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마리 루티를 알게 되면서 내 인생에 등장. 수업하면서 오르가슴 느끼는 징그러운 아재의 네임은 자크 라캉(그는 세미나 강의를 하면서 *나는 지금 말을 하고 있지 성행위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는 훨씬 더 큰 만족을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종종 말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농담을 통해 라깡은 프로이트적 의미의 충동은 본능과는 다르며, 언어적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 현대 프랑스 철학사 11장). 


나에게 그는 푸코에 비하면 정말인지 이해하기 쉽ㅋㅋㅋ다ㅋㅋㅋㅋ (망언)



각종 입문서들을 헤치면서 라캉 개념에 대한 이해의 밀도를 높이는 중인데 (맛쨩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프랑스 현대철학은 한 번에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냥 수채화처럼 덧칠하라고.) 생각보다 책이 머시 겁나 많다. 그래서 내가 알게 된 점. 한국인들 라캉 많이 좋아하네. 동서남북 할 것 없이 팔루스🌶️ 좋아하는 한민족스럽다.


이 책 <라캉, 바디우, 들뢰즈의 세계관>이 알라딘 추천마법사에 뜨기에, 도서관 신청해서 받아 읽었다. 프랑스 현대 철학을 SF나 판타지 소설 속 세계관 읽는 것처럼 읽어보자는 제안. “(19)이 책에서는 철학자의 하나의 개념으로 깊숙하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의 세계관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오. 솔깃. 이러고 몇 페이지 안 넘겼는데 <반지의 제왕> 지도처럼 그림들 나오니까. 으아. 내 안의 단군, 홍익인간 정신 막 돋아나서. 널리 이롭게. 페이퍼 쓴다.


<여러분 얘 좀 보세요. 이 책의 미덕은 바로 이 그림에 있습니다!>


책 읽으면서, 도식화(시각화, 관계도)를 만들어 보는 걸 즐기는 편이다. 그러나 나는 2D. 이 도식은 무려 3D다. 탁월하지 않은가? 


라캉 특유의 개념들을 마그마(현실계, 실재)딱딱하게 굳은 지각(상징계)*아직 다 굳어지지 못한 표면(대상a)*으로 도식화한 장용순 선생님, 제가 감동 받아 약력 읽었습니다. 건축과 짬바 뚝뚝 묻어나고요. 암튼 천재신가요. 내 생각엔 라캉보다 밀레보다 천재이시다. 쉽게 설명하는 천재. 


여기까지 쓰고 올리려고 했는데. 책이 이토록 친절한데, 그 책을 설명하는 나는 너무 불친절한 것 같다는 자의식이 올라와서. 쉽게 쓰기 내공이 부족한 공쟝쟝은 약간의 친절을 탑재해 프로이트와 차별화된 라캉 특유의 개념 “대상a”에 대해 이 책에서 설명해준 부분을 적어두고 가겠습니다. (상상-상징-실재계 까지는 입 아프니 패스하겠습니다. 검색하세요.) 


라캉의 27개 세미나에 골고루 등장하는 *지각의 아직 굳어지지 않은 부분*인 대상a는 라캉의 세미나 4권에서 등장해 23권쯤 가면 증상(생톰)과 섞여 사용되고요, 아래와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불립니다.


- 잉여향락, 잉여향유, 상징계의 결여, 익숙한 낯섦, 불안의 대상, 실재계의 파편, 혼돈의 잔여물, 찌꺼기, 상징계로 포섭되지 않는 대상. 


왜 저러나 싶지만 저렇게 말하는 게 말로 표현 안되는 것들을 말하는 어려움인 걸로 양해해 줍시다. 라캉 아재는 저토록 비효율적인 말들로 표현했지만, 신자유주의적 생산성을 체화한 우리는 간단한 그림으로 정리. (저 글씨 예뻐요.. 이거 쓸 때 구찮았던 거 같음)




저 빨간 부분(마그마)이 무의식(실재계, 원초적상태)이면 저 파랑 부분이 상징계(의식, 언어, 문명, 굳어서 질서가 만들어진 부분)라고 보시면 됩니다. 정신분석은 환자의 무의식(적 억압)을 다루면서 시작되었죠. 라캉과 프로이트 둘 다 자신의 내담자들과 상담을 하다가 알아버린 사실인데 “사람들은 증상을 앓고 있으면서 그것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인간은 m 마조히스트다라는 진실ㅋㅋ 아, 그만ㅋㅋㅋㅋㅋㅋ) 뭐 그렇다고 합니다. 이걸 “(50)증상에 탐닉한다”고 말합니다. 대상a와 증상 모두 실재계의 파편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들이 올라오는 것을 괴로워하면서도 즐깁니다. 약간 다르지만 같다. 도식을 생각해 주세요. 작은 구멍(대상a), 큰 구멍(증상).


기억할 것은 

“(74)대상a는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이동을 합니다.* … 그것이 드러나는 방식은 실재계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환상을 통해서 드러나는 방식입니다” 


*라캉*하면 떠오르는 문장.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대상a = 아주 쉽게 ‘욕망’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74)저 에르메스 가방, 람보르기니, 저 사람이 나를 완전하게 만족시켜 줄 거야 하는 상상은 상상계의 개입 없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실재계가 상징계를 뚫고 올라올 대 동시에 상상계가 개입하기 때문에 라캉은 대상a가 상징계, 상상계, 실재계가 겹치는 지점에 위치한다고 설명합니다.” 


*상상/상징/실재 가 겹쳐서 나타나는 욕망의 환상 : 대상a* 

이것은 근본적으로는 결여(움직인다)되어 있다.는 것이 인간이 처한 어떤 조건이다. 정도로 이해하면 되시겠습니다. 비어있어요. 그러나 추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그럴 때 에너지가 생기거든여. 본디 환상(빈 곳)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게 삶이다. 추구하되 그것이 비어있다는 건 알고 계시라,는. 과하게 추구해버리면 패가망신하니까 일상에서 적당히 하시라는 게. 제 피셜의 이해이자 마리 루티의 제안입니다. 


이건 제 욕망인 언어(글쓰기)로도 풀어볼 수 있어요. 나의 글은 실재에 완벽히 닿을 수가 없죠(결여). 그러나 자기의 언어를 만들어가는 과정(그런 욕망이 있다면요) 자체가 가치있죠. 타인의 글에 만족하지 못해서 글을 쓴다면 나의 글은 나에게만 보이는 걸 드러내는 거고. 내 현실의 상징계(언어)가 채 포섭하지 못하는 부분 일지도. 사회적 약자가 언어를 갖는 일은 그런 지점에서 윤리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적합한 언어를 가지면 그는 더 이상 약자가 아니죠.) 어쨌든 의미의 여분은 언제나 남아요. 실재가 아니므로 본래도 그렇고, 나 아닌 다른 타자에게 오독 될테니 더욱 그렇고. 이런 여분을 참지 못하고 언어(상징계)로 꽉 채워버리려는 시도는 자칫 강박증(전체주의)적으로 흐르기도...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은 앞으로 더 구체화시켜 볼게요. 아니, 시간이. 이제 밥먹으러가겠습니다요. 뿅. 


반말로 다시 변신.


바디우랑 들뢰즈까지는 진도 안 나갔지만 책에 대한 소소한 불만 2가지. 


1. 라캉 등 프랑스 철학자에 대한 저자의 과도한 존대가 부담스럽다. 라캉 그분은 80세에 돌아가셨습니다. 라니. 🤔 음. 이건 나의 심리적 편향에서 기인하는 불편함. (그렇지만 무덤에서 라캉은 자신의 이미지에 덧 씌워진 과도한 권위를 흡족히 여기며 즐길 인물임이 분명하다. 푸코랑 다를 지점ㅋㅋㅋ)


2. 두 번째는 아마도 책의 그림이 올 컬러라 인쇄비 절감을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었나 싶은데. 책 종이 지질이 뭔가 잘 구겨진다. 절반 읽었을 뿐인데… 다섯 번 읽은 책 같아짐. 이 책을 읽으실 우리 구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끙)


라캉 입문 한정 객관적인 난이도는 가타오카 이치타케의 책 <라캉은 정신분석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가 시작하기 더 쉽다고 여겨진다. 내용에 대해 이치타케로 초벌구이한 후 도식으로 재정리하는 과정에서 <라캉, 바디우, 들뢰즈의 세계관>이 도움 될 것 같다. 



하지만 이 책 <라캉, 바디우, 들뢰즈의 세계관>에서는 지젝의 개념들을 비롯해 약간의 예술론이 양념처럼 등장하기 때문에 그런 예술, 영화 비평에 대한 지식을 원한다면 먼저 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고. 여하튼 지각(상징계) - 마그마(실재계, 현실계) 도식 놀라웠다. 일단은 라캉까지. 읽었다. 바디우와 들뢰즈는 기약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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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1-08 14: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헐 여긴 또 철학 공부네........
그나저나 팔루스 옆에 고추 그림 너무 귀여운 거 아니니...

공쟝쟝 2023-11-08 15:54   좋아요 1 | URL
프랑스에서는 고추🌶️로 표시 안하고 바게뜨라고 표시한다고 합니다 🥖
고추는 귀엽고 작고 맵고 한국의 남성성은 그것을 추구한다고 합니다.

잠자냥 2023-11-08 16:42   좋아요 1 | URL
내가 애초에 매운 걸 잘 못 먹어서 고추는 안 좋아하지만...
바게트도 싫어질라고 하네...;; 음

공쟝쟝 2023-11-08 16:46   좋아요 1 | URL
남성적 edps는 싫어하는 고양이. 손가락 농담 땜에 내게 사랑을 느낀 은오는 좋아할 텐데.

바람돌이 2023-11-08 15: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랑스애들은 오르가즘 왜 그렇게 좋아해요? 아무데나 막 갖다붙여. 심지어 강의중에 저런 표현이라니....ㅎㅎ
예전에 프랑스 소설 <고슴도치의 우아함> 읽는데 공산당 선언 읽으면서 막 오르가즘 느낀다는 표현이 나와요. 뭔 말도 안되는 하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또 그럴듯한거에요. ㅋㅋ 근데 그런 표현이 그 소설에서만 그런줄 알았더니 프랑스 애들이 막 아무데나 갖다 붙이면서 하는거 같음요.
나는 이제 철학공부하기 싫은데 쟝쟝님이 자꾸 막 부채질을 해요. 아 진짜 이런 글을 읽으면 괜히 라캉 막 읽어야 할 거 같은 그런 느낌 어쩌라고.....ㅠ.ㅠ

공쟝쟝 2023-11-08 16:40   좋아요 2 | URL
음, 확실히 오르가슴 어쩌고에는 라캉의 영향이 많이 있을 것 같고, 프랑스 언어 때문이기도 한 것 같은데요. 라캉의 개념인 주이상스(향락)의 어원인 *주이흐*(영어로enjoy) 부분에도 즐긴다, 누린다, ˝성적으로 즐긴다˝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요. 프랑스 남성의 즐김에는 그런 것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던 듯 보이고. 라캉의 모랄이 해자드한 것은 많은 일화들이 알려주고 있습니다.

저는 라캉(팔루스)을 해체하는 불란서 언니들을 더 재밌게 읽고 싶어서 읽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읽은 아니 에르노 소설에서요, 프로이트를 공부한 ‘나‘가 거세하는 여자(ㅋㅋㅋ)가 되는 게 싫어서, 남편한테 찍 소리 못하는 장면들이 나와요. 여성의 언어들이 상징계 질서에 더 많이 기입된다면, 얼어붙은 여자와 같은 분열들은 차차 작아지겠지요. 그 전에 바뀌거나 반성하지 않은 남자들 때문에 지구 멸종이 좀 더 빠르겠지만.

왜곡된 가부장제 문화 속 언어에 의하면 저는 *거세하는 여자*입니다!ㅋㅋㅋ 메두사를 똑바로 봐야할 텐데요. 남자들은 제대로 못보죠. 그녀는 아름다운데.

은오 2023-11-08 17: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진짜 징그러워요ㅠ 그래.. 그런 만족도 있을 수 있지..
처음읽는철학시리즈 그거 읽을때 라캉파트에서 하ㅅㅂ뭔소리야..했는데 쟝님은 역시!! ㅋㅋㅋㅋㅋ그래도 푸코에 비하면 라캉은 괜찮은가보군요
수태화처럼 덧칠해라 이 말 좋네요. 덧칠하다보면 정말 언젠간 이해에 가닿을날이..

공쟝쟝 2023-11-08 21:44   좋아요 1 | URL
무엇을 수태하시려고….ㅋㅋㅋㅋ
라캉이 더 어려울 분들도 있긴 할 듯한데, 전 왜인지 라캉이 수월해… 왤까…

은오 2023-11-09 13:0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아나 수채요수채!!!!!!!!!

단발머리 2023-11-08 19: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건 제 욕망인 언어(글쓰기)로도 풀어볼 수 있어요. 나의 글은 실재에 완벽히 닿을 수가 없죠(결여). 그러나 자기의 언어를 만들어가는 과정(그런 욕망이 있다면요) 자체가 가치있죠. 타인의 글에 만족하지 못해서 글을 쓴다면 나의 글은 나에게만 보이는 걸 드러내는 거고. 내 현실의 상징계(언어)가 채 포섭하지 못하는 부분 일지도. 사회적 약자가 언어를 갖는 일은 그런 지점에서 윤리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적합한 언어를 가지면 그는 더 이상 약자가 아니죠.) 어쨌든 의미의 여분은 언제나 남아요. 실재가 아니므로 본래도 그렇고, 나 아닌 다른 타자에게 오독 될테니 더욱 그렇고. 이런 여분을 참지 못하고 언어(상징계)로 꽉 채워버리려는 시도는 자칫 강박증(전체주의)적으로 흐르기도...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은 앞으로 더 구체화시켜 볼게요. 아니, 시간이. 이제 밥먹으러가겠습니다요. 뿅.

이 문단 너무 좋네요. 계속 철학 공부하시고 글쓰기 하시고... 홍익인간 정신으로 샅샅이 노트 필기 좀 올려주시라!

더 알고 싶지만.... 잘 모르겠으니, 일단 일본남자의 하늘색 책 먼저 읽고 올게요. 난 읽어도 쟝님처럼 이해는 못할 거 같기는 함 🤪🤪🤪

공쟝쟝 2023-11-08 21:53   좋아요 2 | URL
아, 제 글인데 왜 잘썼지?ㅋㅋㅋㅋㅋㅋㅋ 철학이 아주 철철 흐르네요 ㅋㅋㅋㅋ 라캉은 끝까지 언어로 결을 보려고 한 사람이긴 하거든요. 정신의학에 반해 언어를 포기하지 않는 지점,이 맘에 들고… 정확히 푸코도 사회학적인 시선을 포기하지 않는 지점(?) 좋아요. (푸코가 논문 인용1위라죠. 그는 끝까지 사회학적인 사상가라는 생각.) 그러니까 둘다 인간을 취약하고 악한 부분을 포함해서 인간을 포기하지 않아요. 저는 그렇게 느낍니다. 그들보다 사유를 치열하게 안하면서 인문학 위기 운운하지는 않을 것. (유시민 메롱) 물론 인류애는 없지만 ㅋㅋㅋㅋ
일개 시민이자 한가한 독자로서 그런 몫이 있다고 느낍니다.

2023-11-08 1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08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