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각본 살인 사건 - 상 - 백탑파白塔派 그 첫 번째 이야기 백탑파 시리즈 1
김탁환 지음 / 황금가지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내게 김탁환을 알게 해 준 작품이다.

사실 이 작품은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나의 가까운 지인이 이 작품 볼 생각 없냐고 꼬드겼다.

네? 무슨 살인 사건이요? 하고 되물었더니, 황금가지에서 나온 거니까 믿을 만할 거라고, 사서 보고 빌려달라고 했다.

푸하하핫, 그리 잘 알면 본인이 사서 보시징..^^;;;

하여간, 그렇게 해서 내가 구입을 하게 되었는데 꽤 여러 사람이 돌려보게 되었다.  본전은 뽑고도 남은 셈.

첫 만남이 어땠냐 하면, 손에 놓을 수 없을 만큼 재밌었다.  일단 김진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맘에 들었고, 백탑파 서생들의 이야기도 여러모로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참 좋아하는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더 마음에 들었다.

첫 장면부터 자극적인 능지처참 장면부터 보여주고 범인을 찾는 작업을 시작했으니 흥미를 끌지 않을 수도 없었다. 

이후 김탁환 소설에서 줄곧 느끼는 바지만, 저자는 자신의 박학다식을 펼쳐 보여주는 데에 몹시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작품을 위해서라기 보다 조금은 난체하는 느낌. 워낙 공부 열심히 한 흔적이 보이니 그 정도 오만은 자신감으로 보이지만.

작품 속에선 '방각본'이라는 것을 들여다 보며 당시의 생활상을 지켜볼 수 있는 매개가 되었다.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에선 필사본을, 여기선 방각본을... 작가는 하나 더 쓴다고 했는데 그건 뭐지...;;;;;;

하여간, 그 무렵 조선인들이 어떤 생활 체제 속에서 살았는 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두권으로 되어 있는데, 맨 뒤로 가면 좀 힘이 딸리는 게 느껴져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그건 김탁환 작품을 읽을 때 느끼는 공통점이기도 하다.  절정을 향해 한껏 치솟아 오르다가 너무 가파르게 떨어진다고나 할까.

열녀문의 비밀은 이보다는 훨씬 발전된 느낌이지만, 이 작품은 그보다 조금 더 풋풋했다고 느꼈다.

또 다른 나의 지인은, 온라인 상에서 누가 범인이다!라는 글을 보고서 이 작품을 읽는 바람에 맛이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범인이 누구인 게 중요하지 않은 추리물도 있지만, 이 작품은 범인이 누구인가가 꽤 중요했는데 참 김새는 일이었을 것이다. (스포일러 조심!!!)

깔끔하고 인상적인 표지 디자인도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었다.  뒷심만 조금 더 받쳐주었더라면 별 다섯은 문제 없었을 텐데, 그래도 별 넷은 너끈한 작품이었다.

그런데 누군가 빌려준 나의 이 책은 왜 돌아오지 않는 걸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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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08-20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의 독서량에 놀랍니다.. 반년동안에... 커헉 ;-)

마노아 2006-08-21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아닌데... 서재질이 얼마 안 되어서 현재 읽고 있는 책과 지난 해에 읽은 책들 리뷰를 같이 써서 그래요. 반년에 400권은 절대 사실이 아니죠^^;;;
 
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 자신의 성격은 지극히 평범하여서 학교 다닐 적에 유독 눈에 튈 일이 없었다.  그런 나지만, 같은 반에 톡톡 튀는 학생이 있으면 그 아이와 같은 반이라는 것이 그토록 좋을 수가 없었다.  뭐랄까.  생활의 활력소 같은 것?  좀 더 괴짜 친구가 많기를 바랬지만, 사실 아주 괴짜는 드물었다... 슬픈 일이다...;;;

이 작품을 보면서, 아멜리 노통브는 괴짜 중의 최상급 괴짜가 아닐까 생각했다.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어려서부터 여러 나라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아멜리는 그 나라에서의 에피소드를 소설적 상상력으로 엮어서 여러 소설을 썼다.  이 책은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그곳에서 일년 동안 회사에서 근무한 이력이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파란 눈의 외국인이라는 것도 일본인에게는 독특한 인물로 눈에 들어왔을진대, 거기다가 성격도 아주아주 독특한, 특이하다 못해 거의 사이코 기질이 있는 아멜리가 그 사회로 들어갔으니, 불쌍해지는 것은 외톨이 아멜리가 아니라 같이 일해야 하는 일본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몇몇 에피소드를 보면 아멜리가 성격 고약한 상사한테 당하는 장면들도 있지만, 또 어찌 보면 그 상사에게 측은지심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경계 밖의 외부인을 통해서 일본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도 큰 재미였다.

화장실 청소를 하다가 부사장과의 해프닝에서 그 자신이 겪은 수치심이, 결국 그녀가 직장 상사에 준 ‘모멸감’과 똑같은 성질의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조금도 가리지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었다.  결국, 사람 사는 모습, 인간의 본성이라든가 하는 것은 그가 외국인이건 아니건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일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고국에 돌아가 첫번째 장편 소설을 준비한다.  그녀의 재능을 살리는 차원에서도 잘한 선택이지만, 함께 일했던 가엾은(!) 직장 동료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왜 제목은 두려움과 떨림이었을까?  읽고서 유추해 보기~!  아무튼 이 책은 재밌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엽기적인 내용은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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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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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도 유명한 듯 하지만 영화로는 보지 못했다.  주인공 배우가 멋있다고 여러 번 추천을 받았는데 어째 잘 안 보게 되었다.  대신 책으로 보게 되었는데 책은 아주 재밌었다.  개인적으로는 레벌루션 No.3가 더 재밌었지만, 이 작품도 그 못지 않게 시원하고 유쾌하고 쿨했다.

재일조선인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심각하지 않게, 비장미 대신 경쾌함을 줄 수 있다니, 작가의 감각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이 책의 화자도 강조하지 않는가.  이것은 그의 '연애담'이라고. ^^

근래에는 일본 드라마도 몇 편 챙겨보긴 했지만, 일본 사회와 분위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그럴 때에 그곳을 배경으로 한 책을 보면 읽혀지는 흐름 등이 있어 재미와 함께 공부도 되는 기분이다.  이렇게 양쪽의 경계에 모두 서 있는 작가의 글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본인의 약력이 소설의 배경에 상당히 영향을 주었을 텐데, 무거울 법한 소재를 무겁지 않게 다루는 것은 이 책 이후로 등장한 그의 소설에서도 줄곧 이어지는 분위기이다.  더 좀비스가 활약하는 이야기들에서도 사회의 부조리라던가 사악한 존재와 영향에 대해서 얘기하지만 절대로 유머감각을 잃는 법이 없다.(연애소설이 좀 다른 분위기였을 뿐)

학생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가 개인적으로 참 좋다.  물론, 좋은 소재를 잘못 활용하면 유치해지기 쉽지만, 제대로 살리면 멋진 성장소설이 되고 유쾌한 연애소설도 되니까.  이 책은 둘 다 잘 살린 것 같다.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지만 미숙한 분위기는 잘 못 느끼겠다.

공중그네의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에서도 재일 조선인 아버지가 나오던데, 이 책은 아직 구입해놓고 보지 못했다.  이 책 Go하고는 어떻게 다른 분위기일지 상상하는 것도 기분이 좋다.

그런데 재출간된 이 책의 표지 그림 분위기는 다 너무 우스꽝스런 분위기쪽으로 너무 기운 것 같다.  제목의 폰트 느낌은 괜찮은데 저 그림은, 솔직히 아니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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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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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쥐스킨트 작품으로 처음 만난 책이다.  처음엔 그의 작품인지도 모르고 도서관에서 집었는데, 얇아서 단숨에 읽겠다 싶어 빌려왔다.  결국 다 보고나서는 소장해야겠다 싶어 다시 주문하게 되었다.

짧은 단편들로 구성된 짧은 책인데 그 재미와 여운은 깊고도 넓었다.

여러 단편들 중 첫번째 단편인 깊이에의 강요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잘못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고,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데, 그 말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우린 너무 많다.

입이 하나고 귀가 둘이니, 듣는 것에 더 공을 들여야겠건만, 그것을 잘하는 사람이 드물다.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창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 무수한 공을 들일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단 몇마디 말로 평가 받고, 또 무수한 사람들이 개인의 판단에 의지하지 않고, 그 평론가의 몇 마디 말에 좌우되어 예술작품을 폄훼한다면 뼈를 깎는 노력으로 창작에 힘을 쓴 예술가는 얼마나 실망이 크고 또 좌절할까.  굳이 예술가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익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또 얼마나 많은 경우 우리는 생각은 짧고 입은 싼 평론가가 되는 지... 인터넷의 익명성을 이용한 그런 비겁한 입놀림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이었다.

두번째 단편 승부는 아주 유쾌한 작품이다.  본인은 하나도 긴장하지 않은 채 독자만 긴장하게 만들어놓고는 어이 없는 반전으로 우리를 비웃는 그 모습이란. 그러나 속은 듯 해도 속지 않은 것 같은 즐거움이 남아 있으니 기분 나빠할 필요는 없다.

문학적 건망증은 다 읽고 맨 처음 부분을 다시 읽어봐야 한다.  그래야 작품의 맛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 것.  사실 이런 건망증은 내게도 있는 것 같아 뜨끔했다. 

나로서는 너무 재미있게 읽어 지인에게도 권장했건만, 나와 같은 반응은 돌아오지 않았다.  시쿤둥한 반응에 오히려 내가 의아해하고 말았으니. 

그나저나 사놓고 못 본 향수를 빨리 도전해야 하는데 잔뜩 궁금해 해 놓고 왜 손이 안 가는지 모르겠다.  어느날 불현듯 별안간!  손에 잡을 그 날을 기다려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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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의 사금파리 - 손때 묻은 동화
박완서 지음 / 열림원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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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름 탓인가, 명성 탓인가, 아님 실력 덕인가.  작가의 20년 전 작품을 손질해 내온 책인데도 20년 후 지금 쓴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까닭은...

글도 사람을 닮아가나 보다.  작가 박완서를 떠올릴 때 화려함이 먼저 생각나지 않는데, 노작가의 성숙함이나 푸근함, 그리고 소박함 등이 글 속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  작가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여 쓴 작품에서 보여지는 것은 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조금은 유치하고 또 그 이상으로 따스했던 시절의 추억이 있다는 것, 그런 것들이 독자의 향수도 같이 자극해버린다.  그 나이 또래의 오기와 자존심, 철없는 투정까지도.

개인적으론 어린 시절의 추억담이 더 많이 나왔더랬으면... 했는데 생각보다 짧아서 아쉬웠다. 

다음에 이어진 단편, "참으로 놀랍고 아름다운 일"은 읽는 동안 내 마음이 같이 예뻐지는 그런 글이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 수 있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워질까.  아기를 가진 엄마가, 아버지가, 또 할머니가... 그렇게 행복 바이러스가 퍼져나간다면... 한 생명이 줄 수 있는 소중한 행복감이 어쩐지 이해가 잘 되어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산과 나무를 위한 사랑법”은 조금 뻔한 전개일거라고 지레 짐작했는데, 예상외의 전개로  역시 박완서 작가답다고 생각했다.  거저 얻는 명성이 아니고, 이름이 아니라고 말이다.

"쟁이들만 사는 동네“와 ”다이아몬드“는 주변에서 언젠가 한번쯤은 들어보았음직한 이야기였다.  아마 작가도 그렇게 흘러 들은 것을 재구성해서 글로 옮긴 것이 아닐까.

책은 종이의 질감이 한지의 느낌을 담아 옛스러움과 고즈넉한 넉넉함을 함께 품고 있었다.  종이의 두께도 두꺼워서 왠지 아이들이 더 좋아할 그런 느낌이었다.  그림도 동양의 정서가 담겨 있어 마음에 여백이 생기는 그런 착각을 느낄 수 있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지만 아이들이 보아도 좋을 책이고, 모두가 두루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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