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 여인숙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한애경.이봉지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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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들은 나를 남들과 어울리지 않으려는 아싸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 생각은 틀렸다. 인류애가 넘치는 나님은 사람들과 지내는 걸 매우 좋아한다. 단지 직장에는 잘 통하는 사람이 없을 뿐이다. 대체 그 어느 누가 일부러 고립되고 싶어 할까. 분명히 나님은 싱글 플레이어에 가깝지만 약속을 잡는 것도, 집에 초대하는 것도, 남의 집에 놀러 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시간들이 더더욱 귀중하게 느껴진다. 아무튼 말야 내가 이렇게나 사람 좋아하는 스몰 토커인데, 도대체가 맞지 않는 닝겐들 가운데서 몇 시간씩 있으려니 요즘 들어 아주 그냥 오지게 현타를 맞고 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입사한 곳마다 인간들한테 데여서 퇴사를 했다. 이게 다 내가 너무 착해서 그렇다. 이 같은 애정결핍자들은 타인에게 칼같이 선을 긋거나 완전히 마음을 닫는 게 실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세상은 도통 내 맘 같지 않고 나에게 협조해 주지도 않아 어딜 가든 비주류에 속하고 마는 것이다. 보다시피 나님은 이렇게나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있단다. 젠장할.


<자메이카 여인숙>은 듀 모리에의 장편 중 가장 무난하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로 나를 닮은 주인공의 어중간한 성격에 있다. 매 작품마다 뚜렷한 캐릭터를 보여주었던 반면에, 이번 주인공은 수시로 이랬다 저랬다를 하고 있다. 그게 딱히 인간미 있어 보이지도 않는 데다 솔직히 스토리마저 쏘쏘 해서 이래저래 아쉬움이 컸다. 따라서 큰 기대 없이 술술 넘긴다면 그냥저냥 무난한 재미는 볼 수 있을 거다. 그와 별개로 가독성 하나는 참 끝내준다.


모친마저 별이 되어 완전히 고아가 된 메리 옐런. 그녀는 모친의 유언을 따라 이모한테 가서 살기로 한다. 알고 보니 이모네는 타 지역 외진 길목에 덩그러니 있는 여인숙이었고, 지역민들은 그 근처만 가도 부정 탄다며 질색하더랬다. 아아 뭔가 쎄하지만 당장 돈 없고 갈 곳 없는 우리의 따님은 일단 여인숙 초인종을 누르고 본다. 이윽고 등장한 골리앗 체구의 아재가 하는 말, 아임 유어 이모부. 그 옆에서 달달달 떨고 있는 이모의 동공 드리블까지. 주인공이 느낀 불쾌와 당혹이 독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마치 똥밭에서 하는 10시간짜리 흠뻑쇼 같달까. 저자의 스타일을 알지만서도 볼 때마다 참 거시기허다. 자, 여기까지만 보면 느낌 있고 좋았는데 이다음부터는 RPM이 팍팍 떨어진다. 매번 기대했다가 김빠지는 패턴이 내내 반복되거든. 사실 이게 문제가 아니라, 앞서 말한 주인공의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가 문제였다.


사납고 막돼먹은 이모부 앞에서 꽤나 센 척하는 메리. 그게 다 영혼까지 탈탈 털린 이모를 지키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밤중에 찾아온 밀수꾼들의 불법 현장을 목격하자 저절로 주제 파악이 된다. 이대로 달아나고 싶지만 저 불쌍한 이모를 놔두고 떠날 수야 있나. 그렇다고 그녀를 도와줄 사람이나 있나. 이모부와 밀수꾼들을 신고한다 해도 증거가 없고, 이 외딴 구역을 지나려는 이조차 없다. 자메이카 여인숙은 밀수업 유통지로 딱이었고, 운영자인 이모부를 편드는 이모는 완벽한 인질이었다. 하여 이도 저도 못 가고 멘탈 바사삭 중일 때 등장한 모 남성이 하는 말, 아임 유어 이모부 동생. 결국 마음 뺏긴 그녀는 그에게 휘둘렸다가 반대로 휘어잡는 밀당을 반복한다. 또 세상 무서운 게 없다는 듯 굴다가도 막상 혼자가 되면 두려움에 쩔쩔매기도 한다. 몰래 집 나와서 떠돌기를 몇 번 하고, 밀수꾼들과 엮여 죽을 고비도 수차례 넘긴 주인공을 보며 역시 20대 초는 팔팔하구나... 아 이게 아니라. 아무튼 강인했다가도 한없이 쭈글어드는, 이 극과 극의 성격 때문에 몰입이 여러 번 깨지곤 하였다. 아무래도 초기 작품이라 그런지 좀 미흡하긴 해. 그럼에도 별점을 높게 준 것은 작가 특유의 서스펜스가 일품이라서다.


좀 더 잘 쓰고 싶었지만 너무 피곤해서 이 정도로 끝낼란다. 아직 안 읽은 분들은 얘기한 대로 기대 없이 읽기를 바란다. 적고 보니 주인공 캐릭터에 대해서만 주절주절한 거 같네. 매리도 그냥 나처럼 착해빠져서 그런 거야. 그래서 현타 오지게 맞고 정신 못 차린 걸 거야.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 여튼 이렇게 장편은 다 읽었고, 단편들은 뭐 언젠가 읽게 되겄지. 그럼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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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1-17 0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모부 동생의 등장이 풀어낼 이야기가 궁금한데요? 저도 곧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책은 물론,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ㅋㅋㅋ

물감 2023-01-17 09:08   좋아요 1 | URL
아니아니 기대하지 말고 읽으시라니깐요 ㅋㅋㅋㅋㅋㅋㅋ
이걸 레베카나 레이첼 급으로 생각하고 보시면 안됩니다 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3-01-17 1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어쩜 이리도 재미있게 쓰시나요?
주인공 성격에 일관성이 없어 독자가 좀 혼란스럽겠는데요. ㅎ
서스펜스의 여왕! 이런 타이틀 제가 작가라면 듣고싶을거같아요.

물감 2023-01-17 11:41   좋아요 1 | URL
쿨캣님 왜이리 오랜만인가요 ㅎㅎㅎ
컨디션이 나빠서 반쯤 포기하며 쓴 건데도 좋아해주시다니, 쿨캣님은 사랑 그 잡채!
작가가 된다면 뭐라도 타이틀이 생기는 게 유리할 것 같긴 해요 ^^

은오 2023-01-17 15: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물감님은 저랑 비슷한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20000.

물감 2023-01-17 17:09   좋아요 1 | URL
은오님의 알라딘 활동으로만 봐선 도저히 저랑 같은 과라고 믿기지 않지만 존중해드리겠어요 ㅋㅋㅋ 은오님의 독서와 글쓰기를 응원합니다아

호우 2023-02-01 1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착하고 선 못 긋고 세상은 내맘같지 않고. 제 얘기인듯 해서 깜짝 놀랐어요. 그래도 힘냅시다^^

물감 2023-02-01 18:34   좋아요 0 | URL
댓글 감사합니다. 역시 착한 사람들은 이렇게 고생만 하다 갈 팔잔가봐요ㅎㅎ 힘내시고 알라딘서 자주 뵈어요🙂
 
레베카 (초판 출간 80주년 기념판)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이상원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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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음악이 다 비슷비슷하단 의견에 김태원 행님이 대답했다. ˝그것이 밴드의 색깔이다. 다른 색깔을 보고 싶으면 다른 밴드의 음악을 찾아 들으면 된다.˝ 이 얼마나 멋진 신념인가. 그러니까, 꼭 많은 걸 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고 여기에 나 역시 동의한다. 중국집은 중화요리만 잘하면 되고, 축구선수는 축구만 잘하면 되는 거다. 그러면 여러 능력자들 가운데서 소위 고인물 소리 좀 듣는 이들은 무엇이 다른가 하면, 바로 자기만의 고유성을 지녔다는 점에 있다. 제 장점이 무기가 될 때까지 갈고닦아놔야 어딜 가든 살아남는다. 이건 소설가들도 예외가 없는데, 매번 비슷한 식이라면 아무래도 취향을 타게 되어 있다. 그러나 고유성이 있다면 죽어서도 알아주는 불멸의 명예를 얻는다. 그런 이유로 대중한테서 살아남은 이름들은 취향과 상관없이 전부 존경받을만하다.


올해의 독서는 그동안 아껴두었던 작품들을 손볼 계획이다. 가장 먼저 <레베카>로 시작했는데, 왜 그토록 전 세계가 극찬했는지를 알겠더라. 야 이건 뭐 흠잡을 데가 없는 완벽함이다. 이제야 나도 어디 가서 호들갑 떨 자격이 생겼다. 보통 호평 일색일 때 나는 비평만 적곤 하는데, <레베카>는 딱히 비평할 거리가 안 보인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듀 모리에의 글도 다 비슷하긴 한데, 사실 고딕소설의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봐야지. <레베카>에서는 저자의 전매특허인 으스스함을 첫 장부터 끝장까지 느낄 수가 있다. 과연 출구 없는 매력이란 이런 걸 말하지 싶다.


유명하니까 줄거리는 패쓰. 초반부터 주인공을 귀족과 후딱 결혼시키는 작가. 그 와중에도 이제 곧 후폭풍으로 독자를 후려칠 거라는 암시가 곳곳에 가득했다. 이후 맨덜리의 안주인 행세를 해야 할 주인공이 영 못 미더운 하인들의 표정은 곧 내 표정이었다. 차마 그녀에 대한 걱정과 근심을 배제한 채 몰입하기가 어려웠다. 맨덜리의 원래 안주인인 레베카는 보트 사고로 죽었으나, 집 안팎 어딜 가도 남아있는 그녀의 흔적이 주인공을 작아지게 만든다. 살아생전 팔방미인 사기캐였던 레베카는 죽어서도 살아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맨덜리는 여전히 레베카의 방식대로 운영되고 있었고, 무엇 하나 손댈 게 없는 주인공은 안주인의 위엄은커녕 체면이나 안 구기면 다행이었다. 으아아, 정말 불편해 미치는 줄 알았다.


맨덜리 저택의 실세, 댄버스 부인이 나서면서 작품의 구도가 크게 변한다. 레베카의 곁을 쭉 지켜왔던 부인은, 주인공을 교묘히 꼽주면서 멘탈을 무너뜨린다. 오직 레베카뿐이었던 댄버스 부인은 안주인 자리를 차지한 저 몹쓸 것이 불쾌했고, 그 몹쓸 것을 데려온 집주인 또한 원망스러웠다. 이제 주인공의 몰락을 향한 부인의 빌드업은 맨덜리 무도회장에서 결정타를 날린다. 레베카에 대한 부인의 집착과 걷잡을 수 없는 광기가, 독자의 텐션을 지구 밖에까지 끌어올린다. 진짜 이대로라면 제목을 댄버스로 바꿔도 손색없겠던데.


갈수록 차가워지는 남편의 태도가 주인공을 돌게 만든다. 남편은 일상 곳곳에서 전처의 부재를 느끼고 그리워하였다. 결국 레베카를 대신할 수 없다는 강박과 지독한 편집증에 빠진 그녀는, 있지도 않은 존재와 싸워서 자신의 무쓸모를 증명하고 있었다. 그렇게 지쳐갈 무렵 해안에서 한 선박이 좌초되는데, 인양할 때 딸려 나온 보트 안에서 레베카의 시신이 발견된다. 이 쇼킹 뉴스가 영국 전역에 퍼지고, 용의자로 지목된 남편은 사건 심리를 받는다. 이제 흐름은 한 개인의 갈등에서 맨덜리 전체의 위기로 넘어간다. 정말이지 숨 돌릴 새가 없었는데, 요절하지 않은 주인공도 참 대단했다.


어찌어찌해서 남편의 심리는 무죄 판결이 났다. 그 과정에서 몇 수 앞을 내다본 레베카의 비밀과 속내가 밝히 드러난다. 마치 죽어서도 난 영원할 거라는 레베카의 저주에 걸린 기분이었다. 이 미지의 인물은 책을 덮은 지금도 내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존재이다. 어떻게 단 한 번의 등장 없이도 이만한 파급력을 지닐 수 있을까. 역시 이 정도는 해줘야 고인물 소리를 듣는가 보다. 총 세 편의 작품을 읽고서 감히 평을 하자면, 이 작가의 톤은 딱 하나뿐이다. 근데 그 하나가 유일무이한 흑진주 같아서 안 좋아할 수가 없는 거다. 허나 대중들은 무지개 톤을 원하고 있으니 이것 참 대략 낭패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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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1-09 22:0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전 물감님 리뷰들 몇개 읽으면서도 느낀 거지만 물감님 리뷰 너무 제 취향입니다. 1일 1리뷰 해주시면 안되나요? 가둬놓고 책 읽고 리뷰만 쓰시게 하고 싶습니다.

scott 2023-01-09 22:11   좋아요 3 | URL
물감님 리뷰 팬들 요기 북플에 많은데

물감님 냥이들 집사이셔서

많이 바쁘실 것 같습니다.(*ΦωΦ*)

은오 2023-01-09 22:18   좋아요 3 | URL
역시 팬이 많으시구나. 보는 눈은 다 똑같습니다 ㅋㅋㅋ 심지어 냥이 집사셔요? 물감님 직장가서 총기난사도 하셔야 되는데 ㅋㅋㅋㅋㅋㅋ 하... 어쩔 수 없죠. 🥹 저는 알라딘 신규라 아직 안 본 물감님의 글이 많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감 2023-01-09 22:24   좋아요 5 | URL
이런 B급 글이 대체 어디가 좋으신가요 ㅋㅋㅋㅋㅋㅋㅋ
아 이렇게 비행기 태워주시면 곤란한데요 ㅋㅋㅋㅋㅋㅋㅋ
염원에 힘입어 올해는 좀 더 다독해볼게요!
그리고 팬은 없어요... 저 알라딘 공식 아싸에요... 하하

은오 2023-01-09 22:53   좋아요 3 | URL
어디가 좋냐니요? 너무 정갈하고 안지루하고 한 문장도 그냥 안 넘기게 되는 글이지 말입니다 ㅋㅋㅋㅋㅋ 물감님도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자주 와주세요! 😄

scott 2023-01-09 23:01   좋아요 3 | URL
물감님이 비급이시면

전, 에프급 ㅋㅋㅋ

냥이들 잘지내나요?
( ⓛ ﻌ ⓛ *)

물감 2023-01-09 23:37   좋아요 5 | URL
N년의 알라딘 활동을 통해 제 글은 매우 호불호가 있다는 걸 알았습죠. 근데 몇몇 분들이 이렇게 좋다고 해주셔서 연명하는 중입니다ㅋㅋㅋ네 자주 올게요🙂

그리고 스캇님은 양심도 없으심... 에프급이라뇨... 넘사벽 리뷰를 쓰시면서 ㅋㅋㅋ
참, 냥이들은 이제 멀리 가서 같이 안살아요ㅠㅠ 슬프지만 그렇게 됐습니다... 잘 지낼거에요😢

은하수 2023-01-09 23: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작가 좋아해요
근데 리뷰는 물감님꺼로 읽고 싶네요~~~
전 자메이카 여인숙부터 시작했는데 너무 좋아서 줄줄이 책을 읽게 만들더라구요
얼릉 다른 책 리뷰도 부탁드립니다~~~^^

물감 2023-01-09 23:22   좋아요 2 | URL
은하수님 반가워요ㅎㅎ
안그래도 지금 자메이카 여인숙 읽고 있어요! 언넝 읽고 돌아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다락방 2023-01-10 07:42   좋아요 1 | URL
우엇 저도 어서 빨리 자메이카 여인숙 시작해야겠네요!!

물감 2023-01-10 08:01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도 어서 고고😎

singri 2023-01-10 06: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오 바로 읽고싶게 만드는 리뷰입니다.^^

물감 2023-01-10 07:41   좋아요 3 | URL
댓글이 원래 잘 안달리는데 어쩐 일로 댓글이 많네요ㅎㅎ감사합니다 싱그리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락방 2023-01-10 07: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기다리고 기다리던 물감님의 레베카 리뷰로군요. 레베카를 읽어야만 알 수 있죠. 레베카에는 레베카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것이 너무나 짜릿하지 않습니까?!

그나저나 이 리뷰를 읽고나니 물감님은 레이첼과 레베카중 레베카의 손을 들어주셨다는 걸 알겠네요. 아하하하. 이 알라딘 월드에 레이첼 편은 단발머리 님과 저 둘뿐이로군요. 아하하하. 괜찮아 괜찮아 괜찮습니다..

물감 2023-01-10 08:05   좋아요 4 | URL
레베카...완존 짜릿해요 ㅋㅋㅋ이건 모르는 독자가 없어야댐ㅋㅋㅋ저만 몰랐겠지만요...
레이첼도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레베카의 승입니다! 레이첼은 솔직히 같은 내용의 반복이었어요... ㅋㅋㅋㅋ

페넬로페 2023-01-10 1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은 뮤지컬이 워낙 유명해서 원작 읽을 생각을 못하고 있었어요.
책 꼭 읽어야겠어요.
사실 우리 주변에 알게 모르게 레베카처럼 달라붙어 영향을 주는 것들이 많은데 좀 소름 끼칩니다^^

물감 2023-01-10 13:27   좋아요 1 | URL
맞아요, 뮤지컬이 너무나 유명한데 보질 못하니까 원작이라도 읽고 싶었어요 ㅎㅎ
영화는 생략과 각색이 많아서 아쉽더라고요. 뮤지컬도 마찬가지일 듯 하고요!
말씀하신 달라붙어서 영향주는 것들이 생각해보니까 꽤 있네요... 소름!!

새파랑 2023-01-10 15: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베카냐 레이첼이냐 논쟁을 종결시켜 주시는군요~!! 완벽함이라는 평이 이해가 됩니다. 저는 반전을 예상도 못했습니다 ㅋ

물감 2023-01-10 16:50   좋아요 3 | URL
완독한 자만이 공감할 수 있습죠ㅎㅎ
저는 반전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터라, 잠시 회로가 멈췄었어요...
그저 대단하단 말밖에 안나와요. 무결점 그 잡채!

그레이스 2023-01-11 2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딕소설이라는 설명이 붙은 소설은 안읽으려고 하는데,,, 칭찬하시니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겠네요^^
구할수는 있겠죠?!

물감 2023-01-12 10:12   좋아요 1 | URL
저도 고딕쪽은 막 좋아하지 않는데요, 이 작가의 갬성은 대부분 좋아하리라 확신이 듭니다 ㅋㅋㅋ 저뿐 아니라 다들 칭찬하시니까 믿어보세요! 중고로도 종종 보이더라고요~ 새책도 판매할거에요 ^^

잠자냥 2023-01-17 1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감 님 레베카파에 오신 걸 환영하면서, 저 물감 님 위해 서재 공개했습니다.
아니 근데 언젠가 물감 님이 제 서재 궁금하다고 한 댓글이 여기 없네요?
대체 어디서 본 걸까요?
아무튼 우리는 친구가 아니므로 직접 이렇게 찾아와서 이 소식을 ㅋㅋㅋ 알립니다.

물감 2023-01-17 17:1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레베카 쵝오!! 잠자냥 서재 쵝오!!!
그 댓글은 잠자냥님 글 <12월 마지막(?) 산 책(202212)> 여기에 있습니다 ㅋㅋㅋ
친구는 아니지만 사랑보다 멀고 우정보다 가까운 사이라 해두시죠 ㅋㅋㅋ

서니데이 2023-02-07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물감 2023-02-07 23:1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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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외로움에 쉽게 무너지는 인간이었다. 예고도 없이 찾아드는 이 감정에 사무칠 때면, 지독한 생각의 저주에 갇혀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 그랬었는데 뭐랄까, 이제는 외로움과 제법 어울리며 살고 있다. 고독은 부딪혀야 할 대상이 아니라 친구처럼 지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혹여 이런 게 세월이 가져다주는 선물이려나.


그런데 말이다. 외로움이야 어떻게든 해보겠는데, 소외감만큼은 도무지 꼼짝을 못 하겠다. 그럴 때면 두 팔에 수갑이 채워지고 입에 재갈이 물린 듯한 망상에 빠진다. 또 초라함의 늪에서 솟아나는 불안을 방전될 때까지 곱씹어야 한다. 이 사이클이 한 번씩 돌고나면 정말이지 인류애가 바닥이 나버린다. 외로움과 소외감. 그게 그거 같겠지만 엄연히 다르다. 전자는 내가 모르는 집단에서 혼자인 것이고, 후자는 내가 아는 집단에서 홀로 된 것이다. 난 내가 소외되는 것도 싫고, 누군가가 그리 되는 꼴도 못 본다. 이 뭣 같은 기분 때문에 인원이 많은 자리를 꺼리게 된다. 인싸들한테 기가 빨려서 싫다는 건, 그들로 인해 소외되는 이들이 만든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최근 들어서 오래 유지했던 또 하나의 모임을 끝내버렸다. 더 이상 소외받고 싶지 않아서. 그만 좀 상처받고 싶어서. 어째서 인류애가 넘치는 나의 노력들은 그리도 쉽게 외면받는 걸까. 이런 와중에 읽은 책이 나를 몇 번이고 들었다 놨다 했는데, 적다 보니 또 흥분되어서 무슨 말을 쓸지 걱정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미결수를 통해 세상을 이해해보려는 한 여성의 이야기이다. 정서불안 끝판왕인 주인공은 죽어버리겠다며 초반부터 생난리를 친다. 전 가족이 포기한 마당에 고모만이 유일하게 주인공을 감싸준다. 주인공은 수녀인 고모를 따라 교도소에 가서 죄수들을 교화시키는 일에 합류한다. 거기서 만난 강간살인범에게 모종의 동질감을 느꼈고 결국 저 죄수와 자신이 다를 게 없음을 깨닫는다. 죄수의 교화를 보면서 그녀도 조금씩 세상을 향해 용서의 손길을 내밀게 된다는 내용이다.


멀쩡해 보이지만 정서가 불안정한 사람들이 참 많다. 그 원인은 대부분 화목치 못했던 집안생활에 있다. 그로 인해 성숙은커녕 평범할 수조차 없는 이들의 태도는 모 아니면 도다. 지나치게 밝다거나, 반대로 차갑고 방어적이거나. 이 책의 주인공과 죄수도 마찬가지이다. 무책임한 부모한테서는 자녀의 건강한 자아를 기대할 수가 없다. 그래서 주인공은 큰 상처를 입고도 침묵해야 했고, 버림받은 죄수도 세상을 증오해야만 했다. 나의 이 아픔과 진실에 관심조차 없으면서, 왜 나의 말들과 행동들을 한낱 먼지 조각 취급하는 걸까. 이렇게 세상이 날 등졌다 싶어지면 전부 다 가식 같고 위선처럼 느껴져서 진심이 전혀 먹히질 않게 된다. 아홉 번 잘해줘도 한번 실수하면 너도 결국 똑같구나 할 테니까.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마음이 열릴까. 작중에서는 주인공들이 제 상처를 공유하여 같은 처지와 심정이란 걸 확인하는 방식을 택했다. 전혀 다른 성장 배경과 신분인 두 사람의 마음이 일치한 건 죽음이라는 갈망 때문이다. 아무도 내 삶에 일말의 기대를 갖지 않는다. 나 또한 미련도 없어 죽는 게 두렵지 않다. 그렇다면 살아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오히려 내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목소리만 들려오는데? 이랬던 두 사람이 서로의 갈망을 안타까워하게 되고 삶에 대한 미련이 생기는 아이러니함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오만가지의 감정들이 교차하지만 모두 하나의 뿌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간접체험을 하게 해 준다. 그런데 간접이 아니라 실제 경험을 했거나, 비슷한 상황을 겪어본 독자라면 어떨까. 그래, 지금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거다. 전혀 무관한 삶이지만 그들의 감정 하나하나를 경험했던 나라서, 이 책은 정말 읽는 내내 아팠고, 그래서 다시는 읽고 싶지가 않다. 작가님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국가대표 아싸로써 몇 마디 적자면, 지 잘난 맛에 사는 인간들아... 타인을 이해하지 못할지언정 존중할 줄도 몰라서는 안된다. 본인이 상처제조기는 아닌지 스스로 좀 돌아보고 그래라. 그럼 꼰대는 이만 물러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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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1-04 1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외로움은 그나마 익숙해지는데 소외감은 마주할때마다 버티기 힘든 거 정말 공감입니다. 기억도 떠오르고... 좋은 글 잘 읽었어요, 물감님. 상처제조기들은 평생 본인을 돌아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애초에 스스로 돌아보는 게 되면 남한테 그렇게 상처줄 수도 없음...진짜 패고싶다 ㅋㅋㅋㅋㅋ

물감 2023-01-04 11:42   좋아요 2 | URL
뉴페이스 은오님, 반가워요 ㅎㅎㅎ
저의 넋두리에 그렇게 공감하시면 안되는건데...
저같은 사람을 만나면 기쁘면서도 짠해진단 말이죠 ㅠㅠ
본문에 적었듯이 저는 존중할 줄 모르는 사람이 정말 싫거든요.
직장만 가면 총기난사를 그렇게 하고 싶어집니다 ㅋㅋㅋㅋ

페넬로페 2023-01-04 11: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울면서 읽었는데 약간 시크하신 물감님께서 좋아해주셔서 넘 반가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도 좋은 글 많이 남겨주시길요^^

물감 2023-01-04 12:45   좋아요 2 | URL
사실은 저도 울컥울컥 글썽글썽 했습니다...
어째서 사람들은 외롭다 슬프다 하면서도, 서로를 질투하고 상처주고 그럴까요 ㅠㅠ
아무튼 새해는 다시 마음을 다잡아보렵니다... 페넬로페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공쟝쟝 2023-01-04 12: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면 이 책을 읽었으니 이제 강동원으로 프사를 바꿔줘요!!

물감 2023-01-04 13:02   좋아요 1 | URL
나 아직 영화 안봤는뎁쇼...
그보다 강동원으로 바꾸면 진짜 돌 맞지 않으까?ㅋㅋㅋㅋ

공쟝쟝 2023-01-04 13:05   좋아요 0 | URL
괜찮아요!! 할. 수. 있. 다!!! 라파엘님한테는 임시완으로 바꿔달라고 해볼게요!!!

물감 2023-01-04 13:27   좋아요 1 | URL
분명 현타올 거 같은데....
라파엘 님도 프사 바꾸면 생각좀 해볼게요 ㅋㅋ
(아 왠지 말려드는 기분이)

공쟝쟝 2023-01-04 13:32   좋아요 0 | URL
현실을 자각 안하면 되요!!!!! 삶은 픽션이다!! 오케이???? 메타버스!!!! 오케이??? ㅋㅋㅋㅋㅋ이 갯츠비 개구리 싫엇!!!!!

공쟝쟝 2023-01-04 13:54   좋아요 3 | URL
텄어텄어! 요청했는데 안바꾼대여 ㅋㅋㅋㅋ 하 알라딘에서 이야기 하는 또래 남자사람이 딱 두명인데 한명은 한문이고 한명은 개구리라니….. ㅠㅠ 괜찮아요… 현실도 그러하니까.. 개구리와 한문이면 다행이죠 뭐… (ㅋㅋㅋ) 현실의 강동원과 임시완을 기다리며… 후후…

물감 2023-01-04 14:16   좋아요 1 | URL
유일한 인맥 두명이 인티제 인프제라니, 쟝님은 성공한 사람이다ㅋㅋㅋㅋ
간절한 염원에 힘입어 내 언젠가는 잘생겨져볼게요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1-04 14:23   좋아요 0 | URL
잘생겨질 필요는 없고 근육을 좀 더 만들어보자!!! 사람은 배신해도 근육이란 배신하지 않는다!!! 소외된 우리 모두 왼발을 한 보 앞으로!!! 뛰엇!!

물감 2023-01-04 16:34   좋아요 1 | URL
어휴 (절레절레)
 
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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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청개구리 심보상 호평이 자자한 책은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데, 김영하 작가의 책들은 그런 색안경이나 거부감이 들지가 않는다. 솔직히 이 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어떻게 하면 독자의 마음이 울리는지를 귀신같이 잘 알기 때문이다. 거기다 절제미가 담긴 고유의 필력까지, 정말 몇 없는 사기캐 중 한 명이다. 그런 재능러가 무려 9년 만에 차기작을 들고 왔는데 을매나 좋았던지, 모든 불만을 싹 지워버렸지 뭡니까 글쎄. 야 이건 올해의 베스트다. 지금도 여운이 가시질 않네.


이것은 휴머노이드와 더불어 살아가는 근 미래의 이야기이다. 요즘 이런 책들이 너무 많아서 별 기대 없이 읽었는데, 기대보다 더 깊은 생각거리를 갖게 해 역시 김영하인가 싶더랬다. 앞서 많은 리뷰가 있으니 줄거리는 생략하겠다. 주인공 철이는 자신이 휴머노이드란 걸 알게 되자 극구 부인한다. 두렵고 불안한 인간의 감정을 느끼는 자신이, 똑같이 먹고 자고 싸는 자신이 어떻게 기계란 건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비록 로봇이지만 마치 인간이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듯한 효과를 주어서, 이렇게 로봇과의 구분이 없어져서 나를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면 어떡할래?라는 듯한 역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계속해서 인간인듯한 로봇을 내세워 허물어져가는 윤리와 도덕문제들을 언급한다.


인간과 똑같은 감정과 사고를 가진 로봇은 기계일까, 아니면 인간처럼 대우해도 될까. 인간처럼 질병을 앓고, 운동해서 몸을 단련하고, 공부한 만큼 똑똑해지고, 나이 들면 늙기도 하는, 실제 인간의 육체와 일치하는 휴머노이드를 본다면 그걸 기계라 할 수 있을까. 그런 로봇들이 대중화된다면 인간의 설자리는 점점 잃게 된다. 지금도 심각한 부동산이나 취업문제를 로봇들과 경쟁해야 한다면 이해가 될 거다. 과학은 언제나 극명한 양면성을 보여주었지만, 인간들은 장점에만 주목할 뿐 단점은 감수해야 할 대상으로 치부해왔다. 몇 번 말했지만 나는 이런 현상에 좀 부정적인 입장이다.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다는 명분이야 좋지. 근데 그 변화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어느덧 낭떠러지 위로 밀려난다. 그렇게 도태된 사람들이 다 빠지고 나면 남은 이들끼리 잘 먹고 잘살까? 글쎄다. 기계가 인간을 장악하고 나서야 과학이 가진 공포를 절감하려나. 그런 전개로 흘러가는 이 작품을 단지 소설이라며 웃고 끝나선 아니 될 일이다.


기계들의 전쟁으로 몸이 부서지고 머리만 남은 철이. 할 줄 아는 건 오로지 생각하는 일뿐인 상황에서, 몸이 없어 움직이지 못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절망스러운지를 깨닫는다. 이 장면은 우리가 평범했던 일상을 박탈당했을 때의 비참함을 느끼게 한다. 직장에서 다들 바쁜데 나만 업무가 없을 때의 기분을 아는가? 그 곤욕이 반복되면 진짜 정신병 걸린다. 인간은 자기가 쓸모없다 생각되면 목숨마저 버리는 존재인데, 피조물들이 더 이상 창조자가 필요 없다면 뭐 이제 인생 로그아웃 해야 한다. 작중에서는 인간이 다 죽자 기계들이 서로 만들고 고치면서, 피조물이 창조자로 뒤바뀌는 씁쓸한 시대가 열린다. 그렇게 기계는 인간과, 인간은 세상과 작별인사를 나눈다.


무엇이 인간다움을 결정짓는가. 인간의 개별성은 어떻게 주어지는가. 이 뻔한 주제를 다른 각도로 접근해보자. 인간들은 영생을 꿈꾼다. 그 불가능한 꿈을 로봇은 이룰 수가 있다. 데이터를 백업해뒀다가 새로운 신체에 연결만 하면 끝이다. 몸이 부서졌던 철이는 새로운 신체와 삶을 이어갈 선택권이 주어진다. 친구와의 재회를 바라며 이전과 똑같은 몸을 주문한 철이는, 다시 주어진 삶이 다해 가도 영생을 택하지 않았다. 자신은 로봇이 맞지만 그래도 인간의 의식을 지닌 채로 생을 마감하고자 했다. 이렇듯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일 때가 비로소 인간다워진다고 생각한다. 해가 지면 달이 뜨고, 겨울이 가면 봄이 와야 한다. 수억만 년을 사는 별들도 언젠가는 소멸하고 만다. 이러한 만물의 법칙 가운데, 끝은 없고 시작만 있는 생애를 꿈꾸는 것이야말로 인간 실격이라 하겠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니까 고귀하고 아름다워질 수 있는 거다.


사실 SF의 인문학들이 다 고만고만해서 매번 흥미롭지는 않다. 그래서 휴머노이드 작품은 이것으로 그만 읽어야겠다. 2022년도 곧 끝나간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힘든 시간들을 보냈는데, 새해에는 덜 아팠으면 좋겠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길 소망한다. 그리고 디스토피아 소설들이 제발 현실화되지 않길 바래본다. 나와 당신이 최후의 온전한 인간으로 남겨지길 기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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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12-12 2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영하 작가님은 똑똑하시군요!!
물감님의 마음을 훔쳤어요ㅋㅋㅋ

물감 2022-12-13 07:23   좋아요 1 | URL
저를 만족시키면 똑똑한 작가가 되는군요ㅋㅋㅋ아이 제가 또 뭐라고ㅋㅋㅋ

잠자냥 2022-12-13 15: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물개구리감님이 별 다섯이라니 약간 동하네요?!

물감 2022-12-13 16:17   좋아요 2 | URL
하루에 별명이 하나씩 늘어난다...ㅋㅋㅋ

SF에서 볼 수 있는 인문학의 총 집합체...라고나 할까요.
이야기도 좋았지만 주제와 메시지가 정말 다채롭습니다요 후후후.

독서괭 2022-12-13 18:34   좋아요 1 | URL
자냥님 어떠실지 궁금하네요 ㅎㅎ

독서괭 2022-12-13 1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물감님은 좋으셨군요! 역시 소설은 직접 읽어봐야 하는 것 같습니다^^

물감 2022-12-13 20:27   좋아요 1 | URL
저는 이같이 인간미 느껴지는 작품을 좋아합니다ㅎㅎㅎ 인기많은 이유도 알겠더라고요~~

꼬마요정 2022-12-14 1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밌게 봤어요. 김영하 작가님 이번에 진짜 칼을 간 것 같았어요 ㅎㅎㅎ 영화화 된다는데 기대됩니다^^ 물감님 리뷰 너무 좋아요!!

물감 2022-12-14 17:2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진짜 칼을 갈았네~ 이런 기분이 ㅋㅋ
영화라고요!? 와 이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야 할 거같은데요!
아무튼 기대해봅니다 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뉴 그럽 스트리트 - 생계형 작가들의 배고픈 거리
조지 기싱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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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 독자가 소신발언 좀 하겠다. 나는 내 자식이 전업작가가 되겠다면 재능과 상관없이 필사적으로 뜯어말릴 것이다. 어렵지 않은 직업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래도 하루키 급의 재능이 아니고서야 전업작가는 결사 반대다. 헌데 시대 불문하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선배들을 보고도 포기 못한 작가 지망생들이 넘치는 걸 보면 작가란 직업은 참 매력적이긴 한가보다. 그런 이들이 있어 가뭄에 콩 나듯 걸작들이 탄생했다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건가. 아무튼 글쟁이들의 초라한 이상과 부당한 현실 사이에 흐르는 이념 대립을 잘 조명한 작품을 읽었다. 조지 오웰이 꽤나 존경했었다던 작가라는데, 읽어보니 과연 알 것도 같다.


여러 인물의 관계가 얽히고설켜서 요약이 쉽지는 않다. 일단 문필가인 두 남자의 개인사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주인공 재스퍼는 비평, 사설 등 돈 되는 글만을 쓰는 야심가 청년이다. 글을 기고할 수 있다면 어디든 찾아갔고, 문필업 종사자라면 누구든 관계 맺고 보는 기회주의자였다. 반면에 무명 소설가인 에드윈은 재능도 없는 데다 개복치급 유리멘탈 소유자였다. 또한 책을 쓰면서도 안 팔릴 거라며 매번 자기 비난에 빠지는 패배주의자였다. 이렇게 성격 다른 두 사람은 온갖 문인이 득실거리는 런던 바닥에서 어떻게든 글빨로 생계를 해결해야만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스퍼는 요리조리 짱구를 굴려가며 일어서려는 반면, 에드윈은 집필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감 저하로 점점 가라앉는다.


이제는 작가들의 고충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거다. 그러니 뻔한 말들은 하지 않겠다. 이 책에 나오는 문필업자들은 글과 문학을 철저히 상품화하고 있다. 시장에서 팔리느냐 마느냐로 글의 가치를 매기는 출판계의 현실이, 모두를 싸구려 글만 양산해내는 생계형 작가로 바꿔놓았다. 가치야 어찌 됐든 팔리면 그만인 재스퍼와, 문인으로써 최소한의 자존심을 고수하는 에드윈의 가치관은 확연히 다르다. 웃기게도 에드윈이 재스퍼처럼 푼돈에 영혼을 팔지 않은 것은 그의 유리멘탈 덕분이었다. 나름 멋은 있었다만 반복되는 회피와 책임전가는 정말 보기 추했다. 오히려 대놓고 속물이었던 재스퍼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것은, 욕을 왕창 먹더라도 언제나 가족부터 챙기려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 이게 맞지.


분량의 절반은 두 남자를 따르는 여자들의 내용이다. 재스퍼의 생활력에 자극받은 에드윈의 아내는 남편을 향해 응원과 내조를 아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개복치 멘탈남은 저를 이해 못 해준다며 갈수록 삐딱대고 있다.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주제에 뭔 이해 타령만 해대는 남편의 이기심과, 사회적 지위나 체면을 포기 못하는 아내의 욕망이 화려하게 콜라보를 이룬다. 그러다 결국 별거하고 뒤늦게서야 각자의 잘못을 탓해보지만 이미 늦어버렸다는 흔한 결말. 재스퍼라고 다를 건 없었다. 그의 허세와 패기에 반해버린 메리언은 부친의 반대를 밀어내고 그와 결혼하려 한다. 허나 그녀의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자 줄곧 매달렸던 재스퍼는 결혼을 꺼려한다. 결혼해서 지금보다 더 가난해진다면 출세는 영영 불가했기 때문에. 이처럼 가난한 누군가에게는 사랑 또한 생계수단이자 상품 중 하나일 뿐이었다. 이해는 되는데 그래도 킹받네. 에잇, 퉤.


에밀 졸라처럼 조지 기싱 또한 자연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빈민층의 삶 속에서 날것의 바이브를 뽑아낸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이 둘의 글은 매우 닮아있다. 사실 보정이 안된 자연주의 문학에 세련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실고증을 하려거나 무언가를 풍자하려면 자연주의만 한 것도 없다는 사실. 무엇보다 이런 문학에서 다루는 인간군상이야말로 놓쳐선 안될 관전 포인트란 말씀. 아무리 재수 없고 야비하고 앞뒤가 꽉 막힌 인물이라도, 그렇게 행동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고 나면, 현실의 끔찍한 빌런들이 어째서 저 모양 저 꼴로 사는지 작게나마 이해가 된다. 여튼 다 좋았는데 읽다 보면 괜히 나까지 떨게 하는 춥고 가난한 작품이다. 겨울보다는 봄가을에 읽기를 권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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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2-07 2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물감님이
작가로 데뷔 하시겠다고 하시면
뜯어 말라지 않겠습니다 ㅎㅎㅎ

기싱 작품 엔딩이 싸늘하죠 ^^

물감 2022-12-07 23:07   좋아요 1 | URL
기싱의 다른 작품들도 그런가요?
그렇담 더욱더 겨울은 피해야겠어요 ㅋㅋ

한때 쓰다 관둔 소설이 어딘가 있을텐데...
에휴, 제가 돈 많이 벌면 취미로 작가해볼게요 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12-07 2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쓰는 거 좋아요. 그러나 전업작가라는 자의식을 가진 사람이 좋은 글을 쓰는 것은 대천재가 아니고선 매우 어렵다는 것이 아직은 구체화하지 않은 저의 견해입니다. 그나저나 글쓰는 남자를 따르는 여자들이 있다는 건 놀랍네요ㅋㅋㅋ

물감 2022-12-08 00:11   좋아요 0 | URL
저도 참 지독한 팩폭러지만, 남들이 제가 쓴 책에 쓴소리하는건 못견딜거 같아요ㅋㅋㅋ와나 진짜 내로남불이구만...다음 생을 노려보도록 하죠! 1800년대 런던은 문인이 좀 있어보이던 직업인 거 같더라고요ㅋㅋ

공쟝쟝 2022-12-08 00:14   좋아요 1 | URL
아무튼 물감님도 문학을 읽으며 현실의 인간을 탐구하는 독서가군요. 신기하네. f들의 독서법… 분석해봐야지 ㅋㅋㅋ

잠자냥 2022-12-08 1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감님 많이 아프셨나봐요! 프로필 이미지가 갑자기 그동안이랑 너무 달라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누군가해서 그 물감님인가 해서 굳이 들어와봤습니닼ㅋㅋㅋㅋ)

공쟝쟝 2022-12-08 10:20   좋아요 1 | URL
어제까지 도깨비였는데 아침에 개구리로 변신…

물감 2022-12-08 11:1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그게 그렇게 해석이 되나요....
그냥 좀 정신차리기로 했습니다....

독서괭 2022-12-08 1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구리가 되신 물감님 ㅎㅎ 리뷰는 여전히 재미있네요! 방금 다른분의 <마틴 에덴> 리뷰를 읽고 왔는데 안 팔리는 작가 이야기.. 겹치는 부분이 있는 듯 합니다.

물감 2022-12-08 12:37   좋아요 1 | URL
닉네임을 독서개구리로 바꿀까봐요ㅋㅋㅋ 이런 류의 작품들은 뻔한 전개 때문에, 메인보다는 서브테마를 더 주목하게 되더라고요~ 재미는 있었습니다ㅋㅋ

다락방 2022-12-08 15:15   좋아요 2 | URL
안녕하세요, 그 다른분 입니다!! ㅋㅋㅋㅋㅋ

물감 2022-12-08 15:35   좋아요 1 | URL
그분 등장... ㅋㅋㅋ

다락방 2022-12-08 15: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조지 기싱 이 책은 아니어도 저도 한 권 가지고 있는데 말입니다. 조지 기싱이 졸라 만큼 재미있나요, 개구리왕자 님?? 아 어쩐지 개구리왕자라고 부르고 싶다...

물감 2022-12-08 15:35   좋아요 1 | URL
이 책만 보면 졸라보다는 약간 순한 맛이에요. 그래서인지 진짜 쭉쭉 잘 읽혀요.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졌습니다. 괜찮은 작가네요 ㅋㅋㅋ

프사 바꾸면서 이웃들의 이런 반응을 예상 했습니다만,,,
역시 어질어질 하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12-08 16:00   좋아요 2 | URL
도깨비로 돌아와요 ㅋㅋㅋㅋㅋㅋ 이 개구리는 골드문트님 이미지 같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남이 필요하다!!!

물감 2022-12-08 16:13   좋아요 0 | URL
음... 저기... 쟝쟝님 우리 그.. 곧 볼거자나요...
괜히 잘못된 상상을 심어주면 안되겠더라고....ㅋㅋㅋ

공쟝쟝 2022-12-08 16:51   좋아요 1 | URL
당연히 도깨비일거라고 상상했는데 내 상상에 찬물 끼얹지 마라 ㅋㅋㅋㅋ

2022-12-09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2-12-09 13:59   좋아요 0 | URL
앍 다락방님! 아부지 생신이 더 중요하죠! 그럼 물감님 저도 죄송합니다! 다시 도깨비로 돌아오세욧!!!

2022-12-10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5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2-12-08 1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지 기싱도 자연주의 작가군요 ㅋ 에밀 졸라 작품은 읽으면 재미는 있는데, 많이 읽어서 그런지 이제는 막 땡기지는 않더라구요. 이번에 알려주신 요 작가의 작품을 읽고 다른 느낌의 자연주의를 느껴봐야 겠습니다~~!

물감 2022-12-08 17:13   좋아요 1 | URL
아 맞다, 새파랑 님도 에밀 졸라 좋아하셨죠. 그럼 기싱 작품도 맛있게 드실듯 합니다 ㅋㅋㅋ 그리고 졸라보다는 기싱 작품이 덜 쎄서 막 질리진 않을 거에요. 도전해보세요 ^^

2022-12-09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09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0 0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2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09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0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2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22-12-14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지 기싱의 작품이군요!
저는 책만 소장했지 아직 읽은 적이 없습니다만...리뷰를 읽으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기다렸다 봄에 읽을게요~~ㅎㅎ

물감 2022-12-14 11:27   좋아요 0 | URL
이런 류의 작품을 읽어보셨다면 딱히 차별성은 못느끼실 거에요.
그치만 그 나름 재미는 있었어요. 마치 나홀로집에 영화를 매번 볼때마다 재미있게 느껴지는 그정도의 느낌?? ㅎㅎㅎ 봄에 리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그레이스 2022-12-14 0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번쯤 읽어보고 싶은 .....책으로 꽉 차 있는 장바구니를 떠올리면서, 이 책도? 합니다. ㅋㅋ

물감 2022-12-14 11:38   좋아요 1 | URL
처음 만나는 작가라면 충분히 봐줄만하다....는 식으로 담아두세요 ㅋㅋㅋㅋ
이 책이 기싱의 대표작이라고 하니, 한 권정도는... 흠흠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