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더 강의 일정이 남아있지만 매주 목요일 밤이면 고비를 넘겼다는 느낌이 든다. 월요일부터 나흘간의 일정만으로 진이 빠지게 하기에. 이번주만 하더라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오르한 파묵, 프란츠 카프카, 너새니얼 호손, 제임스 조이스, 파울로 코엘료, 토마스 만, 자크 데리다에 대해서 강의했다(내일은 기형도의 시에 대해 강의한다. 비공개강의다). 평균적으로 매주 8명의 작가(와 그들의 작품)에 대해 강의하는데, 이 정도면 문학강사로서 최다강의자가 아닐까 싶다(물론 건강상으로는 강의를 좀 줄여야 한다).

미국문학 강의에서 호손의 단편들을 읽고 있는데 다음주에는 <주홍글자>에 이어서 쓴 또다른 로맨스로 <일곱박공의 집>을 읽는다. 국내 번역된 호손의 장편소설은 모두 세 편인데 호손은 모두 ‘로맨스‘라고 불렀다. 연애담을 뜻하는 로맨스가 아니라 사실적인 소설과 달리 비현실적인 내용도 포함한 이야기라는 뜻의 로맨스다. 이런 경우는 ‘로망스‘라고 부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호손의 단편들은 대략 1831년에서 1850년까지 쓰인다. 그 이후 호손은 <주홍글자>를 필두로 주로 장편소설에 주력한다. 공직자로서의 활동을 제외하면 말이다. 이번에 주요 단편들을 읽으며 호손 문학의 독특한 특징을 확인하게 되는데 그것이 장편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보는 게 나의 관심사다. <주홍글자>는 여러 차례 읽었기에 <일곱박공의 집>을 골랐고 다음주에는 이 작품에 대한 견해도 갖게 될 것이다. 남은 장편은 <블라이드데일 로맨스>인데, 이 세 작품을 호손은 1850년대 초에 집중적으로 썼다.

<주홍글자>(1850)
<일곱박공의 집>(1851)
<블라이드데일 로맨스>(1852)

작품의 가치나 문학사적 중요성은 순서대로다. 한권만 읽는다면 <주홍글자>이고 거기에 순서대로 더할 수 있다. 강의에서는 <일곱박공의 집>만 다루지만 여력이 있다면 <블라이드데일 로맨스>까지도 이번에 읽어보려 한다. 호손을 언제 또 읽겠는가라는 생각이 이런 부담을 떠안게 한다. 호손의 전기와 함께 당대의 ‘시장혁명‘을 다룬 역사서를 주문해놓은 상태라 나중에라도 다시 다루기는 해야겠다. 주문한 책들의 면목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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