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1. 나에게 과거로 돌아가 꼭 한 번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이 있긴 있다. 보고 싶은 사람이라기 보다는 가서 실컷 욕 해주고 싶은 사람ㅋㅋ) 
그런데, 과거로 돌아가게 해 주는 (단 2~30분 정도지만) 신비의 알약이 10개가 있다면?  

나같은 현실주의자는 그 알약 자체를 믿지 못하겠지.
그리고 우황청심환인지, 개똥인지 모를 그 약을 먹지도 않겠지. 
그리고 과거의 나 따위는 만나고 싶지 않을지도...

그러니까 소설의 주인공 엘리엇은 폐암말기의 60대 남자다.
이 '시간여행'이 말이 되기 위한 적절한 상황이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 무엇이 두려울까?
게다가 마지막 소원은 사랑하는 사람을 딱 한 번만이라도 만나보고 싶다는 간절한 바램. 

그는 과거로 돌아가 30년 전 똑같은 날의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되고 
운명을 거스르고자 하는 위험하지만 흥미진진한 도전을 하게 된다.
과거 어느 순간을 살짝 바꿀 수 있다면...
또는 어떤 사람과의 만남을 과거에서 지우고 그 옆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면... 

나비효과처럼 걷잡을 수 없는 결과들이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재구성하게 될 것이다.
이 소설은 이런 구조를 가지고 마치 TV 속 <미니시리즈 드라마>처럼
가볍고 경쾌하지만, 때론 긴장감 넘치는 구조로 쉽게 읽힌다. 
아쉽게도 그리 치밀하거나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딱 드라마 수준.
결국 결말도 아주 착하고 정직하게 해피엔딩.
 

 

2. '지금의 남편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 그럼 우리 아이들은 이 세상에 없었겠지. 
   '그럼 25년 전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 그럼 난 지금 존재하지 않았겠지. 
  

만약에 만약에...만약에는 위험하다.
딸린 과거의 가지들이 너무 많고, 한 가지를 자를 수 없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너무 쉽게 그 가지를 잘라 버리고 다른 데 붙인다.
소설이니 가능하지만.
소설이라 아쉽다. (복잡한 구조를 너무 간단하게 풀어버렸달까.)  

 

3.  공감 가는 몇 구절들.

당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원하는 대로 생각할 수도 믿을 수도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과학을 다 손에 넣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을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 마르셀 소바죠- 
   
 

우리는 두 눈에 붕대를 감고 현재를 통과한다. 시간이 흘러, 붕대가 벗겨지고 과거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될 때가 되어서야 우리는 비로소 살아온 날들을 이해하고, 그 의미를 깨닫는다 -밀란 쿤데라-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하는 것은 동시에 우리가 죽어야 하는 좋은 이유이기도 하다. -알베르 까뮈- 
   
     
 
당신 앞에 여러 갈래 길이 펼쳐지는데, 어떤 길을 선택할지 모를 때, 무턱대고 아무 길이나 택하지 마라. 차분히 앉아라. 그리고 기다려라. 기다리고 또 기다려라. 꼼짝하지 마라. 입을 다물고 가슴의 소리를 들어라. 그러다가 가슴이 당신에게 말할 때, 그때 일어나 가슴이 이끄는 길로 가라. - 수잔나 타마로-  
    
 
 
특히 마지막 구절은 마음에 와 닿는다.
지금 내가 내리는 어떤 순간의 선택이 미래에 엄청난 일을 일으키는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걸.
쉬운 선택이 후회와 회환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
그러니, 모든 인생 앞에서 겸손해 질 것.
 
 

4. 사실, 이 책은 그냥 재미 정도로 읽었고
내가 내내 즐거웠던 이유는 딴 데 있다.
ipod으로 본 최초의 e-book이었다는 것!
다운 받아 놓은지 백만년은 되었던 것 같은데
이곳저곳 바쁘게 다니는 틈에 틈틈이 읽을 수 있고
무엇보다 의외로 집중이 잘 된다.
종이책으로 읽을 때는 그냥 쑥쑥 넘기던 부분들을
꼼꼼하게 읽게 되는 색다른 느낌이랄까.
 
똑같은 본문도,
종이책에서의 느낌과 작은 화면에서의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왠지 메세지까지도 다른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여하튼, 색다른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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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2 0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2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3-23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려라. 기다리고 또 기다려라. 꼼짝하지 마라. 입을 다물고 가슴의 소리를 들어라.

저도 이 구절 굉장히 좋아요.
아이패드로 읽으신 거예요? 이북? 우아... ^^

시간 여행이라.. 영화 <나비 효과>를 봤을 때 정말 참담했어요.
아무리 바꿔도 결론이 바뀌지 않더라구요.... ㅠ, 그 영화 보셨어요?
기욤 뮈소의 이 책은 제목 때문에 사놓고... 몇년째 방치 중이랍니다. ㅠㅠ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3-23 17:06   좋아요 0 | URL
아이패드가 아니라 아이팟으로 봤어요.ㅋㅋㅋ
작은 화면으로 책 읽는 기분도 괜찮더라구요.

<나비효과>는 보지 않았는데 대충 줄거리는 알아요.
이 책에선 결국 운명을 바꾸지만,(줄거리는 통속적이랄까...)
그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이 책은 저도 제목때문에 읽었어요.
제목이 너무 낭만적이예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