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6개월만 지나면 옛날 것이 되는 한국이라 저자는 그저 현재를 찍으면 곧 귀중한 기록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오늘날 주변을 찍기 시작했단다. 

 이 책엔 촌동네 판교가 6개월만에 복덕방 골목으로 변모했다 다시 그 몇달후엔 그 길 자체가 흔적없이 사라지는 드라마틱한 사진도 실려있다. 이 국토 곳곳에서 저자의 말대로 한국전쟁때보다 더 많은 건물들이 사라지고 또 생겨나고 있다. 

  

이 책은 쉽게 도시와 콘크리트를 비판하는 책은 아니다. 그저 저자가 보는 도시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자주 가던 종로의, 내가 무척이나 싫어하는 고딕체의 커다란 간판도 그의 사진으로 보니 조금은 낯설다. 거리를 두고 관광객의 시선으로 나의 주거지를 바라본다. 

 

그가 찍은 좁은 앵글속에 십자가가 도대체 몇 개인지 세보기도 하고,  얼마나 뾰족한지 놀라워한다. 성냥갑 아파트들이 산을 배경으로 선 모습을 물그러미 바라본다. 산이 아파트 물결에 밀려나 있는듯 하다. 그러나 저자는 이 사진은 문명비판 같은 것이 아니란다. 비판하기 보다는 무수한 차원으로 대상을 이해하고 싶단다. 왜 북한산이 저 아파트에 밀려나 배경이 되었는지, 한국의 역사, 개인의 관점 등등 모든 차원을 동원해서 이해하려고 시도한다. 원하는 빛과 구도 느낌이 될때까지 긴세월을 들여 사진으로 이해한 북한산을 보여준다. 

 

밀려드는 얘기를 하니 이 사진이 생각났다. 재개발 지역에 홀로 서있는 정육점. 정말 모래가 저 작은 상점을 삼켜버릴 것 같다. 

 

북한산도 아파트 기세에 눌리는 판인데 동대문이 빌딩에 눌린 모습이야 별로 신기할 것도 없는 일이다.  

 

건축가 김수근이 1968년에 세운 세운상가의 내부란다. 놀랍다. 그 남루해 보이는 건물의 내부가 이렇게 밝고 따듯한 느낌일지 몰랐다. 철거가 시작된 건물이니 나는 이 모습을 볼 기회를 잃었다.  
  

위의 사진은 잠실 운동장이다. 그가 찍은 콘크리트들은 마크 로스코의 숭고미를 떠올릴만큼 적막하기도, 다양한 볼륨 , 질감, 운동감으로 살아움직이는듯 하기도 하다. 

점점 숨이 턱턱 막히게 밀도가 높아가는 이 도시에서 저자는 여백을 찾고 싶었단다. 문제는 이 숨구멍들이 재개발이다 뭐다 해서 빠르게 없어져가는데 목구멍이 포도청인 우리는 이곳을 버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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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2-01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소에 보던 도시의 풍경을 사진집으로 보니 색다른 면이 있네요.
그동안 몰랐던 도시의 변화도 알 수 있구요.
설 연휴 잘 보내시고 명절 증후군 조심하세요 ^^

무해한모리군 2011-02-02 00:50   좋아요 0 | URL
제가 많이 다니던 곳인데 정말 새롭게 보였어요.
cyrus님도 즐거운 설 되세요.
아직은 뭐 그런걸 느끼기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