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 책 정리를 하다가 오래전 시집도 발견했다. 자작 시집이다. 뒤적거려보다가 오랜만에 자작시도 한편 옮겨놓는다. 15년 전쯤에 쓴 것이고, 시선집에 빠뜨린 걸 보면 아주 맘에 들어한 것 같지는 않지만 지금 읽으니까 괜찮다. 한때 이런 시들을 쓰며 살았다...
높이 나는 새여
높이 나는 새여, 자유롭게 낙하하라
빗방울이여 자유롭게 낙하하라
눈발이여 자유롭게
우박이여 자유롭게
대지를 가볍게 들어올리던
바람이여
공기의 입자들이여
세상의 티끌들이여
노래하는 별들이여
무한 자유 낙하하라
그토록 너희는 자유로운가
어디 본때를 보여다오
내 늠름하게 지켜보리라
어서 낙하하라
창공을 넘나들던
자유의 힘줄을 보여다오
자유의 총명한 두 눈을
자유의 빛나는 콧잔등을
자유의 갈기를
내게 보여다오
어서
자유롭게 낙하하라
높이 나는 새가
나는 아니다
으아, 높이 나는 새여
빗방울이여
눈발이여
우박이여
티끌이여
별들이여
언제나 높이 있는 것들이여
자유롭게 자유롭게
마구 낙하하라
그토록
자유롭게
이 땅바닥에
먼지 뒤집어쓰고
코를 박아다오
제발 전멸해다오!
09. 0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