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네 편씩 포스팅을 하는 건 내 경우 '미친 짓'의 일종이지만(간혹 기분이 착잡하거나 우울할 때 그러는 수가 있다), '휴식과 치유의 공간'이란 문구에 또 '필'을 받아서 두 권의 책소개를 스크랩해놓는다. 산골살이를 다룬 박원식의 <산촌 여행의 황홀>(창해, 2009)과 마당살이를 담은 서화숙의 <마당의 순례자>(웅진지식하우스, 2009)가 그 두 권의 책이다. 비록 산골살이를 해본 적이 없고(나는 내내 지방 소도시에 살다가 서울로 왔고, 서울 근교로 왔다), 마당 있는 집을 떠난 지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두 권의 책을 읽으면 왠지 황홀해지고 행복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책들은 쓰는 저자도 내내 행복할 듯싶다... 

세계일보(09. 10. 17) 자연의 숨결이 오롯이 살아있는 휴식과 치유의 공간 

나는 지금 남해의 물미해안에서 이 책의 서평을 쓴다. 어느 날 문득 바쁘게 나를 몰아세웠던 일상의 번잡함을 잠시 잊기 위해 평소 좋아하던 K시인의 ‘문학기행’ 여정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남해의 물빛 영롱한 풍경을 마주하며 꾸미지 않은 어촌의 낯선 모습들이 내 눈을 더욱 푸른 에메랄드빛 파다 풍광에 젖어들게 한다. 설핏 산촌여행도 아니고 바닷가 여행이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10월의 가을을 사랑하기엔 산이나 바다나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것은 바로 낯설고 거칠지만 생명의 속살을 고스란히 간직한 우리 산하의 숨결을 느끼기에 안성맞춤인 지금 가을을 만끽하는 필자 눈에 비친 가을의 색감이다. 



‘산촌여행의 황홀-자연주의 에세이스트 박원식의 산골살이 더듬기’는 그렇게 낯설고 자연스러운 산촌으로 떠나고 싶고, 머물고 싶고, 느끼고 싶은 아주 오래된 고향 산촌에 관한 이야기이다. 박원식 작가가 찾아간 산촌은 우리 산하에 몇 안 되는 자연 그대로의 비린 속살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깊은 산골에서 산과 더불어 산처럼 그윽하게 살아가는 산골 사람들의 삶의 여운을 전하고 있다. 그곳은 여느 유명한 명산대천이 아니라 오지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하는 강원도 영원군 하동면이며, 충북 청원군 문의면이며, 전남 곡성군 오산면 하는 국토에 점점이 박힌 순박하고 진솔한 우리네 산골들이다. 그곳을 찾아가서 작가는 적요하게 풍경으로 다가오는 산촌의 촌부와 촌로의 아프고 시린 모습들을 그냥 무심하게 날것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는 지금 남해의 허름한 숙소에 앉아 여명이 밝아오는 비취빛 바닷물살을 굽어보며 독자들에게 이 글을 쓴다. 10월의 어느 날 우리가 떠나볼 만한 자연은 절경으로 유명한 등산로나 관광지가 아니라 낯설고 거칠지만 자연의 숨결이 오롯이 살아있는 진정한 휴식과 치유의 공간이어야 하지 않을까? 바로 이 책의 작가가 찾고자 하는 고향 산촌 같은 그런 곳이다.

만산홍엽(滿山紅葉)으로 형형색색의 단풍 옷을 갈아입은 산촌의 오색풍광이 아름답게 빚어나는 10월의 눈부신 날들. 이렇게 아름다운 10월의 어느 날엔 ‘산촌여행의 황홀’을 한 권 들고 작가가 버무려놓은 어머니의 품 같은 우리 고향산골로 ‘마음을 내려놓는’ 호젓한 산촌여행을 떠나보자. 동네 뒷산 같은 그곳에선 고욤나무와 앵두나무가 자라고, 박새들이 나뭇가지에 음표처럼 매달려 지지구 재재구 즐거운 노래로 당신을 환영할 것이다. 그곳이 바로 당신과 나의 모태가 된 작가가 그리는 때 묻지 않은 산촌여행길이다.(맹한승 도서출판 창해 주간)   

한국일보(09. 10. 10) 마당에 다 있었네 자연도, 평온도, 행복도 

자연에서 자란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도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대도시 서울의 콘크리트 문화에 살면서도 늘 자연을 그리워했던 이 책의 저자는 마침내 종로구 부암동에 단독주택을 마련했다. 영화, 드라마의 무대로 자주 나오는 부암동은 광화문과 지척이면서도 북한산, 북악산, 인왕산으로 에워싸인 산골 동네이자 조선의 흔적을 품은 역사 동네이다. 이 책은 저자가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2006년 7월 부암동에 마당 있는 단독주택을 마련한 뒤 가진 넉넉한 삶의 기록이자 마당 있는 집에 바치는 일종의 헌사다. 



마당은 집에서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곳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자연의 순환을 보고 느끼게 해준다. 저자는 마당에서 산책하고 꽃을 가꾸며 사람들과 이야기한다. 텃밭을 만들고 채소를 기르고 과일을 수확한다. 가끔은 마당에서 밥도 먹고, 해를 받은 북한산 바위의 색깔 변화도 읽는다.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역시 집에 넉넉한 마당이 있기 때문이다. 마당 있는 집에서 산 지 3년 남짓, 그 사이 깨달은 것은 삶의 즐거움은 소박한 것이고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편집위원이자 동화작가인 저자는 막연한 미래에나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 집에 온 뒤로는 바로 지금이 가장 충만한 시간, 행복한 시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사람과 부대끼고 근심과 갈등에 휩싸일 때마다 마당에서 위로와 용기와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고 고백한다. 책에는 단독주택을 고르는 법부터 마당을 일구고 꽃과 나무를 가꾸는 요령 등도 수록돼 좋은 정보도 된다.(박광희기자)  

09.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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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9-10-19 00:03   좋아요 0 | URL
요즘 제가 "마당 있는 집에 살고 싶어!!"를 외치고 있는 중인데,,,,이런 책 소개 보면 저도 기분이 착잡하거나 우울해 진다구요!!우짜튼둥 오늘도 보관함에 담아갑니다~
참, 언제 로쟈님과 한 잔 하고 싶다는 생각이,,,생각이,,,ㅎㅎ

로쟈 2009-10-19 19:40   좋아요 0 | URL
네, 언제 기회가 되면요.^^

2009-10-19 0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19 1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