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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인저
할런 코벤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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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말처럼 누구나 비밀은 갖고 있다. 그런데 누군가가 나의 비밀을 언급하면 분명 멘붕이 올 것이다. 이 책은 낯선 자에게서 부인의 임신과 유산이 거짓이라는 말을 듣는 데부터 시작한다. 남편은 아내를 신뢰하지만 그런 말을 들은 이상 확인해볼 필요는 있었다.

아내의 카드 내역에는 이상한 사이트의 결제 내역이 확인되고 그 사이트는 놀랍게도 가짜 임신 물품들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1라운드부터 제대로 멘탈 나가는 라이트 어퍼컷. 아내를 추궁했더니 위험하니까 들쑤시지 말라하고 돌연 사라진다. 2라운드는 넉다운 만들어버리는 카운터펀치. 이렇게 가족의 평화를 파괴한 낯선 자는 다른 가정들에게도 접근하여 비밀을 들춰내고 돈을 요구하길 반복한다. 대체 이 남자는 어떻게 남의 비밀들을 면밀하게 꿰고 있는 건가.

기존 작품과는 다르게 잘근잘근 꼭꼭 씹어넘기는 느낌을 준다. 이전까지는 시속 100km로 악셀을 밟았다면 이 작품은 모든 돌다리마다 두드리고 건너느라 진도는 더딘 편이다. 그러나 작가의 특징은 여기서도 두드러지는데 대표적인 예를 들어, 다른 작가들이 연관 없는 큰 줄기들을 후반에
엮는다면 코벤은 작은 줄기들을 초반부터 엮는 타입이다.

잔잔하다가 뒤에서 갑자기 빵 터지는 케이스를 싫어하는데 코벤은 작품 내내 강약 중강 약을 워낙 잘 소화해내니 진정 완급조절의 테크니션이라 볼 순 있지만 늘 소재가 한정적이어서 다양한 컬러를 볼 수 없다는 게 흠이다. 이런 콜드 케이스 플롯을 주로 쓰는 작가가 은근 많은데 그중 베스트는 역시 할런 코벤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작가들은 뭔가를 흉내 낸다는 기분이 드는 반면 코벤 횽은 또 하나의 장르라는 느낌적인 느낌이다. 여하튼 불편한 진실이라도 밝히는 게 무조건 옳은 건 아니지만 바지 지퍼가 열린 사람을 보면 근질거리는 입을 참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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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술래잡기 스토리콜렉터 14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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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이유는 없는데 호러소설은 잘 읽지 않게 된다. 그래서 미쓰다 신조의 책도 이번이 처음인데, 생각해보니 스티븐 킹 작품도 읽어본 적이 없구나. 학생 땐 무서운 얘기가 그렇게 좋았었는데 어느샌가 흥미를 잃은 건 아마 소설보다도 더 호러스러운 현실에 찌들어서가 아닌가 싶다. 원래 무서운 얘기는 짧고 굵게 임팩트 빡 주고 끝내야 제맛인데 길게 늘어놓으면 무슨 재미가 있나 싶어서 안 읽은 것도 있는 듯.

사는 게 힘들어 자살을 계획하는 사람이 있다. 디데이 7일을 정한 뒤 그의 절친 다섯에게 하루 한 명씩 전화를 걸어서 받으면 내일로 미루고 안 받으면 오늘 죽기로 결심한다. 다행히 친구들은 모두 전화를 받았으나 결국 그는 죽어버렸다. 그리고 친구들이 차례차례 사고로 죽는 기이한 일이 시작된다. 마침내 불길해서 봉인해두었던 옛 기억을 떠올리는데...

재미도 있고 흥미진진한데, 이런 게 호러 미스터리 소설이야? 호러와 호러 미스터리는 뭐가 다른 걸까. 내 질문에 답하듯 작가는 부조리한 세상을 다루는 호러, 합리성을 추구하는 미스터리의 차이라고 했다. 그래서 미스터리의 분량이 더 많아 호러는 살짝 음침한 정도?

작가는 7번째 인물을 자연스럽게 범인으로 몰아간다. 당연히 아니겠지 하면서도 자연스레 따라가는 이 기분이 싫지 않았지만 사건의 발단도, 범인도, 해결도 심하게 우연, 우연, 우연이었다. 조사하던 경찰들은 갑자기 쏙 들어가 버렸고, 친구들이 죽었는데 조문 가거나 슬퍼하는 장면도 없다. 그래서 맛은 괜찮지만 여기저기 구멍이 많은 스위스 치즈 같았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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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련
미셸 뷔시 지음, 최성웅 옮김 / 달콤한책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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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파 화가 모네가 살던 지베르니에서 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사건을 담당한 두 형사와, 지베르니를 탈출하려는 3명의 여자의 이야기이다.


문장이 쉽지도 않은 데다 올드함을 넘어서서 고리타분하기까지 하여 산소호흡기가 필수인 작품이다. 또 미술 세계에 관한 내용이라 그런지 머리에 흡수도 되지 않는다. 진짜 몇 십 번이나 그만 읽고 팔아버릴까 고민했고 내 문학수준이 심하게 낮아서 이해가 안 되는 게 아닌가 싶은 자괴감이 든다.

여튼 후반부를 가야 가속이 붙기 시작하는데 흥미는 아무리 가도 붙질 않는다. 보통 스토리가 약하면 캐릭터 빨 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이건 뭐 대통령 자서전이 훨씬 재미있을 정도라니. 평점이 높은 작품이 재미가 없다면 내가 잘못 읽은 걸까? 결국 끝까지 읽었는데 반전도 약해서 뭔가 억울하다. 오로지 포스팅을 하기 위해 끝까지 읽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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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스 콜링 1 코모란 스트라이크 시리즈 1
로버트 갤브레이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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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작가의, 새로운 이름으로 도전한 추리 범죄소설. 작가만 믿고 읽었는데 이건 뭐 긴장감도 없고, 진도도 잘 나가질 않아 끙끙 앓았네. 그래도 작가 특유의 문장력이 잘 드러나는 점과, 코모란 스트라이크의 캐릭터는 잘 잡아주었다. 다만 사고로 다리 한쪽을 잃고 의족으로 살아가게 만든 건 작가로서 대 실수다. 탐정이나 형사는 돌아다니는게 필수인데 주인공이 아프다보니 조금만 활동하면 힘들어서 헥헥거리고 어지럽고 주저앉아 쉬는게 흔하게 나온다. 그러면 독자도 따라서 힘들어지고 인상 찌푸려지게 되는거다. 새 시리즈이니만큼 세계관을 설명하는건 당연하긴 한데 60%이상이 그 내용이라 도저히 진도가 나가질 않는 데다가, 꾹 참고 끝까지 읽어본 바 떡밥을 던지고 회수하며 추리하기 보단 그냥 코모란 혼자서 이건 이거야! 하고 결론 내버린 느낌? 굳이 이럴거면 좀 줄여서 1권으로 내도 될 거 같은데 전혀 미스터리며 서스펜스와는 멀기만 한 실패작으로 보인다. 게다가 파트너 로빈은 뭐하러 만들었는지 진짜 의문이다. 그런데 벌써 2편인 <실크웜>도 나와 있다. 계속 봐야 하나 이 시리즈를? <실크웜>은 제발 실망스럽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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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심
고은채 지음 / 답(도서출판)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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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맹자 노자급 연륜이 묻어있는 ​이 글이 진정 18세 학생의 집필이라니. 고등래퍼들도 그렇고 요즘 10대들은 감수성이나 감각 수준이 높아도 너무 높다(반성합시다, 문학도들이여). 지금은 잘 쓰지도 않는 단어와 어휘들을 구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부를 했을지. 대체 이 젊은 작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살기에 한 평생 살아도 발견 못할 인생의 순리와 사랑의 이면을 이토록 정확하게 집어낼까. 이 책을 읽어본 분들은 내 말에 공감하리라 믿고 이것저것 적어본다.


주인공 은휘의 시간은 과거 일제시대로 거슬러간다. 사랑이라 이름 지어주었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멘토였던 성당의 신부도 어머니를 따라갔다. 이후 영화처럼 찾아온 사랑은 은휘의 사계를 봄으로 바꿔 주었으나, 인간 말종 오라비의 친구인 박동빈에게 그 봄을 약탈당한다. 결국 연인 재우와 함께 집을 떠나 가정을 이루지만 곧이어 아버지도 하늘로 간다. 부친의 임종을 못 지킨 불효녀에게 세상은 완전히 등을 돌렸고, 오라비는 집안의 전 재산을 들고 사라진다. 슬픔이 잦아들 새도 없이 남편이 일본 경찰에게 끌려가 반 송장이 되어 돌아온다. 가난하여 치료도 못하고 집세도 못내는 은휘를 범하고 돈을 쥐여주길 반복하는 박동빈과, 끝내 어디론가 갑자기 사라져버려 행방불명된 재우. 그는 무슨 생각이 들어서 집을 떠난 것일까. 왜 은휘의 인연들은 그렇게 다 떠나야만 하는가.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떠올리게 한다. 고난받는 그리스도. 십자가를 짊어지고 묵묵히 골고다 길을 오르며, 자신에게 침 뱉는 이들에게 죄 없다 여기는 숭고한 희생 속에 꽃피운 위대한 사랑. 누구에게도 축복받지 못하는 은휘의 가련한 삶은 그리스도의 생애와 잔인할 정도로 닮아있다. 나는 은휘를 보며 평범한 삶을 살고 평범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 그 자체임을 깨닫는다. 사랑 말고는 바란 게 없는데 세상은 어찌 그리 요구하는 게 많은 걸까. 그녀의 외침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였고, 그녀의 희망은 바람 앞의 등불이었다. 가난의 이유로 사랑할 자격까지 없는 건 아니지만 걸림돌이 이렇게 많아서야 원. 재우 본인도 죽을 맛인 건 알겠는데 은휘가 어떤 심정으로 버티고 있는지 관심조차 없는 태도에 속이 다 터졌다. 그런 인간을 수발드는 주인공은 오죽할까. 차라리 재우와 헤어지길, 어딘가 멀리 떠나버리길 속으로 간절히 바랬다. 사랑이 밥 먹여주더냐, 은휘야. 내 보기엔 물만 먹이고 있더라.


그동안 내가 꺼려 했던 한국문학들은 어려운 단어와 표현을 나열하여 소위 ‘있어 보이게 쓴‘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이건 정말 국내 작가들의 고질병인데, 무슨 말인지 어려워 추리소설도 아니면서 추리해야 이해되는 문장들로 독자의 눈과 뇌를 녹초라떼로 만들곤 했다. 다행히도 고은채 작가는 기존 한국문학에 물들지 않고 본인이 직접 만든 비행기를 타고 힘차게 비상했다. 뭐,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다.


추리소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일본의 추리문학이 인정받는 이유는 추리하는 재미 속에 사회비판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애물이나 로맨스물도 사랑만 읊다가 끝나서는 아니 된다. 그래버리면 기존 작품들과 설정도 비슷하고 흔한 전개가 될 뿐이다. 많은 작가들이 완성도를 위해 무리한 장면을 넣어서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를 만들어내는데 이게 바로 독자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가는 알고리즘이다. 영화니까, 소설이니까 당연히 현실과는 다른거지! 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조용히 백스페이스를 눌러주시면 된다. 여하튼, 작가는 이 글을 빌려 여성인권을 외치고 사회문제를 고발하고 시대가 낳은 오류와 잘못까지도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새콤달콤 연애 판타지나,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비극적인 사랑 내용과는 거리가 있지만, 사랑의 본질에 대해 숨 쉬듯 언급하므로 장르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사랑이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지만, 남기고 간 지문마저도 사랑스러운 감정이라고 조심스레 정의해본다. 작품 속 계절처럼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이 시기에 읽어주면 오래오래 기억 될 것이다. 매년 봄이 되면 들려오는 벚꽃엔딩 노래처럼.



※ 출판사에서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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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모 2018-03-15 19: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까지 써온 서평 느낌과 다르네여~ㅎㅎ

물감 2018-03-15 19:06   좋아요 0 | URL
서평단 리뷰는 기존과는 다른 스타일로 씁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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