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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 --- 며칠 전, 곁눈으로 뉴스를 보았다. 무슨 여중생인가가 죽었다고 했다. 쓰러진 엄마는 병석에 누워 외친다. "이건 사회의 책임이야! 이건 국가에서 책임져야 해!" 나는 조금 어이없어 했다. '지금 심정이야 오죽하겠냐만...실종돼서 죽은 사람을 어떻게 국가에서 책임지나?'

전체 --- VJ특공대를 보았다. 실종 96일만에 변사체로 발견된 여중생을 찾기까지의 궤적을 함께 따라가본다 했다. 모자이크 처리 없이 드러난 맨얼굴은, 정말 등교길 버스 안에 지천인 순진한 여중생의 얼굴, 그것이다. 아빠는 끼니도 거르고 야산 방공호를 샅샅이 뒤지고, 전단지를 들고 윤락가를 돌며 딸의 이름을 외친다. 곁에서 바싹바싹 말라가던 엄마는 무녀까지 찾아가 오열한다. 어떤 실종 아동들의 모임 장소에 가 있는데, 급히 찾는 소리가 들린다. 포천에서 여자 변사체가 발견되었단다. 아득해지는 엄마를 여동생인듯한 이가 붙들고 위로한다. "아냐, 언니, 그냥 확인해 보는거야. 매뉴키어 칠했데. 00이는 매뉴키어 안 칠했잖아. 아냐, 언니!"

병원인지 검시소인지에 도착해서도 엄마는 앞에 주저앉아 한참을 일어서질 못한다. 경찰 관계자인지 부검의인지가 타이른다. "엄마가 가장 잘 아시죠? 흉터 같은거요. 엄마가 가장 잘 아시니까, 엄마가 확인하셔야지요. 마음 가라앉히세요."  겨우 들어간 엄마, 손을 먼저 보여 줬을까? 마지막 지푸라기인냥 "우리 00이는 매뉴키어 안 칠했는데! 안 칠했는데!"만 반복하다가....말은 사라지고, 오열만이 남는다.

쓰러져 응급실 침대에 누워있던 엄마가, 갑자기 취재진을 곁으로 부른다. "다른 건 다 방송 안 나가도 좋아, 이 말은 꼭 해줘요. 범인 잡아야 돼. 우리 00이는 죽었지만...다른 아이가 또 당한단 말이야아!! 이 말은 꼭 나가야 돼. 범인 꼭 잡아줘요. 어떻게, 어떻게 학교 앞에서 교복을 입고 그런 일을 당해요. 이건 사회가 책임져야 돼. 이건 사회 책임이야, 국가가 책임져야 돼!!!"

.....어제 어찌나 울었던지, 아침에 눈이 퉁퉁 부었더군요. 지금도 영정 앞에서 속울음을 울던 그 아빠의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뉴스에 토막나서 나온 부분이 전체를 얼마나 왜곡하는지 다시 한 번 깊이 깨달았습니다.

내가 어미가 아니었던들, 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이토록 간절히 바랄까! - 김은하, 우리아이 책날개를 달아주자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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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2-14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나쁜 놈들 많아요.... 인간이 인간을 죽일 수 있다는 게 참 싫습니다.

마태우스 2004-02-14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한 질문 하나 드릴께요. 가을산님이 마음에 드는 표현이라고 하신 문장이 무슨 뜻이어요?

진/우맘 2004-02-14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어? 뭐지... '가을산님이 마음에 드는 표현이라고 하신 문장'의 출처가 어딘지 도통 모르겠는...TT
제가 더 죄송합니다만, 다시 한 번 자세히 물어봐 주세요.^^;;;

느티나무 2004-02-14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무 생각없이 보고 있다가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는데...

마태우스 2004-02-15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말입니다.
"" I think I bit more than I can chew. ""
전혀 해석이 안되서요T.T


진/우맘 2004-02-15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어...제 해석에 따르면...나는 언제나 씹을 수 있는 것보다 많이 베어문다...가 아닐까...
 

오키프는 꽃, 특히 칸나(붓꽃)을 즐겨 그리기로 유명합니다. 화려한 색체의 그녀의 꽃 그림들은 우리에게 꽃과 (생물학적)여성의 연관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데요, 설명이 필요없겠죠? ^^  오키프 자신은 그러한 연관에 대하여 직접 강조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왜 풍경화에서 사물들을 실제보다 작게 그리느냐고 따져 묻지 않으면서, 나에게는 꽃을 실제보다 크게 그리는 것에 대하여 질문을 하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는데요...  실제로 정치색이 강한 작가는 아니었다할지라도 여성에 의해 표현되는 여성성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보여주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합니다. ------------는 다른 사람의 글이고. 이제부터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보려고 한다. 내년부터는 미술치료 2년과정에 들어가는 것이 계획인데...미술보다는 심리학 영역에 가까운 공부라는 점을 고려해도, 나는 미술에 대한 기본 지식이 많이 부족하다. 조지아 오키프의 그림을 통해 심리를 분석해 보는 작업은 매우 재미있을 것 같다. 인생이 다이나믹한만큼 초보 심리분석가가 끌어낼 거리도 많을 것이고, 참고할만한 선행 연구도 많겠지.^^

혹여 서재 손님 중 조지아 오키프에 관심 많으신 분이 계시다면, 좋은 책이나 홈페이지 소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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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卵 2004-02-14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은 왜 풍경화에서 사물들을 실제보다 작게 그리느냐고 따져 묻지 않으면서, 나에게는 꽃을 실제보다 크게 그리는 것에 대하여 질문을 하는가'... 갑자기 저도 흥미가 생깁니다. 내일 엄마께 물어봐야겠군요. (찾아 볼 생각은 안 하고;)
그리고, 진/우맘님이 원하시는 대로 태클을 걸자면 '고려 해도'가 아니라 '고려해도'입니다. 다른 것들은 제가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패스;; 주인에게만 보이기로 할 걸 그랬나-.-;

진/우맘 2004-02-14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히^^ 수정!
 

요즈음 일거리들은 전부 열심히 자판을 두드려야 하는 것들이다. 그러면서 짬을 내어(거의 A4 한 장 작업하고, 서재 10분, 또 한 장 하고, 서재 5분....그런 패턴이다.) 서재에서 자판 두드리고... 하도 마우스를 클릭하고 끌어내렸더니 오른손 검지 첫마디가 뻣뻣한게, 이러다가 관절에 병 생기는 게 아닌가...싶다.

어제 마태우스님 서재에서 맞춤법에 관한 글을 읽었는데...나도 동감이다. 영수가 양가의 바닥을 헤매일 때에도 국어만큼은 <기본실력>으로 수, 우 권에서 내려온 적이 없었는데...어찌된 일인지 요새는 맞춤법에 영, 자신이 안 생긴다. 아까도 이 글 첫 줄에서 <틈틈히>라고 썼다가 '틈틈이...인가...?' 자신이 없어져서 슬그머니 <짬을 내어>라고 고쳤다. 맘에 안 든다. 나는 분명 틈틈이(가 맞을 것 같은데? 그렇다. 사전 찾아보니 이게 맞다.) 서재에 들락거렸지 짬을 내어 들락거린 건 아니니까.

뭐가 문제인걸까? 책이야 한국 평균치보다는 많이 읽어왔고, 여기저기 들쑤시며 글도 많이 남겼다. 그런데 왜 맞춤법은 점점 퇴화해만 가는 것이냐... 어려운 어휘들은 거의 틀리지 않는다. 그런데 일상생활에 쓰이는 평어의 불규칙한 어미 쪽에 약한 듯 하다. 틈틈이도 일례이고... 그랬대, 를 그랬데로 헷갈린다던가...하는. 문제는, 이런 사소하면서도 결정적인 어휘들은 사전에서 찾아보기도 모호하다는 것. 하긴, 국어 시간에도 정작 원론적인 문법에는 약하던 나였다. 그리고...

인터넷이 활성화 되기 전에 쓰는 글들은 대개 목적을 가지고 격식을 갖춘 글이었기에 일상용어나 구어체 문장은 쓸 일이 많지 않았지. 그런데 요새는 컴 앞에서 궁시렁거릴 일이 많기 때문에 이전엔 글로 써보지 않던 표현을 새삼 활자화 하면서 자꾸 버벅거리는 걸게다. 내가 퇴화 하는게 아니라, 아예 몰랐던 영역이 시류의 변화에 따라 새삼 드러나는 것. 그리고 보니, 나는 됐다를 써야할 곳에 됬다를 쓰면서 그게 잘못인 줄 안 것도, 금새가 아니라 금세가 맞다는 것을 안 것도 최근이다.

어쩌랴. 이제와서 국문과를 다시 다닐 수도 없고.(하긴, 어쩌면, 저런 문제점은 국문과도 해결 못해줄 지 모른다.) 느티나무님께 가서 여쭤볼까? 국어선생님은 답을 아시려나?

참, 나는 맞춤법 뿐 아니라 띄어쓰기에도 굉장히 약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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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2-13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고로, 제 서재에서 맞춤법의 오류를 발견하신 분은 꼭! 코멘트를 매달아 주시기 바랍니다. 뭐, 서재주인이 입을 심리적인 상처가 우려되신다면...<서재주인에게만>을 살짝 클릭하셔도 좋습니다.^^

ceylontea 2004-02-13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 만월의 꿈님 ㅍ이퍼에서 국어실력 확인을 했지요.. 흑흑... 창피(챙피... 또 헷갈리네..창피가 맞네요..^^)하게도 20문제중에서 6문제만 맞았답니다...좀 더 맞춤법과 띄어쓰기에 신경을 써야겠어요...

즐거운 편지 2004-02-13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독자서평을 쓰면서 맞춤법도 자신 없고.. 그건 그나마 사전이라도 들춰볼 수 있지만 띄어쓰기가 영~ 막히더군요. 그래서 그 때 '띄어쓰기 사전'을 찾아놓곤 지금까지 보관함에 잠자고 있답니다. 다른 책에 자꾸 밀리고^^ 삭제해버리기엔 찜찜하고 그래서요...
또 붙잡혔습니다. 여기서!! 한동안 들쑤시고 다니다가 조금 시들해지고 있는데.. 여기만 오면 로긴하게 됩니다.^^


▶◀소굼 2004-02-13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니메이션 자막의 맞춤법을 고쳐주는 일을 하고 있는데 고치는 데도 애매할 경우가 상당해요. 책의 지문같은 걸 그대로 따라 써보는 일도 꽤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明卵 2004-02-14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사실을 왜곡시키지 마!'라고 쓰려고 했는데 외곡인지 왜곡인지 헷갈려서 '비꼬지 마!'라고 한 기억이 납니다. 사전 찾아보니 왜곡이더군요. 웃기는 건 그렇게 사전을 찾고나서 옛날 일기장을 발견했는데, 읽다보니 거기 '왜곡'이라는 단어가 나오더란 겁니다! 당당하게 왜곡이라고 적혀있더구만요. 이런-_-;
왜와 웨도 굉장히 헷갈리고(그래서 왠지라고 말을 쓰려다 아냐.. 웬지일지도 몰라. 하며 고민하고, 결국 어쩐지라고 쓸 때가 많지요.), 곰곰이와 곰곰히도 그렇고. 그 외 다수... 띄어쓰기도 항상 그렇고요. 정말 맞춤법을 제대로 지켜서 글 쓰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마태우스 2004-02-14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곡에 관한 명란님 말씀에 웃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저 또한 비슷한 일이 여러번 있더군요. 진우맘님, 제가 틀리게 쓴 것도 꼭 코멘트 달아 주세요. 절대 딴지로 여기지 않을 테니깐요.

가을산 2004-02-14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글에 저도 공감, 또 공감 합니다. 더구나 요금은 인터넷에 철자 무시 구어체로 자꾸 쓰다 보면 나중에는 그게 맞는 철자 같아집니다. 몇년마다 맞춤법 철자가 공식적으로 바뀌기도 하구요. 얼마 전에 '우리말 오류사전'이라는 책을 샀습니다.
우리말두 너무 어려워요.(여기서 '우리말두'는 '우리말도'라고 해야 하는데, 그럼 어감이 차가운 것 같아요.)
 

엊그제 박완서의 '두부' 봤어..
이상하게두 난 박완서님의 책 읽을때마다.. 후훗.. 언젠간 울 언니도 마흔쯤에
작가가 되지는 않을까.. 항상 상상하곤 한다지..
울엄마의 오랜 숙원이었잖아. 딸내미 작가 만드는거.. ^^

동생이 저런 말을 한다. 식구란, 안다고 믿는만큼 참 속모를 존재이다. 저런 상상을 했단 말이지~

하긴, 나의 상상은 더 황당하다. 남들이 로또를 꿈꿀 때, 나는 가끔 이런 백일몽에 빠진다. 어느날 하느님이 짠 나타나 소원을 말하라 하신다. 나는 내 머리에 신춘문예 당선작 한 편, 문학동네 수상작 한 편, 스테디셀러 세 권, 베스트셀러 열 권, 그 밖에 수필집 두어 권을 입력해달라 한다. 입력된 작품들은 창작의 고통 없이 컴 앞에만 앉으면 술~술 나오고...먼저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처음 출판한 작품이 문학동네 신인상을 타고, 정상작가의 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일년에 한 권, 그 이후에는 2~3년에 한 권씩 책을 낸다. 내 통장에는 인세가 쌓이고...으흐흐, 나는 그 돈으로 일러스트니 재즈댄스니 취미생활을 하고, 맹도견 강아지 위탁 가정을 하며 차카게 살아간다...

아서라...페이퍼 하나 쓰는데도 창작의 고통이 따르는데(이 글만 해도 오류가 나 한 번 날아가 두 번째 쓰고 있다.TT) 책이야 오죽하랴. 나는 그 고통을 감내할 만한 끈기가 없다.

게다가 글귀신 박완서님...<그 많던 싱아는...>을 함 봐라. 얼마나 기억력이 총총한지! 고3때 담임선생님 성함도 아리까리하고, 죽마고우들이 말하는 <옛날 그 사건>들의 절반도 기억 못하는 나는, 애시당초 글렀다.

나이 마흔...규야, 작가는 고사하고 대학 동창들 이름이나 안 잊어먹고 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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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2-11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신춘문예만 붙으세요.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해드리겠습니다^^

뎅구르르르~~ 2004-02-12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하.. 사람이름 생각못하는건 하나같이 똑같어...
나도 동창들 통 얼굴이랑 이름이 매치가 안되니 원.. ㅡㅡ;;
근데 난 더 어려선 언니가 만화가가 되길 강력하게 희망했었어.
왠지 만화가 언니를 두면 만화책을 많이 읽을 수 있을것 같다는..
그런 소박한 꿈이.. ^^

요즘 책방엔 왜그리 재미없는 책들만 그득한지 쯧..
책장이 다들 알록달록.. 공해야 공해. ㅡㅡ+
최근에 열광하는 것들..
'치우천황(기?)' 와 만화책 '20세기 소년'..
두 작가 다들 머리속에 머가 들었는지 무진장 궁금해..
마지막으로 현산어보를 찾아서..
요즘은 느긋하게 책을 못 읽으니까 짧게 끊을 수 있는 백과사전류의 책이 좋더라. ^^

happyhappy 2004-02-13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쯤 꿔보는 작가에 대하 꿈..
근데 난 맘편하게 글 읽는게 좋지 머리 짜내서 엄청난 인고의 세월을 보내면서 글 쓰고 싶은 맘은 사실 요만큼도 없다.
역시 난 게을러... 너도 그렇지 아마?

진/우맘 2004-02-13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보다 쪼오금 더 게으르지.^^
 

서재에 여동생이 다녀갔다. 집에 갔을 때 하루 내 컴 앞에 붙어 있는 걸 보고 엄마가 대체 뭘 하느냐고 묻기에, 진/우 사진이랑 그림책 리메이크를 보여줬더니 그새 동생들에게 소문을 내셨다.

내 서재에 들어와 본 지인은 딱 두 명. 하나는 제일 친한 친구, 나머지 하나가 여동생이다. 남편도 얼핏 구경은 했지만 제대로 들여다 본 적은 없다. 이 정도 공을 들이고 있다면, 너풀너풀 소문을 내서 주변사람들을 초대할 법도 하건만, 난 왜 입을 꾹 다물고 있는걸까?

먼저 떠오르는 이유...직장에서의 땡땡이가 탄로날 위험이 크다. 아무리 비는 시간이라고 해도, 업무는 뒤로 하고 서재에서 쌩쌩 돌아다닌 흔적이 엿보이면... 주변 사람들이 내가 아주 한가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업무가 더 많이 떨어지면 큰 일!

하지만, 아무리 꿰다 붙여도 저 정도로는 납득이 안 간다. 아무래도 서재는...나의 비밀 일기장인가 보다. 그런데 평소의 나와 웹상에서의 내가 아주 딴판이라서 비밀 일기인 것은 아니다. 평소의 나도 수다스럽고 대개 유쾌하며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기 좋아하는 날라리파.(맞나? 모르겠다. 사실은 아주 음울한 사람이지만...대체로 저렇게 보이려고 애쓴다.) 그렇다면 이유는? 

서재가 나의 <배설공간>이기 때문. 매너리스트님 서재에서 밝힌 바 있지만, 서재는 나의 사념의 결정체이다. 머리 속에 둥둥 떠다니다가 말이나 글이 되어 보지 못하고 무의식 속으로 가라앉아 버리던 무수한 공상, 잡념들...그 사념들이 서재에 신나게 배설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누가 자기 화장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것인가? 하긴, 좀 더 신경을 써서 이 배설공간이 멋드러지게 데코레이션 된다면...또 모르지.

글을 쓰고 나니 손님들에게 죄송해진다. 순식간에 손님들을 내 화장실로 몰아 넣은 꼴이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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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ire 2004-02-11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 재밌고 즐거운 화장실인 걸요. 앞으로도 신나는 배설 기다린답니다..^^


마태우스 2004-02-11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내가 할 말을 카이레님이 해버렸다! 이런이런... 진짜 화장실에나 가야겠네요^^

다연엉가 2004-02-11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의 화장실
공동화장실

▶◀소굼 2004-02-11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일(?)을 보고도 다시 볼일(?)이 생기는 곳:)

ceylontea 2004-02-11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에서의 땡땡이가 탄로날 위험이 크다"에 동감합니다...
사실.. 지금도 그렇고... 일해야하는데.. 왜 자꾸 알라딘이 유혹할까나...
이것만 보고 나가야지 하면서 계속 여기 알라딘에 머무르고 있네요... 웅...

진/우맘 2004-02-11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그 구절을 쓰며 저도, 잠시 실론티님을 떠올렸지요.
엔티크님 서재에 다녀왔습니다. 저 때문에 매번 웃으신다니, 저로서는 고맙군요.^^

즐거운 편지 2004-02-11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부분 공감합니다. 특히
'머리 속에 둥둥 떠다니다가 말이나 글이 되어 보지 못하고 무의식 속으로 가라앉아 버리던 무수한 공상, 잡념들...'까진 같은데 '그 사념들이 서재에 신나게 배설되고 있는 것이다.'에서 마이페이퍼 하나 못 만드는 저완 많이도 다른 점이지요...^____^
그러니 진/우맘 서재에서 나름대로 대리만족하고 있답니다.^^ '서재는 나의 사념의 결정체이다.'이시라니 전부 다는 못 따라가지만.. 가끔은 생각을 들킨 것 같을 때가 있거든요.
한 편으로 예전 리뷰만 있던 알라딘에 익숙해져버린 것인지. 그 땐 리뷰만으로도 책을 잘도 골랐었는데... 요즘은 정작 아이 책은 서점에서 고르고 있답니다. 그것도 목록을 적어 가는 게 아니라 서점에서 보고.. 거꾸로 목록을 적어와서 책을 검색한답니다. 그러니 더 바빠졌지요. 물론 내 책은.. 그러니까 읽어야 할 책들을 애써 지나쳤었다면 지금은 보관함에도 그득 담겨있고.. 그 중 하나씩 읽고 있다는 것 정도가 잘 된 일이라 할까요...



진/우맘 2004-02-12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리만족...^^ 즐거운 편지님의 화장실도 기대되는데...변비시군요. 그래도 부럽습니다. 이 놈의 페이퍼 때문에, 책읽는 시간을 상당부분 빼앗기고 있는게 사실이거든요. 3월부터는 실시간 리뷰가 시행된다 하니(그게 뭔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편지님의 활동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책읽는나무 2004-02-12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베스트서재..또는 명예의 전당에 오르신 님들의 서재에 코멘트를 달땐 아주 고심하여 달아야하는데....그이유인즉슨....타인의 코멘트에 묻혀 내코멘트가 어딨는지 모른다는거고...그리고 하고싶은 말이 많이 중복이 되니....주인장들이 조금은 지겹겠단 생각이 들어요...하지만 나의 경험으로 비쳐본다면(비록 많은 코멘트는 없지만서도...)줄줄이 타인의 관심을 코멘트로 받는다면 무지 즐겁고 기쁘겠단 생각도 들어 저도 한마디 하고 갈께요....(전 이야기가 항상 옆으로 새죠??).....음....저도 님의 생각에 100% 동감합니다....지인들에게 차마 보여주기 싫고 알려주기 싫은 이유.....맞아요..맞아요...배설공간같은 느낌!!....하지만....변비에 걸리면 정말 큰 병(?)이 되죠!!....특히나 악성변비!!.....거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심정 모르죠!!....저또한 변비에 걸리지 않으려 노력(?)중이긴 한데......암튼.....화장실향기 맡고 즐거워하고 킥킥거리고...고개 끄덕거리고....감탄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알라딘마을 사람들밖엔 없겠죠??....지구에 만약 알라딘마을사람들만 산다면??........과연 어찌될까요??...^^

happyhappy 2004-02-13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이런.. 더 자주 들러야겠군.
지금 짐 싸다가 하기 싫어서 이렇게 헤매고 다닌다.
갑자기 대학 때 커피숍에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 나눌 때가 그리워진다.
넌 그걸 여기에다 풀어놓는 모양이다.
보고잡다. 친구야.
담주에 커피숍에서 한가하게 수다나 떨어보자...

진/우맘 2004-02-13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오늘 아침 등교길에 갑자기 구내매점에서 사먹던 교자만두랑, 냉동스파게티가 생각나더라. 그냥 먹고 싶다는 느낌이 아니라, 그 맛, 그 향, 그 느낌이 확! 몰려드는거야.
좋은 시절이었지...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했다면 더 좋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