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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피트니스 - 나는 뭔가를 몸에 새긴 것이다 ㅣ 아무튼 시리즈 1
류은숙 지음 / 코난북스 / 2017년 9월
평점 :
‘아무튼 시리즈’의 001번. 나에게는 이제사 처음 읽어본 이 시리즈의 첫 책이기도 하다.
도서관 책 반납하러 갔다가 집어왔는데, 아무튼- 유명한데에는 이유가 있는 듯.
예전엔 사회에 대한 지식량이 늘어남을 느낄 때 독서가 의미있다 생각했는데, 요즘엔 일상에 작은 통찰을 주는 글들을 만날 때 훨씬 재밌고 기분이 좋다. 요 에세이는 재미도 있었지만 의미도 놓치지 않았다. 몸이 고장나기 시작한 인권‘운동’movement가가 ‘운동’exercise으로 피트니스를 하면서 생긴 변화가 주요 골자다. 소소한 일상에 소금간처럼 살짝살짝 사회에 대한 이야기들이 배어있어 맛깔나게 읽었다.
머리를 쓰는 것이 더 익숙하던 ‘나’와 몸을 사용하는 것을 업으로 삼은 트레이너 ‘나이스’의 우정이 기억에 남는다. 그러고보니 만나게 되는 사람만 만나는 세상에서, 접점 없는 다른 종류의 사람을 겪을 수 있는 쉬운 공간은 ‘운동’하는 곳인 듯. 나도 얼마 전까지 체력좀 키워보겠다고 동네 체육관에서 복싱을 배웠는데, 거기서 초딩 중딩들과 아이스크림도 먹고 떡볶이도 쏘면서 말을 섞어볼 기회를 얻었다(고 한다....응??ㅋㅋ).
정말 다른 두 사람이 각자가 가진 삶의 노하우로 손바닥 짝 마주치 듯 같은 앎에 도달할 때, 혹은 같을 수가 없다는 것을 존중하게 될 때, 나도 모르게 크으~하며 책끝을 접었다..(빌린 책인데.. 죄송..) 피트니스를 하면서 그런 관계, 그런 배움을 얻어내는 ‘나’의 모습, 진짜 운동(exercise, movement 둘다) 하는 사람 같아서 멋있었다.
작년에 읽었던 <마녀체력>이나 <여자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어떤부분, 요 <아무튼 피트니스>도 그렇고... 중년에 접어든 여성들이 운동하는 이야기를 읽으면 느끼는게 참 많다. 슬슬 의식적으로 몸 관리를 해야하는 나이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인가.
주름이나 흰머리 보다는 약해지는 체력에서 ‘늙어가는 구나’ 느껴져 주눅들뻔했는데, 요 언니들의 글을 읽고 “늙어가면서도 체력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나여, 그러나 희망과는 별개로 ‘운동을 해야’ 한단다!는 사실을 명심하도록 하자.
"난 이대로 막 살다가(=폭음과 폭식을 즐기다가) 혹시 병 걸려 죽을 것 같으면, 다 정리하고 여행을 떠날 거야, 이리저리 원 없이 떠돌다가 아무도 모르게 이국에서 죽을 거야." 그 계획을 듣고 다들 웃으며 ‘나도 나도’햇다. 나보다 연장자인 한 사람만 내 얘기에 심각하게 말했다. "류! 병이란게 그런 식으로 오는 게 아녜요, 쌩쌩하게 활동하다가 한 번에 죽을 병이 오는 게 아니라구요." "네?" "여기저기, 조금씩 조금씩 아파요, 만성적인 병이 늘어요. 병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거예요." 그이 말이 맞았다. 나는 지금 당장 죽을병에 걸린 건 아니었다. 이 병과 죽을 때 까지 살아야 한다. 나는 ‘마지막 여행’ 대신, 살기로 했다. - P8
그런 그에게, 나는 굶으면서 하는 운동은 반대한다고, 샘은 왜 그렇게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운동을 하느냐고 물었다. "그냥요." 나이스는 그냥 그렇게 하는 거라고 했다. 그냥 되고 싶은 것, 그냥 그렇게 만들고 싶은 몸이 있다고 했다. 내 관점에는 맞지 않지만 나이스의 ‘그냥’을 그냥 존중하기로 했다. - P102
내가 운동을 열심히 병행하는 삶을 살면 건강할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렇다고 병이나 장애가 없을 것이라 확신할 수는 없다. 그리고 어느 쪽 길에 들어서건, 그 길마다 나름의 삶이 있을 것이다. 건강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temporarily able-bodied‘라는 표 현을 쓰자는 운동이 있다. 건강은 일시적인 것이므로 아픈 사람이나 장애인을 차별하지 말자는 뜻에서 제안된 말이다. (...) 운동을 해서 몸이 좀 좋아졌다고 ‘내가 해봐서아는데’ 또 다른 버전을 만들지 말자. 똑같은 산수로 서로 다른 생을 비교할 수 없다. 생애 주기에 따라서가 아니라 나에게 특화된 나의 몸과 활동이 있다. 늙지 않기를 바라는 대신 나이 듦과 더불어 살아가자. 운동을 하면서 ‘성공적인’ 나이듦 같은 건 생각하지도 말자. 노화는 질병이 아니라 삶을 의미한다. 또 하나의 정신승리를 거부하자.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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