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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 - 황우석 사태 취재 파일
한학수 지음 / 사회평론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끝나지 않았다, 고 생각한다.
황우석은 연구 재개한다 하고, 제보자K는 부부가 쌍으로 실직자가 되었다고 하는데
끝났다 해버리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진 건 피디수첩 1회분이 방송되고 나서도 한참 후의 일이었다.
그 전에는 황우석에 대해서 남들이 다 아는 피상적인 것 밖에 몰랐다.
줄기세포를 만들었고, 사이언스지라는 유명한 학술지에 논문을 냈고,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외국에서도 막 오라 한다 하고,
난치병 환자의 빛과 희망이고 등등.
언뜻언뜻 언론에 보도되는 모습을 보며
느끼하게 생겼고, 쇼맨십이 대단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으며
월화수목금금금, 연구원들이 라면 먹고 연구한다, 등등의 발언에
'노동착취네. 그러는 너는? 너도 라면 먹고 연구하나?'라는 발칙한 생각을 품기도 했지만
괜히 내가 위대한 인물에 대해 생트집을 잡는 것 같아 스스로의 마음을 단속하려 했다.
수정란을 이용한 줄기세포 기술에 대한 의견도 명확하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생명인데....라는 생각과
난치병 환자들을 고칠 수 있다잖아? 라는 생각 속에서
내 의견을 세우기가 쉽지 않았고, 절실하게 많이 고민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피디수첩에서 난자공여에 대한 황우석 관련 1회분이 방송될 때 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다음날 사람들의 화제가 온통 그것이라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었다.
말하는 사람들 모두의 의견이 한결같이 일치되었다.
"MBC가 나쁘다. 편파적이다. 지들이 뭘 안다고 검증을 한다고 나서느냐!"
그때부터 나의 인터넷 검색질이 시작되었다.
여기저기를 검색해보고 기사를 보고 사람들의 댓글을 보고나자 지극히 상식선의 의문이 들었다.
'줄기세포가 진짠지 가짠지 검증하는 건 엄청 쉬운 일인데,
떳떳하면 빨리 검증받고 MBC를 심판해 버리지 왜 저러고 있는 거야?'
그러고나서 황우석 박사님은 병원에 입원하시고, 진달래 꽃길이 깔리고,
네티즌은 미친듯이 광분해서 MBC를 폭파한다는 둥, 진실보다 국익이 우선이라는 둥 이성을 잃은 발언을 해대고
피디수첩은 당장이라도 망할 것 같더니
결정적일 때 무명씨(anonymous)가 결정적인 논문조작 증거를 가지고 나타났다.
이때부터 나는 무명씨가 활약하시는 BRIC이라는 생명공학자들의 커뮤니티에서 3박4일 눈팅을 했다.
이곳에서 맹활약을 했던 무명씨는 이 책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 나온다.
도저히 반박할 수 없는 증거를 가지고 나와 죽어가던 피디수첩을 살린 이 분은
시골(강원도라 했던가? 지금 책이 없어서;;;;)에서 감자농사를 지으시는 낙향거사이며
그럼에도 아무도 주목 못했던 곳에서 조작증거를 찾아낼 수 있었던 무림고수이다.
그는 조작증거를 찾아내 브릭에 올리고는
'내가 감자 캐러 가야 해서 시간이 없으니 나머지는 다른 분들이 찾으시면 상품으로 감자 한박스 보내드림'
이라는 경품퀴즈를 내걸어 다른 생명공학자들의 향학열을 불태우셨다고 한다.
브릭을 3박4일 눈팅하면서
'이 사람은 뭐하는 사람일까? 아마 연구실에서 하루종일 줄기세포와 씨름하는 사람이겠지'라고 생각한
내 예단은 완전 빗나갔던 것이다.
이 세상에는 아는 것도 없고 해놓은 것도 없으면서 온 세상에 내가 뭘했다고 떠들어내며 수십수백억의 예산을 타내는 사람도 있고
이렇게 알면서도 티내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감탄했던 것은
피디수첩팀은 무명씨가 발견한 것을 방송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지금 세상에 알려진 거의 모든 사실을 방송 이전에 알고 있었다.
이 책을 지은 한학수 피디는 경영학과를 나온 사람이다. 줄기세포가 뭔지나 알았을까?
그런 그가 제보자와 만나고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부터 얼마나 철저히 공부를 했는지
기자가 뭘 알겠어, 하며 어려운 말로 이리저리 빠져나가려고 한 황우석에게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하나씩 하나씩 진실을 밝혀나갔다.
그가 했던 한 번의 실수는 김선종 연구원을 취재하며
'황우석은 구속될 것이다'라고 한 것 뿐인데
사실 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그 말을 안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구속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한때 대한민국을 광풍으로 뒤흔들었던 이 사건에 대해
지금은 언급하고 있는 사람도 없다.
황우석이 구속되었는지, 법의 심판을 받았는지, 황우석 뒤를 따르던 연구원들은 어찌되었는지
그 논문에 이름 오른 다른 교수들은 어찌되었는지
제보자들은 어찌되었는지
그때 그렇게 관심갖고 3박4일 눈이 벌게서 밤을 새다시피했던 나도 모른다.
이렇게 끝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1. 잘못을 한 사람들이 어떤 심판을 받는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2. 용기있게 제보한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되는지, 그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3. 황우석 나쁜 놈, 으로 끝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이 사건에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추악한지, 진실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 내 자신 얼마나 무지하며 잘못된 개념에 놀아나고 있는지(진실보다 국익이 우선이다-이 말에 아무 거부감없었던 우리들에 대해 지금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사실은 지금도 그런 사람 많지만. 거짓으로 얼룩진 나라에 살고 싶다는 말인가?) 똑똑히 보고 자신을 돌이키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언제라도 제2,제3의 황우석 사태를 겪을 수 있으며 그때 또 그렇게 어리석게 광분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제보자 K는 지금 어찌 살고 계신지?
진짜 부부가 실직되어 살 길이 막막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