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는 비에 흠뻑 젖은 채 귀가했다. 우산은 있었지만 이미 운동화는 질퍽질퍽! 

샤워하고 나오자마자 엄마가 종이를 내민다. 엄마는 친구들과 10월에 제주 여행을 계획하셨는데 저가 항공 예매를 부탁했었다. 한성은 홈페이지에서 아직 예약이 안 되어서 지나쳤고 제주 에어를 고르기로 했다. 여긴 회원번호가 필요해서 회원가입을 모두 해야 하는데, 어른 네분이 모두 인터넷을 전혀 못 쓰시는 분이니, 나는 그분들의 주민등록번호와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모두 수집하고, 그분들의 아이디를 만들고, 비밀번호를 정해서 회원가입을 했다. 밤 12시가 훌쩍 넘어서 그분들께 도착했을 가입 완료 문제 메시지는 어쩔 수 없는 노릇. 그런데 진에어와 이스타가 더 싸다는 얘기를 들었다. 편도로 끊을 것인지 왕복으로 끊을 것인지 의견 조율이 되지 않아 어제 예매까진 못했는데 좀 더 찾아봐야겠다. 나도 제주도 가보고 싶다. 엄마랑 첫번째로 제주도를 가는 사람은 내가 될 줄 알았는데 친구들이랑 먼저 가서 조금 섭섭하다. ㅎㅎㅎ 

2. 아침에 출근하면서 뭔가 두고 나온 것 같다는 느낌이 강렬했다. 하지만 바빴고, 비가 와서 차는 막힐 것이고 부랴부랴 집을 뛰쳐나왔다. 1교시 수업을 들어가려고 했는데 수업 자료가 들어있는 usb가 없다. 아뿔싸! 어제 입었던 바지 주머니에 있다. 세탁기에 던져두고 왔던 내 바지! 부랴부랴 집에 전화했다. 다행히 물에 젖지는 않았나보다. 그렇지만 자료는 어떻게 하지? 보통은 학교에도 하나씩 더 복사를 해두었는데 하필 이번 자료는 복사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1교시는 또 나의 라이브 생쇼 두두두~가 진행되어야 했다. 다음 수업은 3교시. 그래서 2교시 중에 집에 전화를 해서 언니로부터 파일을 받기로 했다. 언니는 네이트 온으로 접속하라고 했는데 깔려있지 않다고 했더니 메일로 보냈다. 그런데 나는 네이트온으로 들어오라고 알아듣고는 백만 년만에 네이트 온을 접속했다.(나는 채팅을 거의 하지 않는다.) 

3. 오랜만에 친구 녀석이 대화를 걸어왔다. 웬일로 네이트 온을 다 하냐고. 급하게 받을 파일이 있어서 그렇다고 얘기하고 그간의 안부를 물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 5월 이승환 콘서트에서 만나고 거의 첫번째 대화가 아닐까 싶다. 중간에 전화 통화를 한 번은 했던가? 기억이 안 난다.-_-;;;  

녀석은 나더러 좋은 사람 아직도 안 만났냐고 물었고, 나는 아직이라고 했다. 녀석은 자기 같은 좋은 사람을 만나라고 했고, 나는 알았다고 대답했다. 녀석의 자뻑은 여전하지만 뭐 크게 틀린 말은 아니라고, 나 역시 동감한다. 녀석은 무척 가정적인 스타일이고, 그래서 지금 와이프하고 알콩달콩 예쁘게 살고 있다.  

4. 녀석이 자신의 블로그를 소개해 준다. 추천 많이 해주고, 공감도 해 주고(이런 기능은 오늘 처음 알았다!), 덧글도 달아달라고. 알고 봤더니 어떤 목적이 있어서 개설한 블로그인데 사람들이 좀 더 많이 와주고 널리 알려지길 원하는 블로그였다. 그러마고 대답하고 찬찬히 블로그 글들을 보는데 A부터 Z까지 우리 이렇게 예쁘게 살아요, 나 이만큼 와이프 사랑해요~가 주제다. 귀엽게 살펴보다가, 어느 순간 기분이 다운 되었다. 

5. 그때도 그랬다. 녀석이 결혼한다고 내게 전화로 소식을 전해왔을 때. 그 무렵의 우리는 지금의 우리처럼 여전히 '친구'였다. 우리는 헤어지고 나서도 기이하게도 친구로 잘 지냈고, 그 친구가 결혼하고 나서도 역시 좋은 친구로 남았고, 그건 뭐 앞으로도 별로 변하지 않을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그때 전화를 받았을 무렵, 나는 집에서 몹시 힘들어 하고 있었다. 온 세상이 다 함께 작당을 하고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는 것 같아서 서럽고 서러워 늘 울며 지새는 중이었다. 그때 녀석이 너무나 행복한 목소리로, 그의 행복한 앞날을 그림처럼 펼쳐보이며 결혼 소식을 알려왔다. 당연히 축하할 일이었고, 마땅히 축하도 해주었지만 그 전화 끊고 나는 많이 울었다. 왜 너만 이렇게 행복하고, 왜 나는 이렇게 불행한 마음으로 살고 있느냐고. 내가 불행하니 너도 불행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왠지 배신감이 느껴졌다. 그건 투정같은 거였지만, 누구한테 하소연하기도 민망한 일이지만, 어쨌든 참 슬프고 서러웠었다.  

6. 오늘도, 그런 기분이었다. 솔로 생활은 너무 오래되어서 이게 편한 거라는 생각도 들고, 사실 그런 감각도 무딜 만큼 별 생각 없이 지내곤 하지만 문득문득 외롭다 느껴지고 그냥 무조건 내 편인 한 사람, 내 편인 이성, 내 편인 내 연인이 참 고프다. 요사이는 그닥 괴롭고 힘든 일 없었는데도, 녀석의 반짝거리는 사진들을 보며 내가 좀 초라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기운이 쪽 빠졌고, 지금 팔이 너무 아프다.(아니 왜?) 

7. 어쨌든 자료들을 빌린 usb에 담아서 다음 수업을 들어갔는데, 이 반은 어저께 인터넷 연결이 안 되어 있어서 소리가 나지 않던 그 반이었다. 아뿔싸! 내 usb에는 통합코덱을 담아두었지만 이건 빌린 거라서 코덱이 없다. 여전히 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두두두두는 오늘도 이어졌다. -_-;;; 

8. 비도 많이 왔고 날도 많이 선선해졌는데 속에서 열불이 나서 그런지 땀을 뻘뻘 흘렸다. 결국 얼굴이며 목이며 다시 씻었다. 왜 그렇게 더워 하세요? 라는 질문이 민망하다. 제가 좀 열이 많아요. 하하하...;;;; 

9. 화장실에 갔다가 번쩍!하고 생각이 났다. 아침에 두고 온 것 같아서 뭔가 찝찝했던 기분의 정체! 수영복 가방을 집에 두고 왔다. 수영장을 가기 위해선 집에 다시 들러야 한다. 아흑...ㅜ.ㅜ 

10. 오늘은 시간표가 대거 이동하고 오후에 보충수업이 두 시간 연속으로 잡혀 있어서 수업량이 많다. 난 오전에 두 시간 수업을 했는데 오후에 네 시간 연속 수업이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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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9-10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비가 와서 그래요.
공기의 눅눅함이 마음까지 눅눅하게 만들어버려요.
저는 엄청 쳐져있어요.

그래도 엄청난 수업량을 소화하고, 수많은 난관을 잘 극복하고 있을 오늘의 마노아님, 화이팅!

마노아 2010-09-10 23:58   좋아요 0 | URL
비가 와서 무척 후덥지근했어요. 마음도 묵직했지요.
하지만 주말이에요. 그것만이 희망이에요. 우리 이 기분을 떨치고 주말을 즐겁게 보내도록 해요.
마녀고양이님도 화이팅입니다.^^

세실 2010-09-10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 여전히 다이나믹한 마노아님.
아웅 올 가을엔 이쁜 사랑 하셔야 하는데.......

마노아 2010-09-10 23:59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애들이 화장 좀 하고 다니라네요. 화장을 좀 배워야겠어요.ㅜ.ㅜ

2010-09-10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1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0-09-10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가 내리면 개인적으론 우울합니다만,마노아님도 기운내시고 파이팅하세용^^

마노아 2010-09-11 00:00   좋아요 0 | URL
비오는 날을 싫어하지 않는데 오늘은 좀 다운되었어요. 우리 모두 같이 파이팅해요!

하늘바람 2010-09-10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 짝이 있어도 내편이 아닌 경우가 많아서요. 정녕 꿈꾸는 내편은 없는 듯해요

마노아 2010-09-11 00:00   좋아요 0 | URL
아아, 이건 진정 우울한 댓글이네요. 사실이 진실이 아니라지만 슬퍼요.ㅜ.ㅜ

울보 2010-09-10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바쁘시네요, 오늘도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 하네요,

마노아 2010-09-11 00:01   좋아요 0 | URL
예, 무척 바쁜 하루였어요. 내일도 집들이를 가야 해서 바쁜 일정의 연속이에요. 감기 올까 봐 잔뜩 긴장하고 있어요. 목이 칼칼해요.ㅜ.ㅜ

비로그인 2010-09-10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그래도 마노아님의 열정이 감탄스러워요. 저도 생방송 두두두두 듣고 싶어요. ㅎㅎ
지금도 비는 줄기차게 오네요. 오늘은 혹시 장화라도 신으셨남요?

마노아 2010-09-11 00:01   좋아요 0 | URL
평소엔 구연 동화인데 어제 오늘은 좀 터프하게 나가봤습니다. 아하핫^^
장화는 장만하고 싶은데 아직이에요. 비오는 모양새를 보니 내년을 위해서라도 하나 장만해야겠어요.^^

양철나무꾼 2010-09-10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태그에 추천 한방이요~

마노아 2010-09-11 00:02   좋아요 0 | URL
뽀송뽀송하게 말리려고 해요.^^ㅎㅎㅎ

감은빛 2010-09-11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에도 느꼈지만, 마노아님 글은 읽다보면 직접 겪은 일처럼 생각됩니다.
그런 날이 있지요. 뭔가 놓고오고, 또 뭔가가 자꾸만 어긋나는 그런 날.
그런 날이 있기에 좋은 일이 생기는 날이 더 좋게 느껴지겠지요.

그런데 참 특별한 인연이군요. 헤어지고 나서도 기이하게도 친구로 잘 지냈고, 앞으로도 별로 변하지 않을거라니.
부러운 관계입니다.

마노아 2010-09-11 10:35   좋아요 0 | URL
어제는 교무실에 하필 B4 사이즈 복사가 안 되어서 다른 건물로 원정 가서 복사도 마쳐야 했어요. 뭔가 아귀가 잘 안 맞는 그런 날이 있더라고요. 그 하루도 지나고 이제 주말이에요. 뭔가 기운이 생기려고 해요.
우리 사이가 좀 남다르단 느낌이 들긴 해요. 기이한 일이죠. 조금 아쉽고, 좀 더 좋은 일이에요.^^

pjy 2010-09-11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변사의 능력을 꽃피우라는 도깨비의 장난인가요? 두두두두....^^;

마노아 2010-09-12 00:21   좋아요 0 | URL
아하하핫, 그러게요. 자꾸만 쇼를 하라는 어떤 게시일까요.^^ㅎㅎㅎ

따라쟁이 2010-09-12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말려야 합니다. 뽀송뽀송 햇볕 냄세 나도록. 마음이든 빨래든 말이죠. 이제 정말 비가 좀 지겨울려고 해요

마노아 2010-09-12 00:21   좋아요 0 | URL
오늘은 비가 왔지만 마음에 볕을 주고 왔어요. 주말 지나면 더 마를 거예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