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를 가졌을 때 아무 것도 모르고 조그만 동네 산부인과를 갔다.
미리 임신테스트를 한 뒤긴 하지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선생님의 말씀을 기다리는데.
"임신 맞네요. 낳으실 거에요? 수술할 거에요?"
헉, 드라마에서 보면 의사랑 간호사랑 죄다 나와서 축하한다고 방긋거리고 난리치던데 왠 깨몽?
그 후 알게 된 사실이 조그만 동네 산부인과는 (비공식적인 거긴 하지만) 중절 전문인 경우가 많다는 것.
사실 그래서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조그만 동네 산부인과를 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때의 안 좋은 기억도 있고, 마로 낳을 때 전전치태반으로 수혈받네 어쩌네 요란떨었던 것도 있고,
마로 동생을 5개월 때 사산한 적도 있고, 무조건 종합병원을 갈 작정이었다.
문제는 좀 멀더라도 마로를 수술한 차병원에 갈 것인가,
집에서 가까운 아주대병원이나 성 빈센트 병원에 갈 것인가 이리 저리 망설이다,
막상 예약을 못 하는 바람에(휴가를 낼 수 있을지 없을지 불안한 상황이었던 지라)
어디를 가든 오전진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버렸다.
부랴부랴 인터넷 검색을 해봤지만, 기껏 물망에 오른 3병원 중
2곳은 각각 중절수술율 전국 1위와 수원에서 제일 비싸기로 1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마지막 1곳마저 의사의 폭언 사례를 발견하고 말았다.
결국 막판에 급선회, 일단 집 근처에 있는 병원에 가서 1차 진료를 받고,
의사 선생님과 상의하여 분만과 모유수유가 가능한 다른 병원을 알아보자고 옆지기와 의견을 모았다.
동네 산부인과는 3개가 있었는데, 그 중 1곳이 알라디너 1명과 이름이 같아 무조건 믿고 가기로 했다. -.-;;
음, 그런데 이름이 같다고 다 좋은 사람은 아닌 것이다.
산력을 들은 의사 왈,
"사산한 적 있는 건 좋은 내력은 아니에요. 이번 애도 죽을 수도 있고, 기형일 수도 있어요.
만약 다음달까지 애가 안 죽고 별 일 없으면 그때 제대로 초음파 합시다."
백호의 심장을 확인하고 벅차게 뛰어올랐던 가슴은 한순간에 얼음물을 뒤집어 써버렸다.
의사가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무신경하게 말해야 하는 건지.
으, 다시는 동네 산부인과를 가지 말아야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