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 책 정리를 하다가 오래전 시집도 발견했다. 자작 시집이다. 뒤적거려보다가 오랜만에 자작시도 한편 옮겨놓는다. 15년 전쯤에 쓴 것이고, 시선집에 빠뜨린 걸 보면 아주 맘에 들어한 것 같지는 않지만 지금 읽으니까 괜찮다. 한때 이런 시들을 쓰며 살았다...  

  

높이 나는 새여

높이 나는 새여, 자유롭게 낙하하라
빗방울이여 자유롭게 낙하하라
눈발이여 자유롭게
우박이여 자유롭게
대지를 가볍게 들어올리던
바람이여
공기의 입자들이여
세상의 티끌들이여
노래하는 별들이여
무한 자유 낙하하라
그토록 너희는 자유로운가
어디 본때를 보여다오
내 늠름하게 지켜보리라
어서 낙하하라
창공을 넘나들던
자유의 힘줄을 보여다오
자유의 총명한 두 눈을
자유의 빛나는 콧잔등을
자유의 갈기를
내게 보여다오
어서
자유롭게 낙하하라

높이 나는 새가
나는 아니다

으아, 높이 나는 새여
빗방울이여
눈발이여
우박이여
티끌이여
별들이여
언제나 높이 있는 것들이여
자유롭게 자유롭게
마구 낙하하라
그토록
자유롭게
이 땅바닥에
먼지 뒤집어쓰고
코를 박아다오

제발 전멸해다오! 

chiken-punk.jpg PunkChic! picture by cascabelsl 

09. 0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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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9-02-28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를 쓰는 남자...멋집니다.옷입고 있는 새의 정체는 뭔가요?

로쟈 2009-02-28 16:25   좋아요 0 | URL
병아리 아닌가요?^^

반딧불이 2009-02-28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저것이 병아리 다리??

로쟈 2009-03-01 13:12   좋아요 0 | URL
우량종인가 봅니다...

2009-02-28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01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28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01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9-02-28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국을 향한 아련한 혁명의 꿈을 꾸고 계셨나요? ^^ 로쟈라는 필명이 시인에 어울리는군요. ^^

로쟈 2009-03-01 13:14   좋아요 0 | URL
해몽이 더 좋으신데요.^^;

Joule 2009-03-01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거 반전 맞지요? 로쟈 님 시에는 제가 좋아하는 문장이 꼭 하나씩은 들어 있더라구요.

로쟈 2009-03-01 13:15   좋아요 0 | URL
코드가 하나씩은 맞는가 봅니다.^^

파란여우 2009-03-01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않아도 요즘엔 시 안쓰세요? 라고 물어볼까 말까 했어요.
'한 때'로 끝나지 않으시길!
독수리(제가 몹시 편애하는 아이)가 나와서 로쟈님 시+독수리+히피 병아리=만족입니다.

로쟈 2009-03-01 22:21   좋아요 0 | URL
맘에 들어하시니 다행이네요. 시는 낭만적 세계관의 산물이라고 생각해서 좀 멀어졌지요. 세상이 팍팍하다 보니...--;

무해한모리군 2009-03-02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으로 대범한 시네요.
읽으면서 속시원해집니다 ^^

특히
'그토록
자유롭게
이 땅바닥에
먼지 뒤집어쓰고
코를 박아다오

제발 전멸해다오! '

대목이 마음에 들어요.

로쟈 2009-03-03 00:05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