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길에 <그림, 문학에 취하다>라는 책을 펼쳤더니 첫장이 최북의 공산무인도다. 

참 좋아하는 작품이라 책은 안읽고 그림을 쳐다본다. 

요즘처럼 야근이 많은 시절에 쳐다보면 좋을 한적한 그림이다. 

한적한 그림에 저 거침없는 필치가 멋스럽다. 

글과 그림의 저 절묘한 조화가 너무 아름답다.

독서는 워낙 한자 지식이 짧은 지라 덜그럭 거리고 있다. 

살면서 가장 배워보고 싶은 것이 한자고, 

중국어로 멋지게 한시 한번 읊는 것이 꿈이지만 

지금것 세번 도전했다 세번 다 원하는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하고는 싶지만 절박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저 친구놈한테 전화해서  

空山無人 水流花開를 한번 중국어로 읊어보라고만 했다. 

전화기 넘어 바람 소리가 일고, 

읽지도 쓰지도 이해도 못해도 

퍽퍽한 출근길에 작은 숨구멍을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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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2-08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전에 작은 판화 한점이 너무 마음에 들어 사고 싶었다.
판화는 여러장 찍으니까 쌀듯 했는데...
착각이었다..
서민은 그저 미술관에서 감상하는 게 답 --

카스피 2011-02-09 11:02   좋아요 0 | URL
제가 알기로 판화의 경우 유화보다는 싸지만 그냥 마구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열장이면 열장,백장이면 백장만 딱 찍어내고 원판은 파기한다고 하더군요.그래서 생각보다 싸지 않다고 하네요^^

무해한모리군 2011-02-10 19:3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래도 정.......말 비쌌어요.. ㅎ
그냥 제가 나무판 하나 사서 팔까봐요 ㅋㄷㅋㄷ

cyrus 2011-02-08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무척 좋아요. 이번에 처음 보는 그림인데 저런 그림
방 안에 걸어두면 참 좋을거 같아요. 하지만 저도 서민이라 그저 미술관에서
감상해야겠어요 ^^;;

무해한모리군 2011-02-10 19:34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저건 이건희쯤 되야 집에 둘 수 있을듯 합니다.

네 참 좋아요.

차좋아 2011-02-08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놈한테 전화해서 空山無人 水流花開를 중국어로 읊어보라고 했더니 전화가 끊겼어요.
상사들 다 보고 있을텐데 쭝꾹말로 저걸 읽어보라 했으니 ㅋㅋ

그림속 나무그늘이 깊어보여요. 사람이 안보여서 서늘하게 느껴집니다. 아! 무인... 사람은 없는게 맞구나,
가만히 읽어보니 멋있는걸요. 음... 역시 사람이 없어야.ㅋ

무해한모리군 2011-02-10 19:35   좋아요 0 | URL
선비가 그린 그림 같지요?
서예를 배워볼까 싶어요.
제가 글을 쓰면 차좋아님은 차를 내리는거예요 ㅎㅎㅎ

마녀고양이 2011-02-09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자는 말이죠, 정말 필생의 한이라고나 할까요... ^^
다시 한번 공부 제대로 해야겠다고 맘먹고 아직도 미적미적.. ㅠ

그림 무척 좋은데요.. 확실히 숨통이 트이네요~

무해한모리군 2011-02-10 19:35   좋아요 0 | URL
그게... 전 언어에 소질이 전혀없나봐요.
중국어 배울때 여자애치고 저처럼 발음 안좋은 아이 처음 봤다고 선생이 그랬다는 ㅠ.ㅠ

머큐리 2011-02-09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길이 가는 그림에 문학까지...찜해두고 한숨쉬게 만드는군요...ㅎㅎ

무해한모리군 2011-02-10 19:3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요즘 미친듯이 일하고 있어요.
밥도 막 안먹으면.. 노예처럼.. 흑..
그래서 뭐 이런 휴식이 좀 필요해요 ㅎㅎ

L.SHIN 2011-02-09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양화는..그 특유의 정적인 느낌과 따뜻한 느낌이 좋습니다.(웃음)

오랜만입니다,휘모리님.
잘 지내셨나요? ^^

무해한모리군 2011-02-10 19:37   좋아요 0 | URL
문인화 좋아요.
그 이건희 미술관 있잖아요 리움에 가면 제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이 벽 한가득 크기에 나무에 삼베 천 세개가 걸린 걸 그린 그림이예요.. 그러니까 선 세개가 끝.. 참 좋아요.

햄버그 원정대 해야죠 ㅎㅎㅎ

L.SHIN 2011-02-10 22:42   좋아요 0 | URL
오, 맞아요. 햄버그 원정대.ㅎㅎㅎ (잊지 않으셨군)
기다려주세요. 곧 멋진 플랜으로 공지하겠습니다.(이번에야말로! 웃음)

감은빛 2011-02-12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유난히 한자에 약해서 곤란했던 경험이 많아요!
예전에 중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어느 친구에게 도움이 되어주고자,
후배들을 끌어모아 중국어를 배운 적이 있었습니다만,
다들 한자때문에 힘들어다가가 결국 깨지고 말았습니다.
저역시 재미있었지만, 한자를 모르고는 진도가 더 나가지 않더라구요.

그림 정말 멋지네요! ^^

무해한모리군 2011-02-15 16:29   좋아요 0 | URL
그죠 그림 멋지지요!
아무래도 글자는 안될성 싶고, 붓들고 그림이라도 그려볼까요?
 

어제 가수를 만들어준다는 위대한 탄생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깡마른 여성출연자가 나와서 '거위의 꿈'을 부르는데, 목소리가 안나온다.
연습이 과했을까? 
연출인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 너무나 간절해보여서  
그 노래부르는 모습을 보고 나도 엉엉 운다. 

연휴를 시작하는 날 김영하가 번역한 게츠비를 읽었다.
김영하는 이 소설의 핵심은 게츠비가 그토록 원하는 데이지가 그만한 가치가 없는 인간이라는 데 있단다.   

킹콩을들다라는 영화에 보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연습하다 부상이라도 당하면 보상한푼 받지 못하고 실업자되기 십상이고, 
어디 써먹을 데도 없고, 여자가 근육생겨서 우락부락해질지도 모르는데 역도가 꿈인 친구들이 나온다. 
아 이 역시 감동적이라 눈물이 난다. 

꿈이란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내가 좀 더 내가 생각하는 사람에 가깝게 변해하는 과정이니
그 대상에 가치 여부는 별 상관없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너무 간절히 꿈을 향해 가는 모습을 며칠 보았더니 기왕이면 산에 올라가는 길도 즐기면서 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간절한데 가지지 못한게 너무 많다는 걸 아는 나이가 되어서 일까. 실패를 잘 받아들이는 게 어른이라는 걸 알아서일까. 그도 아니면 저 열정 이후의 삶이 더 걱정 되어서일까. 

요즘 선후배들을 만나면 과거 이야기를 많이 한다.
우리가 그 때 이후 열심히 산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신랑이랑도 연애 시작할때쯤 이야기만 많이 하는듯해 그것도 속이 상한다. 
우리의 꿈과 관계들은 비쩍 말라서 과거에 박제되어 있는듯 하다. 
그래서 꿈에 대한 글만 봐도 눈물이 나나보다. 할머니들처럼 내 꿈을 추억하다보니.

설날이 지났으니 진짜 한살 더 먹었는데 나는 꿈을 기억하는 사람 말고, 자꾸자꾸 만들어내는 사람이고 싶다. 자꾸자꾸 꿈을 만들고 꿈지럭 되면서 지내는 모습이 즐거워서 다른 사람들도 자꾸자꾸 꿈을 같이 만들며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말이다. 나는 꿈의 공기번데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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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2-05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댁은 명절을 날로 먹었다 ㅎㅎㅎ
다음엔 시댁갈데 먹을거라도 좀 해가야겠다..
당췌 부부 앵벌이단 같다 --;;

비로그인 2011-02-05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킄. 재밌게 살고 있으시군욥 ^^
부부 앵벌이단.. ㅋ

휘님 명절은 잘 쇠셨죠? 날이 좀 풀린것 같습니다 ~ ㅎ

무해한모리군 2011-02-05 23:22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오늘은 정말 날이 따뜻했어요.
아휴 재밌기는요.
다시 12월 5일로 돌아가면 안하고 싶기도 합니다 ㅎ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머큐리 2011-02-05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의 첫 명절 살이가 앵벌이로 시작했군요...좋은 징조입니다 그려...ㅋㅋ

무해한모리군 2011-02-06 01:08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저는 곰같은 여자잖아요 ㅎㅎ
양파 한번 썰었어요.. 심지어 설겆이도 시누이가 해서..
양심이 쬐끔 찔리네요... ㅎㅎ

머큐리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개인주의 2011-02-05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앵벌이..오..솔깃..

무해한모리군 2011-02-05 23:23   좋아요 0 | URL
집에 와서 약간의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어요 ㅎㅎㅎ

순오기 2011-02-06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거지 하는 시누이라니~ 휘님은 복받았군요.
나는 20년도 넘었건만 아직도 설거지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큰조카가 있으면 도와주는데, 런던에서의 4박 5일로 꿈같은 시간을 보낸답니다.
방학내내 날로 먹는 큰딸은 만두 조금 만든 것으로 땡이고...ㅋㅋ

무해한모리군 2011-02-07 09:23   좋아요 0 | URL
어머나 큰조카는 런던에 갔군요! 아 저도 소호거리를 생각없이 거닐고 싶어요. 커피도 한잔 하고.. 부럽다 ㅠ.ㅠ

시누는 원래는 집안일을 하지 않았는데 자기가 안하면 제가 해야되니까 집안일을 하더라구요.. 미안해요 ^^;; 얄미운 케릭터는 우리신랑인데 혼자 방에 쓱 들어가서 인터넷만 하고 말이지요!

노이에자이트 2011-02-06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누이와 사이가 좋은 것 같군요. 기혼여성 거의 대부분이 가장 싫어하는 시댁식구 넘버원이 시누이 넘버 투가 시어머니던데...착한 시누이 있는 것도 축하할 일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2-07 09:23   좋아요 0 | URL
노이에자이트님 아직 뭔가 사이가 좋아지기에는 너무 시간이 짧은듯.
배려를 제가 일방적으로 받고 있어요 ㅎㅎㅎ
 
어제 뭐 먹었어? 4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1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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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점점 스토리보다 요리에 눈이 가는 만화가 되고 있다. 해봄직한 요리들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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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출근했다 네시가 넘어서 퇴근했는데 마감 하느라 나만 늦어져서 짜증이 났다. 퇴근길에 서점에 들렀는데 너어제뭐먹었어4 권은 반디 사당점엔 아직 들어오지 않았고 홍대까지 가서 사자니 오전 근무만한 신랑이 목빼고 기다리고 있어서 그냥 전철타고 집으로 향했다. 전철엔 또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모두 네시쯤 퇴근했나보다. 난 늦은게 아니었다.

 전철 바닥이며 플랫폼이 물기로 질척한데 마침 김애란의 '물속 골리앗'을 읽는 중이였다. 어느날 갑자기 끝도 없이 비가 내려 세상이 물에 잠기자 엄마의 시신을 뗏목에 실고 사람들 찾아 나서는 주인공과 한시간 넘게 질척거리는 전철바닥을 뚫고 퇴근하는 나, 기필고 이 인간들이 없는 집으로 가려는 나와 인간을 찾아나선 주인공. 어쨌거나 우린 둘다 힘들고 배고팠다.  

앞으로 여자와의 통화는 더 드물어질 것이고 간혹 이어지는 만남은 지루할 것이고 말투는 무뚝뚝해질 것이며 웃을 일이 점점 줄어들 것이다. 그럴수록 여자는 더 자주 전화를 걸어 자신에게 소홀하고 무관심한 김을 이해하려고 하다가 어느 날 문득 서운함과 허전함을 견디지 못해 울컥하여 화를 내고 얼마 후에는 화낸 것을 사과할 것이다. 그런 일이 얼마간 반복되다가 나중에는 오로지 마음을 되받지 못한 것을 억울해하며 김을 원망하고 미워하는 데 시간을 쓸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이 모든 일을 되풀이할 정도로 김을 사랑하지 않으며 어쩌면 처음부터 사랑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동시에 해탈해질 것이다. 김으로서는 그 순간을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어쩌면 그때 비로소 여자에게 애틋한음 느끼게 될지도 몰랐다. 

저녁의 구애 - 편혜영 中

 밥먹고 신랑 무릎을 베고 누워 책을 계속 읽는다.  왠지 로맨틱해야할듯 하지만 신랑은 돼지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돼지 소리를 내고 있다. 왜 돼지에 대해 알아가면서 그 소리를 내고 싶은지는 나는 잘 모르겠지만. 우울한 말 몇마디를 던졌더니 내 우울함을 무심으로 대처하는 신랑은 내 머리를 잠깐 스다듬어줬다.  

몇 차례의 실망이 지나간 뒤에야 그 여자는 남편이 직장을 얻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여러가지 이유로 그는 또래보다 학위가 늦었지만, 그것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그는 특별하게 친화력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고유한 개성이라고 불러야 할 독특한 무심함이 있었는데, 그 체념에 가까운 무심함 덕분에 어떤 좌절이나 분노도 조용히 비껴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동시에 열정이나 연민, 깊고 끈끈한 사랑까지 침착하게 씁쓸히 지나쳐 갔다. 

훈자 - 한강 中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은 두루 마음에 들었다. 아 우리 모두 정말 이렇게 외롭게 분투하고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단편은 시처럼 감정이 농밀하게 뭉쳐져 있어서인지 마음이 쓱 하고 베이는 듯 하다. 아비에게도 마음속 칼을 품고서야 다가갈 수 있는 아들도 있고, 가족들에게 투명인간이 된 아비도 있고, 자식을 사랑할 시간도 없이 생활에 쫓기는 어미도 있고, 어디 말할 곳 없이 홀로 마음속에 영화를 만드는 할아버지도 있다.

 측은지심.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마음이라 했다. 옆 사람을 더 많이 안타깝게 생각하며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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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2-02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옆에 올해읽은 책 목록이 너무 길게 늘어지니 좀 골라서 보이게 해야겠다.

또 무척 많은 사람들이 오늘 내게 새댁 첫명절이 힘들겠다며 염려해주셨는데 '좋은 며느리'가 되겠다는 생각이 없어서인지, 그리고 그런 기대를 아직까지 내게 표하는 사람이 내 주변에 없어서인지 암치랑도 않다.

여전히 명절을 연휴로 생각하는 나는 아직 유부녀 모드로 변신을 덜한거 같다 ㅎㅎㅎ

카스피 2011-02-03 22:20   좋아요 0 | URL
ㅎㅎ 며느리로서 첫 설을 맞이하셨네요.기운 내셔용^^

무해한모리군 2011-02-05 09:44   좋아요 0 | URL
아하하 저는 정말 거저 먹는 며느리예요 ^^;;
얄미운 며느리라고나 할까요..
다음엔 좀 뭐라도 해봐야겠어요 ㅎㅎㅎ
 

 무엇이든 6개월만 지나면 옛날 것이 되는 한국이라 저자는 그저 현재를 찍으면 곧 귀중한 기록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오늘날 주변을 찍기 시작했단다. 

 이 책엔 촌동네 판교가 6개월만에 복덕방 골목으로 변모했다 다시 그 몇달후엔 그 길 자체가 흔적없이 사라지는 드라마틱한 사진도 실려있다. 이 국토 곳곳에서 저자의 말대로 한국전쟁때보다 더 많은 건물들이 사라지고 또 생겨나고 있다. 

  

이 책은 쉽게 도시와 콘크리트를 비판하는 책은 아니다. 그저 저자가 보는 도시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자주 가던 종로의, 내가 무척이나 싫어하는 고딕체의 커다란 간판도 그의 사진으로 보니 조금은 낯설다. 거리를 두고 관광객의 시선으로 나의 주거지를 바라본다. 

 

그가 찍은 좁은 앵글속에 십자가가 도대체 몇 개인지 세보기도 하고,  얼마나 뾰족한지 놀라워한다. 성냥갑 아파트들이 산을 배경으로 선 모습을 물그러미 바라본다. 산이 아파트 물결에 밀려나 있는듯 하다. 그러나 저자는 이 사진은 문명비판 같은 것이 아니란다. 비판하기 보다는 무수한 차원으로 대상을 이해하고 싶단다. 왜 북한산이 저 아파트에 밀려나 배경이 되었는지, 한국의 역사, 개인의 관점 등등 모든 차원을 동원해서 이해하려고 시도한다. 원하는 빛과 구도 느낌이 될때까지 긴세월을 들여 사진으로 이해한 북한산을 보여준다. 

 

밀려드는 얘기를 하니 이 사진이 생각났다. 재개발 지역에 홀로 서있는 정육점. 정말 모래가 저 작은 상점을 삼켜버릴 것 같다. 

 

북한산도 아파트 기세에 눌리는 판인데 동대문이 빌딩에 눌린 모습이야 별로 신기할 것도 없는 일이다.  

 

건축가 김수근이 1968년에 세운 세운상가의 내부란다. 놀랍다. 그 남루해 보이는 건물의 내부가 이렇게 밝고 따듯한 느낌일지 몰랐다. 철거가 시작된 건물이니 나는 이 모습을 볼 기회를 잃었다.  
  

위의 사진은 잠실 운동장이다. 그가 찍은 콘크리트들은 마크 로스코의 숭고미를 떠올릴만큼 적막하기도, 다양한 볼륨 , 질감, 운동감으로 살아움직이는듯 하기도 하다. 

점점 숨이 턱턱 막히게 밀도가 높아가는 이 도시에서 저자는 여백을 찾고 싶었단다. 문제는 이 숨구멍들이 재개발이다 뭐다 해서 빠르게 없어져가는데 목구멍이 포도청인 우리는 이곳을 버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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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2-01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소에 보던 도시의 풍경을 사진집으로 보니 색다른 면이 있네요.
그동안 몰랐던 도시의 변화도 알 수 있구요.
설 연휴 잘 보내시고 명절 증후군 조심하세요 ^^

무해한모리군 2011-02-02 00:50   좋아요 0 | URL
제가 많이 다니던 곳인데 정말 새롭게 보였어요.
cyrus님도 즐거운 설 되세요.
아직은 뭐 그런걸 느끼기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