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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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 나에게 과거로 돌아가 꼭 한 번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이 있긴 있다. 보고 싶은 사람이라기 보다는 가서 실컷 욕 해주고 싶은 사람ㅋㅋ) 
그런데, 과거로 돌아가게 해 주는 (단 2~30분 정도지만) 신비의 알약이 10개가 있다면?  

나같은 현실주의자는 그 알약 자체를 믿지 못하겠지.
그리고 우황청심환인지, 개똥인지 모를 그 약을 먹지도 않겠지. 
그리고 과거의 나 따위는 만나고 싶지 않을지도...

그러니까 소설의 주인공 엘리엇은 폐암말기의 60대 남자다.
이 '시간여행'이 말이 되기 위한 적절한 상황이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 무엇이 두려울까?
게다가 마지막 소원은 사랑하는 사람을 딱 한 번만이라도 만나보고 싶다는 간절한 바램. 

그는 과거로 돌아가 30년 전 똑같은 날의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되고 
운명을 거스르고자 하는 위험하지만 흥미진진한 도전을 하게 된다.
과거 어느 순간을 살짝 바꿀 수 있다면...
또는 어떤 사람과의 만남을 과거에서 지우고 그 옆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면... 

나비효과처럼 걷잡을 수 없는 결과들이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재구성하게 될 것이다.
이 소설은 이런 구조를 가지고 마치 TV 속 <미니시리즈 드라마>처럼
가볍고 경쾌하지만, 때론 긴장감 넘치는 구조로 쉽게 읽힌다. 
아쉽게도 그리 치밀하거나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딱 드라마 수준.
결국 결말도 아주 착하고 정직하게 해피엔딩.
 

 

2. '지금의 남편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 그럼 우리 아이들은 이 세상에 없었겠지. 
   '그럼 25년 전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 그럼 난 지금 존재하지 않았겠지. 
  

만약에 만약에...만약에는 위험하다.
딸린 과거의 가지들이 너무 많고, 한 가지를 자를 수 없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너무 쉽게 그 가지를 잘라 버리고 다른 데 붙인다.
소설이니 가능하지만.
소설이라 아쉽다. (복잡한 구조를 너무 간단하게 풀어버렸달까.)  

 

3.  공감 가는 몇 구절들.

당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원하는 대로 생각할 수도 믿을 수도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과학을 다 손에 넣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을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 마르셀 소바죠- 
   
 

우리는 두 눈에 붕대를 감고 현재를 통과한다. 시간이 흘러, 붕대가 벗겨지고 과거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될 때가 되어서야 우리는 비로소 살아온 날들을 이해하고, 그 의미를 깨닫는다 -밀란 쿤데라-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하는 것은 동시에 우리가 죽어야 하는 좋은 이유이기도 하다. -알베르 까뮈- 
   
     
 
당신 앞에 여러 갈래 길이 펼쳐지는데, 어떤 길을 선택할지 모를 때, 무턱대고 아무 길이나 택하지 마라. 차분히 앉아라. 그리고 기다려라. 기다리고 또 기다려라. 꼼짝하지 마라. 입을 다물고 가슴의 소리를 들어라. 그러다가 가슴이 당신에게 말할 때, 그때 일어나 가슴이 이끄는 길로 가라. - 수잔나 타마로-  
    
 
 
특히 마지막 구절은 마음에 와 닿는다.
지금 내가 내리는 어떤 순간의 선택이 미래에 엄청난 일을 일으키는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걸.
쉬운 선택이 후회와 회환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
그러니, 모든 인생 앞에서 겸손해 질 것.
 
 

4. 사실, 이 책은 그냥 재미 정도로 읽었고
내가 내내 즐거웠던 이유는 딴 데 있다.
ipod으로 본 최초의 e-book이었다는 것!
다운 받아 놓은지 백만년은 되었던 것 같은데
이곳저곳 바쁘게 다니는 틈에 틈틈이 읽을 수 있고
무엇보다 의외로 집중이 잘 된다.
종이책으로 읽을 때는 그냥 쑥쑥 넘기던 부분들을
꼼꼼하게 읽게 되는 색다른 느낌이랄까.
 
똑같은 본문도,
종이책에서의 느낌과 작은 화면에서의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왠지 메세지까지도 다른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여하튼, 색다른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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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2 0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2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3-23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려라. 기다리고 또 기다려라. 꼼짝하지 마라. 입을 다물고 가슴의 소리를 들어라.

저도 이 구절 굉장히 좋아요.
아이패드로 읽으신 거예요? 이북? 우아... ^^

시간 여행이라.. 영화 <나비 효과>를 봤을 때 정말 참담했어요.
아무리 바꿔도 결론이 바뀌지 않더라구요.... ㅠ, 그 영화 보셨어요?
기욤 뮈소의 이 책은 제목 때문에 사놓고... 몇년째 방치 중이랍니다. ㅠㅠ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3-23 17:06   좋아요 0 | URL
아이패드가 아니라 아이팟으로 봤어요.ㅋㅋㅋ
작은 화면으로 책 읽는 기분도 괜찮더라구요.

<나비효과>는 보지 않았는데 대충 줄거리는 알아요.
이 책에선 결국 운명을 바꾸지만,(줄거리는 통속적이랄까...)
그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이 책은 저도 제목때문에 읽었어요.
제목이 너무 낭만적이예요.ㅎㅎ
 
핀란드 부모혁명 - 부모와 아이가 행복해지는 대한민국 가정 희망 프로젝트 핀란드 교육 시리즈 3
박재원.구해진 지음 / 비아북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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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또 교육서를 집어 들었다. 요새 한참 '영어교육'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다시 한국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 대해 고민이 시작되서였을까. 여기저기서 '핀란드 교육' '핀란드 학교' 이야기가 들리던 차에 마침 도서관에서 '핀란드 부모혁명'을 빌려왔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이 책으로 '핀란드 교육' 자체에 대해서는 많은 정보를 알 수가 없다. 저자가 쓴 책 중에서 <핀란드 교실혁명>을 읽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기대했던 정보를 충분히 얻지 못했기 때문에 약간 실망한 면도 없지 않다.

<핀란드 부모혁명>은 핀란드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공통된 어떤 특징들을 알려주고는 있지만, 그것이 그렇게 구체적이거나 새로운 방법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아마 교육서를 너무 많이 읽었던 탓인지. 아니면 그간 너무 좋은 교육서에 '이론적'으로만 단련이 되어 왔어서인지. 구구절절 다 맞는 말이다.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라' '자존심을 다치게 하지 마라'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라' 등등등.. 

다시 확인한 것이 있다면, 아이들을 잘 키운다는 것은 인종, 언어, 국가를 막론하고 어떤 공통점이 있다는 것.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하기 어렵다는 것. 무엇보다 '아이들을 양육한다는 것, 교육한다는 것'은 단순히 가정에서의 변화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사회 전체의 합의와 시스템,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가정교육과 맞물릴 때에 이상적인 목표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 

핀란드는 그런 면에서 사회문화와 국가 시스템과 가정 교육, 이 삼박자가 잘 맞아 떨어진, 아주 이상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이 책에서 제시한 대로 단순히 부모만 바뀐다고 문제가 해결 될 것들은 아니다. 핀란드처럼 직업의 귀천이 없고 죽을 때까지 사회보장이 잘 되어 있어 노후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어쩌면 우리도 가능성이 있을지도!? 

그런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더라도 물론, 가정에서 노력하고 잘 키워내야 할 의무는 있다. 하지만 가정에서 자존감을 높여주고, 배우는 즐거움을 알게 해 주고, 삶을 누리는 행복감을 맛보게 한다 해도, 그건 초등학교 들어가는 순간 너무나 많이 이 사회와 타협되어지고 아이들은 사회안에서 이미 패배감과 절망, 상대적 빈곤감과 치열한 경쟁만을 배우게 된다. 어느덧, 배우는 즐거움은 그저 배부른 이상적 이야기에 그치고 마는 현실. 

뭐..그렇다고 손 놓고 앉아 있으란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서 부모들은 끊임없이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치열하게 방법들을 찾아 나가야 한다. 혼자 이루어 낼 수 있는 문제는 결코 아니다. 내 아이만 잘 키운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세계에서 최장시간 공부만 하는 아이들, 늘 잠이 부족한 아이들, 그러면서도 행복하지 않는 아이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비극이니까.   

 

   
 

2006년 PISA 결과에서...핀란드와 한국, 두 국가만이 세 개 과목 모두 상위 5위 안에 드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는데, PISA 담당자는 핀란드와 한국이 거둔 성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 학생들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아이들에 속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들은 아닙니다. 공부를 굉장히 많이 해야 하고 아이들 사이의 경쟁도 치열합니다. 그래서 한국 학생들은 핀란드 학생들에 비해 공부에 대한 의욕이 매우 낮습니다." 

특히 세계 교육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점은 핀란드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무한경쟁 속에서 1등도 결코 행복하지 않은 한국에 비해, 핀란드는 등수도 없고 경쟁도 없어 전체 학생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배우는 것이 의무가 아닌 특권인 나라.  
   

 

   
 

핀란드의 교육철학은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시켜서 하는 공부는 오히려 공부에 대한 거부감을 가져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공부를 강요하지 않고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게 배려하고 격려한다. 

 
   

 

   
 

현재 유럽교육의 키워드는 '창의력'과 '통합학습'이다. 어떻게 하면 각각으로 나뉘어 굳어진 생각을 깨고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사고를 키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재미있게 배우도록 할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제 프로그램을 만들어 활용한다.  

 
   

 

   
 

"한국 아이들은 잠재력이 뛰어나지만 오답이 두려워 백지를 택했다. 정답을 요구하는 사회 앞에서 성장을 멈춘 것이다. 

 
   

 

   
  "인간은 보이는대로 대접하면 결국 그보다 못한 사람을 만들지만, 잠재력대로 대접하면 그보다 큰 사람이 된다." - 괴테 -   
   

 

   
 

내일 학교 가는 날이라고 하면 
신난다고 소리치는 볼 붉은 꼬마 아이들 바라보다 
그의 눈동자에는 북해의 물방울이 날아와 고이곤 했다. 

푹 빠져서 놀 줄 알아야 집중력이 생긴다고 믿어
몇 시간씩 놀아도 부모가 조용히 해주고
바람과 눈 속에서 실컷 놀고 들어와야
차분한 아이가 된다고 믿는 부모들을 보며
배우고 싶은 내용을 자기들이 자유롭게 정하는데도
교실 가득한 생각의 나무를 보며
그는 피요르드처럼 희고 환하기 웃었다.

아는 걸 다시 배우는 게 아니라
모르는 걸 배우는 게 공부이며
열의의 속도는 아이마다 다르므로
배워야 할 목표도 책상마다 다르고
아이들의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거나 늦으면
학습목표를 개인별로 다시 정하는 나라.
변성기가 오기 전까지는 시험도 없고
잘했어, 아주 잘했어, 아주아주 잘했어
이 세 가지 평가밖에 없는 나라. 

-도종환 <북해를 바라보며 그는 울었다> p.44

 
   

 

   
 

만일 내가 아이를 다시 키운다면 
먼저 아이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집은 나중에 세우리라.
아이와 함께 손가락 그림을 더 많이 그리고,
손가락으로 명령하는 일은 덜 하리라.

아이를 바로 잡으려고 덜 노력하고
아이와 하나가 되려고 더 많이 노력하리라.
시계에서 눈을 떼고 눈으로 아이를 더 많이 바라보리라.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더 많이 아는 데 관심을 갖지 않고
더 많이 관심 갖는 법을 배우리라.
자전거도 더 많이 타고 연도 더 많이 날리리라.
들판을 더 많이 뛰어다니고 별들을 더 오래 바라보리라.

만일 내가 아이를 다시 키운다면
더 많이 껴안고 더 적게 다투리라.
도토리 속의 떡갈나무를 더 자주 보리라.
덜 단호하고 더 많이 긍정하리라.
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사랑의 힘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리라. 

-다이애나 루먼스 <만일 내가 아이를 다시 키운다면>- p.217

 
   

 

뭐...그런 고민과 생각들의 연장선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의 후원자로, '행복한 영어학교'를 수강하며 부모들이 함께 노력해야 할 부분들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다. 자꾸 커 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안타까와 할 것만이 아니라, 내 아이, 다른 아이, 그 다음 세대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좀 힘을 내어 옳은 길, 바른 목소리를 가져야 겠다.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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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3-07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괴테의 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잠재력이란.. 아이들만의 것은 아니겠지요. ^^
타인의 잠재력을 볼 수 있는 눈을 갖기를.. 아니,
볼 수 없다해도, 잠재력을 믿고 누구라도 무시하지 않고
누구라도 함부로 하지 않을 사람됨을 위하여!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3-07 16:5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인간 대 인간으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 가능성을 존중해야 정말 인간다운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나 싶어요.
사실 타인의 잠재력을 보기란 쉽지 않지요.
그래도, 나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도 충분히 사랑하고 존중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나를 사랑하기도 쉽진 않죠?ㅎㅎ)
아이들 키우면서. 많이 배우게 되요.

아이리시스 2011-03-07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핀란드는 제도가 워낙 훌륭한 나라이고, 우리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게 바꿀 수가 없을 것만 같아요. 교육서라 관심갖고 읽지는 않았는데, 밑바탕부터가 철저히 다른데 부모탓, 아이탓만 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요. 핀란드 교육서 한창 인기였을 때부터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리뷰로 읽으니까 좋아요!^^

우리도 얼른 사교육이란 걸 없애면 좋겠고, 책상 위에서 누군가를 넘어서기 위해 죽어라 하는 공부의 개념을 바꾸면 좋겠어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3-07 16:52   좋아요 0 | URL
혹시 읽어보실 계획이시라면 <핀란드 교육혁명>이 더 나을 듯 해요.
이건..뭐랄까, 핀란드 교육혁명에 대한 가정 실천서 정도 되는 듯?
핀란드의 사례나 예들을 더 많이 보고 싶었거든요. 다른 책도 찾아봐야 겠어요.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의 양들도 만만치 않은데, 우리 아이들은 도대체 사교육을 통해 뭘 더 배워야 하는걸까요? 사회 전체가 당연시하는 문제에 대해 딴지거는 것도 지치네요.ㅋ

마녀고양이 2011-03-07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이거 글귀 좋당.. 배우는 것이 의무가 아니라 특권인 나라.

이래야 하는데 말이죠.
하기 싫은 애들 억지로 끌어내서 머 하겠어요. 대학 비용도 아깝구.. ㅋㅋ
저는 이 책을 구매할까 말까 한참 만지작거렸는데,
집에 쌓인 책 중 읽지 못 한 아이의 사생활을 보고 포기했어요. 언제쯤 다 읽으려나~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3-07 16:54   좋아요 0 | URL
핀란드 아이들은 자기가 공부해야 할 것들을 스스로 선택하는, 배우는 것을 권리로 생각한다네요. 이게 얼마나 큰 차이인지...
강압적 분위기에서 의무적으로 시행되는, 우리나라 교육이 너무 안쓰러운 생각이 많이 들어요. 물론 문화 사회적 격차가 있고, 어쩔 수 없는 차이라고 한다지만, 같은 시대에 같은 인간으로 태어나 누리고 있는게 너무 다르죠.

음...저도 그래서 도서관을 이용. 아직 읽지 못한 교육서는 저도 산더미.
아이의 사생활 저도 안 읽고 쌓아 놨어요..ㅋㅋㅋ
 
세상 모든 것이 공부다 - 수학천재 이수홍과 엄마가 함께 쓴 성장이야기
이수홍.허종숙 지음 / 다산에듀 / 2010년 12월
절판


동심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이 길어지는 것에는 두려움을 느끼는 부모들이 많은 것 같다. 그것을 빨리 딛고 건너야 할 단계로만 인식해서인 것 같다.-27쪽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아이에 대한 바람은 어느 부모나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나는 그보다는 아이다운 시간 속에 되도록 실컷 머무는 것을 바랐다.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않는 소중한 시절이고, 그 시간이 길다고 해서 아이가 자라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28쪽

재능을 비슷하게 가진 아이들끼리 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프로그램으로 자라게 하면, 그 집단 자체에 일반화가 이루어져 오히려 서로 비슷하게 동화되어 자기만의 특질이 약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실제로 비슷한 수준의 아이들만 모인 특목고에서 내신경쟁으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34쪽

<가르치지 않으면 스스로 터득한다>
어느 아이나 스스로 자기의 학습법을 만들어나가며 앞으로 나아갈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충분히 할 수 있는 아이가 하지 않을 경우, 원인을 가만히 찾아보면 대개는 부모가 개입했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아이가 스스로 알 때까지 기다리지 못해 부모가 나서서 가르치는 것이다.-41쪽

초등학교 때에는 학업에 대한 부담 없이 자유롭고 순수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자기 안의 잠재력과 가능성의 세계를 넓혀야 한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앞으로 공부의 자세와 독립적인 삶의 자세가 결정된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어린 시절 자신과 세상을 탐색하고 탐구한 경험은 평생을 살아갈 자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52쪽

<결핍, 욕구와 잠재력을 이끌어낸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교육상품이 아무리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다고 해도 결국 아이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학습의욕을 대신해서 목적을 달성해주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학습의욕을 일으키는 가장 큰 힘은 자연스럽고 강하게 일어나는 내적동기라고 생각한다...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 한 가지를 '결핍감' 내지 '욕구불만'이라고 생각한다. 빈 곳과 부족한 것을 채우고자 하는 욕구, 그리고 그것을 충족해가는 과정의 즐거움과 성취의 기쁨이 만들어내는 강력한 에너지야말로 아이를 크게 성장시키는 힘이 아닐까?-72쪽

재능은 고요한 곳에서 발달하고 인격은 인생의 격랑 속에서 형성된다.-105쪽

나는 단계가 구분된 학습 교재들이 오히려 잠재능력을 제한한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수업내용을 이해할 때도 교재보다는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이용하려고 노력했다. 여름이면 되풀이되는 장마와 태풍, 쓰나미 같은 주제를 한 가지 정하면 그것이 초등학교 과정이든 중고교 과정이든 구분하지 않고 흥미에 따라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재미있게 배우고 익혀나갔다....어떤 주제든 베움에 경계를 두지 않으려 한 것...-118쪽

"수홍 군의 학습 능력은 어릴 때부터 즐겁게 깨우쳐가는 기쁨을 잘 형성해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수홍 군의 어머니는 지식을 주입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아이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사고를 유도하여 학습 욕구와 방법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이끌었던 것이다."-3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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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2-11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미심장합니다. "재능은 고요한 곳에서 발달하고 인격은 격랑 속에서 형성된다."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2-11 14:45   좋아요 0 | URL
앗 저랑 통하셨군요!
저도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은 한 구절이랍니다.
아이의 인생에 어느 정도의 고통과 어려움은 허락해 주라는 맥락이었어요.
아이가 행복해 지길 바라면서 너무나 많은 것들을 부모가 미리 차단해 버리기 때문에 어려움도 모르고 아울러 극복하는 법도 모르고 자란다는 거죠.

마녀고양이 2011-02-11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좋은 글들. ^^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2-11 14:46   좋아요 0 | URL
항상 좋은 글들에 감동 받지만...
저대로 할 수 있다면 도인이 되야 할 것 같아요.ㅎㅎ

아이리시스 2011-02-11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르치지 않으면 스스로 터득한다>는 정말 그럴까요?
아닌 것도 있을까요?
수학천재 만드려면 어떻게 해야 한대요?

현맘님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2-11 14:49   좋아요 0 | URL
이 책에 보면요, 이 아이가 초등 3학년때 수학문제 같은거 푼 노트가 나와요.
가르쳐서도, 혹은 뭘 배워서도 될 수 있는 사례가 아니더라구요.
그냥...천재 같아요..ㅋㅋㅋㅋ

요새는 영재원 같은거 들어가려 해도 사교육을 엄청나게 시키는데,
(그래서 만들어진 영재라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죠)
이 아이가 특별한 건, 영재학교나 특목고를 보내지 않고 일반 고등학교를 다녔고, 엄마의 교육 철학이 위의 문구들에서 보듯이 자연스럽게 욕구를 충족하도록 도왔다는 거예요.
물론, 이 아이 같은 경우는 워낙 수학 같은 것에 뛰어난 관심과 집중력을 가졌던 아이지만, 그런 아이를 재능이 있다고 엄마가 미리 앞서나가서 많은 것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는 것.
아이가 관심 보일 때까지 기다리고, 관심 보일 때 집중적으로 함께 관심 가져주고...그게 말이 쉬운데 참 어려운 거더라구요.

아이리시스님도 좋은 하루 보내시고 계시죠?^^

cyrus 2011-02-11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재능력을 인정해주고 그것을 끄집어낼 수 있는 교육환경은 아이 교육에
꼭 알아야하는 진리라고 생각해요. 마지막 인용문장처럼 스스로 배움의 방법을
알아가는 것도 좋구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2-13 15:26   좋아요 0 | URL
참 어렵지만, 정말 꼭 알아야 할 기본이네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정말 부모로서, 한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많이 느끼게 되요.
용감하게 자신있게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은 참 대단해요!

꿈꾸는섬 2011-02-11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글들인데, 전 한숨을 푹 내쉬었어요.ㅜㅜ
아이를 키우는 일이 너무 어려워요.ㅜㅜ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2-13 15:27   좋아요 0 | URL
ㅎㅎㅎ 꿈섬님. 공감해요.
아이 키우는 일은 정말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그치만 꿈섬님 잘 하고 계시잖아요.

세실 2011-02-12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6학년 올라가는 아들이 해리포터에 빠져 살아도 내버려 둡니다. 해리포터는 소설의 묘미 상상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지요. 요즘 자기안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찾으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이젠 구체적인 꿈을 가져야 할것 같아서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2-13 15:28   좋아요 0 | URL
와..저희 큰 아이랑 나이가 같군요.
'자기 안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찾으라'고 조언할 수 있는 사이라니...
제 문제는 아이가 커가는데 너무 어린 아이 취급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거예요. 아이와의 대화도 좀 더 심도 깊어야 하는데요.
많이 배웁니다.^^
 
우리아이 수학약점 - 엄마가 먼저 알고 쉽게 잡아주는
송재환 지음 / 글담출판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학년별 유형별 짚고 넘어가야 할 초등 수학의 개념과 원리 - 학년 시작 전에 참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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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1-20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수학공부까지 해야하는 이런 책.ㅋㅋㅋ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1-20 16:02   좋아요 0 | URL
저 큰 딸 옆에서 수학 문제도 푸는 여자예요..ㅠ.ㅠ
요새 엄마 노릇하기 힘들다니까요..
 
카산드라의 거울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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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산드라의 거울>은 감추고 싶을 만큼 지독히 냄새나고 더러운 현재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서, 미래와 과거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앞 뒤로 거울을 두고 현재의 내가 서 있는 것 같은 이야기다. 앞을 봐도 뒤를 봐도 현재의 나를 이야기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미래의 일을 볼 수 있는 소녀 카산드라와, 미래의 모든 위험요소를 확률로 계산하여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 카산드라의 오빠...현실에선 패배자들이지만 카산드라를 만나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보고자 하는 네 명의 <대속의 주민들>. 그들은 미래를 꿈꾸지만 현실을 본다.

다가올 미래의 테러를 꿈으로 보는 카산드라. 그녀의 부모와 외삼촌에 의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실험>대상으로 키워진 그녀는 실제 만들어진 능력과 특정 트라우마에 의해 그런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그녀는 자폐아에 정신분열증 환자일 뿐이다. 어느 누구도 그녀가 말하는 미래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아닌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래를 <예감>하지.
즉 미래를 미리 느끼고 있어. 이 능력은 주의력의 한 형태지.
문제는 사람들이 자신의 예감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이야.
그래서 예감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지. 그래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들은 마치 이런 일이 일어날 줄 꿈에도 몰랐다는 듯,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이곤 하는 거야. 
 

만일 이곳에 예를 들어 언제 폭탄 테러가 터질지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네 능력은 관심을 받겠지. 하지만 우린 달라.
우린 네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그런 일에는 아예 관심이 없어.
사실은 우리만 그런 게 아니야.
이 세상에 그런 종류의 정보를 알지 못해서 안달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 

 
   


긍정적이고 밝고 행운을 가져다 주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라면 모를까.
정말이지 불행하고 암울한 미래를 미리 알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을거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알고 싶어하여 점을 보고 신의 인도를 구하는 것은, 자신의 미래만큼은 행복할 거라는 믿음의 반증이다. 불행과 고통이 있는 것이 인생의 당연한 모습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교만의 증거이기도.
그래서 불행한 미래는 알 필요도 없이 그냥 닥치면 당하고 마는 '벼락'같은 일이 되고만다.

   
 

그건 어느 누군가에게 떨어지는 벼락 같은 거다. 누군가가 당하게 되겠지만, 우리로선 어쩔 수 없는 것...그래서 자기만 당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무심히 기다리고만 있는 것.. 

 
   

   
 

"사람들은 보긴 하지만 눈여겨보지는 않아.
듣긴 하지만 귀 기울여 듣지는 않아.
알긴 하지만 이해하지는 못해.
미래를 아는 것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아니야. "

"왜요? 사람들은 모두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 알고 싶어 할 것 같은데요." 
 
"너와 나, 우리는 미래에 관심을 갖지.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의 지평선을 보지 않으려고
오히려 고개를 돌려 버린단다.
두렵기 때문이야. 미래를 생각하면,
자신에게 닥치게 될 그 모든 불행한 일들을 보게 될까 봐 두려운 거야.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남아 있고 싶은데 말이야.
그들의 길의 끝에는,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죽음이 기다리고 있지.
두 눈을 크게 뜨고서 그 죽음을 향해 걸어가야만 하거든. 그게 너무도 힘든 거야."
 

 
   

   
  사실 우리는 미래를 좋아하지 않아. 솔직히 미래란 것은 겁나는 거거든....
<설문조사 결과, 프랑스 국민 중 75%는 미래를 두려워한다.>
그리고 <62%는 생각조차 하기 싫어한다.>
우리는 나름의 방식을 사용하여 각자의 미래를 찾아내고 있어.

여기서 <미래>란 다른 미래가 아니라 <밝은 미래> <희망찬 미래>를 말하는 거고,
내 생각으로는 65억에 달하는 인간들 중에서 4분의 3은 한 번쯤은
도사, 영매, 주술사, 마라부, 혹은 점성술사 따위를 보러 간 적이 있을 거야.
지금 세계 각국에서 로토가 성행하고 있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건 바로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를 굳게 믿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카산드라는 꿈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아우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그녀는 종종 꿈을 통해 과거 어느 시점에 고대의 카산드라를 만나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당장 앞의 테러 정도만을 볼 수 있는 카산드라는 천년 후에 미래의 아이들 앞에서 과거의 책임을 묻고 재판을 받게 되는 일들을 겪으면서, 비로소 아주 먼 미래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카산드라가 건너간 천년 후의 세대는 우리를 어떻게 평가할까?
베르나르의 상상력은 심각한 죄책감까지 불러 일으킨다. 미래의 세대는 우리 세대를 이기주의자에 쾌락주의자, 미래를 전혀 생각지 않은 무책임한 사람들로 원망하고 있다. 죄책감을 느낀다는건 지금 우리 현실이 그렇다는걸 부정할 수 없어서다. 정말 명백하지 않은가! 

우리는 미래를 볼 수 없지만, 사실은 볼 수 있다. 앞부분에서도 인용했지만, 충분히 예감하고 예측할 수 있음에도 두려움에 눈을 감아버린 것이다.  

   
  "과거에서 온 이 사람을 통해서 오늘 우리는 한 세대 전체를 심판할 것입니다.
바로 서기 2000년의 세대, 훗날 <이기주의자들의 세대>라고 불리게 된 세대죠.
그들은 자신들의 즉각적인 쾌락을 위해
자기 아이들에게 물려줄 행성의 상태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은 채
지구의 자원을 마구 낭비해 버렸습니다.....
여러분, 나는 카첸버그 양을 고발합니다.
세계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걸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고,
세계를 변화시킬 능력도 있었지만,
아직 모든 것이 가능하던 그 시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죄로 고발합니다"

"<위험에 처한 인류를 방치한 죄>로 당신을 고발하는 바요!"

"<단기적인 쾌락들>이라고 부른 것은 장기적으로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온
이기적인 욕구 충족들이었습니다. ...그
들은 자동차로 매연을 내뿜음으로써 공기를 오염시켰습니다.
쓸데없는 물건들을 잔뜩 쌓아 놓은 다음 아무 곳에나 갖다 버려 물을 중독시켰습니다.
산아 제한 없이 아이들을 마구 낳아 인구 과잉과 각종 전염병, 기아를 초래했습니다.
충분히 할 수 있었음에도 근본주의 이념들을 저지하지 않음으로써
파괴적인 대전들과 그 밖에 숱한 참혹한 일들이 일어나게 했습니다...
또 그들은 관광 산업과 소비 사회와 그들이 <경제성장>이라고 부르던 것의 이름으로
손 닿는 모든 것을 더럽혔습니다.."
 
   


당장 앞에 일어날 미래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혹은 그런 미래를 미리 앎으로 예방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던 현재의 카산드라는 그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 여러 모순을 갖고 냄새나는 현실 앞에서 점점 의욕을 잃어간다.

주저앉은 카산드라는 절망과 희망을 반복하는 현대의 우리다. 핑크빛 미래를 꿈꾸며 흥을 내다가 어느새 현실의 무분별한 폭격 앞에 주저앉아 절망적인 미래를 내다보며 우울해 한다. 결정되지 않은 미래가 우리의 머릿속에서 희망이 되었다가 절망이 되었다를 반복한다. 그러면서도 미래는 마치 결정되어 있는 것마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현대인의 <카산드라의 거울>이 아닐까.

   
 

"곧바로 오게 될 나의 개인적인 미래 외에, 인류의 전체적인 미래는 어떻게 되나요?"

"그것도 끝이 형편없는 영화라고 할 수 있어.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릴 거야.
지구가 살기 힘든 곳이 되는 시기가 올 것이고, 모든 것이 야만 상태로 돌아가게 될 거야."
 
"그렇다면 우리가 무얼 하든 아무 소용없다는 얘기인가요?" 

"꼭 그렇지만은 않아. 원칙적으로 모든 것은 나쁘게 끝나는 것이 사실이다만,
최후의 순간에는 항상 어떤 해결책이, 어떤 탈출구가 남아 있는 법이니까.
어떤 희망이 있지. 극히 미세한 것이긴 하지만."

"희망이라고요? 그건 바로 우리의 고통을 연장하는 것이 아닌가요?"

 
   

   
 

나를 가만히 놔둬요!
당신은 내게 말해 주지 않았지만, 우린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아무것도!
시스템 전체가 썩어 있어요. 미래의 세대들을 구할 가능성은 전혀 없어요.
테러리스트들에게 폭탄을 팔고,
석유를 수입하기 위해 그들을 밀어 주는 게 바로 <우리>라고요!....

아무도 자기 자동차를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인명을 구하기 위해 투자되는 액수가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 투자되는 액수만큼 되는 날은 결코 오지 않아요.
광신도들로 이루어진 한 세대 전체가 몰려오고 있어요.
유유히 문명을 파괴하고,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서, 과거에 야만족들이 그랬듯이요.
게다가 그들의 작업을 도와주기 위해 사람들은 가치를 전도시켜서
그들을 호감 가는 <자본주의 적>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지식인들은 열심히 그들에게 변명거리를 찾아 주고 있어요.

 
   



확률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었던 카산드라의 오빠는 스스로의 한계와 현실로 인해 죽음을 택하게 된다. 미래에 대한 모든 책임은 카산드라의 몫이 된 것 같았을 때, 절망에 빠져 있던 카산드라는 3%도 안되는 긍정적인 미래에 대한 꿈을 꾼 후 용기를 내기로 한다. 현재에 서서 미래라는 거울을 바라 보았을 때, 그곳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결국 현재이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믿어보기로 한다. 결정되지 않은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현재의 나라는 것을.   

   
  나는 살아 있어!
나는 살아 있고, 의식은 너무도 깊고도 광대하게 열려 있어!
그리고 나는 놀라운 것들과 불안스러운 것들을 모두 포함한 이 세계를 사랑해.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세계를 이해할 수 있고,
또 어쩌면 변화시킬 수도 있어.
그래. 세계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이 세계를,
그 모든 사소한 것들과 그 모든 모순까지 사랑해야 해.
 
 
   

   
  "고대의 카산드라님, 당신은 잘못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는 인류를 구할 수 있어요. 난 확신해요."
 
"그래, 공주야, 어떻게 구할 수 있지?"

"성공적인 미래를 상상하기만 하면 돼요.
그리고 거기에 이르기 위한 방법들을 갖추는 거죠."


"그럴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

"시도해 봐야 해요. 작은 일들부터 해볼 수 있어요.
난 미래는 아직 결정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역사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요.
때로는 자기가 처한 곳에서 조그만 결정을 내림으로써 그럴 수 있겠죠.
당신도 말했잖아요. 아직 탈출구가 남아 있다고요.
극히 미세하지만 분명히 있다고요"
 
   

   
  어떤 괜찮은 미래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한 사람이 어느 순간 그것을 상상해야만 해.
우리가 있는 이 미래는...지금 네가 상상하고 있는 미래이지.
우리가 이 미래를 관찰하고 즐기면서
이곳에 더 오래 머물수록 이 미래의 존재 가능성도...
 
 
   

  

세상이 잊어버리고 포기한, 스스로도 쓰레기더미에 묻혀 하루하루 생존해 가는 <대속의 주민들>이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다. 카산드라의 예언과 그 예언에 따라 비극적인 미래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그들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상상하는대로 이루어지는 미래!! 그들이 꿈을 꾸기 시작한다.


꿈은 꾸기 때문에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다. 미래는 미래에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 할 수 있다. 더군다나 그 미래가 현재 내가 꿈 꾸는 것에 달려있다면.
<카산드라의 거울>은 미래에 대한 현재의 영향력에 대해 실패하고 좌절하고 다시 꿈꾸는 카산드라를 통해 현재의 내가 어떠해야할지를 보여준다고나 할까. 미래를 볼 수 있고 없고 보다, 미래가 어떻게 도래하는지 알고 모르고를 떠나, 더 중요한건 현재의 '꿈꾸는 나'라는 걸.


소설을 읽으면서 어떤 교훈을 찾는다는건 좀 우스운 것 같지만, 카산드라가 미래의 법정 앞에 섰을 땐, 솔직하게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서기 3000년의 아이들 - 나의 미래의 후손들이기도 한-은 서기 2000년의 카산드라에게 원망을 쏟아내고 있다.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묘사는, 한마디로 끔찍하다. 도시 전체가 노숙자 소굴이고, 우리 모두가 최악의 빈곤 상태에 있는 모습이다. 미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았던 서기 2000년을 살았던 사람들의 책임이다. 미래에 대해 무관심한 죄. 상상하고 생각한대로 만들 수 있었던 미래를 방치한 죄. 현재의 나도, 이 순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

볼 수는 없지만 분명히 다가올 미래. 
<카산드라의 거울>을 통해 보여진 미래는 또 다른 신세계가 아니라
현재의 꿈을 그대로 담은 현재 그 자체다.


   
  우리는 미래를 볼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마도 <볼 수 없다>일 거야.
하지만 지금 우리가 미래를 만들겠다면, 그걸 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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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1-14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거와 미래를 아우를 수 있는 능력. 멋있다, 아아.
나도 그런 거 있었음 좋겠어요.^^
늘 내 미래가 궁금하고, 자주 내 과거가 그립고 그렇거든요.

카산드라 이거 진짜 꽤 난해하네요?
예전에 <나무>, <인간>까지 읽고 베르나르는 못봐서, 감이 떨어졌는데,
철학적 명제들이 많은데요, 그래도 좋을 것 같아요, 역시!^^
인용구들 좋아요! 큭큭.
저도 틈틈이 한 권이라도 읽어야겠어요.
금단현상 그런 거 일어날 것 같아요,ㅎㅎㅎㅎㅎㅎㅎㅎ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1-14 09:51   좋아요 0 | URL
아우..근데 카산드라 보니까 과거와 미래를 왔다갔다하는데
정말 좀 안되보였어요..ㅋㅋ 카산드라가 볼 수 있는 과거가 현생의 과거뿐 아니라 태초에 세포였을 시기 - 그러니까 전생과 그 전생과 또 그 전생...-부터의 자신의 모든 과거예요..
그녀는 현재는 프랑스 소녀이지만 전생엔 러시아 의사였대요..ㅋㅋㅋ
전 그런 과거로의 여행은 무서울 것 같아요.

아이리시스님이 난해하다고 하시니 좀 위로가 되요.
저 원래 소설 잘 안읽는데 이거 읽으면서 재미는 있는데 좀 힘들더라구요.ㅋㅋ
그래서 연말에 다 읽었는데도 몇 일 더 뒤적이느라 도서관에서 연체도 하고..
리뷰 쓰는데도 오래 걸렸어요.
가벼운 소설 - 읽고도 아무 생각 없는거 - 이런거 읽을래요.
아이리시스님이 추천 좀 해 주세요~

마녀고양이 2011-01-14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여, 과연 인류가 3000년까지 갈 수나 있을까.. 좀 의심스러워요. ^^
그런데 <카산드라> 구성은 괜찮나요? 베르베르의 소설은
착상 및 도입부, 중간까지는 괜찮은데, 항상 마지막 결말을 제대로 못 하거든요.
아마 스케일이 너무 커서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그래서
이젠 읽는 자체가 망설여져요.

아, 별 다섯 주셨네요~ 다시 고민 중. 다시 한번 시도해봐?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1-14 14:12   좋아요 0 | URL
<구성>같은거 물어보시면 저 머리 아픈데..ㅋㅋ
말씀 들어보니..그런 것 같기도 해요.
스케일도 크고 과거와 미래를 막 왔다갔다하고
뭔가 확률시계도 나오고 그래서 거창한 사건을 기대한건 맞는데요
사실 마지막은 거의 저렇게 끝나요. 관념적으로..ㅎㅎㅎ
그게 베르베르의 소설 특징이군요! (저 읽어본게 없어서..)

별 다섯은...저에게 주는 칭찬 스티커예요. 두 권이나 읽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