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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길 위에서 자란다
김선미 지음 / 마고북스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단에 선정된 후 5번째 올리는 리뷰입니다.
젊을 때 여행을 할 때는 추억꺼리를 찾아 또는 젊음을 믿고 여행을 떠나곤 했다. 나이가 한 두살 먹어가면서부터 편암함과 안락함을 추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점점 강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그것은 주변의 많은 것을 챙길 것 없이 달랑 한둘이 떠나던 것에서 가족들과 함께 즐기는 쪽을 생각하다보니 생각이 그렇게 전환된 것 일게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항상 텐트를 가지고 일정한 장소를 정한 후 가족여행을 다니곤 했다.
텐트여행의 매력은 아무래도 집이라는 고정화된 틀 속에 살고 있는 우리가 집을 벗어나서 느끼는 자유로움, 자연과의 호흡을 보다 더 만끽할 수 있는 요소가 있어서가 아닐까 한다.
우선 아이들이 즐거워한다. 텐트를 젖히면 밤하늘의 별들이 금방 텐트안으로 쏟아 들어올 것 같기도 하고, 텐트 밖에서 들려 오는 풀벌레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는 전자매체에서 흘러나오는 그 어떤 소리보다도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게 만들며, 아이들에게는 바로 동화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족간의 여행에도 작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곤 한다.
어떻게 하지라는 방법론은 이미 다 알고 있는 데 그것을 어떻게 실천에 옮길 수 있을 까 하는 결단이 요구되니까 말이다.
초등학교 5학년, 3학년의 여자아이를 둔 40대의 엄마가 우리나라 3번국도를 종으로 횡단하면서 즐기는 여행이야기는 그래서 더 감동적인지도 모르겠다.
가장 기본적인 실천요건인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라는 부분을 시원스럽게 해결해 주었으니 더욱 더 감동적이다.
그냥 주어진 길을 다니면서도 길의 시작과 끝을 생각한 적이 별로 없었다. 그냥 뚫려 있는 길이고, 다니는 사람 또는 자동차들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지방자치단체 또는 국가의 예산을 들여 확장을 해 놓은 것이구나..... 등등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다만, 기본적인 상식으로 국도의 표기에 있어서 종(세로)으로 된 국도의 숫자는 홀수를 사용하고, 횡(가로)로 된 국도의 숫자는 짝수를 사용한다는 것 밖에 큰 의미를 부여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책을 읽고 난 후 내가 다니는 길의 시작과 끝은 과연 어디일까? 이 길을 지나가는 곳에는 어떤 풍경이 펼쳐져 있고, 어떤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으며, 그들의 삶 속 묻어 나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그래서 나도 당장 베낭을 메고, 3번국도를 따라 무작정 떠나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여행 중에 겪게 되는 호기심, 여행구성원들간의 갈등과 환희,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는 군상들의 삶!
여행을 하고 나면 왠지 뿌듯함이 밀려오고 한 단계 더 성숙한 느낌을 받게 되는 이유가 그 동안 겪은 일련의 일들이 가슴속에 그대로 베어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도 그러한 느낌이 있다.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용기를 주고, 가족의 따뜻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신비함과 호기심으로 채웠다. 집에서 영어단어 하나 암기하고, 책 한권을 읽게 하는 것보다 더 소중한 체험을 겪게 해 준 것은 이 여행이 얼마나 소중한 여행이었는가를 느끼게 해 주는 부분이 아니었을까?
또 하나 소중한 것이 있다면, 80년대의 젊은 시절을 살아온 작가가 여행지에서 만나는 유적지 또는 친구, 선배 들을 만나면서 살짝살짝 보여 주는 그녀만의 철학은 같은 세대를 살아온 나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듯 하여 더욱 친근감을 느끼면서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