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의 사금파리 - 손때 묻은 동화
박완서 지음 / 열림원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이름 탓인가, 명성 탓인가, 아님 실력 덕인가.  작가의 20년 전 작품을 손질해 내온 책인데도 20년 후 지금 쓴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까닭은...

글도 사람을 닮아가나 보다.  작가 박완서를 떠올릴 때 화려함이 먼저 생각나지 않는데, 노작가의 성숙함이나 푸근함, 그리고 소박함 등이 글 속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  작가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여 쓴 작품에서 보여지는 것은 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조금은 유치하고 또 그 이상으로 따스했던 시절의 추억이 있다는 것, 그런 것들이 독자의 향수도 같이 자극해버린다.  그 나이 또래의 오기와 자존심, 철없는 투정까지도.

개인적으론 어린 시절의 추억담이 더 많이 나왔더랬으면... 했는데 생각보다 짧아서 아쉬웠다. 

다음에 이어진 단편, "참으로 놀랍고 아름다운 일"은 읽는 동안 내 마음이 같이 예뻐지는 그런 글이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 수 있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워질까.  아기를 가진 엄마가, 아버지가, 또 할머니가... 그렇게 행복 바이러스가 퍼져나간다면... 한 생명이 줄 수 있는 소중한 행복감이 어쩐지 이해가 잘 되어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산과 나무를 위한 사랑법”은 조금 뻔한 전개일거라고 지레 짐작했는데, 예상외의 전개로  역시 박완서 작가답다고 생각했다.  거저 얻는 명성이 아니고, 이름이 아니라고 말이다.

"쟁이들만 사는 동네“와 ”다이아몬드“는 주변에서 언젠가 한번쯤은 들어보았음직한 이야기였다.  아마 작가도 그렇게 흘러 들은 것을 재구성해서 글로 옮긴 것이 아닐까.

책은 종이의 질감이 한지의 느낌을 담아 옛스러움과 고즈넉한 넉넉함을 함께 품고 있었다.  종이의 두께도 두꺼워서 왠지 아이들이 더 좋아할 그런 느낌이었다.  그림도 동양의 정서가 담겨 있어 마음에 여백이 생기는 그런 착각을 느낄 수 있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지만 아이들이 보아도 좋을 책이고, 모두가 두루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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