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에 여동생이 다녀갔다. 집에 갔을 때 하루 내 컴 앞에 붙어 있는 걸 보고 엄마가 대체 뭘 하느냐고 묻기에, 진/우 사진이랑 그림책 리메이크를 보여줬더니 그새 동생들에게 소문을 내셨다.
내 서재에 들어와 본 지인은 딱 두 명. 하나는 제일 친한 친구, 나머지 하나가 여동생이다. 남편도 얼핏 구경은 했지만 제대로 들여다 본 적은 없다. 이 정도 공을 들이고 있다면, 너풀너풀 소문을 내서 주변사람들을 초대할 법도 하건만, 난 왜 입을 꾹 다물고 있는걸까?
먼저 떠오르는 이유...직장에서의 땡땡이가 탄로날 위험이 크다. 아무리 비는 시간이라고 해도, 업무는 뒤로 하고 서재에서 쌩쌩 돌아다닌 흔적이 엿보이면... 주변 사람들이 내가 아주 한가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업무가 더 많이 떨어지면 큰 일!
하지만, 아무리 꿰다 붙여도 저 정도로는 납득이 안 간다. 아무래도 서재는...나의 비밀 일기장인가 보다. 그런데 평소의 나와 웹상에서의 내가 아주 딴판이라서 비밀 일기인 것은 아니다. 평소의 나도 수다스럽고 대개 유쾌하며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기 좋아하는 날라리파.(맞나? 모르겠다. 사실은 아주 음울한 사람이지만...대체로 저렇게 보이려고 애쓴다.) 그렇다면 이유는?
서재가 나의 <배설공간>이기 때문. 매너리스트님 서재에서 밝힌 바 있지만, 서재는 나의 사념의 결정체이다. 머리 속에 둥둥 떠다니다가 말이나 글이 되어 보지 못하고 무의식 속으로 가라앉아 버리던 무수한 공상, 잡념들...그 사념들이 서재에 신나게 배설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누가 자기 화장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것인가? 하긴, 좀 더 신경을 써서 이 배설공간이 멋드러지게 데코레이션 된다면...또 모르지.
글을 쓰고 나니 손님들에게 죄송해진다. 순식간에 손님들을 내 화장실로 몰아 넣은 꼴이니...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