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재간본'이란 걸 고르라면 단연 마이클 길모어의 <내 심장을 향해 쏴라>(박하, 2016)다. 15년 전에 같은 제목으로 나왔던 책이다. <내심장을 향해 쏴라>(집사재, 2001). 몇년 전에 도서관에서 찾았을 때도 이미 절판된 상태였는데, 두 권짜리라 엄두를 못 냈던 기억이 있다. 책에 대해서 안 건 아마도 하루키에 관한 책을 읽어서였을 것이다. 이런 식의 언급.

 

"나는 <내 심장을 향해 쏴라>를 읽고 인간에 대한, 아니 어쩌면 세계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한 변화에 값하기 위해서 하루키는 이 책을 일어로 옮겼다. 하루키의 독자들에게도 읽어볼 만한 이유는 충분한 셈.

 

전미 도서비평가협회상과 LA타임스 올해의 도서를 수상한 마이클 길모어의 시대를 초월한 걸작 논픽션.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형수' 게리 길모어가 두 명의 무고한 시민을 죽이고 스스로 사형에 처해달라고 주장하며 전 미국을 충격에 몰아넣은 사건은 이미 노먼 메일러가 <사형집행인의 노래>를 통해 치밀하게 묘파하여 엄청난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퓰리처 상까지 수상한 바 있다. 그러나 1994년 <내 심장을 향해 쏴라>의 출간은 <사형집행인의 노래>의 충격을 넘어선 하나의 사건이었다. 다름 아닌 게리 길모어의 친동생이 자신의 형이 왜 그토록 끔찍한 괴물이 되었는지, 어찌하여 '미 대륙에 사형 제도를 부활시킨 인물'이 되었는지, 자신의 핏줄에 깃든 폭력과 광기의 역사를 파헤치며 길모어 집안에서 이루어졌던 폭력과 학대를 가감 없이 노출했고, 때로 자신의 치명적인 상처까지 백일하에 드러내면서 게리 길모어라는 불우한 영혼의 근원을 찾으려 했기 때문이다.

<사형집행인의 노래>(한맥, 1982)는 오래 전에 출간된 적이 있다(물론 절판된 지 오래다). <내 심장을 향해 쏴라>도 거의 심장이 멎은 책이었는데, 이번에 다시 소생한 셈. 죽다 살아난 책? 죽은 자식이 돌아온 것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반갑다...

 

16.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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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고전'으로 새 번역으로 나온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한길사, 2016)과 마르크스 연구자 비탈리 비고츠키의 <마르크스의 '자본' 탄생의 역사>(길, 2016)를 고른다.

 

 

<도덕감정론>은 그간에 비봉출판사판이 유일한 번역본이었는데(<국부론>은 3종의 선택지가 있다. 통상 김수행 교수의 번역본으로 읽지만), 이제 비로소 선택지가 생긴 셈. 

 

 

역자는 애덤 스미스 전공자인 김광수 교수. 지난해에 <애덤 스미스>(한길사, 2015)를 펴낸 바 있다. <국부론>이나 <도덕감정론>을 읽기 전에 길잡이로 삼을 만하다. <도덕감정론>에 대한 별도의 해설서로는 일본인 저자의 책 두 권이 나와 있는데, 오가와 히토시의 <애덤 스미스, 인간의 본질>(이노다임북스, 2015)과 도메 다쿠오의 <지금 애덤 스미스를 읽는다>(동아시아, 2010)가 그것이다. 

 

 

러시아 경제학자인 비탈리 비고츠키는 " 마르크스의 완전한 전집인 MEGA(Marx Engels Gesamtausgabe)를 발간하는데 평생을 바친 사람"이다(이 전집 번역도 국내에서 기획되고 있는 걸로 아는데 실현될지 궁금하다). <마르크스의 '자본' 탄생의 역사>는 '마르크스 40년 경제 이론 작업의 전모를 밝히다'란 부제대로 <자본>의 탄생과정을 추적한 책. "저자에 따르면, 마르크스의 경제이론은 네 번의 발전과정을 거쳤고, <자본>은 세 개의 초안을 거쳐서 만들어졌다. 이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마르크스의 경제이론이 방법론을 먼저 확립한 다음 경제적 범주의 연구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의 관심거리로 보이지만, <자본>을 읽으려는 독자들에게도 유익한 배경지식이 되겠다. 책은 '동아대 마르크스-엥겔스 연구소 총서'의 셋째권으로 나왔는데, 이 총서에서는 강신준 교수의 <오늘 '자본'을 읽다>(길, 2014)가 나란히 읽어볼 만하다...

 

16. 0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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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태생의 예술사학자 아르놀트 하우저의 대표작이자 창비의 간판도서인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창비, 2016)가 개정2판으로 다시 나왔다. 표지가 바뀌었고 도판과 디자인이 강화되었다. 일정도 신학기에 맞춘 듯싶은데, 새 독자들에게도 요긴한 읽을 거리가 될 듯싶다. 나도 1999년 개정판을 갖고 있지만(4권은 그 이전 판도 갖고 있었고) 새 판본으로 읽어보고 싶다.   

 

 

"2016년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가 한국에 처음 소개된 지 만 50년이 되는 해다. 1966년 계간 '창작과비평' 가을호를 통해 책의 마지막 장인 '영화의 시대'가 번역됐고, 이후 1974년 '창비신서' 1번으로 책이 출간되며 한국 지성계에 놀라운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 개정판은 1999년 개정판에 이은 두번째 개정판이다. 이 책의 새로운 독자들, 이제 막 예술과 사회에 발 디디려 하는 독자들은 물론, 그동안 이 책을 읽으며 예술과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온 오랜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하려 한 결과물이다. 총 500점에 달하는 컬러도판과 새로운 디자인으로 텍스트를 더 쉽고 재미있게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먼저 나왔던 개정판과 비교하면 표지가 훨씬 '컬러풀'해졌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개정2판을 보고서 드는 생각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영어판을 구해보고 싶다는 것. 1999년에 나온 루틀리지판도 4권짜리인데, 제목은 <예술의 사회사>다(독어판 제목은 <예술과 문학의 사회사>). 표지도 괜찮은 편이지만 문제는 가격이 좀 세다는 점. 4권을 구입하려면 15만원 이상 소요돼 잠시 보류해놓은 상태다. 단권짜리도 있기는 한데, 이게 같은 분량의 책인지 축약본인지 불확실하다.

 

 

그리고 또 다른 생각은 절판된 <예술사의 철학>(돌베개, 1983)도 다시 나오면 좋겠다는 것. 알라딘에는 이미 흔적도 없는데, 아래와 같은 표지의 책이었다.

 

 

이 책도 갖고 있는 듯싶은데, 있다 하더라도 박스에 보관돼 있어서 찾기는 어렵고 도서관에서나 빌려 읽어야 할 형편이다. 하도 오래 전이라 얼마나 읽었던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훨씬 수월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그래서 영어판도 구해보려고 한다).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는 말이 있듯이, 독서도 책이 출간된 김에 하는 것이다...

 

16. 0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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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이란 제목이 붙은 두 권의 개정판이 나왔다. 토머스 소웰의 <비전의 충돌>(이카루스미디어, 2016)과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김영사, 2016)이다. 원제로는 '비전의 갈등'과 '문명의 충돌'이니 정확히 일치하진 않고, 꽤 화제가 되었던 <문명의 충돌>과는 달리 <비전의 충돌>은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책이니 동급에 올려놓을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래도 비슷한 시기에 개정판이 나와서 같이 묶는다.

 

 

토머스 소웰은 스탠포드대학에서 가르치는 경제학자로 국내에 몇권의 경제학서가 번역되었지만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비전의 충돌>도 개정판이 나온 게 신기할 정도인데, 여하튼 원저는 2002년에, 그리고 번역 초판은 2006년에 나왔었다. '세계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이 부제. 소개는 이렇다.

"수세기에 걸쳐 지속되어 온 보수와 진보 사이의 논쟁을 '비전의 충돌'이라는 아이디어로 분석했다. 미국의 대표적 두뇌집단 중 한 사람인 정치학자 토마스 소웰이 미 행정부 정책 자문의 경험을 바탕으로 30년간의 사상사 연구를 집대성한 것이다. 저자는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충돌해 온 두 가지 관점(비전)을 제시한다. 하나는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고 변하지 않는다는 "제약적 비전",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본성은 완벽해질 때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무제약적 비전"이다. 아담 스미스, 윌리엄 고드윈, 마르크스 등의 사상을 이 '비전의 충돌' 구도에 맞추어 분석했다. 그리고 구체적인 사례들을 들어가며 정치, 경제, 사회, 법, 도덕에 대한 대립에 작용하는 비전들의 기본적 전제들을 제시했다."   

여기서 구미가 당긴다면 일독해봄직하다.

 

 

벌써 20년 전에 소개된 <문명의 충돌>은 상당한 반향과 함께 비판도 불러모았던 화제작이다. 더불어 정치학자 헌팅턴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된 책.

"저자는 현재의 수많은 분쟁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의 틀을 제시한다. 세계를 우리가 알고 있는 개별 국가가 아닌 서방과 라틴아메리카.이슬람.힌두교.유교.일본 등 7개 내지 8개의 문명들로 나누고, 국가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하는 것은 이념의 차이가 아니라 전통, 문화, 종교적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문명'이 세계를 구분짓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며, 가장 위험한 분쟁은 문명과 문명이 만나는 '단층선'에서 발생한다는 주장을 설득력 있는 논조로 전개하고 있다."

'21세기 세계 정치의 혁명적 패러다임'이라고도 광고되는데, 냉전 이후의 세계 분쟁을 바라보는 한 가지 틀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보수 진영에) 상당히 설득력 있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수용되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겠다. 문제는 여러 비판이 보여주듯, 오도된 틀이라는 것.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의 계급투쟁이 문명의 충돌, 근본주의의 충돌로 포장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헌팅턴에 대한 좌파적 비판이다. <문명의 충돌>이 여전히 읽을 만하다면 '저들'의 세계관 혹은 이데올로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16. 0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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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사에 관한 책이 출간됐다. 정확히 말하면 재출간됐다. 제임스 르 파누의 <현대의학의 거의 모든 역사>(알마, 2016)인데, 절판된 <현대의학의 역사>(아침이슬, 2005)가 재번역돼 나온 것이다.

 

 

번역본이 668쪽, 원서도 600쪽 가까이에 이르는 두툼한 책이다. 내용은 제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현대의학의 역사를 간결하고 알기 쉽게 정리하고 있다. 현대의학의 번영부터 쇠퇴에 이르기까지, 그 장대한 파노라마를 단 한 권의 분량으로 요령 있게 펼쳐 보인다. 특히 1940년대부터 시작된 현대의학의 괄목할 만한 성취를 '열두 가지 결정적 순간'으로 압축한 제1부에서는, 현대의학의 두 축인 항생제와 코르티손의 개발부터 개심술을 통한 고난도 심장 수술, 그리고 장기이식이라는 마법의 완성까지 주요 혁신 기술들의 탄생과정이 흥미진진하게 소개되고 있다."

원제는 '의학의 번역과 쇠퇴'. 번영은 이해가 되지만 '쇠퇴'는 무얼 뜻하는지 궁금하긴 하다. 소개에 따르면, " 저자는 1970년대부터 조짐을 드러낸 현대의학의 쇠퇴 양상에 대해서도 책의 절반 이상을 할애해 치밀하게 서술한다. 기존 의학 연구가 한계에 다다를 즈음 새로운 동력으로 등장한 사회 이론과 신유전학이 어디에서 어떻게 실패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다른 의학사에서도 그렇게 기술하는지 궁금하다. 의학의 역사를 다룬 책이 드물지는 않다. 국내 저자로는 황상익 교수의 책들이 의학사 관련서들이고, 이재담의 <서양의학의 역사>(살림, 2007), 재컬린 더핀의 <의학의 역사>(사이언스북스, 2006), 로이 포터의 <의학: 놀라운 치유의 역사>(네모북스, 2010) 등이 모두 같은 분야의 책이다. 그럼에도 분량으로는 <현대의학의 거의 모든 역사>가 가장 방대하다. 정확한 건 비교해봐야 알겠지만 기본서 역할을 해줄 듯싶다.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정신의학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가 정신의학의 역사를 스케치한 <정신의학의 탄생>(해냄, 2016)을 펴냈다. "200년 정신의학의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진실을 쉽게 풀어낸 책"으로 네이버캐스트 연재물을 단행본으로 엮었다. 예전에 한번 다룬 적이 있지만 정신의학과 관련해서는 (미셸 푸코의 책들을 별도로 하면) 에드워드 쇼터의 <정신의학의 역사>(바다출판사, 2009), 앤드류 스컬의 <현대 정신의학 잔혹사>(모티브북, 2007)도 같이 참조해야 하는 책이다. 정신의학의 탄생 못지 않게 그 공과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방송이나 팟캐스트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아산병원의 정신의학 전문의 김병수 박사도 정신의학에 관한 가벼운 읽을 거리를 펴냈다. <마음의 사생활>(인물과사상사, 2016). 하지현의 <정신의학의 탄생>과 같이 읽어봄직하다. 나부터도 사이코패스 권력자들 이야기나 예술가들의 조울병 이야기를 이 두 권의 책에서 비교해가며 읽었다. 그에 관한 포스팅은 언젠가 시간이 날 때...

 

16. 02. 09.   

 

 

P.S. 의학 교재용 책을 제외하면 의학 관련서의 하위장르에는 '병원의 진실'도 포함된다. 대개 범죄소설이나 공포물의 인상을 주는데 독일의 전직 의사 베르너 바르텐스의 <의사 유감>(알마, 2015)도 그에 해당한다. "의사로 생활하다 병원 현실에 염증을 느끼고 저널리스트로 진로를 수정한 저자는 한때 자신이 몸담았던 의료계의 현실을 유머러스하고 통쾌한 문체로 가감 없이 까발린다. 그가 들려주는 병원 안 풍경은 충격적이고 살풍경하고 웃긴다. 그러나 저자는 결코 병원 파괴론자는 아니다. 그가 쓰디쓴 독설을 쏟아내는 이유는 죽어가는 의학을 살리기 위해서다." 병원의 실상이라는 게 비슷한 편일 것이기에 우리에게도 참고가 되겠다.

 

또다른 장르는 '의학의 미래'인데, 가장 대표적인 표상이 청진기가 사라진 진료실이다. 그에 관해서는 에릭 토폴의 <청진기가 사라진다>(청년의사, 2012)란 예고편이 나왔었고, 지난해에는 본편 격으로 <청진기가 사라진 이후>(청년의삭, 2015)가 출간되었다. <청진기가 사라진다>의 원제는 <의학의 창조적 파괴>. 의학도나 예비의학도들이라면 필독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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