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9 작가선언'에는 "촌스러워서 살 수가 없다"는 한줄선언도 포함돼 있었는데, 정말로 촌스러운 일들이 너무도 태연하게, 너무도 자주, 게다가 '강압적'으로 벌어지고 있어서 감정의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이젠 '촌스러운'보다도 몇 단계 아래인 '명박스러운'이라고 해야겠다). 어제는 국세청 게시판에 내부 비판의 글을 올린 직원을 파면시켰다는 기사가 뜨더니 오늘은(내일자) 경찰이 좌파서적 판매동향 파악에 나섰다는 기사가 또 할말을 잊게 한다. 물론 상투적인 '좌파 프레임'으로 시국을 재단하려는 의도이겠지만, 이런 일들이 어이없는 작태에 무감각해지도록 만들려는 '음모'가 아닌가 의심이 갈 정도다(이젠 '상식 이하'가 '상식'에 돼가고 있는 것 아닌가). 정말로 두려운 건 이제 이런 행태가 '일상화'되는 것, 더이상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 것이다! 

 

세계일보(09. 06. 15) 경찰, 좌파서적 판매동향 긴급파악 나서 배경에 관심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학계, 시민사회의 시국 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최근 인터넷 서점 업체에 좌파적 시각을 담은 서적들의 판매 동향을 일일이 점검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인터넷 서점 업체 A사 측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1일과 12일 서울 본사와 출판 공장 등에 잇따라 전화를 걸어 서울대 김수행 교수의 저서 ‘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 경제를 말하다’(시대의창)와 ‘자본론 1·2·3’ 시리즈(비봉출판사),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시대의창) 등 소위 좌파 서적을 특정하며 이들 서적의 최근 판매 현황에 대해 상세하게 파악했다.   

인터넷 서점 A사에 전화한 경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시국이 어수선한데 좌파 서적 판매량이 요즘 많이 늘어났느냐”며 특히 ‘자본론’ 시리즈 등 3권의 판매 추이를 집중적으로 물었다고 A사 관계자는 전했다. 특히 경찰은 “최근 정부로부터 공문이 내려와 인터넷 서점 등에서 좌파 서적의 판매고 현황을 급히 파악 중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가정보원이나 검찰 등 정보·사정 기관이 최근 시국 선언 정국에서 이명박 정부에 반하는 좌파 세력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A사 관계자도 “경찰이 이른바 반 정부 세력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며 동향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출판 시장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추모 열기에 힘입어 노 전 대통령 관련 서적이 베스트셀러 상위에 오르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가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전국의 온·오프라인 서점 11곳에서 지난 5일∼11일 판매된 부수를 종합한 결과, 노 전 대통령의 에세이 ‘여보, 나 좀 도와줘’가 6월 둘째주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1위에 올랐다. 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도 14위에 올라 출간 7년 만에 20위 안에 들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나쁜 사마리아인들’, ‘지상에 숟가락 하나’, ‘대한민국사’ 등 23권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했으나,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오히려 판매량이 평소보다 7배 이상 늘어나는 등 급증한 바 있다. 당시 네티즌들은 “2003년 MBC ‘느낌표’ 선정도로서 뽑혔던 현기영 작가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나 작고한 아동문학가 권정생씨의 글을 모은 ‘우리들의 하나님’을 불온서적으로 선정하는 현실이 이해가 안 간다”, “누구의 머리 속에서 ‘불온’의 기준이 정해지는지 궁금하다”, “이 참에 좋은 책들 소개해줘서 고맙다”며 정부를 비난했다.(김형구기자) 

09. 0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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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9-06-14 19:23   좋아요 0 | URL
토 나오네용;;

로쟈 2009-06-15 08:08   좋아요 0 | URL
식전에 읽으면 안되겠네요.--;

비로그인 2009-06-14 20:12   좋아요 0 | URL
파하하하하하하하하하
무덤에서 일어난 시체들이 정권을 잡으니
이렇게 웃을 일도 생기는군요

로쟈 2009-06-15 08:07   좋아요 0 | URL
좀비들인가요...

게으름뱅이_톰 2009-06-14 21:10   좋아요 0 | URL
하아아아... 촌스러움의 강도로 말하자면
촌스러움 <<<<<<<<<<<<<<넘사벽<<<<<<명박스러움

정부에서 공문이 내려와...를 보다가 멍해졌어요. 기도 안 막히네.

로쟈 2009-06-15 08:07   좋아요 0 | URL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 과장인 줄 알았어요...

바람돌이 2009-06-14 22:27   좋아요 0 | URL
왜 또 좌파서적 리스트 만들어 좌악 돌리면 되겠네요. 판매량 증가을 위해...
mb가 싫어하면 모든 국민이 좋아하잖아요.

로쟈 2009-06-15 08:06   좋아요 0 | URL
30% 지지자는 빼고요...

마늘빵 2009-06-14 22:35   좋아요 0 | URL
ㅎㅎ 이건 뭐. 이제 책 판매량 검열까지 하는군요.

로쟈 2009-06-15 08:06   좋아요 0 | URL
소설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면 리얼리티가 떨어진다고 욕먹을 텐데요...

비연 2009-06-15 00:11   좋아요 0 | URL
판매량 늘리고 싶은 책들 리스트업해서 보내줘야겠어요. 불온서적으로.

로쟈 2009-06-15 08:05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출판계가 불황인데, 나름 애써주네요...

노이에자이트 2009-06-15 00:19   좋아요 0 | URL
한나라당이 여당이 되더니 역시 민정당이 되는군요.오늘은 김대중 전대통령이 정권타도 지침을 내렸다고 주장하네요.1980년에 내란음모 사건을 통해 김대중에게 사형선고 내리던 기세와 비슷합니다.

로쟈 2009-06-15 08:05   좋아요 0 | URL
5공 청산이 아직 안된 것이죠...

게슴츠레 2009-06-15 10:40   좋아요 0 | URL
'반정부세력'을 찾으려면 굳이 이런 뒷조사까지 하지 않아도 시청이나 용산에만 가도 쉽게 볼 수 있을텐데요...어쩌면 그분들은 뒤에 '배후''음모'가 있다고 '믿고 싶어하는 것'일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눈앞에 있는 현실의 공포를 외면한 채 '어딘가 알 수 없는 곳'에서 모든 재앙이 시작되었다는 음모론 식으로요. 사람들과 '대화'를 시도하는 것보다는 그렇게 '나쁜 사람들'의 존재를 상정하는 게 그쪽에서는 나름 마음이 편할 것 같기도 합니다.

로쟈 2009-06-15 15:27   좋아요 0 | URL
'음모론'을 서로 공유하고 있는 건가요?^^

가을산 2009-06-15 15:25   좋아요 0 | URL
자신들이 오른쪽 끝에 있으니
자기들보다 왼쪽에 있는 자들은 온통 좌파로 보이나봅니다.

로쟈 2009-06-15 15:27   좋아요 0 | URL
오른쪽도 아니죠. 그냥 무지와 편견과 탐욕의 복합체죠...

가을산 2009-06-15 15:57   좋아요 0 | URL
그건 현실로 받아들이기에 너무 끔찍한 표현이잖아요.... ㅡ,ㅡ

그나저나... 쿠폰 할인 받으려고 새로 번역된 자본론 시리즈 구입을 늦추고 있었는데, 이거 빨리 사야 하는걸까요?
잘못하면 출판마저 금지되겠네요.

로쟈 2009-06-16 13:29   좋아요 0 | URL
길에서 나온 <자본>도 있는데 그건 미처 체크가 안되나 봐요.^^

노이에자이트 2009-06-16 16:19   좋아요 0 | URL
인터넷으로도 자본 영역본을 볼 수 있는데 이건 어떻게 단속할런지...

로쟈 2009-06-17 08:20   좋아요 0 | URL
거긴 터치 안하죠.^^
 

이번주 한겨레21에 실린 신형철 평론가의 '시 읽어주는 남자' 꼭지를 옮겨놓는다. 어제 검찰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결과 발표가 있었는데, 역시나 기대할 것 없는 용두사미였다(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60233.html).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우려성 발언에 "김대중씨도 자살하라"는 말이 오고가는 게 현 정부와 그 겁없는 지지자들의 수준이다. 무얼 상상하든 그 이하를 보여준다. “그 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 시간이 올 것이다.”는 시구절을 읽으며, 버린 눈을 씻는다.    

» 1990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시 김영삼 민주당 총재의 3당 통합 연설 중 항의하고 있다.  

한겨레21(09. 06. 12) 그가 남몰래 울던 밤을 기억하라 

순결하고 아름다운 말들이 이미 많아서 누추한 말 보태기가 버겁다. 그러나 아니 할 수가 없다. 고인을 ‘미화’하지 말라고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들이 있다. 미화는, 없는 아름다움을 인위적으로 부여하는 일이지만, 고인은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가장 아름다운 부분으로 고인을 기억하고 추모하려는 마음들은 이해할 만한 마음들이다. 고인의 잘잘못을 냉철하게 따지지 않고서는 고인을 추모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일정 부분 업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잘못을 범했으니 무작정 감상에 젖지들 말라고 그들은 말한다. 그들이 옳다. 그들은 늘 옳다. 그래서 싫다. 그저 내가 아는 바와 믿는 바를 쓰겠다.  

고졸 출신 변호사가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고, 정치판에 나가 자신을 내던져가며 지역구도와 싸웠고, 마침내 대통령이 되어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들과 싸웠고, 권력을 국민에게 넘겨주고 권위마저 잃어버려서는, 그를 비판할 자격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비판을 모조리 감내하면서 고향으로 돌아갔고, 자신이 지켜온 가치가 무너지자 뒷산 바위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어느 순간 자신이 살아야 할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되어 그렇게 살았고,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죽어야 하는지를 마침내 알게 되어 그렇게 죽었다. 나는 늘 문학은 ‘성공’을 찬미하는 세계에 맞서 ‘몰락’의 의미를 사유하는 작업이라고 믿어왔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인간 노무현의 몰락이 내게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문학적이다.

죽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대개의 인간에게는 그의 삶을 떠받치는 척추 같은 것이 있다. 고인의 그것은 ‘깨끗함’이었을 것이다. 권력은, 한 인간이 가장 소중하게 지켜온 가치, 바로 그 척추를 하나씩 부러뜨렸다. 뜻을 함께했던 동지들을 잡아들였고 가족들을 소환해 목을 졸랐다. 가족과 측근이 돈을 받은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그의 말을 나는 믿는다. 억울함과 죄책감이 동시에 목을 조였을 것이다. 억울함을 해소하려면 주변이 고통받는 것을 묵인해야만 했고, 죄책감을 덜려면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말해야 했을 것이다. 진퇴양난이었을 것이다. 억울함과 죄책감을 동시에 해결하는 길은 자살뿐이라고, 5월23일 새벽에 그는 생각했을 것이다. 그 밤이 나는 아프다.

“아마 그는 그 밤에 아무도 몰래 울곤 했을 것이다/ 어느 시인은 세상에 어느 누구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고 말했지만/ 세상은 이제 그가 조용히 울던 그 밤을 기억하려 한다// 어둠 속에서 조용히 흐느껴본 자들은 안다/ 자신이 지금 울면서 배웅하고 있는 것은/ 아무도 보지 못하는/ 자신의 울음이라는 사실을/ 이 울음으로/ 나는 지금 어딘가에서 내 눈 속을 들여다보는 자들의 밤을/ 마중 나가고 있다고// 그리고 나는 아주 오랫동안/ 이 밤을 기억하기 위해 애쓰고 있을 것이라고.” 시인 김경주가 네이버 ‘문학동네’ 카페에 발표한 추모시 ‘그가 남몰래 울던 밤을 기억하라’의 전반부다. 이 시는 이렇게 끝난다. “그 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 시간이 올 것이다.”

아마 많이들 그러했으리라. 5월23일 저녁이 되어서야 갑자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왜 그는 죽을 수밖에 없었을까’를 생각하다가 ‘누가 그를 죽였을까’로 생각이 바뀌면서였다. 비열한 권력과 그 하수인들이 견딜 수 없이 혐오스러워서, 그들 밑에서 백성 노릇 하는 일이 수치스럽고 서러워서 울었다. 그날 내가 마음속으로 조문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욕할 자격이 내게 있는지 모르겠으나 무릅쓰고 말하거니와, 그날 죽은 것은 머리가 없는 이명박 정부와 영혼이 없는 검찰과 심장이 없는 언론이다. 그날 하루 동안, 나는 그들을 내 안에 잔혹하게 장사 지냈고 조문하지 않았다. 역사가 그들을 부관하고 참시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 각자가 하나씩의 정부, 하나씩의 검찰, 하나씩의 언론이 되어야만 하나.(신형철 문학평론가) 

09. 06. 13. 

P.S. 후렴 삼아 적어둔다. "그날 죽은 것은 머리가 없는 이명박 정부와 영혼이 없는 검찰과 심장이 없는 언론이다. 그날 하루 동안, 나는 그들을 내 안에 잔혹하게 장사 지냈고 조문하지 않았다. 역사가 그들을 부관하고 참시할 것이다." 그때까지는 다들 살아남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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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할 일
    from 실낱처럼 2009-06-14 00:45 
    김대중도 자살하라는 막말이 오고 가는 시절. 68 혁명과 6.10 항쟁을 기억하며 6.9 작가선언을 해야 하는 시절. 나 먹고 사는것도 급급한 세월이지만 이 땅이 창피하고 속상해서 도저히 못 살겠다고 웅얼거리고야 마는 순간들. 그럼에도 살아 남아야 한다고, 언젠가 역사가 부관, 참시할 때 함께 해야 한단다. 내가 무얼 알겠는가. 내가 아는 정치
 
 
2009-06-13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4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4 0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4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람혼 2009-06-14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호 이 '시 읽어주는 남자' 꼭지를 종이잡지로 읽고 나서, 이건 지금까지 <한겨레 21>에 실린 신형철의 원고 중 나름 '절창'에 해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후배의 자격으로 형철 선배께 감사의 문자 메시지까지 보냈더랬습니다. 저도 저 '후렴구'를 몇 번이나 되뇌어 보았답니다... 꼭 살아남아서 저 역사의 부관 참시에, 참관인의 자격으로나 집도의의 자격으로나, 반드시 참석하고 싶어졌습니다.

로쟈 2009-06-14 11:22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잡지가 안 와서 늦게야 읽었습니다. '집도의' 람혼님의 역할도 기대가 됩니다.^^
 

'인간은 업그레이드된 물고기'란 페이퍼를 올려놓고 보니 생각나는 시가 있다. 역시나 95년 여름에 쓴 것인데, 제목이 '물고기는 죽는다'이니 <내 안의 물고기>란 책 제목과 맞물려 얼추 연상됨 직하지 않은가. 그래서 옮겨놓는다. 

  

물고기는 죽는다

한 줌의 비가 흩뿌리고 물고기는 눈을 뜬다
몇 채의 집이 먼지처럼 떨어진다 물고기는
헤엄을 쳐야 한다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이 공간
물고기는 물결들을 뒤로 뒤로 밀어내며
하나의 이념처럼 눈알이 붉다 새벽이 멀다
물고기는 다만 헤엄을 쳐야 한다
몇 채의 집이 먼지처럼 무너져 앉고 물고기는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쪽에 입을 맞춘다

한 줌의 비가 흩뿌리고 물고기는 눈을 뜬다
물고기는 눈을 뜨고 죽는다 

 

09. 06. 13. 

P.S. 20대 후반에 쓴 시작메모를 보니 이런 내용들이 적혀 있다: "(...) 나는 피아노를 칠 줄 모르고 그림도 그릴 줄 모른다. 달리기도 잘 못하고 수학도 잘 못한다. 고작 책읽는 걸 나는 주로 해왔을 뿐이다. 대학이란 곳이 책읽는 것과 관계가 있어서 나는 그럭저럭 이곳에서 버텨왔다. 그러나 가끔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아직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고 새벽이 멀기 때문이다. 계속 헤엄을 치고는 있지만, 나는 내가 늙어갈 거라는 걸 알고, 언젠가 힘이 빠질 거라는 걸 안다. 자손을 많이 퍼뜨릴 만한 위인도 못 되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럴 듯한 유언들을 남기는 일이다. 내가 좋아했던 많은 사람들처럼. 그들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이 지상에서 인간이 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중요한 것은 책이 되는 일이다." 책이 못 된다면 저자라도 될 일이다.(나는 저자가 되고 싶었다. '저자의 죽음'이란 얘기가 떠돌 때는 나도 따라서 죽고 싶었다.)"   

 

흠, 그러다 결국 '저자'가 되긴 했다. 이젠 무얼 더 해야 할까. <로쟈의 인문학 서재>(산책자, 2009)의 에필로그에서 인용한 시오랑의 말. "우리는 모두 어릿광대다.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 있으니까." 이걸 조금 비틀어볼 수 있을 듯하다. 물고기 버전으로. "우리는 모두 물고기다.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헤엄을 쳐야 하니까." 눈을 뜨고 죽을 때까지. 요즘 같아선 눈을 부릅뜨고 죽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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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재습격 2009-06-14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생들 가르치셔야죠...^^;;;

로쟈 2009-06-14 13:47   좋아요 0 | URL
제가 아직 '학생' 수준입니다.^^; 배우기 위해서 가르칠 따름이에요...

Sati 2009-07-12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읽은 로쟈님의 글이 http://blog.aladdin.co.kr/mramor/842940 이건데, 2004년에 아직 모스크바에 있을 때 읽은 것 같아요. 도블라토프 검색하다가 찾았는데, 누군가 펌질한 것을 읽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뭐랄까, '참 친절하신 분이다'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로쟈님 시 가끔 올려주시는 것들도 참 친절함이 느껴져요 알알이. 예쁜 시집도 내주시길 기대합니다.

로쟈 2009-07-12 21:17   좋아요 0 | URL
시집은 제가 낼 수 있는 건 아니고, 아직 제안해오는 곳이 없습니다.^^;

Sati 2009-07-13 12:47   좋아요 0 | URL
시집 나오면 제가 10권은 살 거예요, 선물하게.

로쟈 2009-07-13 23:02   좋아요 0 | URL
네, 기억해 둘게요.^^
 

주중에 신간 몇 권을 소개하고 나면 주말엔 세 권 안팎의 관심도서가 남는다. 이번주도 비슷하다. 영화학자 크리스티앙 메츠의 <상상적 기표>(문학과지성사, 2009)가 불시에 출간된 것이 다소 놀랍긴 하지만 특별히 '대작'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고만고만한 '읽을 만한 책'은 꽤 된다. 그 중 하나는 조지 레이코프의 <자유전쟁>(프레시안북, 2009). 최근 부쩍 자주 소개되면서 이제 '레이코프'란 이름도 낯설지는 않다.   

아마도 이 인지언어학자는 생존 언어학자 가운데 인지도를 따지자면 촘스키 다음쯤 되겠다. 국내에는 <인지의미론>(한국문화사, 1994), <삶으로서의 은유>(서광사, 1995; 박이정, 2006) 등의 학술적인 책으로 처음 소개됐지만, 그가 언론리뷰에서 주목받게 된 건 '프레임'이란 말을 유행어로 만든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삼인, 2006) 이후일 것이다. 이번에 나온 <자유전쟁>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듯한데(한국 또한 '자유전쟁'의 격전장이니만큼 이번 책은 시사하는 바가 특히 많을 듯싶다). 자신의 학문과 정치적 입장을 잘 접합시킨 모범적인 사례가 아닐까 한다.

한국일보(09. 06. 13) '자유의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것들… 누구를 위한 자유인가

자유란 무엇인가. 많은 일들이 '자유의 이름으로' 행해진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부르카를 입은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고, 극빈국 어린이에게 빵과 책을 제공하고, 제3세계 반정부 인사의 석방을 위해 콘서트를 연다. 동시에, 이런 일들도 '자유의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수익률 제고를 위해 대량해고를 실시하고, 증여세율을 낮춰 빈부격차를 확대시키고, 모래와 가난뿐인 나라에 순항 미사일을 날린다.

<자유전쟁>은 자유라는 오래된 개념어의 이처럼 넓은 외연을 무대로, 진보와 보수가 격돌하는 미국 사회의 오늘을 그려낸 책이다. UC버클리대 언어학과 교수인 저자는 '인지언어학'이라는 분야를 개척한 인물이다. 세계적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의 제자다. 

그러나 언어의 형식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 스승과 달리, 그는 언어의 본질을 해명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인지 구조라는 입장을 취한다. 저자는 특히 정치적 사고를 읽어내는 도구로 인지언어학의 틀을 사용한다. '프레임 분석'이라 이름 붙인 이 틀을 다룬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은 2006년 국내에 번역돼 학계와 정치권에서 화제를 모았다.   

<자유전쟁>은 자유를 인지하고 해석하는 두 가지 관점의 역학관계와 도덕적ㆍ정치적 세계관을 다룬 책이다. 저자는 전통적인 자유 이념을 진보적인 것으로 파악한다. 정치적 참여권 확대, 노동환경 개선, 공공보건 강화 등 "지난 두 세기 동안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변화의 방향"이 자유라는 개념의 핵심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빠른 속도로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수많은 보수 정당들이 자유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자유무역협정이나 자유시장 같은 용어에 '자유'가 등장한 데서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진보, 보수 진영이 자유라는 개념을 쟁탈하기 위해 격돌하는 이유를 "자유는 본질적으로 논쟁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자유 개념에는 모두가 동의하는 내용도 있지만, 그밖의 큰 부분은 여백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진보주의자들은 우파가 자유를 말하는 것을 순전히 위선으로 여기고 있지만, 극우파들은 바로 이 자유 개념을 재정의하려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유를 잃는 것은 무서운 일이지만, 자유의 개념을 잃는 것은 훨씬 더 끔찍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사고를 결정하는 것은 논리 법칙이 아니라, 프레임이나 은유'라는 인지언어학의 틀을 자유 쟁탈전을 이해하는 돌파구로 제시한다. 진보와 보수가 추구하는 서로 다른 자유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그가 내놓는 프레임은 '엄격한 아버지 가정' 모형과 '자애로운 부모' 모형이다.

자애로운 부모 모형에서는 각 개인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야 하고, 도덕적 인간이 되려면 자신뿐 아니라 타인을 보살펴야 한다. 이런 가치체계가 자유와 연결될 때, 자유는 권리와 기회의 확대를 의미하고 타인의 자유와 상호의존적이다. 반면 엄격한 아버지 가정 모형에서 자유란 도덕적 권위자가 나눠주는 것이며, 도덕성과 명령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이 모형에서는 단 하나의 강력한 지도자만 있으며, 도덕성은 도덕적 권위에 대한 절대적 순종이다. 낙태나 동성결혼은 이 도덕적 권위를 부정하는 것이므로, 보수주의자들에게 이런 행위는 곧 자유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된다.

저자는 부(富)와 자유의 관계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그는 "보수주의적 경제 원리는 서민 납세자의 돈이 부자에게 넘어가는 것을 끊임없이 승인하는데, 이때 자유 또한 다수의 서민에게서 소수의 부자에게 넘어간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런 시스템이 가능하도록 자유를 보수주의의 개념 속에 가두는 프레임들을 지적한다. 그것은 '누가 가난하라고 했나' '가난은 제 탓이니, 남을 탓해선 안 된다'와 같은 것들이다. 2009년 한국사회의 일상에서도 매일 부딪히게 되는 프레임들이다.(유상호기자) 

09. 06. 13.  

P.S. 진보적 언어학자로서 레이코프의 주된 관심이 '정치적 마인드'에 있다는 건 능히 짐작할 수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최신간 <정치적 마인드>(2009)는 레이코프의 '기본서'가 될 듯하다(이 역시 국내에 소개되면 좋겠다). '정치적 마인드'와 함께 인지언어학자들의 관심대상이 되고 있는 건 '도덕적 마인드'인데, 이 주제에 대해서는 레이코프의 동료인 마크 존슨의 <도덕적 상상력>(서광사, 2008)이 이미 출간돼 있다. 다소 학술적인 책이긴 하지만, 인지과학이 윤리학에 어떻게 개입할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을 듯하다. 그럼 이제 '심미적 마인드'만 남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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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6-13 09:53   좋아요 0 | URL
그래요. 전쟁 후 한국의 프레임과 은유는
뭐, 박정희와 개발, 교회와 우파... 뭐, 그런 데 갇혀있죠.
아직도 그네양이나 개발, 교회와 우파가 빨갱이를 때려잡는 걸 보면...
논리는 그런 데 먹혀들지 않으니까요.

로쟈 2009-06-13 11:21   좋아요 0 | URL
네, 그러니 '프레임 전쟁'이지요. 이게 수십 년 걸려서 만들어진 것이니 쉽게 무너지진 않을 거구요...

2009-06-13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3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게슴츠레 2009-06-13 19:08   좋아요 0 | URL
얼마 전 한 만화(http://homa.egloos.com/4152404)를 보면서 '노무현'이야말로 하나의 프레임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로쟈 2009-06-14 11:19   좋아요 0 | URL
프레임은 만들어가는 것이기도 하지요...

노이에자이트 2009-06-13 21:53   좋아요 0 | URL
이슈 선점,개념전쟁...이데올로기 주입의 기법을 꿰뚫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진보적 이론가들이 정교하면서도 대중들의 일상언어로 홍보할 줄 아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삼성이나 조중동이 만든 조작적 개념어를 마치 일상어 쓰듯 바로 앵무새처럼 쓰는 대중들이 많으니까요.

로쟈 2009-06-14 11:21   좋아요 0 | URL
'자유'란 번역어가 오해를 부추기는 면도 있다고 전에 읽었어요. 개념사가 프레임에서 해방되기 위한 무기가 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교수신문에서 며칠 전에 읽은 칼럼을 스크랩해놓는다. 이번주 '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꼭지인데, 철학이 생활세계와의 '반성적 평형상태'를 이루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철학(서)의 번역과 사회적 소통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도 읽을 수 있겠다 싶어서 '번역과 번역가' 카테고리로 분류해놓는다. 기사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저자의 꽤나 중요한 저작"이란 구절은 하버마스를 떠올리게 하는데, 필자가 하버마스 전공자인데다가 최근에 번역서도 출간했으니 이유가 없지는 않다. 하버마스의 신간인 <분열된 서구>(나남, 2009)는 작년인가 영역본을 구하려고 애썼던 책이기도 해서 반갑다...    

 

교수신문(09. 06. 08) ‘반성적 평형’의 상태 만들어내는 데 실패한 철학, 어디로 휴가 갔나 

요즘 우리나라의 독서 시장에서는 대단한 고전이 아닌 철학 번역서의 경우 1천부 이상을 팔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얼마 전 듣고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그래도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저자의 꽤나 중요한 저작인데, 언론에 매우 호의적인 서평이 실린 경우라도, 책을 사서 읽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철학의 인기가 형편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상이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학령인구 대비 대학진학률이 가장 높은 나라 아닌가. 그 많은 대학생들은 도대체 무슨 책을 읽는다는 말인가. 그런데 어쩌면 이런 사태에 대한 책임의 가장 큰 몫은 다름 아닌 우리 철학자들이 져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지금, 학문 내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 철학의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이 우리의 생활세계에 대해 말하자면 어떤 ‘반성적 평형’의 상태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우리의 철학은 그것이 우리 생활세계의 삶의 경험이나 문화적 인식의 합리적 재구성 같은 데서 출발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우리의 철학적 이론들을 우리의 생활세계에 대해 그것들이 바로 사실은 우리의 일상적 삶의 경험과 문화적 인식의 올곧고 참된 합리적 정수를 표현하고 있다고 설득할 수 있는 처지에 있지도 못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철학은 단지 시대하고만 불화를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참된 지반이어야 할 삶 그 자체에 대해 겉돌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철학을 그저 동서양 외국들의 과거와 현재로부터 수입했을 따름이다. 퇴계의 철학조차 우리에게는 예컨대 현재의 미국보다도 더 먼 외국이라고 보아야 할 옛 조선의 철학일 뿐이다. 덕분에 우리의 철학 언어는 온통 번역어, 그것도 주로 제대로 통일되지도 않고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일본식 번역어다. 예컨대 ‘a priori’를 전혀 뜻이 다른 ‘선천적’이라는 말로 번역해 놓고는 사람들보고 이해하란다. ‘선험적’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지만, 이 말은 이미 다른 개념의 譯語로 굳어져 사용된다.
물론 이 말도 번역하고자 하는 ‘transzendental’이라는 말의 뜻을 적절하게 전달해 주지 못하고 있다. ‘변증술’이라는 말을 듣고 그 말의 뜻을 짐작이라도 할 수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까. 우리의 철학적 언어들은 생활세계의 관점에서 보면 정말 ‘멀리 휴가를 가 있는’ 언어들일 뿐이다. 그나마 마음 놓고 권할 수 있는 번역서조차 많지도 않다.

철학적 문제들도 대부분 우리의 문제들이 아니다. 윤리학은 도덕의 문제를 다루면서 ‘의무론’과 ‘결과론’을 들먹이는데, 도덕을 무슨 ‘삼강오륜’ 같은 것으로 이해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런 문제 틀을 너무 낯설어 한다. ‘진리’의 문제를 이야기한다고 해 놓고 철학적 인식론을 소개하면 학생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인식론이 다루는 진리는 학생들이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철학자들은 지금껏 철학에 대한 어떤 영웅주의적 자기기만에 빠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금만 냉정하게 보면 우리의 철학 언어들은 우리의 생활세계가 알아듣지 못하는 일종의 ‘외계어’일 뿐이고, 우리가 심각하게 다루는 문제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어딘가 번지를 잘못 찾은 문제들이다. 그래서 단순히 심심찮게 시도되곤 하는 ‘철학의 대중화’ 노력 같은 것으로 극복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 관건은 우리나라의 철학이 우리의 생활세계적 문화에 대해 연속적이면서도 반성적으로 단절할 수 있는 창조적 긴장의 관계, 말하자면 ‘참여적 비판’의 관계를 어떻게 하루빨리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장은주 서평위원 영산대·철학) 

09. 0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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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울비의 알림
    from seoulrain's me2DAY 2009-06-12 11:24 
    ‘“반성적 평형’의 상태 만들어내는 데 실패한 철학, 어디로 휴가 갔나” — via 로쟈
 
 
- 2009-06-16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어떻게 보면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이니까 읽지 않는 것 아닐까요? 더불어 한국과 GDP가 비슷한 국가들에서 과연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저자의 꽤나 중요한 저작'들이 얼마나 팔리는지도 궁금합니다.

제 생각엔 왜 이 대단한 책을 읽지 않을까이런 글들은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왜 '이 앞선 기술이 시장에서 안 먹힐까, 왜 이 베토벤 7번 교향곡이 대중적이지 않을까' 이런 질문과 같은 게 아닐까요? 더 뛰어난 책으로 승부하면 될 일이라는 시각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또 저런 글을 쓰는 분 중에 정작 자신이 제대로 쓰거나 번역한 책이 있는 분도 흔치는 않은 것 같습니다. 자기는 뭐하고 시간보내는지도 궁금합니다. 그 많은 대학생들이 무슨 책을 읽는지 궁금하다면 그 많은 교수들이 뭐 쓰는지도 그만큼 의문스러워야 될텐데.

로자님, 절대 offensive한 의도로 쓴 게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개인적으로는 인문학책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냥 제가 말하고 싶은 바는 '반성적 평형'에 힘을 보태지 못하는 글이나 쓰면서 시간 보낼 바엔 본인이 직접 뭔가 하고 나서 결과는 세상에 맡기는 게 지적인 자세가 아닌가 하는거죠.

로쟈 2009-06-17 08:20   좋아요 0 | URL
인문학계나 학자들의 책임도 무시할 순 없겠죠. 한데, 이건 당분간 해결될 수 없는 게 아닌가 싶어요. 강단 인문학의 경우 대중과의 소통보다는 자리 보전이 더 시급한 형국이라서요(대중의 관심이 아니라 연구비 지원으로 먹고 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