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 30주년을 맞아 '박정희와 그의 유산 - 30년 후의 재검토'란 국제학술회의가 오늘 개최되었다고 한다. 미리 발표내용을 정리한 기사들을 스크랩해놓는다.   

 

한겨레(09. 10. 19) 박정희 전 대통령 30주기 진보·보수 공동 학술대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두고 극단적으로 엇갈린 평가를 내려온 진보·보수 학계가 다시 한 번 격돌한다. 그의 서거 30주기를 앞두고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이 19일 ‘박정희와 그의 유산’이란 주제로 여는 국제학술회의에서다.

보수 학자로는 함재봉 미국 랜드연구소 수석정치학자와 류석춘(연세대)·김형아(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 교수가, 진보 쪽에서는 박명림(연세대)·임혁백(고려대)·김동노(연세대) 교수가 나서 박 전 대통령이 남긴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유산 등에 대해 발표한다. 보수 학자들이 대체로 그의 통치 18년에 드리운 독재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데 주력한다면, 진보 학자들은 박정희 숭배의 중핵을 구성하는 발전 신화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함재봉 박사는 박정희 정권의 권위주의 독재를 ‘역사적 보편’이란 차원에서 정당화하고자 한다. 통치방식이 정치적으로 바르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논리다. 그는 박 정권의 성취로 효과적인 ‘국민(국가) 형성’을 꼽는데, 이런 정치질서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 ‘정치적으로 올바른’ 방법 같은 건 애초부터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 근거로 함 박사는 마키아벨리나 홉스, 푸코 모두 근대 권력의 억압성을 보편적이고 필연적인 것으로 간주했다는 점을 든다.

한마디로 박정희의 독재는 “개인적인 도덕적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국민 형성의 근본적인 역설과 아이러니의 반영”일 뿐이라는 얘기다. 억압통치의 불가피성을 후발국가의 한계로 특수화하기보다, ‘근대 권력의 근본적 억압성’이라는 보편성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류석춘·왕혜숙 교수는 박정희 정부의 유산을 옹호하는 데서 한걸음 나아가 박정희식 ‘강한 국가’의 복원을 촉구한다. 이들이 볼 때 박정희 시대는 ‘강한 국가’와 ‘강한 사회’가 짝을 이루면서 전략과 실행의 통일성을 확보하고, 그에 따른 시너지를 극대화한 경우였다. 박정희 시대의 성취에는 국가의 능력뿐 아니라 국가의 전략을 수용하고 실행하면서도 일방적 독주는 견제했던 강한 사회의 역할이 중요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국가는 약해진 반면 사회는 여전히 강한 상태가 유지돼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강한 사회를 뒷받침할 강한 국가”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이에 맞서는 진보 쪽의 박명림 교수는 박정희 옹호론의 핵심 근거인 경제적 성취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박 교수의 전략은 박정희 정부 시기의 경제적 성취를 비슷한 발전단계의 국가들, 그리고 한국의 다른 정부들, 나아가 서로 경쟁했던 북한과 비교하는 것이다. 그는 집권 기간의 경제성장률, 정권이양 시점의 외환보유고, 수출 증가율, 물가 상승률 등을 비교한 뒤 박정희 정부의 성취가 동시대 대만·중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는 물론이고 한국의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비교해도 결코 두드러진 것이 아니었다고 결론짓는다.

박 교수는 다만 박정희가 김일성과의 대결에서 이긴 것은 사실이지만, 그 승리에는 김일성이 일으킨 전쟁과 이후 체제 경쟁의 의도하지 않은 효과, 남한 내 민주세력의 도전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김동노 교수는 박정희 장기집권의 사회적 동력을 비판적 시각에서 규명한다. 불법 쿠데타를 통해 집권했는데도 장기간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강한 억압이나 경제적 성취 때문이 아니라, 독특한 통제전략 덕분이란 것이다. 김 교수가 주목하는 것은 민족주의적 이념 조작과 새마을 운동을 통한 전통적 통제질서의 복원이다. 이념으로는 민족을, 일상적 통치기구로는 마을 공동체를 앞세워 개인이 국가의 억압성을 직접 체험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정권에 대한 불만과 저항을 봉쇄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20일까지 연세대에서 계속되는 이번 행사에는 미국과 영국, 오스트레일리아의 한국학 연구자들도 참가해 ‘박정희 노선’과 한국식 발전국가 모델에 대한 외국 학계의 평가와 시각을 소개할 예정이다. 박정희 시대를 조명하는 학술행사는 다음달에도 이어져 11월9일에는 진보·개혁 성향 학술단체와 싱크탱크가 주최하는 박정희 토론회가 서울에서 열린다.(이세영 기자) 

   

경향신문(09. 10. 18) “박정희의 유산 대기업 우선 지원·노동계 경시 여전”

1997년 외환위기로 부도 직전까지 갔던 한국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 수혈을 받으며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실행을 약속했다. 박정희식 발전국가 모델을 버리고 앵글로-색슨 신자유주의 모델을 채택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까지 한국의 급속한 산업화를 위해 필수적이었다고 평가받아온 박정희 모델은 어느날 갑자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균형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여겨졌다.

그런데 적어도 한국에서 발전국가 모델과 신자유주의는 그 시기상으로 명확히 구분되고, 반드시 상반되는가. 그것은 이명박 정부가 역대 정부 중 가장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을 펴면서도, 박정희 모델의 핵심 유산인 토건국가 정책을 물려받았다는 점만 봐도 직관적인 의문이 든다. 이는 19일 박정희 대통령 서거 30주년을 맞아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동아시아협력센터와 호주국립대 아시아·태평양대학 한국학연구원이 공동주최한 ‘박정희와 그의 유산-30년 후의 재검토’ 국제학술회의에서도 잘 드러났다.

탓 옌 콩 박사(런던대 SOAS)는 “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대한민국 주식회사’(Korea Inc.)는 변했지만, 국가의 발전주의적 목표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발전국가 시기(60~80년대) 한국의 경제 관행이 이후 신자유주의 시기에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대기업 우선의 산업 지원, 노동계의 이해 경시 등은 신자유주의 시대에도 여전한 박정희의 유산이라고 설명했다. 탓 옌 콩 박사에 따르면 발전국가 모델과 신자유주의를 분명히 구분하는 시각은 자본주의 발전국가를 국가의 주요 산업에 대한 신용우대 정책과 특정 기업에 대한 외국 자본 접근에의 특혜 부여 등 기업 주도의 성장과 동일시하는 좁은 이해에 근거한다. 발전국가는 그것이 가진 산업 발전과 후발주자로서 따라잡기 극대화에 대한 임무라는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

임혁백 교수(고려대)는 “60~70년대 한국의 경제성장은 박정희의 현명하고 시의적절한 개발 정책만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일제 식민지 유산, 냉전의 최전선에 대한 미국의 호의적 헤게모니, 농지개혁 이후 조성된 도시 위주 발전 여건 등 다양한 외부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전국가론만으로 한국의 경제성장을 설명하기엔 무리라는 지적이다.

마틴 하트-랜즈버그 박사(루이스앤클라크 칼리지)는 발전국가 전략이 그 발전적 잠재력을 모두 소진했다고 주장했다. 박정희 모델이 통했던 것은 우호적인 국제환경이 도왔기 때문이지만, 97년 외환위기로 세계 자본주의의 흐름이 그러한 방식의 성장을 가로막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것. 그는 발전국가라는 외피가 이제 한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갔지만, 중국이라는 국가의 크기를 고려할 때 발전국가 모델의 효용은 떨어질 것으로 보았다. 결국 경제활동에 대한 사회의 통제를 위한 효과적이고 민주적인 메커니즘에 의한 새로운 전략이 뿌리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임혁백 교수는 사회복지 국가 모델을 그 새로운 전략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서구의 사회복지 국가 모델이 어떻게 한국 상황에 뿌리내릴지에 대한 논의는 미미한 편이다. 분명한 것은 ‘국가가 잘 되면 행복해진다’는 신화는 지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영어로 ‘development’로 번역되는 ‘발전’ 또는 ‘개발’의 한국적 의미가 무엇인지 우선 논의되지 않고서는 30년 해묵은 박정희의 극복은 요원해 보인다.(손제민기자) 

09. 10. 19.  

P.S. 굳이 30주기가 아니더라도 박정희와 그의 유산에 대한 이해는 한국사회와 현재의 삶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렇다고 전공학자도 아닌 이상 무얼 '연구'할 형편은 아니지만 몇 권의 평전은 참고해볼 수 있겠다. 최근에 나온 조우석의 <박정희 한국의 탄생>(살림, 2009)은 호의적으로, 최상천의 <알몸 박정희>(인물과사상사, 2007)은 비판적으로 조명하고 있는 책이고, 전인권의 박사학위논문이기도 한 <박정희 평전>(이학사, 2006)은 박정희의 정치사상과 행동에 초점을 맞춘 전기적 연구이다(지난달에 대출해놓고 아직 손을 못 대고 있다). 

    

박정희 체제에 관한 연구로는 어떤 책이 필독서인지 알지 못하겠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것으로 기미야 다다시의 <박정희 정부의 선택>(후마니타스, 2008)과 김수행/박수호의 <박정희 체제의 성립과 전개 및 몰락>(서울대출판부, 2007), 그리고 하용출의 <후발 산업화와 국가의 동학>(서울대출판부, 2006) 등이 내가 참고하픈 책이다. 거기다 요즘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도 감시와 함께 공부를 해야 하니 대한민국 국민 노릇도 어지간히 힘들다(이중국적자들은 속 편해서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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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2009-10-22 14:30   좋아요 0 | URL
김형아 교수는 '유신'과 '경제성장'을 '양날의 칼'이라고 하던데요. 박정희 개발 독재는 우리 국민성에 대한 우려(함석헌,장준하 등)의 소산인가 싶어요.

로쟈 2009-10-22 22:10   좋아요 0 | URL
저는 스탈린식 사회주의의 한국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Paparazzi 2009-10-30 09:48   좋아요 0 | URL
김형아 교수의 저작을 추천합니다.

로쟈 2009-10-30 22:37   좋아요 0 | URL
네, 목록에 넣어두었습니다...
 

하루에 네 편씩 포스팅을 하는 건 내 경우 '미친 짓'의 일종이지만(간혹 기분이 착잡하거나 우울할 때 그러는 수가 있다), '휴식과 치유의 공간'이란 문구에 또 '필'을 받아서 두 권의 책소개를 스크랩해놓는다. 산골살이를 다룬 박원식의 <산촌 여행의 황홀>(창해, 2009)과 마당살이를 담은 서화숙의 <마당의 순례자>(웅진지식하우스, 2009)가 그 두 권의 책이다. 비록 산골살이를 해본 적이 없고(나는 내내 지방 소도시에 살다가 서울로 왔고, 서울 근교로 왔다), 마당 있는 집을 떠난 지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두 권의 책을 읽으면 왠지 황홀해지고 행복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책들은 쓰는 저자도 내내 행복할 듯싶다... 

세계일보(09. 10. 17) 자연의 숨결이 오롯이 살아있는 휴식과 치유의 공간 

나는 지금 남해의 물미해안에서 이 책의 서평을 쓴다. 어느 날 문득 바쁘게 나를 몰아세웠던 일상의 번잡함을 잠시 잊기 위해 평소 좋아하던 K시인의 ‘문학기행’ 여정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남해의 물빛 영롱한 풍경을 마주하며 꾸미지 않은 어촌의 낯선 모습들이 내 눈을 더욱 푸른 에메랄드빛 파다 풍광에 젖어들게 한다. 설핏 산촌여행도 아니고 바닷가 여행이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10월의 가을을 사랑하기엔 산이나 바다나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것은 바로 낯설고 거칠지만 생명의 속살을 고스란히 간직한 우리 산하의 숨결을 느끼기에 안성맞춤인 지금 가을을 만끽하는 필자 눈에 비친 가을의 색감이다. 



‘산촌여행의 황홀-자연주의 에세이스트 박원식의 산골살이 더듬기’는 그렇게 낯설고 자연스러운 산촌으로 떠나고 싶고, 머물고 싶고, 느끼고 싶은 아주 오래된 고향 산촌에 관한 이야기이다. 박원식 작가가 찾아간 산촌은 우리 산하에 몇 안 되는 자연 그대로의 비린 속살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깊은 산골에서 산과 더불어 산처럼 그윽하게 살아가는 산골 사람들의 삶의 여운을 전하고 있다. 그곳은 여느 유명한 명산대천이 아니라 오지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하는 강원도 영원군 하동면이며, 충북 청원군 문의면이며, 전남 곡성군 오산면 하는 국토에 점점이 박힌 순박하고 진솔한 우리네 산골들이다. 그곳을 찾아가서 작가는 적요하게 풍경으로 다가오는 산촌의 촌부와 촌로의 아프고 시린 모습들을 그냥 무심하게 날것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는 지금 남해의 허름한 숙소에 앉아 여명이 밝아오는 비취빛 바닷물살을 굽어보며 독자들에게 이 글을 쓴다. 10월의 어느 날 우리가 떠나볼 만한 자연은 절경으로 유명한 등산로나 관광지가 아니라 낯설고 거칠지만 자연의 숨결이 오롯이 살아있는 진정한 휴식과 치유의 공간이어야 하지 않을까? 바로 이 책의 작가가 찾고자 하는 고향 산촌 같은 그런 곳이다.

만산홍엽(滿山紅葉)으로 형형색색의 단풍 옷을 갈아입은 산촌의 오색풍광이 아름답게 빚어나는 10월의 눈부신 날들. 이렇게 아름다운 10월의 어느 날엔 ‘산촌여행의 황홀’을 한 권 들고 작가가 버무려놓은 어머니의 품 같은 우리 고향산골로 ‘마음을 내려놓는’ 호젓한 산촌여행을 떠나보자. 동네 뒷산 같은 그곳에선 고욤나무와 앵두나무가 자라고, 박새들이 나뭇가지에 음표처럼 매달려 지지구 재재구 즐거운 노래로 당신을 환영할 것이다. 그곳이 바로 당신과 나의 모태가 된 작가가 그리는 때 묻지 않은 산촌여행길이다.(맹한승 도서출판 창해 주간)   

한국일보(09. 10. 10) 마당에 다 있었네 자연도, 평온도, 행복도 

자연에서 자란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도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대도시 서울의 콘크리트 문화에 살면서도 늘 자연을 그리워했던 이 책의 저자는 마침내 종로구 부암동에 단독주택을 마련했다. 영화, 드라마의 무대로 자주 나오는 부암동은 광화문과 지척이면서도 북한산, 북악산, 인왕산으로 에워싸인 산골 동네이자 조선의 흔적을 품은 역사 동네이다. 이 책은 저자가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2006년 7월 부암동에 마당 있는 단독주택을 마련한 뒤 가진 넉넉한 삶의 기록이자 마당 있는 집에 바치는 일종의 헌사다. 



마당은 집에서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곳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자연의 순환을 보고 느끼게 해준다. 저자는 마당에서 산책하고 꽃을 가꾸며 사람들과 이야기한다. 텃밭을 만들고 채소를 기르고 과일을 수확한다. 가끔은 마당에서 밥도 먹고, 해를 받은 북한산 바위의 색깔 변화도 읽는다.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역시 집에 넉넉한 마당이 있기 때문이다. 마당 있는 집에서 산 지 3년 남짓, 그 사이 깨달은 것은 삶의 즐거움은 소박한 것이고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편집위원이자 동화작가인 저자는 막연한 미래에나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 집에 온 뒤로는 바로 지금이 가장 충만한 시간, 행복한 시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사람과 부대끼고 근심과 갈등에 휩싸일 때마다 마당에서 위로와 용기와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고 고백한다. 책에는 단독주택을 고르는 법부터 마당을 일구고 꽃과 나무를 가꾸는 요령 등도 수록돼 좋은 정보도 된다.(박광희기자)  

09.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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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9-10-19 00:03   좋아요 0 | URL
요즘 제가 "마당 있는 집에 살고 싶어!!"를 외치고 있는 중인데,,,,이런 책 소개 보면 저도 기분이 착잡하거나 우울해 진다구요!!우짜튼둥 오늘도 보관함에 담아갑니다~
참, 언제 로쟈님과 한 잔 하고 싶다는 생각이,,,생각이,,,ㅎㅎ

로쟈 2009-10-19 19:40   좋아요 0 | URL
네, 언제 기회가 되면요.^^

2009-10-19 0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19 1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젝의 책 <처음엔 비극으로, 다음엔 소극으로>(2009)를 알라딘에서 주문해놓고 검색해보다가 유익한 동영상을 보게 됐다. 'Democracy Now!'라는 뉴스 프로그램의 10월 15일 인터뷰인데, 육성과 함께 인터뷰 내용도 같이 나와 있어서 현 세계정세에 대한 '서구에서 가장 위험한 정치철학자'(the most dangerous political philosopher in the West)의 생각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http://www.democracynow.org/2009/10/15/slovenian_philosopher_slavoj_zizek_on_the). 지젝은 DN!과는 작년에도 인터뷰를 가진 적이 있다.  

 

Slovenian Philosopher Slavoj Zizek on Capitalism, Healthcare, Latin American “Populism” and the “Farcical” Financial Crisis  

JUAN GONZALEZ We continue on the subject of the financial crisis with a man the National Review calls “the most dangerous political philosopher in the West.” The New York Times calls him “the Elvis of cultural theory.” Slovenian philosopher and public intellectual Slavoj Žižek has written over fifty books on philosophy, psychoanalysis, theology, history and political theory. His latest, just out from Verso, is called First as Tragedy, Then as Farce. It analyzes how the United States has moved from the tragedy of 9/11 to the farce of the financial meltdown.

Žižek’s latest offering, also excerpted in the October issue of Harper’s Magazine, opens with the words, quote, “The only truly surprising thing about the 2008 financial meltdown is how easily the idea was accepted that its happening was unpredictable.” He goes on to recall how the demonstrations against the IMF and the World Bank over the past decade all protested the ways in which banks were playing with money and warned of an impending crash. They were met with tear gas and mass arrests.

AMY GOODMAN: The message, he writes, was, quote, “loud and clear, and the police were used to literally stifle the truth.”

Well, Slavoj Žižek addressed a full house at Cooper Union here in New York City on Wednesday night and joins us now in our firehouse studio.

Welcome to Democracy Now! 



SLAVOJ ŽIŽEK: Thanks very much. It’s my pleasure.

AMY GOODMAN: It’s good to have you with us. Relate the protest to the—

SLAVOJ ŽIŽEK: You are even better than Fox News, which I usually watch. More amusing.

AMY GOODMAN: Relate the protests to the meltdown and why—how it was predictable.

SLAVOJ ŽIŽEK: No, what interests me is, for example, Paul—sorry, Paul Krugman said basically the same thing, which tells us a lot about how ideology works today. He said, what if we make a mental experiment, and all the leading bank people, managers and so on, were to know how it would end two years ago? He said, let’s not delude ourselves; there would have been no change. They would have acted in exactly the same way.

This brings me, as a psychoanalyst, into the play, because I think this makes us aware as to what extent our everyday dealing is controlled by what in psychoanalysis we call the mechanism of fetishist disavowal. “Je sais bien, mais quand même…” “I know very well, but…” You know, we can know very well the possible catastrophic consequences, but somehow you trust the market, you think things will somehow work out, and so on and so on. It’s absolutely crucial to analyze this, not only in economy, but generally. This is the focus of my work: how beliefs function today. What do we mean when we say that someone believes?

So that I don’t get lost, let me tell you a wonderful story, which is my favorite story. I quote it also in the book. You know Niels Bohr, Copenhagen, quantum physics guy. You know, once he was visited in his country house by a friend who saw above the entrance a horseshoe, you know, in Europe, the superstitious item allegedly preventing evil spirits to enter the house. And the friend, also a scientist, asked him, “But listen, do you really believe in this?” Niels Bohr said, “Of course not. I’m not an idiot. I’m a scientist.” Then the friend asked him, “But why do you have it there?” You know what Niels Borh answered? He said, “I don’t believe in it, but I have it there, horseshoe, because I was told that it works even if you don’t believe in it.”

That’s ideology today. We don’t believe in democracy—nobody. You make fun of it and so on, but somehow we act as if it works. It’s a very strange situation, because there are—some of us old enough still remember them, old days when the public face of power was dignity, belief. And privately you mocked it, you made fun, and so on, no? Now we are, I think, approaching a very strange state, where the public face of power is becoming more and more openly indecent, obscene. Look at Sarkozy in France. Look at Berlusconi in Italy, who is systematically undermining, for over five years now, the minimum of dignity of the state power. I mean, you are again and again surprised how is this possible. You know, after those sex scandals, two weeks ago, his lawyer, Berlusconi’s lawyer, made a public official statement, where he said that the claims that Berlusconi is impotent are lies and that Mr. Berlusconi is ready to prove this in court. Now, how? How—what did he mean? You know, there is a level of obscenity, but this shouldn’t deceive us. We really live in cynical times, not just in this cheap sense they don’t take themselves seriously, but in the sense that—how should I put it?—the ironic self-undermining, making fun of yourself, is in a strange way part of the game. It’s as if the system can function even if it makes fun of itself.

JUAN GONZALEZ Well, I’d like to ask you, you say you are also critical of the progressive or the left response here. You say in your article in Harper’s, “There is a real possibility that the primary victim of the ongoing crisis will not be capitalism but the left itself, insofar as its inability to offer a viable global alternative was again made visible to everyone.” Could you elaborate?

SLAVOJ ŽIŽEK: I am a radical leftist. I like to call myself, in a very conditional way, a communist even. But I think one should, as a leftist, really concede the amount of the defeat of the left in the last twenty years. That’s the sine qua non condition of a possible review. So, yes, apart from very sympathetic things suggested by people like Stiglitz, Krugman, which are basically a return to Keynesian welfare state, and apart from some interesting—but I don’t think they are the solution—economic ideas, like the basic income or so-called renta básica in Brazil, basic rent, which is a utopia of its own, I think, I sometimes, apart from this, have a strange paranoiac idea that maybe this crisis was manufactured so that people will see that even if there is a crisis, the left really doesn’t have a global answer.

I see—what worries me is two things about the left. First, it’s more and more legalistic moralization. You know, it’s kind of a pure form of protest against injustice. Then the only thing you can do is legal forums and so on. In this sense, many of the ex-leftists are getting depoliticized. They no longer ask the truly basic questions. Like even now, all the outcry was, “Oh, those bank profiteers,” and so on. I totally agree with what we just heard. But don’t you think that the truth is a little bit more complex, in the sense of—you know much more about this than me, but the way I see it is that one of the roots of the present crisis is not just greed. It’s that after the digital bubble at the beginning of our millennium, the idea was how to keep prosperity, how to keep economy alive. And it was, as far as I remember, even a little bit of a really bipartisan decision: let’s make it easier in real estate, and so on, to keep it moving. So, you know, there is a structural problem beneath all this psychological topic of the greedy bankers, which is, that’s how capitalism works, my God, which is why even concerning our beloved model—Bernard Madoff, no?—I didn’t like it how they focused on him. Wait a minute. He was just the radical version of where the system is pushing you. Now, I’m not saying—I’m not crazy—“which is why we need to nationalize all banks and introduce immediately socialist dictatorship" or what. What I’m just saying is, let’s not get rid of the problem by too easily making it into a psychological problem. You know, you can be an evil guy, but there must be very precise institutional, economic, and so on, coordinates, background, which allows you to do what you do.

The second thing, I also didn’t like the cry shared by left and right-wing populists of “help the Main Street, not the Wall Street.” Well, sorry, but those bank managers who emphasized, in capitalism there is no Main Street without Wall Street. In today’s industry, because of the competition and immense investment into new inventions and so on, without large accessibility, availability of credits, there is no prosperous Main Street. So this is a false choice. So, again, with all respect for the left and so on, I think we should avoid quick moralization, if we mean it seriously.

AMY GOODMAN: You write, “Is the bailout then really a ‘socialist’ measure? If it is, it takes a peculiar form: a ‘socialist’ measure whose primary aim is to help not the poor but the rich, not those who borrow but those who lend.”

SLAVOJ ŽIŽEK: Yeah. I mean, this is my whole thesis, that capitalism always was socialism for those who are on the top. This is the basic paradox of it, no?

AMY GOODMAN: What about healthcare?

SLAVOJ ŽIŽEK: Oh, now you touch my favorite topic. You know why? Because I think that here we see, when people—when I write on ideology, and people laugh at me—“Haha, didn’t you know this? We live in post-ideological era.” No, here you see ideology in its material force. We can—we should distinguish here two levels. On the one hand are those ridiculous right-wing paranoias, which, incidentally, I like to listen. They amuse me, you know, like that Sarah Palin idea of death panels. Some mysterious bureaucracy will decide, does your uncle live or not. That’s funny, I hope; at least for the time being, we can laugh at it. But then—

JUAN GONZALEZ Not in a big part of America, unfortunately.

SLAVOJ ŽIŽEK: Yeah, yeah, yeah. But then the real problem, where the Republican critique of healthcare plan really works is by appealing to this basic gut notion of freedom of choice. And I think this is a problem; we have to confront it. The first we should make it clear is that in order to exercise the freedom of choice—one has to repeat this again and again—an extremely—to really exercise this, an extremely complex network of social, legal regulations, even, I would say, ethical rules, which are somehow accepted, and so on, has to be—have to be here. In other words, often less choice, at least less public choice, at a certain level means more choice at a different level.

Let me return precisely to healthcare. My idea is that healthcare should be at a certain level, like water and electricity. You can also say that you usually don’t choose your water supplier, no? OK, now we can play the Republican game and say, “What a horrible terror! They are depriving us of the fundamental choice to choose the water supply.” But we somehow accept that there are some things where it is much more practical that you are able to count on them. Sorry, but I gladly refuse the big freedom to choose my water supplier, the same as for electricity, although there things can get more tricky. Why not add to this series health? Europe demonstrates it can be done effectively, not to diminish our freedom, but to leave you much more space of much more greater actual freedom, and so on.

So, you see, this is the danger of this ideology of choice, because, you know, this is, in one sense, a central category today. There is an old Marxist card, which is played again and again, of we are only offered false choices, not real choices, like Pepsi or Coke, whatever, instead of the real choices. OK, there is a truth in it. But there is also another problem of ideology of choice, that often we are bombarded by choices—you really are free to choose—without being given the proper background to make a reasonable choice. John Gray, the British cynical skeptic, whom I otherwise admire, wrote very nicely that we are today more and more forced to act as if we are free. And this causes a lot of anxiety and so on. You know, one should be very specific apropos of choices. I’m all for the freedom of choice. I would just like to see the small—those, you know, in the footnote, the small print, what are the precise conditions of choice, and so on and so on.

And so, again, although I have no illusions about what Obama can do and so on, I am still proud that already before elections I supported him, although this had no great impact here, of course. But in contrast to my very more radical leftist friends whose motto was “he’s just a nice human face on the same imperialism,” “he will even serve better the interest of capitalism,” or whatever, no, I think we see now, apropos the healthcare reform, that we are fighting the central battle here.

JUAN GONZALEZ I’d like to ask you, in terms of the somewhat pessimistic view you have of how the response to the crisis has been, there seems to be, continues to be, an entire continent that is heading in a somewhat different direction, South America and Latin America, in general.

SLAVOJ ŽIŽEK: Here comes my critical leftism.

JUAN GONZALEZ Well, I’d love hear it, in terms—because there does seem to be in many of these areas, while the rest of the world is—the gap is increasing, at least there are governments throughout Latin America that are trying to decrease the gap and take a different role.

SLAVOJ ŽIŽEK: They are trying. Are they really doing it? You know, I am—this is my skeptic. Some people already accuse me of being a covert neoconservative for what I will say now. Let’s not have any illusions. I claim that much of the attraction of the recent wave, Hugo Chavez and so on, of Latin American populism comes from this old desire of the left. Let’s be clear, many leftists today in the United States are relatively well-paid academics who fight all the dirty department career war, but they like to feel warm in their hearts. So it’s good to have as far away as possible another country where you can sympathize. “Oh, but things are really happening there.” You know, at some point in the ‘30s it was Soviet Union, Cuba, Chinese Cultural Revolution, Nicaragua. I’m afraid now that it is Venezuela a little bit. And I don’t buy the standard liberal critique, Chavez dictator and so on.

I just think Chavez started well. He did something of world historical importance. As far as I know, he was the first one of truly trying to mobilize people who were in favelas and so on, who were excluded from the public domain. He really tried to bring them into the political process. I claim if we don’t find a way to do this, we are slowly approaching a kind of a new apartheid society, where we will live in a kind of a permanent low-level civil war, where we will have some kind of irrational explosions like in France, the car burning in the Paris suburbs.

On the other hand, I’m a little bit more pessimistic as to what in the long term he will really achieve. I think he is now losing his way approaching this standard Latin American populism, where he, because of the oil wealth, is allowed to play the game of fiddle with oil, fiddle with money. I think, if you ask me, a much more interesting phenomenon is Bolivia. It’s much more authentic. They’re really being forced to invent something new. I always think that the genuinely utopian moments are not when you are doing OK and why not even better, are when you are in a deadlock. Then, in order even to survive normally, you are forced to invent something. But I thought you would say entire—so, no, I don’t see too much hope in Latin America.

But I see more hope at this moment with you in United States than with Europe. Europe is now, I think, in great decline. I had some hopes about Europe. Why? Because, to put it very simply, it still looks that we have two models now which are in competition, if I simplify the analysis very much: the Anglo-Saxon liberal market model and what we poetically call capitalism with Asian values, which means authoritarian capitalism. This is what every leftist, as I repeat it, should worry about, because let’s concede to the devil what belongs to the devil. Wasn’t it that, ’til recently—I’m sorry to tell you again, as a strange communist, you will say—there was one good argument for capitalism? After. It may have been that capitalism needed dictatorship for ten, twenty years—Chile, South Korea—but when things started to move, capitalism always engendered a push toward some kind of democracy. No longer. I claim that what is now emerging in the Far East started—it started in Singapore, this kind of so-called, again, authoritarian capitalism. I think something new is emerging: a capitalism even more dynamic—

AMY GOODMAN: Ten seconds.

SLAVOJ ŽIŽEK: —than our own, but which, even in long term, doesn’t need democracy.

AMY GOODMAN: Slavoj Žižek, Slovenian philosopher, psychoanalyst, cultural theorist. His latest book is First as Tragedy, Then as Farce

09.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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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8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18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Dieyoung 2009-10-19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의 주장은 티베트에 관한 글과도 상통하는군요. 한국을 언급한 게 의미심장하군요. 아마도 많은 한국 사람들이 1~20년 안에 일어날 일이 아닌 현재 진행형의 것이라고 생각할 것 같지만..

로쟈 2009-10-20 23:35   좋아요 0 | URL
책을 오늘 받았는데, 생각 같아선 한달음에 읽고 싶어지네요. 한국어본도 곧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2009-10-20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20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펠릭스 2009-10-21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단락에서,
싱가포르에서 시작되었다는 자본주의 형태가 '유교적 자본주의'를
의미하는 것일까요?

로쟈 2009-10-21 00:19   좋아요 0 | URL
네, 권위주의적 자본주의가 좋게 말해서 유교적 자본주의죠...
 

나루케 마코토의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뜨인돌, 2009)를 보면, 끄트머리에 저자가 책에 관한 자신의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하는 대목이 나온다.   

'책은 버리지 않는다, 빌리지 않는다, 빌려주지 않는다'가 그것이다. 자칭 '애서가'라고 해도 버린 책들이 몇 박스쯤 되고, 빌려주었다가 분실하거나 돌려받지 못한 책들도 꽤 되는 형편인지라 그의 '원칙주의'가 일면 부럽다. 책을 내버리지 않아도 좋을 만한 소장 공간을 확보하고 있고, 책을 빌리지 않아도 좋을 만한 재력도 갖고 있다는 얘기이니까. 그는 집에 1만 5천 권 가량을 소장하고 있고, 별장에도 그 두 배를 소장하고 있다니까 대략 장서수가 4만 5천 권은 되는 모양이다. 일본에서 장서가의 기준이 어찌 되는지 모르지만, 그 정도면 도서관 규모이고 다치바나 다카시의 고양이 빌딩에 견줄 만하다.   

그런 나루케가 수만 권의 장서 가운데 손꼽는 책이라면 분야에 관계없이 눈길이 갈 만한데, 역사서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페르낭 브로델의 <지중해 이야기>, 그리고 이와나미 서점에서 나온 <일본역사> 시리즈 등이고 경제서로는 노나카 이쿠지로의 <실패의 본질>, 마이클 포터의 <국가 경쟁 우위>가 필독서라고(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도 이들 경영서와 나란히 언급되고 있어서 이채롭다). 그렇듯 특별히 필독서로 거명되고 있어서 노나카 이쿠지로와 마이클 포터의 책을 검색해봤다. 내가 경영학에 과문해서 그렇지 세계적인 경영학자로 이미 명성을 날리고 있는 인물들이다.    

   

노나카는 '지식경영', '지식창조경영'을 주창한 경영학자로 이름이 높은 모양인데, 찾아보니 개인적으론 레스터 서로 등과 공저한 <지식사회의 미래>(매일경제신문사, 2001)에서 한번 대면해봤을 가능성이 있다. 예전에 '지식'이란 주제로 자료조사를 하면서 읽었던 책이다. <지식경영의 시대>(시그마프레스, 2003), <노나카의 지식경영>(21세기북스, 2009) 등 다수의 책이 국내엔 소개돼 있다. 나중에 다시 그런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손에 들어봄 직하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경영석학'이라는 마이클 포터의 책도 나루케가 언급한 <국가 경쟁 우위>(21세기북스, 2009)를 비롯하여 '전략 3부작'이 모두 소개돼 있다. <국가 경쟁 우위>는 1135쪽 분량에 액면가가 6만원인 책이다. 이런 별세계도 있었구나란 생각이 들지만, 세일즈포인트로 봐서는 알라디너들과 거의 무관한 책인 듯싶다. 소개는 이렇게 돼 있다.   

마이클 포터는 ‘현대 글로벌 경제에서 지속적인 번영의 원천은 무엇인가’ ‘왜 어떤 국가의 특정 산업은 성공하고 다른 국가의 특정 산업은 실패하는가’를 규명하기 위해 미국, 독일, 일본, 한국(!) 등 주요 10개국을 대상으로 4년여의 기간 동안 해당 10개국의 책임 연구자 40명 이상과 함께 100개가 넘는 산업을 면밀히 연구 조사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특정 산업에서 경쟁우위를 촉진하는 국가의 특징을 갈무리하고, 그 연구결과가 기업과 정부에 주는 시사점을 담았다. 

나는 별로 읽을 일이 없지만, 한국의 관료들은 이런 정도의 책은 읽어주는지 문득 궁금하다(국민의 권익보다 미국 쇠고기 회사의 이익을 먼저 고려하는 관료들 말이다). 

나루케의 책 덕분에 일본의 대표적 독서가인 다치바나가 생각이 나서 낮에 동네 도서관에 들렀다가 그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살도 안되는 100권>(청어람미디어, 2008)도 대출해볼까 했지만 소장도서가 아니었다. 대신에 들고 온 건 기타노 다케시의 책 두 권,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북스코프, 2009)와 <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일본학>(씨네21북스, 2009). 기타노 다케시의 일본론을 읽고 나면 다치바나 다케시의 일본론 <멸망하는 국가>(열대림, 2006)를 읽고 비교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루케는 책을 빌려 읽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의 책을 비롯해서 일본 저자들의 책은 대출해서 읽기에 딱 좋다(가라타니 고진이 예외적이다). 어렵지 않고 명쾌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술서 범주에 드는 것도 아니기에 오래 품고 있지 않아도 된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가서 읽은 책은 기타노의 <생각노트>인데, 내가 알고 있는 비트 다케시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주는 좋은 책이다. 특히 "노력해도 안되는 놈은 안된다"(좋게 말하면, "노력하면 이루어지는 꿈도 있다")고 말하는 그의 교육론은 오타쿠의 본질에 대한 그의 통찰과 맞물려 제값을 한다.  

간단히 말하면, 그는 '결과보다도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회적 통념에 불편해 한다("시민 마라톤 같은 데서 간신히 완주한 정도를 가지고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하는 건 오버라고 생각한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것도 아니고, 아무리 노력해봐야 동네 마라톤 수준의 기록만 나오는데 요란하게 칭찬하는 것도 꼴사납다."). 가령, 그가 오타쿠의 본질이 무엇인지 지적하는 내용은 음미해볼 만하다.     

"어찌된 일인지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세상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됐다, 그래서 포기한다고 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거기서 자신을 칭찬하고 오히려 자기만족을 함께 끝을 내다니! 넘버원이 아니라도 좋으니 온리원을 지향하라고 하는 것도 생각해보면 상당히 묘한 논리다. 온리원이 되라는 것은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는 일, 즉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는 것이다. 그러면 귀찮고 번거롭게 경쟁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된다. 즉 '온리원'이라는 생각은 '경쟁상대가 아무도 없는 세계를 찾아내면 당신도 최고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최고를 좋아한다. 하지만 경쟁이 없는 세계에서 최고란 건 있을 수 없다. 정말로 의미 있는 일에서 오직 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지는 놈이 있으니까 이기는 놈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기는 싫으니까, 자기 자식에게 지는 걸 인정하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노력하는 것에 가치가 있다느니 하면서 아이들에게 온리원이 될 수 있는 세계를 찾으라고 말한다. 경쟁을 부정하면서 한편으로는 최고라는 것에 연연한다. 그러니 오타쿠가 늘어나는 것이다. 경쟁 상대가 적은 세계에 틀어박혀서 자기만족에 빠져 있는 사람이 오타쿠다. 제대로 된 세계의 제대로 된 경쟁은 한심하다고 하면서 부정한다. 사실은 지는 것이 싫고, 상처 입는 게 싫은 것뿐이면서."(81-82쪽)  

인용한 대목에서 기타노 다케시다운 보수적 세계관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경우엔 '진짜 보수'다(손을 써서 아들의 병역을 면제시켜주는 게 아니라 일부러 해병대에 보내는 보수 말이다). 김훈과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나란히 비교해봄 직하다. 기회가 되면 '김훈과 기타노 다케시'에 대해서도 써보고 싶지만, 일단 힌트만 주자면 둘다 자연사적 관점에서 인간을 이해한다. 태어나서 서로 경쟁하며 먹고 살고 짝짓기하다가 죽는 것이 자연사적 삶이고 인간의 삶이라는 것. 그런 생각이 잘 피력돼 있는 김훈의 에세이집 <풍경과 상처>(문학동네, 2009)가 이번에 재출간됐지만, 기타노의 책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읽으면서 나는 자연스레 김훈을 떠올렸다.  

"연어나 철새, 고래 등은 출산을 하기 위해 무지하게 가혹한 여행을 하는 종이다. 인간에 이르기까지 긴 진화과정 어느 쯤에 인간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을지 모른다. 언젠가 플로리다 앞바다의 해저를 끝없이 헤엄치는 새우들의 행렬을 영상으로 본 적이 있다. 산란기의 새우들이 엄청나게 떼을 지어 밤을 틈타 일제히 여행을 하는 것이다. 이를 안 물고기들이 새우들의 대열을 덮친다. 새우들은 동료들이 잇따라 죽어나가고, 물어뜯긴 다리가 너덜너덜해져도 목적지를 향해 묵묵히 나아갔다. 마치 죽음의 행진 같지만, 그래도 새우들은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목적은 단 하나, 자손을 퍼뜨리기 위해서. 그런 모습을 보고 있느라면 논리를 떠나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나도 저렇게 힘든 시절이 있었지 하는 옛 생각이 들어서다."(80-81쪽)   

그런 관점에서 기타노는 편하게 얻을 수 있는 안락과 행복에 대해서 근심한다(<로쟈의 인문학 서재>에서 다룬 바 있지만,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의 표현을 쓰자면 인간은 "걷어차야지만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의 단골식당 주인 구마 씨가 요즘 아이들은 "뭘 먹고 싶니?"하고 물어도 "아무 거나요"라고 대답하는 게 고작이라고 하자, 기타노는 이런 의문을 던진다.  

"'지혜열'이라는 말도 있는데, 과연 요즘 아이들을 열이 날 만큼 생각하는 일이 있기나 할까? 무엇이든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손에 넣을 수 있다. 떼를 쓰면 좋아하는 반찬이 나온다. 이렇게 천국 같은 생활에서는 생각이란 걸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 천국이라고 해봐야 고작 다베호다이(무한 리필식당) 정도의 천국이다. 하지만 먹을 게 넘쳐나는 다베호다이에서는 오히려 먹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먹는 기쁨도 덜하다."(84-85쪽)  

그와는 반대되는 그의 어린시절(우리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했겠다). "내가 어렸을 때는 부족한 것투성이였다. 갖고 싶은 것을 손에 넣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만큼 무엇인가를 손에 넣었을 때의 기쁨이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내 어린시절의 기쁨은 이런 식으로 거의 포기에 가까운 동경과 그렇게 동경했던 것을 손에 넣었을 때의 기쁨으로 이루어져 있다. 요즘 아이들도 그렇게 동경하는 게 있을까? 신형 휴대전화나 손에 넣지 못한 컴퓨터 게임? (...) 요즘 아이들도 내가 어렸을 때 느꼈던 것처럼 세상이 새하얗게 반짝이는 듯한 기쁨을 맛보는 일이 있기는 할까?"(61-62쪽)  

부유한 젊은 부모들은 간혹 "내 아이는 고생을 모르고 자라게 해주겠어." "내 아이가 갖고 싶어하는 건 뭐든지 사줘야지."라는 생각도 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부모의 능력'을 보여주는 거라고 믿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진화적 본성은 단순하게도, 쉽게 얻은 것에 대해서는 큰 만족을 느끼지 못하게끔 돼 있다. 결핍과 동경이 없다면, 만족과 행복도 없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지하생활자의 수기>에서 제기하는 문제의식이기도 하지만, 고통과 굴욕이 없다면, '나'라는 정체성도 없다. 아빠가 잘해주는 것도 없다고 아이가 불평을 터뜨릴 때마다 나는 속으로 말한다. '그게 아빠의 사랑이란다.' 사실 기타노 다케시의 충고는 한걸음 더 나간다. 

"'마이홈 파파'가 아니더라도 아이들 기분은 어른이라면 누구나 안다. 어른들도 누구나 옛날에는 아이였으니. 알고는 있지만, 안되는 건 안되는 거라고 아버지가 가르쳐 주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것은 가르쳐주지도 않고 뭐든 잘 이해해주는 아버지가 너무 많다. 아버지가 아이에게 아양을 떨어서 어쩌자는 건가. 결국은 자기한테만 귀여울 뿐이지 않은가. 아버지는 아이가 최초로 만나는 인생의 방해꾼이어도 좋다. 아이에게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아버지가 되어서는 안된다."(57쪽)  

그러니 나도 좀더 분발해야겠다!.. 

09. 10. 18.  

P.S. 독서광인 나루케 마코토도 독서에 길잡이가 되는 '책의 달인들'이 있다고 한다. 일본 최대 오프라인 서점이라는 기노쿠니야서점의 '북웹'을 주로 활용한다는 그가 평론가들 가운데는 세 사람을 지목하는데, 그 중 일본의 저명한 편집자이자 저술가라는 마쓰오카 세이고는 국내에도 소개돼 있다. <지의 편집공학>(지식의숲, 2006)과 <만들어진 나라 일본>(프로네시스, 2008)이 그의 책이다. 그리고 <자 놀아보세>(토향, 2008)라는 책에는 '한국과 일본의 제사(祭祀)감각과 샤머니즘'이라는 그의 글이 포함돼 있다. 나루케는 그를 일컬어 '지(知)의 거인'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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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쓰오카의 다독술과 편집공학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04-04 22:27 
    알라딘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마쓰오카 세이고의 <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추수밭, 2010)를 읽었다. 지난 금요일에 서점에 잠깐 들렀다가 무슨 책인가 싶어 펼쳐봤는데, 우연히도 이런 대목이 눈에 띄었다. 자신의 '링크를 늘리는 편집적 독서법'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니시다 기타로의 책과 타르코프스키의 영화책과 오오시마 유키코의 만화책과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책과 롤랑 바르트의 철학책이
 
 
나무처럼 2009-10-18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케시와 김훈. 저도 다케시의 생각노트를 읽다가 김훈 생각이 나서 부랴부랴 매우 엉성한 리뷰 하나 끄적였는데... 무엇보다 저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기쁘고, 물론 저는 아주 얄팍한 인상비평에 그쳤지만^^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제 고민도 깊어졌네요. 한편으로는 엉성한 제 책읽기가 반성도 되고. 흐흐

로쟈 2009-10-18 22:26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읽어봤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보수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본성이란 게 잘 바뀌지 않는다고 보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한계라는 게 있고, 좀 저질이고, 하다고 보는 거죠(그래서 좀 허무주의적이고요). 진보는 거기에 대해서 좀더 유연하게 생각하고 많이 개선될 수 있다고 믿는 거구요(그래서 낙관주의적입니다). 보수나 진보를 팔아먹는 것과는 좀 별개라고 봅니다...

바밤바 2009-10-19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십니다. ㅎ 덕분에 읽어야 할 책이 늘었네요. 로쟈님이 쓰신 책도 조만간 읽을 예정이긴 한데 위에 소개한 책 중 읽은 책이 하나도 없네요 ㅠㅠ

라로 2009-10-19 16:10   좋아요 0 | URL
저는 단 한권 로쟈님 책~.ㅎㅎㅎ

로쟈 2009-10-19 17:38   좋아요 0 | URL
저도 반 이상은 안 읽은 책입니다. 기억해 두는 것이죠. 제 책도 읽으신다니 미리 감사드립니다.^^

다이조부 2010-08-22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치바나 다카시 검색 타고 왔어요 ^^

오타쿠 가상세계의 아이들, 기타노 다케시 생각노트, 로쟈샘 책~ 읽은 책들이

눈에 보이네요. 보통 선생님이 남기는 리뷰에는 모르는 책 투성인데 이렇게

익숙한 책이 많긴 처음이네요 ㅋ

 

최근 여론조사의 화제 중 하나는 MB의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율 상승이다. 40%는 넘어섰다고도 한다. 이런 조사에 한번도 참여해보지 않아서 어떤 방식으로 설문이 이루어지는지 모르겠지만, 그게 '정상적인' 여론인가에 대해선 의구심을 감추기 어렵다. 한국의 부유층이 40%가 아닌 이상, 여론조사가 사실에 근접한다면, 이건 체념 모드이거나 자학 모드가 아닐까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아직 그런 체념/자학에 빠지기엔 너무 이르다(아직도 이 정부는 '바닥'을 보여주지 않았다!). 국민의 건강보다 미국 쇠고기 회사의 이익을 먼저 챙기는 정부기관의 행태는 그런 체념/자학에 편승하는 것일 테니까.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고 심판할 때다. 잊지 않기 위해서 스크랩해놓는다.  

경향신문(09. 10. 17) 국민보다 미 쇠고기 회사 챙기는 정부   

일본 농림수산성은 지난 10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중단 조치를 내리면서 수입금지 물질인 등뼈를 포함시켜 수출한 업체가 ‘타이슨 프레시 미트(Tyson Fresh Meats)’ 사라고 공개했다. 미국산 쇠고기 검역과정에서 변질 등의 사유로 불합격되더라도 미국의 어느 업체가, 어떤 작업장에서 생산한 물량인지에 대해 ‘미국 업체의 영업비밀 보호’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 우리 검역당국과 대조적이다.

우리 검역당국은 그러나 국내 축산농가가 항생물질 잔류 허용기준치를 위반하면 해당 농가의 주소 등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을 책임진 농림수산식품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미국 눈치보기에만 급급해 하면서 국민 건강과 알 권리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고, 형평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16일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검역에 불합격한 미국산 쇠고기는 모두 15만3790㎏에 달했다. 24개 작업장이 94건을 위반해 작업장별 평균 위반건수는 약 4건에 달했다.

◇미국의 영업비밀 보호가 우선=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해 11월 검역당국에 미국산 쇠고기 작업장별 검역위반 세부내역 공개를 요청했다. 그러나 검역당국은 “해당 작업장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수출작업장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에 따라 민변은 지난해 1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검역당국은 공개를 거부한 채 항소한 상태다.

민변의 송기호 변호사는 “국민의 알 권리보다 외국 회사의 이익을 보호해주겠다는 정부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작업장들의 위반 실태가 공개되면 미국 업체들이 한국의 수입위생조건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될 것인데도 우리 검역당국은 되레 저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슬그머니 정보공개 지침 개정=강 의원이 확인한 결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행정소송이 제기된 직후인 지난해 12월 정보공개운영지침을 개정해 동축산물 수출입 합격 및 불합격 실적(회사명, 품목, 수량 및 수입일 등)을 경영·영업상 비밀보호란 이유로 비공개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검역당국이 국내 도축과정에서 잔류물질 위반이 적발될 경우 적발일자, 농가주소, 도축장명까지 공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강 의원은 “미국산 쇠고기 수출작업장의 검역위반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이중잣대이자 미국에 대한 굴욕적이고 사대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20개월 미만 미국산 쇠고기만 수입하면서 우리보다 수입위생조건이 훨씬 까다로운 일본은 검역당국의 홈페이지를 통해 위반업체의 상세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우리 검역당국도 과거에는 검역 불합격업체의 이름이나 작업장 정도는 공개했으나 요즘은 정보 통제가 더욱 심해졌다”고 말했다.(오관철기자) 

09.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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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2009-10-18 16:10   좋아요 0 | URL
소비자의 알권리면에서 그 대상이 누군든 무관함이 국민정서다. 문제는 국내 정책이 그럴 수 밖에 없는 양자(수입자과 수출자)간의 입장을 파악하는 것이다.

특히 재미있는 현상중에 하나는 소비자의 대표격인 국내 정책위반자들의 팔이 밖으로 꺽인다는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이는 해부학적으로 기형에 속한다.

또 하나는 "미국산 쇠고기 수출작업장의 검역위반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이중잣대이자 미국에 대한 굴욕적이고 사대주의적인 발상" 에서 '사대주의'라는 말에 주목한다. 나라간 정상적인 교역은 경제적 효과가 우선시되는게 통례다.

미국,일본,한국의 도축시스템 수준 차가 통상혐상의 차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가능하면 빨리 국내 도축시스템에 대한 인력과 구조조정(위치,설계,운영 등)으로 국제적인 수준을 갖추며, 더 나아가서는 다른 수출품목간 간섭에 의한 피해가 없도록 해당 정책자들은 사명감을 갖는것이 바람직하다.

로쟈 2009-10-18 18:53   좋아요 0 | URL
기사에서도 비교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하는 일을 왜 한국 정부는 못 하는가란 불만을 갖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미국 정부도 외국의 수입 쇠고기에 대해서 그렇게 태만하게 처리하진 않을 테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