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절 다음날 그러니까 16일...마님의 은사님이 돌아가신 날.....
분명 점심때까지도 멀쩡했던 내몸에서 뻘건 경보가 욍욍 울려대기 시작했다.
속이 답답하면서 식은땀이 삐질삐질...거기다가 온몸의 관절이란 관절에서 사정없이 고통의 절규를 외치고 있었고, 세상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빙글빙글 돌기 시작......
점심 먹은게 잘못 된건가..?? 아님 몸살감기인가..?? 끙끙 거리면서 겨우겨우 견디다가 퇴근시간 30분을 남겨놓고 먼저 가겠다고 소장님께 전언....소장님은 얼굴색을 살펴보더니만.....당장 가라고 한다. 집까지 겨우 운전을 해서 도착한 후 고대로 뻗어 버렸다. 마침 마님은 은사님의 빈소에 가있는지라 늦게 늦게 집에 도착하였고, 하늘도 그분의 마지막이 슬프셨는지 시원하게 비를 내려 주셨다.
17일...우등상은 거의 탄적이 없으나 개근상만큼은 한번도 안빠지고 타왔던 나에게 결근이라는 체크표가 생긴 날...왠만하면 출근할려고 했으나, 몸살로만 여겨졌던 몸상태가 밤사이 부어버린 편도선으로 인해 입도 뻥긋 못할 지경까지 가버렸다는.. 소장님께 어버버버 사정 설명하고 죄송하다고 하니 푹 쉬고 내일 보자고 하신다. 12시쯤 아픈 몸 이끌고 평소 왕복 15분이면 충분한 거리의 병원을 40분이나 걸리면서 거의 기어가다시피 다녀왔다. 몸상태를 보신 오래된 단골 동네의원선생님은 내 몰골을 보더니만 다짜고짜 ` 또 편도선 부었냐.??' 하신다. 이래서 단골이 좋긴 좋은가 보다..말한마디 꺼내기 힘든 상황에서 알아서 척 보면 탁이니 말이다. 체온을 재시더니만 39도까지 올라간 체온에 뜨악! 하시더니. 좀 아프지만 효과가 빠른 주사를 놔주시겠단다. 일반주사와는 다르게 안약식으로 눈에다 무언가 한방울을 넣으시더니 쓰리거나 아프지 않냐고 하시길래...아무렇지도 않다고 하니 그때서야 그 문제의 주사를 엉덩이에 사정없이 박아버리신다. 진짜...아프더라...
처방전 받고 약국들려 동네 가게에서 자몽주스 하나 (어제저녁부터 지금까지 먹은 유일한 음식물) 사들고 그걸 홀짝홀짝 마셔가며 겨우겨우 집에 도착.. 우유 한잔 마시고 약먹고 바로 뻗어 버렸다. 웃기는 건 비몽사몽간에 이상한 환청을 들었는데. 목소리만 들리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너의 편도선은 왼쪽이 너무 심하게 붓는게 문제가 있기 때문에 중심선을 기점으로 `미러' 명령어를 이용해 양쪽 편도선을 바꿔야 한다우다우다우~
하는 말도 안되는 환청을 들었다는 것과 5개부족이 똑같이 나눠가진 보물로 인해 지탱이 되어지는 섬나라가 어느 한부족이 다른 부족 몰래 보물의 양을 늘려버리는 만행으로 인해 그 섬나라가 기근, 질병으로 나락에 빠져 버리는 상황이 눈만 감으면 활동사진 마냥 좌르르 흘러나오는 꿈같지도 않는 환상에 시달렸다.
저녁에 오신 마님이 손수 깍아주신 복숭아 몇쪽 먹고 또 골아 떨어져 버렸고, 그상태 그대로 18일 아침을 맞이 했다. 확실히 열은 떨어졌으나 편도선은 여전히 그 붓기를 자랑하고 있었지만, 에라 될대로 되라라는 심정으로 출근해 버려서 이 페이퍼를 남기고 있다.
덩치는 산만한 놈이 왜이리 비실비실이냐~ 라는 소장의 핀잔...이윽고 니가 연휴라고 집에 있어도 쉬는게 쉬는게 아니지..? 그럴꺼다..?? 라는 이땅의 가정적인 유부남들의 공통의 아픔을 이해해주는 말씀까지 온몸으로 받으면서 오늘하루도 화이팅 해야 겠다....에구에구..그런데 왜이리 허리하고 장딴지가 쑤시듯이 아프냐....
뱀꼬리 : 얼마전 잠수탈까?? 라는 농담 뻬빠로 알라디너들을 약을 올린것에 대한 벌이 아닌가 심각하게 생각중이다. 알라디너들중엔 분명 부두교주술사 있다....의심가는 인물이 몇몇 있는데...물증이 없다...물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