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에 여동생이 다녀갔다. 집에 갔을 때 하루 내 컴 앞에 붙어 있는 걸 보고 엄마가 대체 뭘 하느냐고 묻기에, 진/우 사진이랑 그림책 리메이크를 보여줬더니 그새 동생들에게 소문을 내셨다.

내 서재에 들어와 본 지인은 딱 두 명. 하나는 제일 친한 친구, 나머지 하나가 여동생이다. 남편도 얼핏 구경은 했지만 제대로 들여다 본 적은 없다. 이 정도 공을 들이고 있다면, 너풀너풀 소문을 내서 주변사람들을 초대할 법도 하건만, 난 왜 입을 꾹 다물고 있는걸까?

먼저 떠오르는 이유...직장에서의 땡땡이가 탄로날 위험이 크다. 아무리 비는 시간이라고 해도, 업무는 뒤로 하고 서재에서 쌩쌩 돌아다닌 흔적이 엿보이면... 주변 사람들이 내가 아주 한가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업무가 더 많이 떨어지면 큰 일!

하지만, 아무리 꿰다 붙여도 저 정도로는 납득이 안 간다. 아무래도 서재는...나의 비밀 일기장인가 보다. 그런데 평소의 나와 웹상에서의 내가 아주 딴판이라서 비밀 일기인 것은 아니다. 평소의 나도 수다스럽고 대개 유쾌하며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기 좋아하는 날라리파.(맞나? 모르겠다. 사실은 아주 음울한 사람이지만...대체로 저렇게 보이려고 애쓴다.) 그렇다면 이유는? 

서재가 나의 <배설공간>이기 때문. 매너리스트님 서재에서 밝힌 바 있지만, 서재는 나의 사념의 결정체이다. 머리 속에 둥둥 떠다니다가 말이나 글이 되어 보지 못하고 무의식 속으로 가라앉아 버리던 무수한 공상, 잡념들...그 사념들이 서재에 신나게 배설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누가 자기 화장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것인가? 하긴, 좀 더 신경을 써서 이 배설공간이 멋드러지게 데코레이션 된다면...또 모르지.

글을 쓰고 나니 손님들에게 죄송해진다. 순식간에 손님들을 내 화장실로 몰아 넣은 꼴이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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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ire 2004-02-11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 재밌고 즐거운 화장실인 걸요. 앞으로도 신나는 배설 기다린답니다..^^


마태우스 2004-02-11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내가 할 말을 카이레님이 해버렸다! 이런이런... 진짜 화장실에나 가야겠네요^^

다연엉가 2004-02-11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의 화장실
공동화장실

▶◀소굼 2004-02-11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일(?)을 보고도 다시 볼일(?)이 생기는 곳:)

ceylontea 2004-02-11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에서의 땡땡이가 탄로날 위험이 크다"에 동감합니다...
사실.. 지금도 그렇고... 일해야하는데.. 왜 자꾸 알라딘이 유혹할까나...
이것만 보고 나가야지 하면서 계속 여기 알라딘에 머무르고 있네요... 웅...

진/우맘 2004-02-11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그 구절을 쓰며 저도, 잠시 실론티님을 떠올렸지요.
엔티크님 서재에 다녀왔습니다. 저 때문에 매번 웃으신다니, 저로서는 고맙군요.^^

즐거운 편지 2004-02-11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부분 공감합니다. 특히
'머리 속에 둥둥 떠다니다가 말이나 글이 되어 보지 못하고 무의식 속으로 가라앉아 버리던 무수한 공상, 잡념들...'까진 같은데 '그 사념들이 서재에 신나게 배설되고 있는 것이다.'에서 마이페이퍼 하나 못 만드는 저완 많이도 다른 점이지요...^____^
그러니 진/우맘 서재에서 나름대로 대리만족하고 있답니다.^^ '서재는 나의 사념의 결정체이다.'이시라니 전부 다는 못 따라가지만.. 가끔은 생각을 들킨 것 같을 때가 있거든요.
한 편으로 예전 리뷰만 있던 알라딘에 익숙해져버린 것인지. 그 땐 리뷰만으로도 책을 잘도 골랐었는데... 요즘은 정작 아이 책은 서점에서 고르고 있답니다. 그것도 목록을 적어 가는 게 아니라 서점에서 보고.. 거꾸로 목록을 적어와서 책을 검색한답니다. 그러니 더 바빠졌지요. 물론 내 책은.. 그러니까 읽어야 할 책들을 애써 지나쳤었다면 지금은 보관함에도 그득 담겨있고.. 그 중 하나씩 읽고 있다는 것 정도가 잘 된 일이라 할까요...



진/우맘 2004-02-12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리만족...^^ 즐거운 편지님의 화장실도 기대되는데...변비시군요. 그래도 부럽습니다. 이 놈의 페이퍼 때문에, 책읽는 시간을 상당부분 빼앗기고 있는게 사실이거든요. 3월부터는 실시간 리뷰가 시행된다 하니(그게 뭔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편지님의 활동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책읽는나무 2004-02-12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베스트서재..또는 명예의 전당에 오르신 님들의 서재에 코멘트를 달땐 아주 고심하여 달아야하는데....그이유인즉슨....타인의 코멘트에 묻혀 내코멘트가 어딨는지 모른다는거고...그리고 하고싶은 말이 많이 중복이 되니....주인장들이 조금은 지겹겠단 생각이 들어요...하지만 나의 경험으로 비쳐본다면(비록 많은 코멘트는 없지만서도...)줄줄이 타인의 관심을 코멘트로 받는다면 무지 즐겁고 기쁘겠단 생각도 들어 저도 한마디 하고 갈께요....(전 이야기가 항상 옆으로 새죠??).....음....저도 님의 생각에 100% 동감합니다....지인들에게 차마 보여주기 싫고 알려주기 싫은 이유.....맞아요..맞아요...배설공간같은 느낌!!....하지만....변비에 걸리면 정말 큰 병(?)이 되죠!!....특히나 악성변비!!.....거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심정 모르죠!!....저또한 변비에 걸리지 않으려 노력(?)중이긴 한데......암튼.....화장실향기 맡고 즐거워하고 킥킥거리고...고개 끄덕거리고....감탄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알라딘마을 사람들밖엔 없겠죠??....지구에 만약 알라딘마을사람들만 산다면??........과연 어찌될까요??...^^

happyhappy 2004-02-13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이런.. 더 자주 들러야겠군.
지금 짐 싸다가 하기 싫어서 이렇게 헤매고 다닌다.
갑자기 대학 때 커피숍에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 나눌 때가 그리워진다.
넌 그걸 여기에다 풀어놓는 모양이다.
보고잡다. 친구야.
담주에 커피숍에서 한가하게 수다나 떨어보자...

진/우맘 2004-02-13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오늘 아침 등교길에 갑자기 구내매점에서 사먹던 교자만두랑, 냉동스파게티가 생각나더라. 그냥 먹고 싶다는 느낌이 아니라, 그 맛, 그 향, 그 느낌이 확! 몰려드는거야.
좋은 시절이었지...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했다면 더 좋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