야 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비영화적인 면에 의해 이해 가능한 영화가 된다는 것은 영화로서는 슬픈 일이 아닌가. 더구나 이 영화는 일반 모두를 겨냥해 보편적 감정이 전달되기를 희망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기 위해 더 풍부한 조음이 필요했거나, 더 집요한 천착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남는다. 비유컨대 <모두들, 괜찮아요?>는 재즈처럼 편안하고 자유로운 무언가로 받아들여지길 스스로 희망한 것 같은데, 의아한 건 그 백미가 될 만한 즉흥연주를 들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그러니까 이 영화의 감동이 '비영화적인 면'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이 되겠다. 기자는 '개털' 감독에 대해서 너무 많은 걸 기대했던 게 아닐까? "감독이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설파하는 감독에게 말이다.)

06. 0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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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6-04-17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결혼원정기는 재미있게 보았는데 이것도 관심 두어 볼께요.

로쟈 2006-04-17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괜찮은 영화'일 거 같습니다...
 

토요일 오전에 결혼식에 갔다가 <근대문학의 종언>(도서출판b, 2006)의 역자를 만났다. 바로 물어본 것은 책의 근간 여부였는데, 벌써 깔렸다는 것이었다, 이번주에 말이다(알라딘의 새로나온 책 코너는 언제나 뒷북친다). 몇달 전 근간 소식을 접하고 고대하던 책이었던 만큼 제일 먼저 꼽는 건 당연한 일이겠다(이미지를 띄우는 기능이 오락가락 하는 바람에 이 페이퍼는 언제 완결될지 알 수 없다).

 

 

 

 

한 차례 날려먹고 다시 쓴다. 하지만 조금 짧게. 어쨌든 가라타니 고진(1941- )은 현재 비평가로서 일본 최강이며 그런 만큼 최우량의 퀄리티를 보증한다. 신간 또한 예외가 아닐 거라고 믿어봄 직하다. 책의 표제가 된 글은 이미 <문학동네>(2004년 겨울호)에 '근대문학이 종말'이란 제목으로 게재되어 국내에서도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리고, 그걸 포함하고 있는 고진의 최신간 비평집이 <근대문학의 종언>이며 일어판은 작년 11월에 출간됐다. 그런데 불과 5개월 만에 국역본이 출간된 것이니까 이런 유형의 책에 관한 한국의 출판관행에 견주어 이례적이며 파격적이다. 그 '스피드'에 있어서 거의 일본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역자와 출판사의 '순발력'이 놀라울 뿐(역자는 이미 고진의 비평집 <언어와 비극>(도서출판b, 2004)를 옮긴 바 있는 '전문가'이다).  

 

일어본의 부제는 '가라타니 고진의 현재'이고, '가라타니 고진 사상, 총결산과 새로운 전개'라는 광고문구가 큼지막하게 달려 있다. 그의 <일본근대 문학의 기원>이 '대외적인' 출세작이었으므로 <근대문학의 종언>을 계기로 '총결산'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이래저래 합당하다. 그 종언 이후의 새로운 전개(신전개)란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은가? 

 

 

 

 

두번째 책은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페이비언 사회주의>(아카넷, 2006)이다.  흔히 신랄한 독설가이자 <인간과 초인> 같은 희곡 작가로 잘 알려진 버나드 쇼이지만, 사회주의 사상서까지 쓴 줄은 미처 몰랐었다. '이상주의, 점진주의, 의회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사회주의 이념으로 영국 노동당의 정치노선을 대변한다는 것이 페이비어니즘인데, 쇼는 그 핵심멤버였던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참고가 될 만한 칼럼의 일부를 옮겨오면 이렇다. 김성이 교수(이화여대, 사회복지학)의 국민일보 칼럼(05. 12. 14)이었다.

 

 

 

 

-근세 영국의 사회보장제도는 베버리지 보고서에서 기인한다. 베버리지는 “나는 사회주의가 민주주의적 조건하에서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다” 라는 이념으로 영국 사회보장에 기초가 되는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이 베버리지 보고서를 기초로 하여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장하는 영국의 사회보장제도가 설립되게 되었다. 이베버리지에게 영향을 준 것은 영국의 사회개혁을 부르짖는 페이비언 협회의 결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버리지는 청년기 때 토인비홀에서 불우이웃을 위한 사랑실천 운동을 했으며, 페이비언 협회에 가입하여 자본주의의 자유시장체제와 사회주의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다. 페이비언 협회는 1884년 영국에서 소수의 지식인에 의해 설립되어 점진적인 사회개혁을 주장하는 단체로 발전되었다. 페이비언(Fabian)이란 한니발 대군을 격파한 로마 장군 파비우스(Fabius)에서 기인한다. 그는 카르타고 전쟁에서 접전을 피하고 꾸물거린다고 로마 시민으로부터 비난을 많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호기를 포착해서 한니발을 격퇴하여 로마를 구했다는 고사에서 나온 것으로 페이비언주의의 기본 이념은 점진적 사회개혁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페이비언 협회는 사회개혁의 네 가지 원칙을 강조한다. 첫째, 민주적이어야 한다. 모든 국민이 사회개혁에 대하여 대응할 준비가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둘째, 점진적이어야 한다. 개혁의 속도가 사회혼란을 야기시켜서는 안 된다. 셋째, 도덕적이어야 한다. 부도덕한 것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더욱 도덕적이어야 한다. 넷째,그 어떤 개혁도 입헌적이고 평화적이어야 한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페이비언 협회는 침투와 설득이라는 전략으로서 사회개혁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상대방을 적으로 간주하지 않고 설득의 대상으로 삼았다. 페이비언 협회의 노력 결과 런던의회가 개최되었고 구빈활동에 개혁을 가져와 영국 복지국가의 기본을 만들 수 있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복지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복지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자유와 평등의 개념이 조화로운 박애주의 사회가 되어야 한다. 뉴라이트운동은 모든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존중해야 하며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해치는 어떠한 장애물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맞서 싸울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그러한 싸움은 설득과 관용과 용기를 필요로 한다.

 

 

 

 

(*)뉴라이트의 정치이념이 '페이비언 사회주의'와 조화를 이루는 것인지는 의문이지만(어찌됐든 사회주의 아닌가!), 그리고 현재의 영국이 '복지국가'의 모델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페이비언 사회주의 유래와 내용은 그러하다고 한다. 쇼의 책은 그 이념적 정수를 짚어내고 있는 책이고. 버나드 쇼의 신간들 가운데에서는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이너북, 2005)을 바그너의 원작 <니벨룽의 반지>(책과소금, 2005)와 함께 읽어보는 게 그간의 희망사항이었는데, <페이비언 사회주의>를  추가해야 될 모양이다. 덧붙여, 지난번에 자유주의 관련서들을 짚어보았던 김에 이번에는 사회주의 관련서 몇 권의 이미지도 띄워둔다.   

 

 

 

 

세번째 책은 지구상에서 최초로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시켰던 나라, 그리고는 현실 사회주의를 지난 세기에 끝장낸 나라 러시아의 경제사를 다룬 따찌야나 찌모쉬나의 <러시아 경제사>(한길사, 2006)이다. 다루는 범위는 방대해서 고대 러시아부터 푸틴(뿌찐) 시대까지이다. 소개에 따르면, "책은 총2부 1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연대기적 순서에 따라 기술되어 있다. 제1부은 고대부터 1917년 10월 혁명 이전까지의 시기인데, 기존 연구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부분들-고대와 중세의 러시아 경제-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지식을 좀더 상세히 알 수 있다. 제2부는 10월 혁명부터 뿌찐 시대 초기까지의 경제개혁을 다루고 있는데, 기존의 책들과는 시각이 전혀 새로운 뿐만 아니라, 1990년대의 시장경제 체제개혁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워낙에 이 분야의 책들이 드문지라 따로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러시아 경제발전사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정치, 사회 등 폭넓은 범위에 걸쳐 풍부한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는 교양서로서도 가치가 있다"고 하니까 두루 읽어보심이 어떠할까? 참고로, 저명한 경제사학자 알렉 노브의 <소련경제사>(창비, 1998)는 이미 오래전에 출간된 바 있다. 나란히 꽂아둠이 마땅하다.  

 

 

 

 

네번째 책은 알코올 소비 세계 1위국인 러시아와 결코 무관하지 않은 테마의 책이기도 한데(러시아의 술 얘기는 <굿모닝 러시아> 참조),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 장 메종디외의 <여자와 남자 그리고 알코올>(정신의서가, 2006)이다. 부제는 '사랑의 이야기'.(아마 러시아판이었다면, '알코올 중독 이야기' 정도가 부제로 어울림직하다.) 내용은 제목 대로라면,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알코올이 무슨 역할을 할까, 정도를 기대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알코올 중독이라고 말하는 알코올 의존증과 남성성·여성성의 관련성을 살펴본다"고.

"오랫동안 알코올 의존증 환자들을 치료해 온 지은이가 만난 남녀 알코올 의존증 환자들의 사례를 분석하여 술의 이면에 감춰진 인간의 사랑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벗겨낸다. 이 책은 알코올 의존증에 대한 흔한 질문으로 시작된다. 알코올 의존자들은 어쩌다가 그렇게 비정상적으로 술을 마시게 되었을까? 이는 알코올 중독의 원인이 술뿐이 아닌 심리적인 데에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지은이가 찾아낸 심리적 원인은 여성성과 남성성의 고정된 타입을 강요하는 사회문화이다. 남성은 과음으로 남성성을 확인하고 싶어하고, 반대로 여성은 여성스러움이 강요하는 결함을 은폐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 지적은 술 없이는 이성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지 못하는 남녀의 생리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더 나아가 사람은 관계를 가깝게 만들기 위해 술을 마시는가, 아니면 술은 역설적으로 관계를 갈라놓는 벽인가의 흥미로운 의문을 제기한다."

사실 이런 내용 소개보다 좀더 눈길을 끄는 것은 책의 한 소제목인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술을 마셔요, 내 사랑" 같은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 사이의 러브샷이라는 게 있긴 하지만, 러브샷 때문에 알코올 중독에 빠졌다는 얘기는 들어본 바 없다. 우리는 흔히 사랑하고 싶지만/있지만, 사랑해서는 안되는 사람을 두고서 술을 마신다. 엄청. 그게 알코올 중독의 흔한 시작 아닌가?(하다못해 황태자 주지훈도 한번 실연을 하고 소주를 하루에 3-4병씩 한달을 퍼마셨다지 않은가?) 그리고는 이렇게 주절거리곤 한다: "당신과 나, 알코올과 함께, 죽는 날까지". 결론? "알코올이냐 여자냐, 그것이 문제로다."

알코올이라면 황태자급에 해당하는 이들이 작가, 예술가들이다. 이 주당들의 면면들은 <알코올과 예술가>(마음산책, 2002), <작가와 알코올 중독>(랜덤하우스중앙, 2005) 등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문학작품으로는 '미라보 다리'의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알코올>(문학과지성사, 2001)이 가장 유명하다. 이 시집 연구서로는 황현산 교수의 <얼굴 없는 희망>(문학과지성사, 1990)이 있다.  

 

 

 

 

네번째 책은 미국의 전설적인 얼터너티브 록밴드 '너바나'의 리드싱어였던 커트 코베인(1967-1994)의 평전으로, 음악/연예 전문기자라는 찰스 크로스의 <커트 코베인 평전>(이룸, 2006)이다. 27살에 자살을 선택한 코베인은 부모의 이혼으로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고, 이를 정서적 바탕으로 하여 현실에 대한 분노와 좌절, 냉소 등을 펑크록에 담아 표출했다고.

 

 

 

 

사실 나는 너바나의 음악이나 커트 코베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그의 아내였던 커트니 러브를 먼저 알았을 정도이다).

미국의 현대 팝음악에 대한 나의 취향은 '도어즈'의 짐 모리슨에서 R.E.M 정도까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낙에 '전설'로 남은 리더이고, 그룹인지라('너바나'는 물론 불교에서 해탈을 뜻하는 '니르바나'를 영어식으로 읽어준 것이다. 그런데, 밴드 이름이 '니르바나'라고 하면 왜 촌스럽게 들릴까?) 이런저런 귀동냥으로부터 면제될 수 없었다. 또,코베인의 개인사 못지 않게 당대의 문화사에 대한 식견도 얻을 수 있을 거 같아 이 평전에 눈길이 간다.  

다소 늦게 눈에 띄었지만, 이 평전과 마침 같이 읽을 만한 책으론 조지프 하스/앤드류 포터 공저의 <혁명을 팝니다>(마티, 2006)가 있다. 하버마스의 제자들이라는 두 저자는 1960년대 이후 서구를 휩쓴 반문화(counter culture) 운동의 '신화'를 낱낱히 까발린다고. 한 서평에 따르면, "잘못된 반문화의 이상에 헌신"해온 서구의 진보 좌파에 대한 통렬한 공격을 가한다. '문화적 저항'이란 신화에 (아직도) 기대와 미련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볼 만한 책으로 보인다.

 

 

 

 

끝으로 다섯번째 책은 작가 김훈의 첫 소설집 <강산무진>(문학동네, 2006)이다. 여러 일간지에서 이에 관한 기사를 싣고 있는데, 여기서는 문화일보(06. 04. 17)의 인터뷰 기사를 옮겨온다.

-김훈(58). 1995년에 장편소설 <빗살무늬 토기>를 펴낸 직후 바로 문단의 큰 나무가 돼버린 사나이. 장편소설 <칼의 노래>(2001년), <현의 노래>(2004년)로 우리말 문학의 아름다움을 한껏 쳐든 언어의 수공업자. 그가 첫 중·단편 소설집 ‘강산무진(江山無盡)’을 펴냈다. 8편의 작품을 모은 책의 제목은 조선 후기 화가 이인문의 산수화 이름에서 따왔다. 책이 담고 있는 풍경은 이승과 저승, 생시와 꿈의 경계를 넘어 무한히 펼쳐져 있는 그림의 강산을 닮았다. 주인공들은 대부분 삶의 불우(不憂)와 슬픔을 늙어가는 육신에 혼자서 짊어지고 막막한 시선으로 이 세상과 그 너머의 풍경을 응시한다. 이들은 자신과 사랑하는 이의 죽음 앞에서도 ‘밥벌이’를 신경써야 하는 당대의 일상을 아픈 심신으로 힘껏 견디면서도 끝내 신음소리를 흘리지 않는다.(*김훈은 항상 자기 자신에 대해서 쓴다. 에세이스트들의 천형처럼.)

-지난 13일 저녁, 경기 일산에 있는 작가의 집 주변의 한 맥주전문점에서 만났을 때 그는 가능하면 소설 이야기를 피하려 했다. 출판사 측은 그가 소설집 출간을 기념한 기자간담회를 싫다고 해서 지인들과의 술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문예지 ‘문학동네’의 신수정 주간과 류보선, 서영채, 이문재, 황종연씨 등 편집위원들, 그리고 일산파 젊은 문인들인 김연수, 김중혁씨 등이 ‘김훈 선생’과 더불어 술잔을 기울이며 소설동네의 경사를 축하했다.

-첫 소설집을 낸 작가는 이날 미치도록 부끄럽다고 되뇌었다. 그에게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억지로 말을 시키자, 이번 소설집이 ‘나’의 이야기에 머무르고 ‘너’ ‘우리’에게까지 넓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더듬더듬 말을 꺼내놨다. 자전거 레이서로서 시속 30㎞까지 달릴 수 있다고 자랑을 할 때와는 판이한, 어눌하기 짝이 없는 말투였다. “나는 편협한 글밖에 못 써요. 개인만 가지고 쓰잖아요. 시대 전체를 보고 역사의 구조를 통찰하는 황석영, 조정래 같은 작가도 있는데, 나는 그게 안 보이니…. 그래도 내 팔자가 있기 때문에 나는 내 글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의 ‘내 글’은 아내의 죽음을 맞거나(‘화장’) 자신이 암에 걸려 죽음 앞에 있으며(표제작 ‘강산무진’)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뒀고(‘고향의 그림자’) 하청업체 사장을 하다가 부도후 택시운전을 하는(‘배웅’) 인물들이 주변 사람들의 삶과 부딪치며 빚어내는 내면 풍경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신 주간은 책 뒤의 해설을 통해 그의 소설이 고대(‘빗살무늬의 토기’)와 역사(‘칼의 노래’ ‘현의 노래’)를 거쳐 3각 꼭짓점처럼 당대의 현실에 이르렀다고 묘파했다.

-탁월한 문학기자로, 에세이스트로 이름을 날리던 그가 소설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 때, 많은 이들이 그의 문체로 소설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다.(*나도 그렇다.) 삶에 깃든 슬픔과 허무를 아름다움으로 한껏 밀어올리는 그의 문체 미학이 저잣거리의 잡사를 다루는 소설에 들어올 수 없다고 여겼던 것. 그는 그러나 발품을 팔아 얻어낸 삶의 거래 현황을 소설 속에서 치밀하게 묘사, 현장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이를 통해 우리 삶의 남루한 구석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독자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안기고 있다.(*아직 확언할 수 없다.) 신 주간은 이를 “새로운 형태의 서정을 획득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주변의 높은 평가와 달리 작가 스스로는 “산문보다 소설 쓰는 게 훨씬 어렵고, 짧은 구조에 완결성을 가져야 하는 단편 쓰기는 참 힘들다”며 “소설을 업으로 삼지 못하고 아마추어로 영원히 머물 것”이라며 사뭇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내 생각도 그렇다.) 그는 그러면서도 소설을 쓰는 일은 모국어와 몸을 힘껏 써야 한다는 점에서 연애하는 것과 같다며 소년처럼 설레는 듯한 미소를 보여주기도 했다. 소설에서 ‘몸’의 미학에 천착해 온 그는 집필할 때 연필로 쓰는 것을 고집하는 까닭이 어깨로부터 팔에 전해지는 힘을 느끼는 게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내가 김훈에게서 가장 높이 사는 것은 이 '소년'의 '연필로 쓰기'이다. 소설의 내용은 상관없다. 거기에 비하면 사소하다. 작가 김훈도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앞으로의 창작 계획을 묻자 그는 요즘 병자호란, 한일합방 등 우리 역사의 치욕이 어떻게 된 것인지 책과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인간의 삶은 영광과 자존, 찬란함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소설이 되지 못한다 해도 그것을 열심히 들여다보는 게 내 일이지요.”(*그 역사의 치욕이 그의 치욕과 어떻게 상관적인지는 다른 자리에서 지적한 바 있다. 김훈에 대한 나의 신뢰는 간혹 위악적인 그의 포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상관성'에 대한 그의 집요한 몰입에 놓인다. 그는 '열심히' 자신의 길을 갈 것이며, 자신의/역사의 치욕을 되뇌일 것이다. 나는 그가 훌륭한 소설가가 아니어도/못 되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06. 04. 15-17.

P.S. 마감후에 눈에 띈 책은 (드디어 출간된) 미하일 바흐친의 <말의 미학>(길, 2006). 원제는 '언어적 창조의 미학'인데, 보기 이해하기 쉬운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바흐친 사후에 편집된 책으로 기억되는데(러시아판 1979년), 초기 바흐친의 주요 이론적 관심과 주장들을 모아놓은 그의 주저이다. 국내에서 한풀 꺾인 듯한 바흐친 '열기'에 다시 기름을 붓는 격이 될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모처럼 출간된 '무게' 있는 저서(580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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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ts 2006-04-16 22:03   좋아요 0 | URL
커트 코베인 사진이 눈에 확 띄네요. 책 소개 기대할께요..^^

로쟈 2006-04-16 23:16   좋아요 0 | URL
이미지를 띄우는 기능이 먹통이어서 손놓고 있습니다. 별거 아닌 걸로 질질 끌어서 머쓱하네요...
 

 

 

 

 

우리에겐 타르코프스키와 소더버그에 의해 영화화된 <솔라리스>(1961)로 더 잘 알려진 원작자 스타니스와프 렘(1921-2006)이 지난달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번주 <필름2.0>을 읽다가 알게 된 사실이지만, <씨네21>의 기사를 옮겨오면, "SF영화 <솔라리스>의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이 지난 3월27일 사망했다. 그의 생명을 앗아간 것은 심장 순환계 문제였다. 그는 폴란드 남부도시 크라쿠프에 위치한 한 병원에서 병마와 치열히 싸웠지만, 84살라는 고령의 나이로 버텨내긴 힘들었던 것."

"스타니스와프 렘은 1974년 로봇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 <사이버리에이드>를 발표하며 SF소설가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지금과 같은 세계적 작가가 된 것은 1984년과 2002년 두 차례나 영화로 만들어진 <솔라리스> 때문이다. 소설은 발표 당시 “상업문학 일변도의 미국 과학소설에 맞서 인류 문명의 오만을 풍자하는 철학적 작품”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1984년작은 러시아의 거장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가, 2002년에는 스티븐 소더버그가 감독을 맡았다."(*기사 내용중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는 1972년작이다. 1984년작이라고 한 것은 부주의한 오류이다.)

사실은 이미 작고한 작가로 간주하고 있었기 때문에(망자에게 용서를!) 그의 부음은 잠시 낯설게 느껴졌다. 어쨌거나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이 참에 아직 챙겨두지 못한 그의 소설을 읽는 것도 올해의 과제로 남겨놓도록 한다(러시아에서는 문학전집이 아닌 철학/사상 전집에 렘의 책들이 들어가 있다). 더 많은 그의 책들이 소개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그의 홈피 등에서 필요한 자료와 이미지들을 옮겨온다. 위의 이미지들은 그의 자전적 회고록 <높은 성>의 영어판과 러시아어판 표지. 그리고 아래는 그의 간략한 전기이다. 뒷부분에는 영어로 돼 있어서 좀 불편하지만, <솔라리스>의 각 장에 대한 해설을 옮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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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bert Wiener begins his autobiography with the words "I was a child prodigy." What I would have to say is "I was a monster." Possibly that's a slight exaggeration, but as a young boy I certainly terrorized those around me. I would agree only if my father stood on the table and opened and closed an umbrella, or I might allow myself to be fed only under the table. I don't actually remember these things; they are beginnings that lie beyond the boundary of memory. If I was a child prodigy, it could only have been in the eyes of doting aunts. (...)

-In my fourth year I learned to write, but had nothing of great importance to communicate by that means. The first letter I wrote to my father, from Skole, having gone there with my mother, was a terse account of how all by myself I defecated in a country outhouse that had a board with a hole. What I left out of my report was that in addition I threw into that hole all the keys of our host, who also was a physician... 

(*)Stanislaw Lem was born in Lvov on September 12th 1921 to a family of a laryngologist. Since 1932 he attended the K. S. Szajnocha II State Grammar School in Lvov where he received a secondary school certificate in 1939. Between 1940 and 1941, after the occupation of Lvov by Soviet troops, Lem studied medicine at the Lvov Medical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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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got there in an indirect way, since I first took the entrance exam at the polytechnic, which I thought was more interesting. I passed the exam but as a representative of the "wrong social class" (my father was a wealthy laryngologist, i.e. bourgeois) I was not accepted... My father made use of his connections and with the help of professor Parnas, a famous biochemist, I started studying medicine - albeit half-heartedly.

(*)During the German occupation Lem worked as a mechanic helper and welder for a German firm that recycled raw materials. In 1944, when the Soviet army occupied the city for the second time, Lem resumed his medical studies. In 1946 Lvov was no longer on Polish soil and Lem as a "repatriate" moved to Krakow where he started studying medicine at the Jagiellonian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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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ould have earned quite well as a welder... On the one hand it seemed tempting, since in Krakow we had to start from scratch. On the other, however, the thought that I would abort my studies was very upsetting for my father. For some time I could not make up my mind and I eventually opted for medical studies. 

(*) Between 1948 and 1950 Lem worked as a junior research assistant at the Konserwatorium Naukoznawcze (The Circle for the Science of Science) lead by doctor Mieczyslaw Choynowski.

-Every few weeks I had to take a night train and travel to Warsaw - I took the cheapest class since I was quite poor in those times - for endless discussions at the publishing house "Ksiazka i Wiedza". They tortured my Hospital of the Transfiguration, the number of critical reviews was continually growing and all of them proved the book's counterrevolutionary and decadent nature. I was told that this and that had to be redone... And since at the same time they gave me hope the book would eventually be published I kept on writing and revising... Because Hospital of the Transfiguration was considered improper from the "ideological point of view" I was obliged to write further episodes in order to achieve a "compositional balance"...

-In 1950 in the house of the Writers Union in Zakopane I met a certain fat gentleman and one day we went for a walk to the Czarny Staw. My companion was Jerzy Panski from the "Czytelnik" publishing house but I did not know it at that time. During our trip we talked about the absence of polish science fiction... Panski asked whether I was capable of writing such a book. I answered "yes" - not knowing who my companion was, thinking it was just an ordinary fat fellow who happened to be staying at the "Astoria", just as I was. After some time, to my great surprise, I received an author's agreement from "Czytelnik". Having no idea what the book will be about I filled in the blank space with the word "Astronauts"... and in a quite short time I wrote my first book that was soon published.

(*) In 1953 Lem married Barbara Lesniak, a medical doctor (radiolog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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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met her around 1950 and after two or three years of siege she accepted my proposal. We did not have our own apartment at that time; I had a tiny room with mould on the walls and my wife, about to finish her medical studies, lived with her sister at the Sarego Street - so I became a commuting husb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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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ose politically uninteresting times... we used to ski in Zakopane for one month. I also traveled to Zakopane in June because of hay fever, for which there were no medications in those times. I stayed at a house of the Writers Union and worked most of the time. During one of such marathons I wrote Solaris. The same method was employed in the case of some other books. Apart from that nothing interesting was going on; my wife worked as a radiologist and I was an ordinary member of the Writers Union... I still remember my first trips to the East German Republic, with the delegation of Polish writers, and later trips to Prague and the Soviet Union - where they adored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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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 1973 in recognition of his achievements Stanislaw Lem was invited to join the Science Fiction Writers of America. However he was soon expelled from this organization because of critical remarks about low standards of American science fiction.

 

(*) In 1982, after the martial law in Poland, Stanislaw Lem left his homeland to study in Berlin as a scholar of the Wissenschaftskolleg. A year later he moved to Vienna. Living abroad Lem wrote his two last books that belong to the genre "fiction": Peace on Earth and Fiasco. The writer returned to Poland in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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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anislaw Lem is a member of the Polish Writers Association and the Polish Pen-Club. Since 1972 Lem is a member of the committee "Poland 2000" under the auspices of the Polish Academy of Sciences; in 1994 he also became a member of the PAU (Polska Akademia Umiejetnosci).  

 

Introduction

During the Soviet era, Polish writer Stanislaw Lem was the most celebrated SF author in the Communist world. Although he read Western SF when he was young, he soon found it shallow and turned for inspiration to the long tradition of Eastern European philosophical fantasy. Western readers not familiar with this tradition often misread his works, expecting more action-oriented, technophilic fiction. Solaris comes closer to being a traditional SF novel than most of his works, but its main thrust is still philosophical. There is a deep strain of irony which runs through this work, for all its occasionally grim moments.

The great Russian experimental director Andrei Tarkovsky made an important film based on the novel which is considerably more confusing that the book. (The pared-down 2002 version by Steven Soderbergh keeps amazingly close--for a Hollywood film--to Lem's original themes and ideas, but its emotional inertness (particularly on the part of George Clooney) prevents it from having the full effect intended. This is one case where reading the book before seeing the film may help you to experience the intended effect better. Perhaps Soderbergh remembered the anguish of Kelvin so clearly from his reading that he didn't realize the need to convey it more vividly to an audience that would not share the same memories.

Chapter 1: The Arrival

The novel begins as the narrator, a scientist named Kris Kelvin, is descending toward the surface of the mysterious planet Solaris. How many instances can you find in this chapter of failures to perceive, breakdowns in communication, etc.? This is to be the main theme of the book. Whereas conventional SF poses puzzles only to solve them, Solaris concentrates on the puzzling nature of reality and the limits of science. The ship that has brought Kelvin to Solaris is called the Promethus, a name associated with civilization and enlightenment in Greek mythology, but also with condemnation to terrible torment. As he enters the station suspended above the planet's surface, note the many instances of wear, disorder and confusion. In the original Polish, Snow's name is "Snaut." What do the many concrete details given suggest about the state of things in the station? Snow's strange initial reaction to Kelvin will be explained later. What features of this chapter are reminiscent of a mystery story?

Chapter 2: The Solarists

Keep in mind the scribbled word "Man!" as you read on. See if you can understand why someone would have written it. Why does Lem treat Kelvin's "premonition" as he does? Much of this novel is a well-informed satire on the process of scientific research and publication. What may seem to the novice like tedious passages of irrelevant exposition reminiscent of Jules Verne (what modern SF fans call "info-dumps"), are in fact often amusing parodies of academic scholarship--especially those which occur later in the novel. Whether or not you catch the humor in these passages, they are crucial for understanding the central themes of the novel. They provide a wide variety of interpretations which succeed only in revealing the minds of the interpreters, leaving Solaris as mysterious as ever. In this way they are strikingly reminiscent of the writings of another Eastern European master, Franz Kafka.

The ability of Solaris to control its own orbit anticipates some of the wilder fantasies built on the "Gaia hypothesis," according to which Earth has the ability to maintain conditions favorable to life. Solaris' ability to remodel the instruments created to study it resembles quantum physics' uncertainty principle: studying subatomic particles affects their behavior in ways that make it impossible to separate the observer from the observation. This theory underlies the whole novel, and embodies many of the most crucial problems facing modern science. "Ignoramus et ignorabimus" is a slogan of the ancient skeptics proclaiming the impossibility of certain knowledge: "We do not know and we will not [cannot] know." Skepticisms' approach to knowledge is being compared to that of quantum physics. What is the difference between these two theories: the "autistic ocean" and the "ocean-yogi?" What does the condition of Gibarian's room suggest? What plan of Gibarian's does Kelvin discover? In what way does the manuscript of this plan reflect the themes of the novel? Note how the ending of the chapter begins to resemble the mood of a ghost or horror story or monster movie. Watch how Lem begins to depart from traditional "monsters-from-outer-space" themes as the story unfolds.

Chapter 3: The Visitors

Even in 1961 the figure of the "giant Negress" would have been offensive to many Western readers; but keep in mind that Lem was writing in Poland, where there were very few black people. As it turns out, there are good reasons for her stereotypically cartoon-like appearance. How does Kelvin try to get more information about the X-ray experiments out of Snow? How did Gibarian die?

Chapter 4: Sartorius

"André Berton" is a pun on the name of the famous surrealist spokesman and leader André Breton, who delighted in breaking down logic by irrationally juxtaposing objects in an arbitrary fashion--an apostle of disorder and madness. ?artorius?is the name of a thigh muscle, not a common personal name in either Polish or English. Lem studied medicine, and was probably taken by the name when he encountered it in his anatomical studies. The identity and nature of Sartorius's child "visitor" are deliberately kept a secret. One can make guesses, but it would be a mistake to treat this as a conventional "mystery" to be "solved." How do we slowly come to realize that Sartorius' secrecy is motivated not so much by fear as by shame? What is significant about the "Negress's" feet? An old-fashioned technique of discovering whether one is dreaming or awake is pinching oneself. What more sophisticated method does Kelvin invent? What does this mean: "I was not mad. The last ray of hope was extinguished"?

Chapter 5: Rheya

The name rendered "Rheya" here is "Harey" in Polish, doubtless altered because it suggests the English masculine name "Harry." In what ways is Rheya like a traditional ghost? What does the hypodermic needle scar suggest, and how is it connected to what Kelvin "had said to her five days earlier"? Why does Kelvin prick himself with the spindle? How does Kelvin discover that this is not the original Rheya? Avenging ghosts deliberately set out to haunt those who have wronged them. In what way is Rheya different? Does this make her more or less terrible? How is the behavior of this Rheya different from that of the original? Why is it significant that she knows about "Pelvis"? What stops Kelvin from strangling Rheya? Why are there no fasteners on Rheya's dress? "Spanner" is British English for "wrench."

Chapter 6: "The Little Apocrypha"

Why is Snow now more willing to visit with Kelvin? The reference to the well-aimed ink bottle comes from a famous incident in which Protestant reformer Martin Luther was visited by the Devil in his study one day and threw an ink-bottle at the figure to frighten it away. Supposedly the stain of the ink remained visible on the wall. What does Snow mean by saying "We have two or three hours at our disposal"? Although scopolamine is famous as "truth serum" it is also a powerful sedative, and that is its use here. What is Snow's theory about the nature of the " visitors"? Snow's long speech on space exploration in the paragraph which begins "It's almost as if you're purposely refusing to understand" is one of the best-known and most often-quoted in the book. What are its main themes and how do they relate to traditional science fiction? "Succubi" is the plural of "succubus," a sort of evil spirit who haunts men by having sex with them. Why is Snow convinced that Solaris is not trying to destroy them? Why does Kelvin consider it important to point out to Snow that his burn wounds have not healed?

Note that this being the early sixties, a growth of beard is considered a sign of emotional collapse. Why does Snow say it might be worth while staying on Solaris although they cannot learn anything about the planet? To understand Berton's theory of how the ocean operates, one must understand something of Freud's theory of the unconscious (not to be confused with the "subconscious"). The unconscious consists of feelings and memories which have been suppressed from the conscious mind by "contrary feelings" mostly having to do with shame and guilt. Although they are not accessible directly, their presence is revealed in a distorted form in dreams and as a powerful distorting force which can cause involuntary mistakes in speech ("Freudian slips"), and neurotic obsessions and illnesses of various kinds. How do Solaris' activities seem to relate to the unconscious? Be careful not to use the common misspelling "unconscience."

Chapter 7: The Conference

What is different about Kelvin's second encounter with a "Rheya"? Why is he so horrified by the sight of the two dresses? What are the main superhuman qualities of "Rheya"? What can you infer from "Rheya's" eating patterns? What does Kelvin discover about the visitor's blood? The objections to Kelvin' s neutrino theory are perfectly sound. The whole passage is merely a pseudo-scientific way of expressing a mystery, though the basic concept is important to grasp. The ocean has somehow created objects with a structure that differs at the deepest level from ordinary atomic structure. An angstrom is one-hundred-millionth of a centimeter. A neutrino has almost no mass and hardly interacts with other matter at all. It therefore makes a good basis for an unsolvable mystery. It is not clear whether or not there is any conscious intention behind the creation of the "phi-creatures." Which possibility is more frightening, in your opinion?

Chapter 8: The Monsters

In what way is this speech of "Rheya's" ironic: "I'm such a coward"? What kind of book does "Rheya" choose to examine? In the long passage describing Giese's work we learn more about the "mimoids." Their name comes from "mimic" and the suffix "oid," which implies similarity. This sort of loving detail is a feature of Jules Verne's fiction, but here it serves a different function. Whereas Verne is seeking to educate (sometimes simply copying out long passages from reference books), Lem uses a Kafkaesque technique to bewilder the reader with a plethora of concrete detail which does little to unveil the mystery, only multiplying possibilities, though in brilliant language. An "erg" is the standard unit of energy, defined as the amount of work done by one dyne acting through a distance of one centimeter. A dyne is the unit of force which in one second can alter the velocity by one centimeter per second of a mass of one gram. Analyze the philosophical statement in the paragraph which begins "The human mind is only capable. . . ." What are its implications? How has Kelvin's attitude toward "Rheya" changed? What does "I'm divorced" mean? According to Freud, the rational and moral parts of our mind dwell in the conscious realm. It is their activity which keeps the unconscious suppressed. Therefore what is the point of beaming encoded versions of their conscious thoughts at the ocean via X-rays? What is the alternative plan, and how does it differ from this?

 

Chapter 9: The Liquid Oxygen

How is the arrival of the "new" Gibarian different from the other strange appearances which have occurred? What has happened to the tape recorder, and why is it important? What is different about the suicide in this chapter? What does "Rheya" learn from it? How have Kelvin's feelings changed? How have "Rheya's" feelings about herself changed? "First contact" with an alien species is a major theme in SF. What does Kelvin have to say on this subject?

Chapter 10: Conversation

Why does Kelvin shout "You're out of your mind!" when Snow suggests that he determine whether the phi-creatures can exist away from the planet's surface by examining the vehicle he earlier launched into orbit? According to the Greek historian Herodotus, when the Persian general Xerxes was frustrated in his attempt to invade Europe by a storm at the Hellespont which made it too rough to cross, he had the stream scourged by beating it with rods, cursing it. This has traditionally been used as an illustration of tyrannical egotism and irrationality. In the paragraph beginning "I'll give you an answer" Snow keenly analyzes Kelvin's motives. What are his main points? Why is Kelvin afraid to carry out the proposed experiment?

Chapter 11: The Thinkers

According to Kelvin, what did human beings have in mind when they first set out for other worlds? This chapter contains a long satirical passage in the Kafkaesque mode tracing the history of Solaristics, a passage also reminiscent of some of the stories of Jorge Luis Borges. The more scholarship you have read, the more amusing it will be. If you are not familiar with much of this sort of thing it may well seem pointless. Identify a few of the patterns that run through this history. The most important passage, one which underlies the philosophy of the entire novel, concerns the pamphlet by Grastrom. This is the other most famous passage in the novel. What are its main messages?

Chapter 12: The Dreams

Describe Kelvin's dream (the long one, told in the paragraph beginning "On the fifteenth day"). What do you think it means? When Snow calls Sartorius "Faust in reverse" he is thinking of the fact that one of Faust's first uses of the devil's powers after signing his famous contract was to make himself decades younger, greatly prolonging his life. "Agonia perpetua" is Latin for "eternal torment, referring to the punishment of the damned in Hell. Snow calls Rheya " Aphrodite, child of Ocean." Why? (Hint: look up Aphrodite in any encyclopedia or mythology handbook.) What do you think Kelvin is feeling in the last paragraph of this chapter?

Chapter 13: Victory

Why can't Rheya and Kelvin "live happily ever after?" How does Kelvin's last dream affect the emotional impact of the immediately following scene? Why does Kelvin want to destroy Solaris at first? What does this title of this chapter mean?

Chapter 14: The Old Mimoid

How has Kelvin been changed by his relationship with "Rheya?" Manicheanism was a religion founded by a third-century prophet named Mani, distantly related to Persian Zarathustrianism. Like the latter, it argued that the presence of evil in the universe could be explained by the existence of an evil god named Ahriman who was perpetually in conflict with a good God named Ahura-Mazda. The sort of imperfect god Kelvin describes had in fact been described by at least two writers before him: Nikos Kazantzakis presents such an image of God in many books, particularly The Saviors of God, and Olaf Stapledon in The Star-Maker; and Lem specifically acknowledges having read the latter.

What is the argument that Kelvin makes against the ability of human beings to create gods according to their individual desires? What do you think of this argument? What do you think Kelvin is trying to do as he plays with the waves? Why is it significant that he cannot actually touch the surface of the ocean? What does the growth of the flower in his hand suggest? "Finis vitae sed non amoris" means "life ends but not love." What does the last sentence of the novel mean?

06. 0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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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단의 화제는 단연 문태준 시인이다. 최근에 소월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기 때문인데(수상작은 '그맘때에는'), 이런 수상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 2000년대 한국시단이 '문태준과 아이들', 혹은 '문태준과 바퀴벌레들'로 요약될 수 있다고 적은 바 있는데, '바퀴벌레 시인들'의 근황도 계속 소개한 김에 문시인, 혹은 문사마의 족적도 확인해두도록 한다. 아래는 시 '그맘때에는'과 문화일보(06. 04. 13)의 기사이다. "문태준 시인, 서른여섯살의 ‘詩壇 돌풍’"이란 타이틀이고 작성자는 장재선 기자이다(*신작 시집 <가재미> 등의 이미지를 추가한다). 

그맘때에는

하늘에 잠자리가 사라졌다

빈손이다

하루를 만지작만지작 하였다

두 눈을 살며시 또 떠보았다

빈손이로다

완고한 비석 옆을 지나가보았다

무른 나는 金剛이라는 말을 모른다

그맘때가 올 것이다, 잠자리가 하늘에서 사라지듯

그맘때에는 나도 이곳서 사르르 풀려날 것이니

어디로 갔을까

여름 우레를 따라갔을까

여름 우레를 따라갔을까

후두둑 후두둑 풀잎에 내려앉던 그들은  

 

 

-70년 개띠, 만 서른여섯살의 문태준 시인이 권위있는 각종 시문학상을 휩쓸고 있다(*동갑네기 소설가 김연수가 경북 김천 출신이 그의 동향 친구라고). 2004년 말 동서문학상을 시작으로 노작, 유심, 미당문학상을 거머쥔 데 이어 지난 10일엔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제 겨우 두권의 시집을 펴낸 그가 시단의 중진, 원로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스타 시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문단 일각에서 제기하는 ‘문태준 안티론’의 정체는 또 무엇이며 문 시인 자신은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나갈 것인가.

“대표주자가 될 만하다”=소월시문학상 심사위원인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소월시문학상 심사위원회(오세영, 김명인, 최동호, 권영민, 문정희)는 문 시인의 시 작품 ‘그맘때에는’ 외 15편을 대상작으로 발표하며 “삶에 대한 깊이있는 천착에서 우러나오는 빼어난 시적 언어를 건져올렸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오세영 시인은 “생에 대한 철학적 깨달음을 미학적 형상성과 잘 결합시킬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문태준 시인의 탁월한 시적 재능”이라고 말했고, 최동호 시인은 “새로운 시대의 서정시의 한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로써 보면, 문 시인이 문학상을 많이 받게 된 이유는 진지한 철학적 사유와 언어미학을 건축하는 특별한 재능에 있다. 무엇보다 울림이 깊은 서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곽효환(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시인은 “찰나의 깨달음을 표현해내는 선적(禪的) 직관이 전문 독자, 즉 선배 시인들에게 좋은 느낌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의 실험, 해체를 통한 난해시 경향을 우려해온 중진, 원로들이 문 시인을 통해 한국 현대시에서 서정성 회복의 가능성을 본다는 것이다(*쉽게 말하면, 문시인은 '어르신'들이 딱 좋아할 만한 시들을 쓴다). 문 시인 자신도 “시가 독자로부터 멀어진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선 서정성의 부활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좋은 서정시는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메시지를 갖고도 쓸쓸하고 아름다운 느낌을 주는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과도한 스타 만들기”↔“시로 말하겠다”=문 시인이 아름다운 서정시를 쓰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상을 몰아주는 것은 지나친 스타 만들기라는 지적이 있다. 지난해 말 존재의 소통 문제를 주로 다룬 첫 시집을 펴낸 한 젊은 시인(32)은 “문 시인이 상을 휩쓰는 것은 시단의 주류인 심사위원들의 연령, 성향이 큰 영향을 미친 듯하다”며 “우리 시의 미래를 위해선 서정시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개성적인 실험도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바퀴벌레 시인들에게도 주목을!).

 

-문학평론가인 김수이 경희대 교수는 문태준 시의 일정한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그의 작품이 현실에 눈감은 ‘자연의 매트릭스(가상공간)’에 의지하고 있다”며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인간을 포함한 자연물들의 갈등과 악전고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그런데, 그게 한국시의 주류 아니었나?) 


-문 시인은 이에 대해 “당대의 현실을 시 작품에 드러내는 것은 다른 시인들이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 존재의 성찰에 당분간 몰두해 내 안의 갈등, 욕망, 비겁함, 추레함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 어머니를 따라 사찰에 다녔다든지, 중학교 때 크게 아팠다든지 하는 경험이 자신의 시적 성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듯싶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불교의 세계에 천착해온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의 고민이라는 것(*그는 불교방송의 PD로 일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의 시세계에 대해 “사람 마음이 계속 바뀌며 자아가 분열하는 모습을 악동(惡童)의 마음으로 그려내고 싶다”고 털어놓은 뒤 곧 “시인이 자신의 시쓰기 전략을 직접 말로 하면 안되는데…”라고 중얼거렸다.(*해탈의 경지를 보여주기에는 그는 아직 젊은 시인이다. '악동의 마음'에 더 많은 기대를 걸어보기로 한다.) 

 

06. 04. 14./ 06. 0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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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을뭐라하지 2006-04-14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해인가 지지난해인가 잡지 [GQ]에서 많은 시인들에게 이런 류의 질문을 했었죠. "최근 가장 인상 깊게 본 시는? (뭐, 대략 이런 비스무리한 느낌의 질문이었던 듯) 많은 시인들이 문태준의 '맨발'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더랬죠. 상 때문에 스타가 되었다기보단 이미 많은 시인들에게 그의 시가 인정을 받았다고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에또- 최근 "펭귄뉴스"란 소설집을 낸 김중혁 씨도 동향 친구라지요-

로쟈 2006-04-14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저도 그런 내용을 페이퍼에 쓴 적이 있습니다. '가자미'란 시도 올해의 시로 꼽혔었지요. 동시대 시인들에게서 '인정' 받는 시인이기 때문에, '문사마의 시대'라고 제목을 붙였습니다. 시의 메인스트림.

한데, 어느 시인의 볼멘소리처럼, '상복있는 시인'의 함정은 본의아니게 '시는 이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다른 시인들이나 독자들에게 '강요'한다는 것이죠. 시의 나라는 아주 넒고도 깊은데도 불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