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총각때는 정말 잘 싸돌아다녔었다.
저녁때 지인들과의 술자리는 딱히 정해놓은 지역이 아닌 북으로는 대학로....
남으로는 사당, 동으로는 천호동과 광장동, 서로는 목동 화곡동을 아우르는 절대적인
전국구 싸돌아디님쟁이 였었다.
하루는 신촌에서 술먹고 다음날에는 강남...다음날은 압구정....해장하자고 만난 길동에
사는 선배와 또 술먹고....
오늘 난 마님께 범죄를 저질렀다.
사무실이 노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출근한다고 뻥을 치고 간만의 싸돌아다님을 해본 것이다.
그래봤자 집에서 가까운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이지만....
고속버스터미널은 수입원서를 취급하는 책방이 있었던 관계로 그 부근을 자주 방문했던 곳이였다.
원서나 잡지를 뒤적거려 보고, 시간되면 지하에 있는 경로당틱한 호프집에서 엄청 저렴한 가격에
산처럼 쌓여 나오는 돈가스 안주에 생맥주를 마시고, 점심때가 되면 상당히 맛있는 카레집에서
점심을 먹었던....나름대로 내 젊은날의 단상이 많이 박혀있는 그런 장소였는데...
간만에 그 지하를 다시 방문했으나 뭐하나 그때 당시 그 장소들이 남아 있는 곳이 한군데도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사실에 웬지 초라해지는 기분이 들었다는...
수입서적을 파는 책방은 뜨네기 손님을 유혹하는 식당으로 변했으며, 그 경로당 호프집은 요즘 한집
건너 하나씩 존재한다는 부동산으로 자리 바꿈을 해버렸다는....
거의 1시간을 싸돌아 다녀봤으나, 어떤 감흥도 어떤 추억도 되살아나지 않기에 재빨리 그곳을 빠져
나와 버렸다.
2.
이왕 간김에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지나간다고 영X문고에 들렸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집어든 책은 `눈먼 자들의 도시' 였으나, 결국 책을 도로 내려 놨다는..
온라인으로 서적을 구입을 하다보니, 저런 대형 오프매장에서 도서를 구입한다는게 엄청난 낭비
나 사기를 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만 그런가...??
3.
사무실에 잠깐 들리기 위해서 터미널 앞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오는 길에 생소한 차창밖 풍경을 목격
했다. 사무실 바로 앞이 마을버스 정거장이기에 시내버스가 아닌 마을버스를 타고 이동을 하는 중,
버스의 노선상 지나쳐간 곳은 신반포라는 동네에 박혀 있는 잠원 초등학교였었다.
때마침 초등학생들의 하교시간이였는지 그 좁은 이차선 도로는 애를 데리러 온 학부형들의 자동차로
가득했고, 내가 탄 마을버스는 좀처럼 전진을 할 수 없는 상황이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차가 이리
막힐리가 없는데 하고 건너 차선을 상펴 보았더니....어떤 학부모의 소유로 생각되는 차가 길 한복판에
다른차들을 막고 서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운전자는 없었고 경찰까지 출동한 상황이였고, 짜증난 경찰관은
계속해서 핸드폰을 누르고 있었다는.......그러자 어느 한순간 그 경찰이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재빨리 애를
데리고 그 차로 뛰어오는 학부모 발견....차를 시동걸고 출발할려는 순간 경찰에 딱.! 걸려버린 것이다.
경찰이 앞을 막고 뭐라고 뭐라고 싫은 소리를 토해내자..그냥 연신 죄송하다는 그 아줌마를 보면서 불괘하
다는 감정보다는 어이없음이라는 생각이 앞섰다는....아마..경찰이 아닌 일반인이 그런 항의를 했다면 그
아줌마는 그냥 무시하고 자기 갈길을 갔을 것이다.
그 문제의 차량이 빠져 나가자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4.
그 문제의 차량이 길 한복판을 막는 만행 덕분에 난 버스 안에서 잠원초등학교를 오랜 시간 감상(?)할 수
있었다.한마디로 놀라운 초등학교였다. 학교 운동장은 인조잔디로 깔려 있고 운동장을 감싸고 있는 브라
운색 트랙과 하얀색 경계선들...그곳에서 아이들은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와는 다른 발단된 환경에서 흙먼지
한톨도 마셔가지 않으면서 볼을 차는 것이 아닌가......이학교가 사립인건가..?? 아님 육성회의 힘인가..??
우리동네에 있는 초등학교들이랑 너무 비교되는 장면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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