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 요즘 함께 수업듣는 언니동생들과 막걸리 집에 앉은 시각은 오후 네시 반. 간단하게 마시고 집에 가서 각자의 저녁일정들을 무리 없이 소화하자는 다짐은 서로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순간, 접시에 놓인 편육들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네. 낮부터 술을 아주 진탕 퍼마셨던 고로, 진짜 해가 너무 길었고, 그래서 오래오래 먹었고, 오래 먹다 보니 섞어 마시게 되었으며, 섞다보니 드디어 술이 사람들을 마시기 시작하였고, 이윽고 밤이 되었는데, 이 아줌마들이 집에를 안가. 그래서 나도 안가. 나는 남편도 없으니 더욱 안가. 아, 신난다. 부어라 마셔라의 결과는........ 오늘 수업은 장렬하게 쨌고요... 숙취 때문에 수업 못간 거 대학시절에는 일상이었지만, 다 커서는 너무 오랜만이라서 뿌듯하기까지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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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내내 물까지 토하는 숙취에 허덕이다 두통이 사라진 시각은 세시 반. 쌀국수 쌀국수!!!!!! 매운 쌀국수를 반드시 먹어야겠어!!! 🥵몇 주 전부터 눈여겨 봐둔 집 근처의 맛있을 것같은 쌀국수집까지 흐느적거리며 십분을 걸어갔는 데, 세시~네시반은 재료준비중인 시간이래..ㅜㅜ 알콜의 잔해물을 몰아내야 하는 나의 위장은 쌀tothe국수를 견딜수 없이 원하고 있었으므로 다시 반대로 십오분을 더 걸어 지하철 근처의 그저그런 쌀국수집에 안착했다. 어젯밤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알라딘 택배봉지는 뜯어놓은 나라는 인간. 발에 걸리는 박상영 신간 딱집어 들고 나오길 잘했네, 쌀국수님 만들어지는 동안 읽으려는 데, 두 번째 페이지 세 번 째 줄. “너 아직도 술 그렇게 마시냐..........”
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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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마도 올해들어 가장 꽂힌 작가는 박상영인듯 한데, 그의 소설이 좋은 이유는 역시 맨날 술이나 마시는 등장인물들 때문이다. 그때 문득 깨달은 중요한 사실은, 쌀국수에 대한 것인데 대체 라면이나 짬뽕따위로 해장을 하던 시절이 기억이 안날 정도로.......... 어쨌든, 쌀국수는 정말로 숙취해소의 완전식품 같은 음식인 것이다. 여러분 술먹고 난 다음날엔 베트남 쌀국수를 먹어보세요.
일전의 박상영 단편 모음집에서 소라는 취하면 해장(?)빅맥을 먹었는 데, 지금의 소설 속 재희는 진라면을 먹었다고 한다. 신김치에 밥말아서. 스무살 재희에게 쌀국수를 권하고 싶다. 쌀국수는 국물이 맑아 라면보다는 덜 헤비하고 속이 편한 느낌이고, 면이 쌀이니까 어쩐지 건강에도 좋아.... 그런데 특별히 그냥 쌀국수도 좋지만 역시 해장에는 ‘매운 베트남’ 쌀국수를 찾게 되는 것은 한국인 고유의 해장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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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쌀국수 한그릇 해치우고 나니, 어제부터 24시간이 딱 지난 네시 반. 드디어. 술.이.깼.다!!! ..........
망했다. 오늘 수업도 안갔고, 어제 저녁에 못한 일도 해야하고 그거랑 상관 없이 오늘 해야할 일도 해야할 테고.... (진짜 코피터진다. 주경야독... 아니 주독야경....).....갑자기 수업에서 숙제도 내줘서 것도 해야하고.... 요가도 가야하는데.... 그러니까 나 왜.. 또 왜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 거야?!!!! 제발 나야 열심히 살지 좀 말라고 !!!!!!!!! (울컥) 😂😂 하지만 숙제하려고 이미 컴퓨터도 들고 나왔다. 그 와중에 요가레깅스 입고 나오기까지 했어. 무의식이 한일 치고는 너무 바른 일이라 더 화난다. 🔥🔥 숙취로 잠시 눌러놓은 줄 알았는데, 젠장.. 내안의 개미본능... 🐜🐜 개미는 터벅터벅 스타벅스로 들어갔다. 숙취해소의 마무리는 역시 아이스 아메리카노 였으니까. 난 소중하니까 오늘은 콜드브루로 하겠어....... 🥤꿀꺽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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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 마시썽...ㅠㅠ 여윽시 최고야...ㅠㅠ 알콜빠진당... 일하기 싫다. 공부하기 싫다. 숙제하기 싫다. 요가가기 싫다. 실컷 책이나 읽고 싶다. 정신 줄 놓고 싶다. 현재시각 다섯시반, 정신줄 돌아온지 막 한 시간이 지났을 따름이다. 생각해보니 올해 들어선 딱 세 번 밖에 취하지 않았다. 삼십번이 아니라 겨우.. 세번이라니.. 나이들었나보다. 그러니까. 주절주절 쓰고 있는 이 아무말 대잔치의 제목은 #대도시의해장법
은 쌀국수. 그리고 아이스 아메리카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