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펑!)
머리카락 상태를 보면 알겠지만, 이날 바람이 엄청 불었다. 남부 지역은 여름이지만 카이로는 가을 날씨라고 해서 선선하겠거니 했지만 엄청시리 추웠다. 그리고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날씨는 내가 머무는 내내 유지되었다. 현지에서 오래 사신 분들 이야기로는 이제껏 이래본 적이 없는데 이상기온 현상이라 한다. 확실히 지구가 아프긴 많이 아프구나. 덕분에 나 있는 동안에는 내내 옷 맞춰입기 힘들었다. 늘 춥거나, 늘 덥거나. 적당한 때가 없었다. 비극이었다..;;;
파노라마에서 눈도장 먼저 찍고 가까이 접근했다. 한국에서 국제 교사증을 가져갔는데 친구가 국제 학생증을 빌려두어서 내가 가져간 교사증은 이날 동행하게 된 김샘이 쓰게 해서 우리 모두 50% 할인. 그리하여 30기니에 입장. 피라미드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선 100기니인가 더 내야 했는데, 내부에 들어가봤던 친구 말로는 아주 실망스럽다 하여 관두기로 했다. 나중에 들은 건데, 친구가 들어갔다가 실망한 것은 카프라 왕의 피라미드고, 볼만한 피라미드 내부는 쿠푸왕이란다. 아뿔싸~!
세 개의 피라미드가 나란히 있는데 가장 큰 것이 쿠푸 왕의 대피라미드, 그 옆으로 카프라, 멘카우라 왕의 피라미드가 이어져 있다. 당연히 쿠푸 왕의 대피라미드가 가장 눈길을 많이 끌고 관광객도 모여 있다.
멀리서 볼 때는 그냥 큰가보다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정말, 컸다!
책에서 볼 때 수치를 확인하며 우와아! 했는데, 오히려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는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건 어쩐 이유일까. 쿠푸 왕의 피라미드를 쌓는 데 사용한 돌은 높이 1미터, 폭 2미터, 평균 무게 2.5톤짜리 250만 개 정도가 쓰였다고 한다. 일부러 돌 앞에서 사진도 찍어봤다.
내 턱 높이인 걸 보니 높이 1미터 이상이군! 저 돌 덕분에 내가 좀 왜소해 보이지 않는가??? (그렇다고 해주삼..ㅡ.ㅜ)
피라미드 건설에 관한 미스터리는 밑줄긋기를 애용해 주세요~
수학으로도 과학으로도 납득을 시켜주지 못하니, 차라리 외계인이 지었다고 하는 게 도리어 설득력이 있다고 믿겨지는 진짜 미스테리. 세상엔 미스테리가 많아...ㅎㅎㅎ
저 구멍은 나폴레옹 때 폭격을 맞아 생긴 거라고 들었다. 입구에서 관리인들이 지키고 있다. 박시시를 주면 들여보내주는 걸까? 여긴 팁 문화가 발달... 했다기 보다 그 자체인데, 뭘 하든 박시시를 요구한다. 화장실 앞에서 휴지 몇쪽 떼어주면서 1기니씩 받는 게 예사다. 돈 받고 들어갈 만큼 깨끗할 리는 절대 없지만.
피라미드가 워낙 크니 한 바퀴 돌기도 힘들어서 옆의 피라미드까지는 건너가지도 못했다. 멀찍이서 보고는 다음 장소로 이동!
그런데 택시 타자마자 곧 내렸다. 앗, 여긴 스핑크스 앞이구나!
뒤에 보이는 피라미드는 카프라 왕의 피라미드. 스핑크스 주변에 관광객과 기념품 상인이 가장 많았다. 그런데 여기가 가장 볼 게 없었다. 사진 찍는 것 말고는 할게 없었다.
코없는 스핑크스와 입맞춤하기. 원근법이란 놀라워!
(사진 펑!)
실은 저 각도 맞추기가 너무 힘들어서 친구가 주문하는 대로 이동하고 이동하고 이동하다가 다리 아파서 확 주저앉았다. 그래서 결국 결정적 각도는 못 맞췄다. 뭐, 굳이 맞출 만큼 애정이 가는 스핑크스도 아니었지만...^^
택시를 타고 좀 달렸다. 초기 피라미드 양식이라고 알려진 계단식 피라미드를 보기 위해.
먼저 임호텝 뮤지엄에 들렀다. 내부 사진 촬영 금지인데 김샘이 그 표시를 못 보고 코브라 사진 한 컷 찍었다가 제재를 받았다. 관리인이 오더니 벌금이 얼마라며, 그거 내기 싫으면 박시시 달라고...;;;;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사진 지우고 입 씼었다. 어쩔껴.ㅎㅎㅎ
김샘은 코브라인줄 알았으면 찍지도 않았을 거라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나일강은 남에서 북으로 흐르기 때문에 남쪽의 이집트를 상이집트라 부르고, 북쪽의 이집트를 하이집트라고 부른다. 상이집트의 상징은 '독수리', 하이집트의 상징은 '코브라'. 이곳이 북쪽이어서 코브라 상징이 많았던 게 아닐까?
암튼, 근데 뭐 별로 볼 거리는 없었다. 미이라가 있긴 했지만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지 않았고 무엇보다 화장실이 급했는데 역시 1기니 받는 화장실. 원래 박물관 내부 화장실은 돈을 안 받게 되어 있지만 돈 받는 사람이 꼭 있단 말이지...
사카라 피라미드는 입장료를 내면 추가 요금 없이 내부를 볼 수 있었다고 하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내부 공사 중이어서 안까지 들어갈 수 없었다.
고왕국 시대 조세르 왕의 계단식 피라미드. 요렇게 생겼다. 규모나 분위기는 기자의 피라미드보다 떨어져 보이지만 생각외로 정감 있었고, 보기보단 더 컸다. 여기선 주변이 너무 황량해서 모래 바람이 많이 불어서 우리의 일용할 김밥을 먹는 데에 좀 애로사항이....
먹을 데가 없어서 언덕 위에서 모래 바람을 등지고 한참 먹다가 뒤늦게 생각나서 인증샷! 저게 시베리아 대륙을 횡단하여 건너간 식재료라네... ㅎㅎㅎ
예전에 고적답사 갔을 때 아무 것도 없던 만복사지에서 더 큰 감동을 받았던 것처럼, 이번 여행에서도 폐허가 된 곳에서 더 꽉 찬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는데 사카라에서도 그런 기분이었다. (물론 배가 불러와서 만족스러웠을지도...;;;;)
발굴이 진행되다가 만 흔적이다. 보수 공사하는 인부들도 그랬고, 다른 지역에서도 내내 느꼈지만 참 태평하게 일한다. 더운 지방의 특징인 건지 이집트적인 특징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물건 사라고 관광객 붙잡을 때 외에는 급히 움직이는 걸 보질 못했다. 암튼 그 덕분에 여유있게 사진을 많이 찍었다. 멀리 위쪽으로 피라미드가 몇 개 보인다. 기자 피라미드가 아니라 '굴절' 피라미드 같다. 아주 멀리서 기자 피라미드도 보여서 사진으로 찍기도 했는데 사이즈를 줄이면 여기서는 안 보일 듯하다.
관광객을 태워주는 낙타가 많이 보였는데 어찌나 도도한 표정인지, 한컷 찍었다가는 매섭게 쏘아볼 것 같아서 관뒀다. 그에 비해 옆에 있는 당나귀들은 무척 구슬프게 울어서 안쓰러웠지만, 그네들의 분냄새는 참기 힘들었다. 크흑!!
주의 듣기를, 여기서 낙타를 탈 때 초기에 흥정을 잘 못하고 먼저 타버리면 박시시 줄 때까지 안 내려준단다. 나중에 낙타를 타보니 이 녀석들이 일어섰을 때의 높이는 꽤 아찔했다. 우리 옆에서 일본인 여자 관광객 둘이서 낙타 타고서 막 소리 지르던데 혹시 그 경우????
여기서 방점을 찍고, 제일 먼 고대 이집트의 수도 멤피스로 향했다. 여기에 유명한 람세스 2세의 석상이 있기 때문.
우리네 와불 느낌이라고 하면 너무 안 비슷하지만, 하여간 누워 있어서 정면 얼굴을 제대로 못 보는 게 안타까웠다. 왜 누워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본 책에서는 확인을 못했는데, 원래 세워져 있던 것이 다리가 파괴되면서 눕혀진 건지 어쩐건지...
람레스 2세는 30세에 파라오로 즉위해서 상 하 이집트를 67년이나 통치하고 96세로 사망했다. 재위 기간 중 수많은 대외전쟁을 치렀고, 이집트에서 가장 많은 관광수입을 벌어주고 있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내가 가본 곳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유적지는 람세스 2세의 흔적들이었다. 암튼, 석상으로는 잘 생긴 이 인물의 얼굴을 좀 더 자세히 보자.
(사진 펑!)
내 얼굴이 방해가 되남?? ^^;;;;
턱에 붙어 있는 저건 수염이다. 난 설마 수염일 거라고 상상 못했는데...;;;;
어깨에 보이는 건 상형문자. 아마 람세스 2세의 이름일 듯. 저런 카르투시가 곳곳에 보인다.
람세스 석상이 누워 있는 저 실내를 빠져나오면 밖에서도 볼거리가 많다.
(사진 펑!)
기자의 스핑크스보다 훨씬 착하게 생겼다. 그치만 어쩐지 울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사진 펑!)
확실히 우리와 생태가 다른 곳에 왔다는 느낌을 팍팍 주는 나무들. 뒤로 람세스 2세의 석상이 보인다.
기념품 가게. 놀랐던 것이, 이집트에는 유적지 주변에선 음식물을 팔지 않는다. 기념품은 팔아도. 그게 유적을 보호하는 차원인 건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좋아보였다. 갈급한 그대는 직접 먹거리를 챙기시라~
저기 걸려있는 양탄자들이 참 예뻐보였다. 그리고 비싸보였다. 비싸지 않더라도 외국인한테는 무지 비싸게 파니까 물어볼 엄두는 안 났다. 들고 가기도 힘들고... 그래서 줌으로 멀찍이서 한컷!
우리가 9시부터 5시까지 택시를 빌리기로 했지만 카이로 시내로 돌아왔을 때는 3시가 조금 넘을 때였다.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더 갈데도 없었고 피곤도 하여서 기사님과는 바이바이. 물론, 박시시가 얼마간 돌아갔다. 택시비를 내 친구가 부담했고, 국제교사증 때문에 입장료를 많이 절약한 김샘이 저녁을 쏘기로 하셨다. 우리가 간 한인식당은 두 사람이 같이 다니는 한인 교회의 권사님이 운영하시는 곳. 종업원은 이집션인데 한국말로 주문해도 그냥 알아듣는다. 홀에서는 한국 방송이 딱 한 채널 나오던데 천하무적 이평강이던가? 남상미 나오는 그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다. 뭐, 재미는 없어 보이더라.
이집트는 물에 석회질이 많아서 한국 사람들은 모두 생수를 사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식당에서도 물을 따로 주문한다. 현지인들은 그냥 먹는다는데 건강 괜찮으려나? 내가 여기 갈 때 친구 줄 옷을 바리바리 싸들고 갔다. 친구 말이 세탁기를 돌리고 나면 물이 다 빠지고 옷이 다 그지 꼴이 되어 있다고. 가보니까 사실이더라...;;;; 그것도 석회질 물 때문일까?
식당에서 나왔는데 소문은 빨라가지고... 그곳에서 레스토랑 운영하시는 어느 집사님이 면세점에서 보드카를 사다달라고 하셨다. 입국 3일 안에는 면세점 이용이 가능하다나? 몰랐다. 그런 줄! 인근 면세점에서 보드카 세 병을 들고...(무겁다!) 세탁소에 들러서 친구 코트를 찾고, 마트에서 장을 봤다. 내일 이어질 사막 투어를 위해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환전소에 들러서 돈을 바꿨다.
한국에서 나올 때 외환은행 말고는 이집트 파운드를 취급하지 않아서 우대 환율 받으려고 하나은행에서 달러로 바꿔왔다. 당시 내 통장을 박박 긁어보니 딱 580불 나왔다. 보충수업비가 안 들어와서리...-_-;;;; 이집트에서는 환전 수수료를 따로 안 받는다고 했다. 혹시 모르게 섞여 있나? 뭐 어쨌든... 나중에 달러로 지불해야 하는 경비가 있어서 일단 300불을 바꿨다. 이날의 환율은 1달러 당 5.43 기니였고 1,626 기니가 내손에 쥐어졌다. 이집트 돈은.... 정말 드~러웠다. 친구와 나의 공통 습관이 돈 만지고 나면 꼭 손을 씻거나 세정제를 쓰거나 물수건을 썼는데, 이건 무슨 걸레보다 더럽다. 너덜너덜...;;;;
집에 돌아와서 씻기 전에 경비 결산하고... (이것도 우리의 공통 습관인데, 돈 만지면 손 씻어야 해서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돈계산 먼저 했다. ㅎㅎㅎ) 짐을 꾸렸다. 다음 날은 사막으로 일찌감치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아, 그런데 한국에서 출발전부터 사흘인가 화장실도 못 갔고... 사막 가면 거기서도 못 갈 것이고... 안 되겠다 싶어서 변비약을 두 알 먹었는데 이게 사단이 났다. 밤 12시가 되기 전부터 토사곽란 시작. 친구는 한 번 잠들면 업어가도 모를만큼 깊이 잠들어서 내가 밤새도록 화장실 드나든 것도 모르고 잤단다. 다행이구나..ㅜ.ㅜ 그렇게 아잔 울릴 때까지 화장실과 씨름하며 잠이 들었으니 거의 잠을 못 잤다고 해야겠다. 이런 화장실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 쭈우욱~~~
암튼, 그리하여 다음 이야기는, 사막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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