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신문들의 문화면은 대부분 고(故) 김광석 추모공연 관련소식을 싣고 있다. 내달 6일이 그의 12주기가 되는 날이라고 한다. 그날 추모공연도 열리고 대학로에는 추모비도 세워진다고. 90년대 초반 어디서건 들을 수 있었던 게 그의 노래들이었으므로 지나간 시절을 잠시 돌이켜보게 하지만 특별한 감상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그의 절창들이 주로 '실연'을 노래하는데 젊은 시절, 나는 연애나 실연은 좀 하찮게 여겼다). 내가 기억하는 건 '동물원'이고(그는 '노찾사'로 데뷔했다), '김광석'이란 이름은 대학 동기가 노래부르는 자리에서마다 불러제끼는 바람에 각인되었다(지금도 '김광석' 하면 그 친구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이젠 '텔미'를 따라부를 수 있는 처지도 아니어서(그 안무를 따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다시금 그 시절의 노래들을 가끔씩 듣는다. 기사가 계기가 되어 김광석의 노래들도 연이어 들으며 관련기사도 옮겨놓는다. 역시나 절창은 시인들이 가장 즐겨부른다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다. 젊은 날 나는 왜 이런 노래들이 낯간지럽다고 생각했을까? 흠... 

 

 

 

 

 

 

 

 

 

 

한국일보(07. 12. 14) 김광석 추모비 '마음의 고향' 대학로에

1996년 세상을 떠난 ‘가객(歌客)’ 김광석을 추모하는 노래비가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앞마당에 세워진다. 노래비 제막식은 고 김광석의 12주기인 내년 1월 6일에 거행되며 같은 날 오후4시 그의 동료 및 후배들이 주도하는 추모공연이 학전블루에서 열린다.

김민기 학전 대표(김광석 추모사업회 회장)는 13일 추모공연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김광석은 자기가 하고 싶은 노래에 집착하지 않고 숨겨져 있는 명곡들을 발굴해 이를 대중에게 전달해주는 진정한 가객이었다”며 “그 동안 모인 추모공연 수익금 등을 가지고 김광석의 흔적을 남기는 방법이 무언가 찾다가 생전에 1,000회 이상의 라이브 공연을 했던 학전 앞에 노래비를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래비는 청동 조각으로 제작되며 조각가 안규철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만드는 중이다.

김 대표는 “1984년 뮤지컬 <개똥이>를 준비하면서 꾸려진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통해 그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며 “노찾사 1집 앨범을 한 꾸러미씩 들고 광석이와 함께 전국 방송사를 순회하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는 “광석이의 노래 중 가장 인기 있던 <이등병의 편지>는 원래 전인권이 부르기로 했는데 그의 밴드가 나오지 못해 당시 코러스였던 광석이에게 넘어갔다”고 추억했다.

김광석의 친구인 가수 박학기는 “김광석은 그의 노래 중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에 가장 애착을 보였고, 후반으로 갈수록 <일어나>와 같이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노래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추모공연에는 박학기를 비롯해 <서른 즈음에>를 만든 강승원, 작곡가 김형석, 가수 노영심 이소라 성시경 윤도현 이적 동물원 한동준 등이 참여해 김광석의 곡들을 들려준다. 학전블루의 좌석 수가 120개에 불과해 주최 측은 공연관람 신청을 20일 전화(02-763-8233)로 받은 후 이들 중 60명(1인 2매)을 추첨, 입장권을 판매할 예정이다.

박학기는 “1만 명이 모이는 큰 공연장에서 한 번 노래하는 것보다 100명이 들어가는 작은 곳에서 여러 번 공연하기를 좋아했던 김광석의 뜻을 살려 소규모로 추모콘서트를 하게 됐고, 평소 그가 마음의 고향이라 부르던 학전을 장소로 택했다”고 말했다.(양홍주 기자)

-이등병의 편지(http://www.youtube.com/watch?v=2CqZIvjdLUo)

-그녀가 처음 울던 날(http://www.youtube.com/watch?v=2kmbk_NzAvA)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http://www.youtube.com/watch?v=lxBEOisWBhw)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http://www.youtube.com/watch?v=_C3JFm911hE)

-일어나(http://www.youtube.com/watch?v=ekTNFs83ZQE)

경향신문(07. 11. 22) [대중음악 100대 명반]25위 김광석 ‘다시 부르기 2’

음악사적으로 보면, 1968년 한대수 이래의 모던포크는 장르로서의 중요성보다 ‘음악창작에 대한 인식’과 ‘메시지 표현 양식’에서 일대 혁신을 일으킨 것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즉, 대중음악에서 아티스트의 탄생을 의미한다.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인텔리들이 대중음악 영역에 정식으로 들어옴으로써 대중음악을 단순한 ‘딴따라판’ 이상으로 자리매김시켰으며, 70년대 초반 청년문화의 중심으로 대중음악을 편입시켰다.

60년대 영미권의 록과 포크를 들었던 당시 대학생들에게 모던포크는 낯설지 않은 음악 형태였을 뿐만 아니라 자의식 강한 그들이 한국사회를 향해 메시지를 날릴 수 있는 매개체로서도 적당했다. 왜냐하면 선동적인 록과 달리 포크는 기본적으로 ‘메시지’의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박정희 정권의 ‘청년문화 탄압’에 따라 모던포크는 기운을 잃어갔고, 한대수·김민기를 비롯한 중요한 창작자들이 요주의 인물로 낙인 찍히면서 더 이상의 작품은 나오지 않았다. 그 마지막은 한대수가 2집 ‘고무신’을 발표했던 75년 무렵이다.

이후 모던포크의 계보는 오히려 대중음악이 아니라 70년대 말의 ‘메아리’와 같은 대학 노래동아리로 이어진다. 메아리는 단순히 실연 중심의 노래패가 아니라 ‘창작자 집단’이란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 그러나 메아리 이후로는 그런 정체성을 가진 곳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모던포크가 대학 내로 광범위하게 전파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고무신’ 이후 모던포크의 계보는 민중음악 진영 내의 메아리-노래를 찾는 사람들-새벽으로 근근이 명맥을 이어갔고, 예외적으로 활동한 인물이 정태춘, 조동진, 김두수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90년대에 들어 ‘모던포크’의 적자임을 자부한 이가 김광석이고, 그 핵심적인 작품이 바로 김광석 4집(94)과 ‘다시 부르기 2’였다.

김광석은 84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 1집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88년 동물원 1집을 정식 데뷔작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후 동물원 2집까지 참여를 하고, 89년 솔로 데뷔작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찾은 것은 ‘나의 노래’가 담긴 92년 3집부터다. 베스트앨범 형식으로 발표한 ‘다시 부르기 1’(93)부터는 작품성과 상업성 둘 다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다시 부르기 1’이 동물원과 자신의 앨범에서 뽑아낸 노래들과 한때 활동하던 민중음악 진영에서 김현성, 한동헌, 문대현의 노래로 구성된 자전적 베스트 앨범이었던 반면, ‘다시 부르기 2’는 자신이 스스로 선정한 ‘한국 모던포크의 대표곡’ 모음집이다. 그리고 모던포크를 떠나서 그가 선정한 중요한 음악창작자들에 대한 트리뷰트앨범이었다.

그래서 이 음반에는 한대수의 ‘바람과 나’, 이정선의 ‘그녀가 처음 울던 날’, 양병집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김의철의 ‘불행아’와 같은 초기 모던포크 뮤지션들의 노래가 담겼고, 백창우의 ‘내 사람이여’, 한동헌의 ‘나의 노래’와 같은 민중음악 선배들의 노래들이 있다. 또 김창기의 ‘잊혀지는 것’ ‘변해가네’, 유준열의 ‘새장 속의 친구’와 같은 당대 주목할 만한 창작자들의 노래들이 수록되었다. 그리고 앨범의 대미는 자신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로 끝맺는다.

대부분의 세션은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던 조동익 밴드가 맡아서 90년대 국내 세션의 정수를 보여주었고, 편곡자 조동익은 원곡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노래를 참신한 김광석 버전으로 재탄생시킨 일등공신이다. 리메이크 앨범으로서는 드물게 대다수 수록곡이 원곡을 능가하는 위력을 발휘했고, 이는 자신의 노래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노래와 삶, 기쁨과 슬픔 그리고 자유와 외로움이 진득하게 녹아든 이 음반은 그의 유작이라서 더욱 애틋하다.(박준흠|가슴네트워크 대표)

 

◇김광석 프로필
·출생 : 1964년
·사망 : 96년
·데뷔 : 84년(김민기 ‘개똥이’ 음반 참여 및 ‘노래를 찾는 사람들’로)
·주요활동
-88년 동물원 1집 ‘동물원’
동물원 2집 ‘동물원 두번째 노래모음’
-89년 김광석 1집 ‘김광석 1’
-91년 김광석 2집 ‘김광석 2nd’
-92년 김광석 3집 ‘김광석 3번째 노래모음’
-93년 ‘김광석 다시부르기 1’
-94년 김광석 4집 ‘김광석 네번째’
-95년 ‘김광석 다시부르기 2’

07.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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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2-14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 김광석씨의 노래 중에 "그날들"이라는 노래는 저에게 많이 특별한 노래 중에 하나랍니다.^^

로쟈 2007-12-14 10:28   좋아요 0 | URL
네, 좋은 노래죠(워낙 베스트 넘버들이 많기도 하고). '먼지가 되어' 같은 노래도 좋은데 제가 유튜브에서 못 찾았습니다.^^;

드팀전 2007-12-14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로에서 하는 공연 자주 갔었는데...전 <기대어 앉은 오후>라는 곡을 좋아했어요.그리고 가곡풍의 곡들 예를 들면 <꽃>,<나무> 뭐 이런..

로쟈 2007-12-14 10:37   좋아요 0 | URL
'김광석 세대'들인가 봅니다.^^

hnine 2007-12-14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덕분에 하루 종일 김광석 목소리와 함께 할 것 같습니다.
추천드리고 가요. 저도 김광석 세대랍니다.

로쟈 2007-12-14 14:43   좋아요 0 | URL
이젠 늙어가는 세대죠...

잉크냄새 2007-12-14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12년이군요. 저도 역시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가장 좋아합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도 절창이라고 말하고 싶군요.

로쟈 2007-12-14 14:42   좋아요 0 | URL
네, 본인이 버스에서 들으며 울었다고 하더군요...

수유 2007-12-14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처량맞아서 싫다오~~~

로쟈 2007-12-14 14:42   좋아요 0 | URL
차마 적지 못한 단어인데 '처량' 만땅이죠.^^;

자꾸때리다 2007-12-14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서른 즈음에>,<혼자 남은 밤>,<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기대어 앉은 오후에는>,<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광야에서>,<외사랑>,<이등병의 편지>.... 광팬입니다. 모두 다 50번 이상은 들었을...

로쟈 2007-12-14 14:41   좋아요 0 | URL
그래서야 솔로를 벗어나시겠습니까?^^

파란여우 2007-12-14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광석 세대는 저 잖아요. 동갑내기인데...
그가 죽었을 때 제 세대의 음표가 일제히 떨어져 부서져내리는 것 같았어요.

로쟈 2007-12-14 15:44   좋아요 0 | URL
저는 조용필의 '단발머리' 세대이기도 한 걸요.^^ 저도 예의 생각나는 건 김광석을 좋아하던 친구의 허탈해 하던 모습입니다...

likesky 2007-12-14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이겠지만, 저 지금 김광석의 다시부르기 듣고 있는 중입니다. 사랑했지만..이진행중이구요. 너무 좋아요. 그 모습으로 영원히 기억하게 만든 건 제겐 잔인한 일이었어요. 살면서 나이들어가는 정다운 모습 볼 수 있도록 해주지....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나봐요.

로쟈 2007-12-14 22:14   좋아요 0 | URL
팬이셨군요.^^

춤추는인생. 2007-12-14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를 제나이 스물에 김광규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해서 읽곤했어요. 김광규의 시가 더 해묵어보이면서도 그 둘이 곧잘 어울리더군요.
한번도 뵌적도 티비를 통해 본적도 없지만, 마음으로 늘 살아있는 분이 이분이 아닐까 합니다..

로쟈 2007-12-14 22:16   좋아요 0 | URL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쓴 시인도 벌써 노년입니다. 김광석씨도 40대 중반이었겠군요...

송연 2007-12-15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듣고 있는데 너무 좋네요, 갑자기 정동길이 걷고 싶어집니다..

로쟈 2007-12-15 10:48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