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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난로, 구들방을 데우다 - 서양식 벽난로와 전통 구들의 만남
이화종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별이 빛나는 창공을 봐야 갈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 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 중에서
언제나 살아오면서 난 리얼(real)을 부러워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의 대부분은 체험이 아닌 책이나 비주얼 매체를 통해 얻은 버츄얼(virtual)한 것이다. 즉 난 입만 살은 놈이란 뜻이다. 무언가 많이 알고 있는 양 해도 실제로 해보라면 서툴기 짝이 없고, 제대로 해낼 수도 없었다.
리얼과 버추얼의 차이는 바로 그런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난 몸으로 새겨진 지식만이 참 지식이다라고 생각해 왔고, 지금도 그런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최근에 시골에 집을 짓고 가끔씩 생활하면서 귀농, 귀촌에 대한 낭만적 생각들이 많이 바뀌었다. 막연히 공기좋고, 물 좋은 시골에서 안빈낙도적인 삶을 상상해 오던 난, 때때로 모기와 벌레들에 시달리고, 뙤약볕아래서 풀을 베느라 몸살을 앓기도 하고, 흘러내리는 땀에 눈에 염증이 생기는 등 온갖 리얼리스틱한 일을 겪으면서, 루카치가 말한 낭만적 시대는 리얼이 아니라고 확고히 느꼈다.
"벽난로, 구들방을 데우다" 그런 낭만적 시대를 찬양하는 책이 아닌 풀과 벌레와 흙을 실로 만지며 살아야 하는 불편함에 대해 진솔히 얘기한다는 점에서 리얼한 책이다. 귀농이든 귀촌이든 혹은 이따금 들려서 귀농인인 척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도 리얼한 삶을 얘기한다. 구들방에 산다는 것은 그저 몸을 뉘는 공간의 변화가 아닌 삶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가 우선해야 한다는 것을 저자는 말해준다.
구들방과 벽난로의 장점을 취할려면, 그것에 우선하는 불편함도 기꺼이 감수하고 이를 즐길줄 아는 태도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구들방을 만드는 기술보다는 오히려 책의 절반을 소박한 삶에 대한 철학을 얘기하는데 더 할애했다.
난 건축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라서 앞부분의 도면을 한참을 들여다보고서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설명이 친절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독자인 내가 문외한이었기 때문이었다. 최첨단 주택에 살면서도 토목기초공사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서 감을 전혀 잡을 수가 없었다. 책에 첨부된 동영상을 여러번 봤지만, 어디까지나 버추얼이어서 제대로 와닿지 않았다. 책을 읽고서 저자를 만나서 도제처럼 구들방 놓는 것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은 확실히 들었다. 저자의 말처럼 작은 쥐나 새도 스스로 살 곳을 스스로 지으며 살아가는데 만물의 영장이라 뽐내며 사는 우리들은 자기 살 집 도면조차 이해하지 못한다니 새삼 나의 헛지식이 우습게 보였다.
다만 책을 읽으며 아쉬웠던 점은 나같은 문외한이 보기에 보다 체계적으로 구들장 공사의 세부적인 디테일이 설명되었으면 하는 점이다. 사진 자료가 부족해 구들장 공사의 전체 공정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