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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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말에 코로나에 확진된 후 현재까지도 컨디션이 썩 좋지 못하다. 그래도 시간 지나면 나아지겠거니 하고 있는데 유독 찝찝한 것은 코로나가 뇌의 어딘가를 손상시켜서 회전이 둔해진다는 말 때문이었다. 그 말대로 현재 하는 일마다 버퍼링이 걸려 애매하게 고생 중이다. 아이씨, 여기서 머리가 더 나빠지면 어쩌란 말이냐. 당분간은 서평도 예전같은 탄력은 없을 것 같다. 사실 쉬는 동안 나의 글쓰기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좀 해봤다. 뭐 하러 글을 그렇게 아등바등 써야 하지? 내가 무슨 작가를 할 것도 아니고, 파워 블로거도 아니고, 내 필력이 대단한 것도 아닌데 말이지. 여러 가지 규칙 때문에 글쓰기가 버거울 때도 많았는데, 이제는 이것저것 재지 말고 가볍게 써 버릇 해야겠다.


도나 타트의 <황금방울새>를 드디어 읽었다. 퓰리처상 수상작이라는데 난 딱히 타이틀에 관심이 없다. 그저 엄청난 스릴러라는 소개 글 때문에 급관심이 생겼을 뿐. 두터운 분량답게 매우 더딘 전개였지만 읽기에 별 부담이 없었던 건 작가의 문체 덕분이었다. 읽는 내내 정유정 작가가 생각났다. 문장도 그렇고 캐릭터들도 그렇고, 뭐랄까 되게 중성적인 색채가 묻어난다. 특히 남성 작가들에겐 잘 없는 절제미가 장점인데 이게 반대로 단점이 되어 너무 지루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 점만 빼면 별 만점 줘도 아깝지 않은 작품이다.


미술관 테러 사건으로 엄마는 죽고 아들 시오는 겨우 살아남는다. 곁에서 죽어가던 노인에게 부탁받은 황금방울새 그림 때문에 마음고생한다는 그런 내용이다. 그림을 경찰이나 관계자들에게 넘길 타이밍을 계속 놓치고, 도난당한 미술품 뉴스를 볼 때마다 소년은 심장이 철렁한다. 고아가 되어 친구네 집에 살게 된 시오는 그림을 넘겨줬던 노인의 집 주소인 골동품 가게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노인의 사업 파트너인 가구 수리상 아저씨와, 똑같은 테러 피해를 입은 소녀를 만난다. 이 두 사람은 시오 평생에 가장 소중한 인연으로 발전하고 그가 위태로울 때마다 지탱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조금씩 상처와 충격에서 회복되나 싶더니, 오래전 집 나갔던 아빠가 나타나 라스베이거스의 사막으로 시오를 데려간다. 아픔을 잊고 새 출발 하기에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데 이건 또 무슨 전개냐 싶지만 이제 시오를 본격적으로 망가뜨릴 보리스라는 친구가 등장한다. 이 친구에게 술, 담배, 마약 등등 온갖 안 좋은 것들을 배운 시오는 이전의 순수를 서서히 잃어버린다. 이때부터 시오가 자기 파괴적인 형태로 현실도피를 반복하게 된다. 테러 사건 이후로 소년의 많은 것들이 무너졌고, 앞으로도 더 나아질게 없음을 스스로도 잘 알기에 바르게 살려는 노력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은 거다. 도박중독인 아빠도 그렇고, 1급 문제아인 보리스도 그렇고, 폭력적인 보리스의 아빠도 그렇고 죄다 막장인생인데 멀쩡하게 살고 있지 않은가. 한참 성장기에 있는 소년이 받은 막대한 영향들은 훗날에도 여러 가지로 고생하게 될 요인이 된다.


작가는 소년을 지독하게 굴려댄다. 이 정도면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반박 불가이다. 그래서 연속된 불행이 가져다주는 재미보다는, 얼마나 더 상황이 나빠질지를 상상하며 읽게 된다. 시오에게는 어중간한 관계의 인맥이 없었다. 완전히 멀리해야 하거나 평생 가까이해야 할 타입뿐인데, 어린이의 눈높이에선 무엇을 쳐내야 할지 몰라 필요하다면 다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자신에게 대놓고 피해를 주는데도 관계를 끊을 생각을 하지 못하는 건 언제라도 다시 버림받고 혼자가 될 자신의 처지를 잘 알기 때문. 하여 누구든 손만 내밀어 주면 그저 고마워서 진흙탕이라도 따라가고 만다. 술과 마약은 점점 소년의 총명함을 지우고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었다. 실제로도 이런 케이스들이 가장 안타깝더라고.


1권에서는 그림 때문에 안절부절하는 내용이 거의 없다. 순전히 시오 인생에 끼어든 불행을 주로 다룬다. 빚쟁이 아빠를 잡으러 다니는 채권자들을 피하다 교통사고로 죽어버리는 아빠. 아 정말 어린 나이에 인생 더럽게 꼬인다. 보고 있으면 숨이 턱 막히는데, 위에서 말했듯이 전개가 느린 편인데다 작가 특유의 절제미로 인해 갑갑함이 증폭된다. 그림만 들고 다시 뉴욕으로 튄 공황상태의 시오는 골동품 가게에 얹혀살면서 인생 2막을 시작한다. 아저씨에게 가게 일을 배우고 소녀와 친해지며 겨우 안정적인 삶으로 돌아가나 싶더니 엄청난 변수가 등장한다. 2권부터는 그림의 행방을 알고 있는 인물의 등장으로 간신히 멘탈을 부여잡는 시오의 나날을 다루고 있다. 리뷰가 길어져 2권 내용은 생략하지만 딱히 분석할 건더기도 없다. 실망스러운 두 가지. 그 인물이 그림의 비밀을 어떻게 알았는지도 설명이 없을뿐더러 결국엔 소리 없이 들어가 버린다. 또한 그토록 그림이 사라지길 염원했으면서 막상 없어지자 미친 듯이 찾으러 다니는 시오의 상반된 모습이 영 이해되지 않았다. 이 두 가지가 잘 나가던 작품을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 가다 평범한 결말을 맺게 한 요인이다. 엄밀히 보자면 이 작품도 용두사미 플롯이다.


무거운 서사에다 분량도 많고 삶과 죽음에 관한 철학도 종종 다루고 있어, 어떤 메시지나 주제를 담은 듯해 보이지만 의외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인과응보나 사필귀정도 아니고 심지어 권선징악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 생각대로 굴러가지 않는 게 인생이라는 걸 크게 확대해서 보여준다는 인상이랄까. 시오가 누구를 만나 어떤 길을 가든 지 간에 황금방울새의 그림에서 해방되어 잘 먹고 잘 살게 된다는 결말은 있을 수 없다. 우리도 때로는 일이 안 풀릴 때보다 잘 풀려서 불안할 때가 있지 않나. 이처럼 누구나 지니고 있는 불안의 싹이 언제 꽃을 피울지 몰라 안절부절하는 게 인생인가 보다. 만개한 벚꽃잎이 우수수 떨어짐을 볼 때면 꼭 이렇게 지나간 세월을 돌아보게 된다. 휑하고 쓸쓸한 가을겨울보다 화창하고 청량한 봄여름이 더 슬픈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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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10 12: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물감님 뇌는 이상무 ! ㅎㅎ 물감님 글 마지막 문단 넘 좋은데요 *^^*

물감 2022-04-10 13:34   좋아요 2 | URL
정말요?ㅋㅋ 저 원래 글 하나 쓰는데 며칠 걸리는데 이번엔 금방 쓴거 거든요. 역시 강박을 버려야 하나봐요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4-10 16: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몇 년 전 <황금방울새> 완전 몰입해서 읽었었는데 다 읽고 나니까 좀 허~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재밌게 읽었어요.
물감님의 리뷰도 재미나게 읽혀요^^
코로나 때문에 고생 많으시군요?
헬쓱해지셨겠어요. 이동욱 얼굴이 반쪽이 된 얼굴이 상상되어 지는군요.ㅜㅜ
잘 챙겨 드세요^^

물감 2022-04-10 17:01   좋아요 3 | URL
아무리 자도 개운하지가 않고 허~하네요ㅜㅜ 독서도 글쓰기도 집중이 잘 안되고요. 제가 유독 회복이 늦는거 같아요ㅋㅋ
재미는 있는데 이렇게까지 길어야 할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솔직히 결말은 쓰다가 막힌듯한 기분도 들고ㅋㅋㅋ 그래도 이 작가한테 관심이 생겨서 다른 작품도 읽어볼 생각입니다^^
빨리 나아야죠! 책나무님도 건강하세요🙂

새파랑 2022-04-10 16: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물감님 필력은 대단하신데 겸손하신거 같습니다~!! 저는 서평 까지는 아니고 독후감 쓰는건데도 어렵더라구요 😅 전 물감님 별 다섯개는 무조건 따라 읽겠습니다 ㅋ 건강 잘 챙기시길 바라겠습니다~!!

물감 2022-04-10 17:08   좋아요 2 | URL
에이, 제 글은 인기없어요. 그건 제가 잘 알고 있거든요. 저랑 유머코드 비슷한 몇몇분이 계실뿐ㅋㅋㅋㅋ저보다 새파랑님의 독후감이 훨씬 낫습니다^^ 아마 알라딘에서 인기로는 탑텐에 드실걸요ㅋㅋㅋ 새파랑님을 위해 별5개를 열심히 뒤적거려볼게요😎😎😎

coolcat329 2022-04-10 18: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머 물감님 걸리셨군요 ㅠㅠ 그래서 조용하셨군요. ㅠ 아직 완전히 회복 안되신거 같은데 빨리 나으시길 바랍니다.

물감님의 개성 넘치는 글 저는 늘 재미있게 읽으니 화이팅하세요~저는 물감님의 반만 써도 좋겠는데요...

도나 타트 ...저 아주 예전에 <비밀의 계절>이란 책 읽고 이해를 못했던 안좋은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요 책도 알고는 있었는데 선뜻 손이 안가더라구요.
도나 타트 다시 도전해 보고 싶네요.

물감 2022-04-10 19:52   좋아요 1 | URL
네 한동안 요양하느라 활동이 뜸했어요, 그래서 일부러 두꺼운 책을 골랐고요ㅎㅎ 곧 나아지겠죠 모😁 쿨캣님도 글도 충분히 개성있어요! 글도 잘쓰시고요ㅎㅎㅎ
비밀의 계절은 난해한가 보네요? 기회되면 읽어보고 평가해보겠습니다~ 일단 문체는 합격이에요😀

잠자냥 2022-05-20 14: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물감님 저랑 비슷한 시기에 걸려버리셨었네요? 요즘은 회복 좀 되셨습니까? -몰아 읽기 뒷북 댓글 ㅎㅎㅎ-

물감 2022-05-20 15:11   좋아요 1 | URL
뒷북 읽고 댓글 환영이에요 ㅎㅎㅎ 코로나는 이제 다 나았지만 후유증이 있긴 해요. 피로감이 계속 떨어지지 않고 무기력 상태일 때가 너무 많아요 ㅠㅠ 처음엔 업무과다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거 같아요. 그냥 빨리 걸리고 회복하는게 낫겠다고 생각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안걸리는게 정답이었어요 아오 ㅋㅋㅋㅋㅋㅋㅋ
 
브릴리언스
마커스 세이키 지음, 정대단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결국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격리하는 동안 책이나 읽자고 했지만 집중이 잘 안되더라. 하여 몰입도 높은 책을 찾다가 마커스 세이키의 <브릴리언스>를 골랐다. 영화 <엑스맨 시리즈>처럼 뮤턴트, 즉 돌연변이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 책도 워낙 유명하여 장르소설계의 필독도서로 불리고 있다. 본국에서는 제2의 데니스 루헤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개인적으로 루헤인보다 훨씬 나아 보인다. 루헤인과 닮은 점도 잘 모르겠고. 명성에 비해 국내에서는 큰 인기를 얻지 못했는지, 지금까지도 미출간된 작품이 많다. <브릴리언스>도 3부작이라는데 여태 후편이 없는 걸 보니 알만하다. 이렇게 국내에서 잠깐 떴다가 사라진 유명 작가들이 너무 많은 듯. 마음 같아선 원서로 읽고 싶지만 영어를 못하는 나님은 번역본이 나오기만을 순순히 기다립니다요.


브릴리언트라 불리는 돌연변이들이 미국 전역에 태어난다. 이들의 능력은 사회와 국가를 위협했고, 이 골칫거리들을 쫓아다니는 공정국은 하루도 쉴 날이 없었다. 같은 동족을 사냥해야 하는 정예요원 쿠퍼의 마음은 온통 국가의 안전뿐이었다. 어느 날 브릴리언트의 지도자는 도심 한가운데에 폭탄을 터뜨려 강력한 경고를 남긴다. 제때 폭탄을 막지 못해서 다 죽은 거라던 쿠퍼의 자괴감은, 그 지도자를 반드시 제거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바뀐다. 적에게 접근하기 위해 신분도 가족도 버리고 국가의 배신자가 된 쿠퍼. 과연 이게 잘하는 짓일까.


한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본 기분이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스타일이긴 한데 그래도 재미있다. 노멀들은 제멋대로인 브릴리언트의 통제를 원했고, 브릴리언트는 무조건 괴물처럼 대하는 노멀들을 경멸했다. 이 같은 이념 대립의 구도는 이해관계의 충돌일 뿐 어느 쪽이 틀린 게 아니라서 중립 기어를 놓고 읽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공정국은 돌연변이 아이들을 데려다 특별 관리를 하고 있었는데, 실상 아이들의 능력에만 관심을 두고 인간성이나 사회성은 나 몰라라 상태였다. 그런 내부기관을 눈으로 목도하며 뭔가 이건 아닌데 싶은 쿠퍼. 그는 1급 돌연변이인 네 살배기 딸을 아카데미에 보내고 싶지 않았고,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브릴리언트의 지도자를 죽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러니까 국가와 사회를 위하기보다는 자신의 아들과 딸을 위해 얼마든지 희생하겠다는 각오와 정신으로 굴러가는 서사가 되시겠다. 이렇게 가족애가 넘치는 주인공들을 볼 때마다 미국 사람들은 다 가족에 살고 가족에 죽는가 궁금해진다.


쿠퍼는 자신의 정의를 실현키 위해 정의의 반대편에 서기로 했다. 자신을 폭탄 사건의 범인으로 오해하게 만들어 공정국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고, 수개월을 떠돌며 브릴리언트로 살아간다. 이 모든 건 어디선가 보고 있을 지도자를 속이려는 장기간 프로젝트였고, 돌연변이들과 어울리며 그에게 접근할 수단을 구하기로 한 거였다. 쿠퍼가 유일한 돌연변이 요원이라 가능한 작전이라지만 가능성도 낮은 일에 국가를 반역하고 목숨을 건다는 설정은 한참 선을 넘은 게 아닌가 싶었다. 아무튼 가진 게 다 끊어진 쿠퍼가 바랄 건 오직 운빨인데 역시나, 그 넓은 미국 땅에서 잘도 지도자의 부하를 만나서 잘도 신뢰를 쌓는다. 이렇듯 개연성 없는 구간이 종종 있는데 뒤로 가면 다 이해될 테니 그런갑다 하고 넘어가시길. 뭐 그냥 별생각 없이 읽는 게 더 나을지도.


알고 보니 돌연변이들도 노멀과 다를 게 없었다.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브릴리언트들도 노멀에게 잘못 길러진 탓이었고, 그들끼리 머나먼 곳에서 모여 지내는 것도 다 노멀들 때문이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딴판인 브릴리언트의 진실로 엄청난 혼돈에 빠지는 주인공. 그러니까 목숨 바쳐 충성했던 공정국이 온 세상을 감쪽같이 속인 거고, 자신은 그동안 죄 없는 돌연변이들을 사냥해왔다는 말이지. 진실을 드러내고 세상을 바로잡기 전에, 공정국에 붙잡힌 쿠퍼의 가족 문제가 더 시급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침착하게 풀어나가는 남자의 이야기. 엄청 재밌는데 어째서 반짝 떴다 없어진 작가가 된 걸까. 이해가 안 되네. 암튼 판타지나 액션 스릴러 좋아하는 분들에겐 강추한다. 확진 후 맛이 간 상태에서 쓴 글이니 엉망이어도 좀 봐주시길. 그만 자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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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4-01 1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물감님도 피해갈 수 없는 코로나군요 ㅋ 그래도 크게 후유증이 없으셔서 다행입니다~! 격리기간이라고 책을 더 읽을줄 알았는데 그렇게 안되더라구요😅

물감 2022-04-01 10:58   좋아요 3 | URL
아녜요 후유증 장난아닙니다.. 하도 기침해서 목에 피맛나요...ㅋㅋㅋ정신줄 붙잡고 평 쓴거에요ㅋㅋㅋ 어서 지나가기만 바랄뿐입니다😂

이하라 2022-04-01 10: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확산세가 너무 거세서 안걸리고 지나가는게 불가능한가 봅니다. 빨리 나으시길 바랍니다. 격리기간에 다독하시고 너무 심심하지 않으시기를 기원합니다.

물감 2022-04-01 11:03   좋아요 3 | URL
저는 이제와 걸린것도 오래 버텼다고 생각중입니다ㅎㅎ아프긴 하네요. 누가 가벼운 감기라고 한건지... 격려 감사합니다ㅜㅜ 이하라 님도 건강 또 건강하세요🙂

미미 2022-04-01 11: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물감님도 결국 감염되셨군요ㅠㅠ
물감님! 너튜브에 <너덜트> 재밌어요. 아플때 웃으면 통증이 완화되더라구요. 저는 아직 안걸렸지만 백신맞고 아팠을때 그렇게 버텼어요. 얼른 남김없이 완치되시길 바랍니다😉

물감 2022-04-01 13:03   좋아요 2 | URL
알려주셔서 방금 너덜트 몇 개 보고왔어요, 현실고증 풍자극이더라고요ㅋㅋ완치되서 돌아오겠습니다^^

mini74 2022-04-01 14: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힘드시겠어요 ㅠㅠ 저는 주변에 다들 하나둘씩 ㅠㅠ 언니는 생강차 마시며 버텼다고 하더라고요. 후유증 오래가는 분들 많더라고요. 잘 드시고 푹 쉬세요 *^^*

물감 2022-04-01 15:03   좋아요 1 | URL
증상이 개인마다 다른거 같은데 저는 지금 먹는 족족 화장실을 가고 있어서 뭘 먹기가 두려워요 ㅋㅋㅋㅋㅋ 배에선 엄청 꼬르륵 대는데 화장실 생각해서 먹지도 못하겠고 ㅋㅋㅋㅋㅋㅋㅋ 이와중에 입맛은 아직 살아있거든요 ㅠㅠ 암튼 잘 쉬다오겠습니다!

서니데이 2022-04-01 14: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물감님도 확진되셨군요. 빨리 좋아지시고 건강 회복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좋은하루되세요.^^

물감 2022-04-01 15:08   좋아요 2 | URL
방문과 댓글 감사해요, 서니데이님 ㅜㅜ
푹 쉬고 돌아오겠습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라파엘 2022-04-01 1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코로나 확진이라니... 물감님, 고생하시는군요 ㅜㅜ
쾌유를 바라고, 후유증이 없으시길 기원합니다 ㅜㅜ

물감 2022-04-01 21:33   좋아요 2 | URL
조심한다해서 안걸리는건 아니더라고요. 워낙 많이들 걸리고 있으니ㅎㅎ 라파엘님도 조심하세요🙂 언넝 낫고 오겠습니다!

구단씨 2022-04-02 1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이틀 전에 코로나 확진 받고
시간도 생겼겠다 책이나 읽자 싶었지만 한줄도 못읽는 상태...
아파서 저절로 눈물이 납니다.
얼른 쾌차하세요.
코로나 이거 만만하게 볼 거 아니네요.

물감 2022-04-02 13:41   좋아요 0 | URL
저런, 구단씨님도... ㅜㅜ 회복에만 전념하시고, 괜찮아지시면 쉬운 책 위주로 읽으셔요. 저는 비대면 추가처방 받고 현재 먹는 약이 5~6개쯤 됩니다ㅠㅠ
이 코로나가 두뇌손상도 입혀서 지능도 나빠지게 만든다네요... 오늘내일은 약먹고 푹 주무세요! 건강해져서 다시 만나요 ㅎㅎ

나비종 2022-04-04 2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몸은 좀 나아지셨는지요?ㅡㅡ 지인들 얘기 들어보니 목이 많이 아프다더군요ㅠㅠ 빨리 나아지시기 바랍니다..

물감 2022-04-05 08:37   좋아요 1 | URL
특히 목이 고생을 많이 해요. 기침이 계속 나서...
지금은 많이 회복했는데 아직도 기침이 있네요 ^^;
나비종님도 조심하세요 ㅠㅠ

공쟝쟝 2022-04-07 1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얽 이웃님! 몸조리 잘하시구랴…!!!!🙄

물감 2022-04-07 13:18   좋아요 1 | URL
아아니 쟝님 오랜만이에요, 보다시피 확진 후 요양중입니다요 ㅎㅎ
부디 걸리지 마시기를............ 괴롭습니다 ㅋㅋㅋ

공쟝쟝 2022-04-07 13:28   좋아요 1 | URL
ㅠㅠ 알라딘의 이동욱 목소리는 김동률 밀레니얼 자발적 아싸에 옥구슬 감성러 인프제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그리고 쉬면서 영화 패터슨 좀 봐요!ㅋㅋㅋㅋㅋ

물감 2022-04-07 17:50   좋아요 0 | URL
코로나가 뇌어딘가를 손상시켜서 머리가 나빠진대요.. 어쩐지 업무보는데 회전이 잘 안댐ㅋㅋㅋ 패터슨 어디서 보죠? 넷플에 있던가ㅋㅋㅋ

공쟝쟝 2022-04-07 18:53   좋아요 1 | URL
그렁거까지 내가 알려줘야하나 걍 보지마여 ㅋㅋㅋ 난 절대 안걸려야지 !! 내 머린 훌륭하고 소중하니까 ㅎ
 
댈러웨이 부인 세계문학의 숲 23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태동 옮김 / 시공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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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이 글은 당신의 귀중한 시간을 뺏길 수도 있음.



아무리 귀찮고 하기 싫은 일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레 루틴이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이걸 내가 싫어했던가 하는 때가 온다. 출근하자마자 집에 가고 싶다고 늘 징징대는 A양은 놀랍게도 지각을 한 적이 없다. 언제나 그녀의 책상엔 먹다 만 테이크아웃 커피컵이 두세 개씩 놓여있다. 저 정도면 커피를 마시지 말고 팔에다 꽂아넣는 게 더 빠른 각성효과를 얻지 않을까. 어제는 그렇게 화창하더니 오늘은 예보에 없던 비바람이 친다. 아침 기온은 영하였다가 낮에는 영상 20도를 넘는다. 어느덧 봄이 왔다는 누군가의 말에 하나둘씩 기분이 들뜬다. 봄. 봄날이라. 따뜻해도 봄이니까, 추워도 봄이니까, 공기가 좋아도 나빠도 다 봄이니까. 뭐 이런 지킬 앤 하이드 같은 계절이 다 있담. 모 가수의 노래 제목도 있었지. 봄이 좋냐. 제발 집에들 좀 있어라. 비싼 집에 살면서 집에 안 있으면 돈 아깝잖냐. 점점 표정에 변화가 없어지는 나에게 건네는 말들. 이직 준비하는 거 아니지? 그래요, 그래. 일이야 힘들지만 아직은 그럴 마음 없습니다요. 다만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내 자리에는 모니터 두 대와 키보드와 마우스를 제외한 짐이 단 하나도 없다는 거. 극강의 미니멀리즘을 고수한지 벌써 N년. 회식자리에서 취하신 팀장님이 그러데. 자발적 아싸인 척 이제 그만해~ 아닙니다, 팀장님. 척이 아니라 진짜입니다. 전 본투비 아싸랍니다. 그렇게 퇴근을 노래하던 A양이 회식만 가면 집이 싫다네? 어우 기빨려. 이놈의 인싸 알레르기는 정말 답이 없어 그래. 옆옆 테이블은 대학생들인가 봐. 분위기 주도하는 저 친구도 참 만만치 않은 핵인싸일세. 자네, 졸업하면 우리 팀에 입사할 생각 없나. 아냐, 그냥 지금 우리 테이블로 와서 저 A양 좀 마크해주라. 그리고 내가 너네 테이블로 가면 안 될까. 갑자기 휴대폰에 강아지 사진을 훅 들이미는 B양의 한 마디. 우리 집 초코 짱 귀엽죠? 이렇게 생긴 개들은 왜 다 이름이 초코일까. 드립의 민족 맞아? 썬더볼트나 볼케이노 같은 네이밍 정도는 돼야지. 어쩌다 방송이라도 탄다 생각해봐. 전 국민한테 사랑받는 거 순식간이라고. 얘는 개인기가 뭐 있니. 어, 아직 없어요. 그럼 공중제비 같은 거 가르쳐 봐. 강아지가 그런 걸 어떻게 해요. 연습하면 될걸? 그럼 선배님은 연습하면 다 되시나요. 아니 못하지. 그럼 개만도 못한 거네요. 얘도 취했네. 전화 온 척하며 밖으로 나왔더니 뒤따라 나온 C양이 저도 선배님하고 바람 쐴래요. 너도 아싸구나? 아니 그걸 어떻게. 그거 아세요? 당근 마켓의 당근이, 당신의 근처라는 뜻이래요. 많이 취했네. 아 진짜예요. 아니 왜 혼자 있는 사람한테 와서 쫑알쫑알 귀찮게 구는 걸까. 그만 들어가 놀아라. 이히히, 선배님은 반응이 진짜 재밌어요. 이런, 인기 많은 아싸는 모냥 빠지는데. 고기 먹었더니 목이 근질근질하네. 그~대 기억이~ 지~난 사랑이~~ 하루는 왜 24시간일까. 시간 참 빨리도 간다. 주 4일제를 하는 날이 오긴 할까. 그냥 주 5일제에서 4시 퇴근이었으면 좋겠는데. A양의 술 주정이 여기까지 들려온다. 두 여자가 주차장 자갈밭으로 간다. 아까 옆옆 테이블에 있던 대학생들이다. 전자담배를 꺼내며 누군가를 막 씹는데 아마도 아까 그 인싸 남학생인듯하다. 어쩌면 나도 저렇게 씹히는 중이려나. 둘 중 하나가 전화를 받더니 친구한테 손짓하며 헤어진다. 대리기사가 왔나 본데 어라, 두 사람의 분위기가 이상하다. 서로 멍하니 보고만 있다. 아니, 입술은 움직이는 게 보인다. 대리기사가 전남친인 딱 그런 상황인 듯. 아씨, 믹스 커피라도 뽑아올걸.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오빠, 요즘 대리 뛰나 봐? 나 버리고 김민희한테 간 결과가 이거야? ...세상 좁네 참. 이렇게 볼 줄 몰랐는데. 운전할게, 차에 타. 아니, 오랜만에 만났는데 오빠는 나한테 할 말이 그거밖에 없어? 다음에 얘기해. 지금 나 일중이야. 무슨 다음이야 다음은. 예전처럼 또 연락 끊고 잠수탈 인간이!... 모두가 꽐라일때 혼자 멀쩡히 귀가하는 이 기분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결국 설거지랑 빨래는 오늘도 못했다. 모 연예인이 마약 했대. 모 기업에서 횡령 터졌대. 치킨값이 또 오른대. 아주 그냥 세상은 조용할 날이 없구나. 평범하기도 참 힘들다 힘들어. 일본의 모 닌자 만화에서는 분신을 천개 이상 만들던데. 정말 부러운 능력이야. 졸려. 졸린데 잠들기 싫어. 지금 자놔야 내일 출근하지. 아는데 괜히 자기 싫어서 계속 잡생각을 해. 그만하고 빨리 자. 야 이 씨, 너 누구 편이야...



괜한 글 읽느라 수고한 그대에게 박수를 보낸다. 위의 글은 일명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법이다. 이 족보 없는 형식의 글이 마음에 드시는지? 이 같은 의식의 흐름에 맡긴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을 읽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백장도 못 읽고 덮었다. 머리에 전혀 입력이 안되는 이 책의 리뷰들을 찾아봤더니 마지막까지 그렇게 흘러간다고 하여 그만 읽자는 빠른 판단을 내렸다. 그럼 읽은 것도 아닌데 굳이 평을 남겨야 하나 싶었지만 쓰기 위해 읽는 나님은 일단 쓰기로 했다. 의식의 흐름이라. 야, 이런 식이면 나도 하루 종일 써낼 자신 있다. 손가락 가는 대로 블라블라 하는 거? 전혀 어렵지 않다. 고전이니까 이런 형식의 작품도 높게 쳐주는 거지, 현대에 와서 이렇게 썼으면 온갖 욕을 먹고 장수했을 거다. 내가 본 고전 중에 가장 해설이 긴 작품이었는데, 그 해설마저 어려운 용어와 복잡한 설명으로 가득했다. 아니, 이해가 안 되는 해설도 해설이라 할 수 있는 건가. 뭐, 긴 해설이 필요할 정도로 쉽지 않은 작품이란 것만 알겠다. 제대로 된 작품 평을 보고 싶은 분들은 다른 리뷰들을 참고 하시라. 암튼 이번에도 읽었데는 데에, 아니 썼다는 데에 의의를 두기로 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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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27 14: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뭔가 의식의 흐름같은데 넘 재미있어요 ㅎㅎ 어디서든 초코 라고 외치면 개 짖는 소리 들릴거 같아요 ~ 저희 동네에도 초코 많아요 ㅋㅋ 근데 넘 재미있습니다 물감님 ~ 근데 포켓몬 하시나요 썬더볼트ㅎㅎ

물감 2022-03-27 14:21   좋아요 2 | URL
다행히 미니님의 시간을 뺏진 않은듯 하네요ㅎㅎ제 주변에도 초코 많이들 키웁니다요😀 인기종이었군요ㅎㅎ
썬더볼트가 포켓몬에 나오는 이름인가요? 전 그냥 즉석에서 생각한 거라ㅋㅋㅋ

mini74 2022-03-27 14:24   좋아요 2 | URL
네 ㅎㅎ 썬더볼트 포켓몬에 나오는데 예쁩니다 ~

물감 2022-03-27 14:34   좋아요 2 | URL
방금 검색해보고 왔는데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2-03-27 16: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왜 다 이름이 초코‘에서 터졌습니다 ㅋㅋㅋ
아 넘 재밌게 읽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 책 몇 권 있는데 다 중고임에도 새 책 같아요. ㅎㅎ
댈러웨이 부인을 소재로 한 마이클 커닝햄의 <디 아워스>가 좋았었기에 이 책도 읽고 싶긴 한데 손이 안 가긴 합니다. 😪
물감님 글을 보니 그래도 올해는 도전해볼까 싶어요.ㅋ

물감 2022-03-27 18:02   좋아요 4 | URL
제 마이너 코드를 좋아해주시는 몇 없는 이웃분들이 있어 글쓰는 맛이 난답니다😀 어쩐지 아재개그를 끊지 못하는 사람의 기분을 알겠네요ㅋㅋㅋ
그나저나 울프의 글이 많이 어렵나봐요. 그래도 뭐 이 책만 할까 싶네요ㅋㅋㅋ같이 도전해봐요🙂🙂🙂

북깨비 2022-03-30 16: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떡해요 ㅋㅋㅋㅋ 저도 너무 재밌어요!!! 🤣 이거 디스 아니고 책 홍보 글 아니에요? ㅋㅋㅋ 댈러웨이 부인은 어떤지 몰라도 물감님 의식의 흐름 기법은 책 한 권 분량도 술술술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

물감 2022-03-30 16:52   좋아요 3 | URL
아이구야 의도치 않게 팬 한명을 또 확보해부렀군요ㅋㅋ
끄적인 저의 의식의흐름 글은 평상시 자주하는 생각의 일부라, 온종일 쓸수도 있어요ㅋㅋㅋ 이웃님들을 위해서 가끔씩 띄워볼까요😎
 
늙은이들의 가든파티
한차현 지음 / 강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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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게 나이들 자신이 없다면 적어도 추하게 늙지는 말자고 다짐해왔다. 한국은 예로부터 나잇값을 해야 인간 대접을 받곤 하는데 그럼 나잇값을 한다 못한다의 기준이 뭘까. 나는 그것을, 알고도 하는 행동과 모르고 하는 행동의 차이에서 판별된다고 본다. 지하철에서 큰소리로 통화를 한다던지, 흡연하면서 횡단보도를 건넌다던지, 음주운전하다 사고를 낸다던지 하는 이런 행동들이 잘못이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근데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은 남들이 외면하고 눈감아주고 하니까 제 잘못된 행동들이 별문제 아니라고 여긴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지적을 받으면 오히려 적반하장이 되어 불같이 열을 내는 거다. 제 삼자에겐 훤히 보이는 문제점이 당사자들만 모른다. 왜 욕을 먹는지도 모를만큼 눈과 귀와 양심이 멀어버렸으니 그렇게 갑질을 하고 뉴스에 출연하는 게지. 왜 똑같은 뉴스를 보면서 자기성찰은 못하는 걸까.


먼저 연락 주신 출판사에 감사드린다. 참 오랜만에 한차현 작가의 책을 읽는데, 개인적으로 이 분의 작품은 장르물보다는 병맛물이 더 좋다는 결론이다. 이번 작품은 노인의 뇌를 청년에 몸에 이식시켜 수명을 연장하고 새 삶을 얻는다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교통사고를 당한 주인공 차연은 타인의 몸에 뇌 이식 수술을 받고 극적으로 살아난다. 이제 얼굴도 이름도 신분도 새로 생긴 차연은 수술 관계자들에게 보호를 가장한 감시를 받으면서 지내게 된다. 어느 날 국내 유명 기업들의 높으신 분들이 모인 자리로 불려간 차연은 자길 보며 입맛 다시는 그들에게 이상함을 느낀다. 이후 의문의 집단에게 납치당하고서 자신이 위험한 처지임을 듣게 되는데.


서사는 좋았지만 구조에 탄력이 없어서 아쉽다. 먼저 죽다 살아난 주인공의 캐릭터부터가 모호하다. 멋진 얼굴과 피지컬을 얻어서 기쁜 것도 아니고, 원치 않는 연명으로 절망스러운 것도 아니고, 정체성을 찾아 맞서싸우는 것도 아니다. 그냥 어? 어? 하면서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끝나버리는 참 매력 없는 모습이었다. 사실 한차현 작가가 창조한 ‘모든 차연‘들은 다 매력이 없다. 근데 그 매력 없음이 곧 매력이었던 반면에 이번 주인공은 정말 매력이 없었다. 장르소설에서는 아무리 스토리가 좋아도 캐릭터가 부실하면 이처럼 말짱 꽝이 된다.


두 번째 아쉬운 점은 생각보다 좁았던 무대 크기이다. 노인들은 차연처럼 너도나도 젊은 육체를 얻어 목숨을 연장하고 싶어 했다. 하여 노인들이 각자의 탐심으로 차연을 노려오고, 차연은 여러 위기를 극복하고 간신히 살아남는 그런 내용이길 바랐다. 그런데 기대했던 액션도 없었거니와 그 많은 노인들 중 겨우 한 명만이 차연을 노렸고, 허무하리만치 계획이 무산된다. 다른 노인들은 전혀 등장하질 않는데, 그러면서 무슨 늙은이들의 가든파티란 건지 이해가 안 된다. 만약 여러 노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였다면, 그렇게 빅 스케일의 음모론 이야기로 확장했다면 더더욱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소문난 잔치였다. 이 외에도 자잘 자잘 한 아쉬움들이 많았지만 이쯤 하련다.


옷을 잘 입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대다수가 꺼려 하는 패션을 피하는 데에 있다. 이것만 지켜도 반은 먹고 간다. 그럼 글을 잘 쓴다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리 중요치 않은 장면에 디테일을 쏟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읽었던 최소한의 흡인력 있는 글들은 이런 원칙이 잘 지켜져 있었다. 스킵할 건 적당히 스킵하고 보여줄 건 화끈하게 보여주는, 말 그대로 치고 빠지는 게 약했던 이번 작품은 작가의 매력 발산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그래도 추하게 늙는다는 게 어떤 건지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다음에는 똥꼬발랄한 작품으로 돌아와 주시길. 두둥탁.



※ 출판사에서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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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4
제인 오스틴 지음, 류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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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에는 꼭 러브라인이 들어가 있다는 외국인의 댓글을 본 적 있다. 요지는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러브라인이 작품에 몰입을 방해한다는 거였다. 나 또한 필요 이상으로 러브라인에 집착하는 K-드라마가 질려가지고 멀리한지 꽤 오래됐다. 이제 연애 이야기는 보는 거 말고 듣는 걸 더 좋아한다. 아 물론 깨소금 쏟아지는 염장질 연애가 아니라 서로 지지고 볶는 애간장 연애 말이다. <오만과 편견>은 그런 대환장파티 연애사를 엿듣는 기분으로 읽었는데, 아주 그냥 짭짤하고 쏠쏠한 깨알재미가 있어 연애세포가 소멸한 분들도 좋아하리라 확신한다. 자고로 인생이란 사랑과 평화 아니겠습니까.


딸부잣집의 차녀인 엘리자베스 베넷을 주인공으로 한 이 작품은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사랑과 전쟁이다. 그녀의 옆 동네로 한 공작이 이사를 오는데, 어쩜 인물 좋고 사람 좋고 돈도 많은 박보검 같아서 온 동네 사람들이 난리가 났다. 어떻게든 저 총각을 울집 딸내미랑 결혼시키겠다는 엄마들의 열기는, 한정판 샤넬 백을 사러 가는 백화점 VIP들보다도 더 뜨거웠다. 이 훈남에게는 미남에다 갑부인 절친이 있었는데 전신에 오만함을 둘러서 모두의 공분을 샀더랬다. 여튼 이 오만한 미남은 엘리자베스와, 훈남은 주인공의 언니와 이어지기까지 많은 오해를 겪는다는 뭐 그런 내용이다. 사랑보다 깊은 상처와 전쟁 같은 사랑의 무한 반복이랄까.


여러 후보자가 주인공 집안을 거쳐가는데 개중에는 약간 모자란 친척도 있었다. 성직자가 되기 전에 결혼부터 하려는 이 친척은, 주인공 집안의 재산을 상속받겠다는 속내를 드러내왔다. 이 당시는 아들이 없는 가문의 재산을 다른 친척에게 넘겨서, 생판 모르는 가문에게 재산이 넘어가는 사태를 방지하였다. 여하튼 베넷 가문은 이 친척이 누구와 결혼을 하든 눈뜨고 코 베이게 생겼고, 그러므로 반드시 딸들을 좋은 가문에 시집보내야 하는 초 비상사태이다. 그렇다고 내키지 않는 남자와 어떻게 결혼하랴. 그래서 엘리자베스에게 퇴짜 맞은 친척을, 그녀의 절친이 잽싸게 낚아채간다. 이처럼 짚신도 다 짝이 있음을 계속해서 증명해주는 <오만과 편견>은 오직 결혼만이 인생의 전부인 커플 성사 리얼리티 쇼 채널 같은 작품이다.


언니가 별 반응이 없자, 훈남은 썸타기를 끝내고 멀리 떠나버린다. 천사 같은 언니를 가지고 놀았다는 생각에 분노한 엘리자베스의 오해는, 그것이 훈남 친구 오만남의 방해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어 살기를 뿜는다. 한편 엘리자베스의 호감을 샀던 한 장교가 등장하는데 알고 보니 오만남 가문의 집사 아들이었고, 그에게서 믿지 못할 과거사를 듣게 된다. 그의 보장된 앞날들을 오만남이 대놓고 훼방놓았다는 사실을. 이놈의 프로 훼방꾼을 어떻게 요리할까 궁리하던 그녀는 오만남의 뜬금없는 프러포즈를 받게 된다. 하아, 정녕 분위기 파악 못하는 그에게 온갖 팩트 폭력을 날리고 돌아섰지만 이들의 복잡한 인연은 이제 막 시작일 뿐이었다.


자신을 막 대하는 여자에게 반해버린다는 흔한 설정의 시초가 이 작품이었나. 엘리자베스는 제 주변에 딸랑이들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였고, 그래서 오만남은 퇴짜 맞고도 결코 찌질하게 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오만남 저택에 초대받은 주인공과 이모 부부는, 하녀에게 오만남의 성품 칭찬을 듣고 어리둥절해 한다. 또한 그에게 당했다던 장교의 진실을 듣고 나자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얼마나 편견에 빠져있었는지를 깨닫는다. 누구보다 분별력 있다고 자부했던 그녀가 여태 한쪽 말만 듣고 신나게 디스한 꼴이었다. 아아, 어째서 부끄러움은 독자의 몫인가. 이제 오해는 풀리고 그의 잘생김이 눈에 들어올 때쯤 빅뉴스가 날아와 데이트를 방해한다. 그 문제의 장교가 베넷 가문의 막내딸을 데리고 도주했단다. 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는데 이런 멘붕속에서 결혼이 다 무슨 소용이랴. 자신은 몰라도 언니는 꼭 결혼해야 하는데 말이다. 아아, 정말이지 작가의 끝없는 하이 텐션에 그만 감동하고 말았따리..


그나저나 참 지독히도 계산적인 태도와 가식적인 인간관계를 보여준다. 더 큰 고기를 낚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 누구를 만나든지 인품과 행실을 가늠하고, 가문과 평판을 따져서 자신과 어울릴만한 그릇인지를 저울질 한다. 그도 그럴 것이, 19세기 초의 영국 여성들은 잘 사는 남성과 혼인하는 것 말고는 평탄한 미래를 기대할 수 없었다고 한다. 특히 엘리자베스처럼 아들이 없는 가정은 가까운 친척에게 재산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하니, 멋진 남편감을 찾는 일에 온 가족이 혈안 된 것도 지극히 정상이란다. 이토록 여성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지만 상대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혼 가치관 때문에 이것저것 따질 수밖에 없는 현실. 이거 참 까다로운 결혼 조건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로군.


아무튼 사건은 잘 끝나고 언니와 동생도 무사히 결혼했다는 결말이다. 물론 엘리자베스는 편견이 낳은 흑역사를 생각하며 수십 번 이불킥을 해야 했다. 거절당했던 그가 다시 나를 좋아해 줄까 싶어서. 겉으론 당돌해 보여도 속은 아니었던 엘리자베스의 태세 전환이 을매나 귀엽던지, 이러니까 오만남이 사르르 녹아버렸지요. 오만과 편견이라. 제목도 참 잘 지었다. 제인 오스틴이 K-드라마 작가로 활동했다면 시청률 다 씹어먹었을 듯. 이렇게나 밀당의 달인이면서 평생 미혼이었다는 게 의외지만 다 이유가 있었겠지. 원작을 읽었으니 이제 영화도 봐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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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2-03-20 0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원작의 반의반도 담아내지 못했다...

coolcat329 2022-03-20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감님 리뷰읽으면 저도 다시 이야기가 떠올라 흐흐 웃었네요.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부모재산을 물려받지 못한다는게 참 기가 막히더라구요. 저 시대는 당연한 관습이겠지만요. 하여튼 오만남과 편견녀의 이 사랑이야기는 참 봐도봐도 좋습니다.

물감 2022-03-20 11:06   좋아요 2 | URL
ㅎㅎㅎ재미랑은 별개로 글쓰는 내내 여성분들의 눈치가 느껴졌어요. 어떤 장면에서 기분 나빠할지 예상되니까요^^; 이런 작품을 좋아한다고 했다가 욕 먹는거 아닌가 싶고 그랬네요ㅎㅎ

Falstaff 2022-03-20 15:05   좋아요 2 | URL
남자에게 상속하는 걸 ˝한사상속˝이라고 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70년대까지 꼭 이렇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딸은 출가외인이라 특정한 유언이 아니라면 아들의 절반만 상속분을 갖는 걸로. 아들도 맏아들이 전 상속분의 절반....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ㅋㅋㅋ 저희 집은 무조건 장남이 백프로 독식인 집구석이었습니다. 근데 제가 차남의 차남의 차남. ㅠㅠ

* 프랑스 귀족들도 장남이 거의 다 독식이다시피 해서 둘째부터 막내 아들까지는 웨딩 마켓에서 인기가 없었답니다. 귀족들은 딸을 막내아들과 결혼시키게 되면 재수 없다고 여겼다고.... ㅋㅋㅋㅋ

coolcat329 2022-03-20 15:19   좋아요 1 | URL
네 저희 부모님 세대는 정말 다 장남 차지더라구요. 저도 어렸지만 옆에서 본게 있네요. ㅠ 참 같은 자식인데 속상할일이에요. ㅠ
골드문트님은 대대로 차남집안의 차남으로서 설움이 많으셨나요 😢

물감 2022-03-21 08:25   좋아요 1 | URL
마자요. 한국도 장남이 다 해먹던 시절이 있었죠. 왜 그렇게 장남만 이뻐했나 몰라요...ㅋㅋ 차남중에 차남이신 골드문트님...아이고ㅜㅜ

영국도 그렇고 프랑스도 그렇고 참 너무하네요. 그럴거면 하나만 낳던가(?)ㅋㅋㅋ

페크pek0501 2022-03-20 14: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남자의 인상이 오만해 보였는데 결국 잘못 본 편견에 불과함을 말한다. 이거 맞습니까?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요. 두 번 읽었는데도 기억이 가물가물...
겉으로 보여지는 인상에 휘둘리지 말고 진실을 봐라.- 제가 이렇게 읽었던 것 같아요.
근데 그것보다 결혼을 둘러싼 그 당시의 문화와 인간 심리가 흥미로운 소설로 기억합니다.
잘 정리된 리뷰 읽고 갑니다. 이렇게 쓰기가 쉽지 않지요.^^

물감 2022-03-20 14:34   좋아요 3 | URL
네, 제대로 보셨어요. 원제가 ‘첫인상‘이라네요. 편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습니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말을 실감했더랬죠ㅎㅎ 언제나 진실은 가까이에 있고, 사람들은 그 주변을 멀리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오랜만에 쓴 글이라 자신감이 약해져 있었는데, 페크님의 댓글 덕에 기운납니다🙂 감사해요!

새파랑 2022-03-20 15: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예전에 문학동네 MBTI? 요런거 했을때 문학작품 속 닮은꼴로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 베넷˝이 나왔더라는~ 영화는 별로군요 ㅋ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생기발랄(?)하다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 물감님 별 다섯 받기 쉽지 않은데 이 작품은 인정받은 명작이군요~!

물감 2022-03-20 16:03   좋아요 2 | URL
아 저도 그거해서 엘리자베스 나왔었어요. 읽어보니까 알겠네요. 타인의 기분과 감정을 스캔하는 점이 저하고 닮았더라고요. 성격은 아니고요ㅋㅋㅋ새파랑님도 재밌게 읽으셨나보네요. <설득>은 그냥 그랬는데, 이 작품은 별다섯개도 모자랍니다😀

나비종 2022-03-22 1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드라매니아인데..하하하^^;; 러브라인이 들어간 로코 좋아하거든요. 억지스럽고 처절한 고구마범벅말구요, 살랑살랑 봄바람 심쿵 러브가 지금도 그저 좋아서 테레비에 들어갈 지경으로 집중하는 인간입니다. 음, 애간장보다는 깨소금파랄까요. 물감님과는 취향이 정반대로군요~ㅎㅎ
<오만과 편견>의 러브라인은 갈수록 흡인력있게 독자를 빨아들이더군요. 얼마전에 우연히 바닷장어 잡는 통발?의 구조를 TV에서 본 적이 있거든요. 내부로 들어갈수록 입구가 좁아져서 한 번 미끼의 유혹에 끌려 들어가면 다시 빠져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라 하더군요. 제인 오스틴의 글에 빠져들면서 그 장치가 생각났습니다. 도무지 출구가 없어...ㅋㅋ

전쟁처럼 극단의 과격은 아니지만 빼앗고 빼앗기는 쟁탈전이 결혼의 골든벨을 울리기 위한 서바이벌 게임을 연상케했어요. 그나저나 저노무 비주얼은 우유부단에다 심지도 없고 결단력도 없는 인간이라 몹시 답답하고 마음에 안드는 캐릭터이더군요. 그나마 엎치락 뒤치락이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건 작가의 경쾌한 문체가 열일했다고 봅니다. 거침없이 선을 휙휙 긋는 엘리자베스의 기질과 작품의 결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어요~ㅎㅎ

기회주의자 콜린스는 오늘날에도 간혹 만나게 되는 인물의 전형이더군요. 남들 다 느끼는데 정작 본인만 모르는 인간이요. 끊임없이 쭝얼거리더군요. 뭐 굳이 장점을 찾자면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다는 거?ㅋㅋ 짚신도 짝이 있음을 증명해준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끼리끼리 만난 것 같아요. 그들 부부는요. 그게 반드시 불행하다 단정지을 수 없는 게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퍼즐같은 면이 있어서 그들 역시 나름대로 행복하지 않았을까요?^^
그나저나 ‘커플 성사 리얼리티 쇼 채널‘이라는 발상은 어떻게 나오는지요? 그저 감탄스럽습니다.ㅋㅋㅋ

어떤 책의 줄거리도 물감님께 흡수되어 소화되면 물감화되어 물감스럽게 채색된다는 점을 이번 리뷰를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느낍니다. 물감님의 문체에는 책의 내용 못지않게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시는 힘이 있어요. 읽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고 유쾌한 파도를 타는 기분을 안겨주시거든요~^^* 물감님은 나비종의 취향저격수~~!ㅋㅋㅋㅋ

아닌 건 아니라고 깔끔하게 인정하는 엘리자베스의 성격이 참 멋졌어요. 변명하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들더군요. 닮고 싶은 기질이예요. 진실을 알아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더 많잖아요. 냉철하게 상황을 직시하는 합리적인 두 주인공의 대화에 정신없이 몰입하게 되더라구요. 묶여있던 매듭을 뜬금없이 잘라내는 게 아니라 차근차근 역추적하여 풀어가는 과정이 좋았어요.^^

사회적 상황을 이해하니 결혼에 목매는 소설 속 인물들이 이해되더군요. 소설의 3요소 중 하나가 배경인 게 이유가 있나 봅니다. 그림도 어떤 재료로 이루어진 바탕에 그렸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지는 것처럼 배경도 인물과 사건 못지않게 중요한 듯합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길동이의 내적 갈등도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알고 나면 그 절박함을 이해하게 되잖아요.

엘리자베스에게 한결같은 사랑을 보여준 점이 다아시의 매력을 몇 단계는 레벨업시켰다고 봅니다. 예나 지금이나 너만 보는 직진 러브는 당사자보다 구경꾼들을 더욱 설레게 한다는 ㅋㅋ
맞아요. 다 읽고 나면 제목 참 깔끔하고 적절하다 싶죠.ㅎㅎ 공감합니다~ 제인 오스틴, 드라마 작가가 딱인데 말이죠. 꽤나 어릴 때부터 줄기차게 다작을 했더군요. 사회적 상황이 작품 활동에도 분명 영향을 주었겠죠?
인터넷으로 영화를 검색해서 주인공들을 찾아보았는데요, 엘리자베스 역할의 배우는 어울리는 첫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미남에다 갑부인 다아시가 어, 이 인간은 아니지 않나 싶어서 환상이 깨질까봐 영화는 보지 않으려구요. 음, 작가가 500페이지를 넘겨가면서 그리도 편견을 외쳤건만 이 와중에 영화배우들에게 편견을 갖는군요. 잠시 반성...하지만 영화는 역시 안보는 게 낫겠습니다.ㅋㅋ

물감 2022-03-23 15:26   좋아요 2 | URL
로코 마니아셨군요! 아에 그런 장르면 러브라인이 전혀 문제가 안되죠! 그외에 범죄, 의학, 스포츠, 정치 등등 전 작품에 러브라인이 있는데다, 어울리지 않는 상황에서 등장하는 애정씬이 저는 참 별로더라고요...ㅋㅋㅋ 달달한 깨소금도 뭐 나쁘지 않지만, 저는 막 그런거 있잖아요. 불멸의 사랑 같은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애간장 연애의 여운을 좋아합니다~

저의 발상을 콕 집어 좋아해주는 분도 나비종님 뿐이네요 ㅋㅋㅋ평소에 온갖 잡생각을 하는 infj 성향덕(?)이라고 믿는 중입니다 ㅋㅋ 근데 서바이벌 골든벨이라, 이것도 신선한 발상인데요? 저는 선택권이 없는 상황과 입장에서 칼같이 거절할 줄 아는 엘리자베스를 통해 작가의 자존심까지 느껴졌어요. <설득>에서는 이런 기분을 전혀 못받았는데 참 묘하더라는ㅋㅋㅋ

네 번째 문단은 와 너무 극찬이신데요!? 이런 건 오랜 파트너니까 가능한 거라고 생각합니다ㅎㅎㅎ 제 문체도 참 호불호 갈리지만 파트너가 좋으면 그만이죠 ㅋㅋㅋ 저도 나비종님의 글과 감성을 좋아합니다 ^^

엉켜버린 상황과 관계를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가는 게 작가로썬 굉장히 지치는 일일텐데, 정직하게 풀어줘서 오히려 고전 답다고 느꼈어요. 편법을 쓰면 현대문학처럼 느껴졌을 거 같거든요. ㅋㅋㅋ 여튼 인물,배경,사건 전부 퍼펙트한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다아시의 직진 러브가 나비종님의 마음을 사로잡았군요 ㅋㅋㅋㅋ

영화는요... 삭제 장면도 정말 많았지만 남배우들의 미스 캐스팅 때문에 몰입이ㅋㅋㅋㅋㅋㅋㅋ 다아시는 그나마 나아요. 빙리가.... 응? ??? 이런 반응이었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전 그래도 원작을 보고 영화도 봐주려고는 합니다. 최근에 위대한 개츠비 영화를 봤는데 되게 좋았거든요. 시간되시면 개츠비는 보셔도 좋아요 ^^

잠자냥 2022-03-23 1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이거 별 다섯개에요? 전 이 시기 로맨스물(?) 안 좋아해서 아직 안 읽었는데 급 관심 가네요....
전 그 테스트 ‘다아시‘ 나왔는데, 정작 ‘다아시‘에 관해서 제대로 모른다는 ㅋㅋㅋㅋㅋㅋ
그럼 엘리자베스여, 저는 이만-

coolcat329 2022-03-23 12:30   좋아요 3 | URL
잠자냥님이 이 책을 안 읽으셨다니 의외네요. 오! 😆
저도 로맨스 안좋아해요. 반갑습니다 😁

Falstaff 2022-03-23 12:47   좋아요 4 | URL
알라딘 서재 이용 전에, 제인 오스틴을 안 좋아한다고, 오직 로맨스밖에 없다고 한 마디 했다가 여성분들한테 집단 댓글로 얻어 터져 얼른 글 지우고 튄 적이 있거든요, 그것 때문에, 속좁은 골드문트, 이후 제인 오스틴에 학을 떼는 인간인뎁쇼, 그러면서도 또 눈에 띄면 읽는단 말입니다. 빅토리아 시대 작가들이 대개 그렇더라고요. 우라질 디킨스부터 시작해서....
하여간 제가 읽은 오스틴 가운데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작품이 <오만과 편견>이었습니다. 한사상속이 깝깝하긴 한데, 그것만 그냥 그러거니, 하고 넘어가면 아주 재미난 심리소설 아닐까 싶네요.
전 테스트 해서.... 어떤 책의 누구는 잊었고, 배우 안소니 홉킨스랑 같다네요. ㅋㅋ

잠자냥 2022-03-23 12:51   좋아요 4 | URL
쿨캣 님, 제가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한 로맨스물을....(로맨스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여튼, 남녀가 핑퐁하듯이 밀당하는 내용) 딱히 안 좋아해서 이 시기 유명한 작품 중 안 읽은 게 많습니다요. 아마 영화 영향도 있는 거 같아요. <오만과 편견>류의 영화도 무지 싫어해서요;;;

물감 2022-03-23 13:07   좋아요 3 | URL
많은 분들이 오만과 편견만 괜찮았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다른건 그냥 패스해야하나 생각도 들고요 ㅎㅎㅎ 로맨스물은 역시 호불호가 확 갈리네요. 전 그나마 애간장 타는 불멸의 사랑 정도는 좋아합니다. ㅋㅋㅋ

서니데이 2022-04-09 0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물감 2022-04-09 11:0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ㅎㅎ 좋은 주말 되세요!

새파랑 2022-04-09 0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엘리자베스 닮으신 물감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물감 2022-04-09 11:08   좋아요 1 | URL
순간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로 생각해버렸지 뭐에요 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