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살에 나는 책속 그녀와 정확히 같은 상태였다.
실연을 당했고 술을 진창 마시고 끼니도 줄창 거르다 몸이 안받아줘 잠만 잤다. 그러다 가끔 눈을 뜨면 대학 도서관으로 가 그냥 아무 생각없이 책장을 넘겼다. 책을 읽으러 간게 아니라 서고에 앉아있는게 마음이 편해서였다. 내일 도서관에 가 앉아있으려고 죽지않고 하루를 살아냈다. 참 사소하고 우스운 핑계거리다. 여행길에 나서고 술자리 안주거리로 연애사를 주절거리게 되기까지 몇년. 뭐 아직도 내가 글을 쓸 수 없는건 내 첫사랑이 얼마나 엉망징창이었는지 내안에서 제대로 삭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그 불덩이를 때로 느낀다.

이 소소한 이야기를 넘기며 결코 내가 넘어서지 못했던 잘헤어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어떤것을 읽느냐보다 어떻게 읽어내느냐가 더 중요하다. 책이든 사람이든 진심을 내어 만나고 싶다.

You live only o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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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몇십년전 518 항쟁 이야기도 까마득한 과거로 느껴진다. 거기에 살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완전히 어그러져야 했던 어떤 일이라는 걸 쉽게 잊게 된다.

아비를 자식을 미래를 잃었던 누군가를 떠올려본다. 이유가 무엇이든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깨는 정의 따위는 없다. 전쟁이 언제나 틀린 이유다.

과연 군비확충이 우리에게 평화를 가져다 줄것인가. 역사는 이미 답을 가지고 있다.






사실 누군가와 함께 이고 싶은 것에 이유는 필요없다.. 내가 원한다는 걸 인정할 용기만 필요할 뿐.




지금 세계각지에서 종교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일들이 어떻게 신의 뜻으로 설명이 될까. 그저 우리에게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볼 도리 밖에 없다. 불과 수십년전에 우리는 함께 살아가던 이웃이었는데... 거기에 어떤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여기서부터 미래를 함께 꿈꿀수는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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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령들린 아이와 그 악령을 없애는 구마를 하려는 신부들의 대결을 다룬 영화다. 익숙한 설정이고, 해당 장르의 특성을 그대로 따라간다. 


 매끈하게 잘 만든 상업영화다. 때로 무섭고 가끔은 우스웠으며, 영상은 세련됐고, 세주연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었다. 그리고 모두가 이미 간증했듯 강동원은 잘생겼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제치고 영화의 엔딩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감독이 기독교이겠구나'였다. 이 고통으로 가득한 삶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에 대해 인류가 오랜 기간 갈고 닦은 답중의 하나가 종교다. 그리고 신앙이라는 것은 그 답을 순수히 믿고 따르는 것이다. 


아이를 구하려는 신부의 마음은 자신을 아비처럼 대하던 아이에 대한 사랑, 그리고 아이의 고통에 대한 연민 그 밖에 어떤 것도 없다. 세상의 자신에 대한 더러운 의심, 자신이 속한 교단의 냉대, 술 없이 잠들수 없는 밤을 가져오는 두려움. 세상안에서 그 어떤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저 타인에 대한 넘치는 연민과 사랑을 '신의 이름으로 행'하면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신앙이며, 그 신앙을 한치의 의심없이 행위로 보이는 것이 구마다. 


이 땅에 넘쳐나는 기독교인들에게 영화에 나오는 이 한 구절을 덧붙인다. 장관 청문회와 신문지상에 매일 오르내리는 것은 부정축재, 부당청탁 뿐인 이 때, 세월호 유족들과 백남기 농민과 비정규직 노동자인 이웃들에 대한 사랑과 연민과 기도는 어디에 두었는가 묻고 싶다.


"내 권리는 나의 주님께 있고, 나의 보상은 하나님께 있다 (이사야 49장 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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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6-09-07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구절을 소재로한 찬송을 흑인 성가대가 부르는 것을 본적이 있는데 내 인생 최고의 성가였다. 어찌나 흥겹게 예수가 망령 군대를 무찌르는 것을 노래하던지.

머큐리 2016-09-07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멘...

무해한모리군 2016-09-08 08:45   좋아요 0 | URL
요즘 세월호 음성파일을 듣는데 진짜 절로 기도가 나옵니다... 인간이 어떻게... 네.

순오기 2016-09-08 0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죽하면 기독교를 개독교라 부를까요...ㅠ

무해한모리군 2016-09-08 08:4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순오기님
종교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인간이 죄지.
 
왕과 서커스 베루프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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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세대보다 많은 글에 둘러싾여 살아간다. 아니, 많은 문장이라고 해야 할까. 책은 오늘의 명구로, 기사는 제목만, 블로그는 저물고 인스타그램의 사진 설명구로. 참으로 맥락없는 인상평의 시절이다. 


이 책은 어느 프리랜서 기자가 쓰지 않은 섹시한 소재에 대한 이야기다. 왜 그녀는 쓰지 않았는가.


인간은 신이 아니다. 한정된 사실만을 인지할 수 있고, 그마저도 글이나 말로 옮겨지면 취사선택되기 마련이다. 또 받아들이는 사람에 의해 다시한번 제각기 이해된다. 그러니 내가 뱉은 말이나 글의 영향력을 예상하기란 터무니없이 어려운 일이다.


이 책에 한아이가 기자를 비난한다. 우리나라의 실정도 제대로 모르는 외국기자들이 영유아 사망률이 높다고 말한덕에 아무 호구지책도 없는 길위의 어린이들만 넘쳐나게 되었다고, 또 기자들이 와서 열악한 사업장이 넘친다고 고발해 그 알량한 일자리마저 사라져서, 더 위험한 일로 내몰려 동생들마저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되었다고.


물론 알고 있다. 기자의 기사는 답까지 줄 수는 없다. 그 일은 정치가와 학자 등등 그 사회의 혜택을 누리는 자들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답을 찾아가야 한다. 그러나 대중을 향해 글을 쓴다는 것은 무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기업을 망하게도, 사람 한둘 자살로 모는 것도 어찌보면 크게 어렵지 않다. 


많은 사회에서 기자에게 특별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물을 수 있는 권리'. 우리는 기자들이 최선을 다해 질문을 하고, 답을 확인 했을 것으로보고, 그의 보도가 진실을 담고 있을 것을 기대한다. 


책에 이런 이야기도 있다. 이미 세익스피어가 있고, 미켈란젤로가 있는데 왜 우리는 계속 쓰고 그리는가. 내가 쓰고자 하는 바는 이미 다른 누군가가 수천 수만번 써 놓지 않았는가. 그래도 세상이라 불리는 거대한 퍼즐판에, 찰나를 사는 인간들은 저마다가 발견한 진실의 조각을 제나름의 방법으로 놓아보는 것이다. 우리는 함께 진실에 다가가고 있다.


케나다 신문 일면에 삼성이 노동자들을 일회용품처럼 부리고 있다는 기사가 났다고 한다. (외에 외신 여러곳에 주요하게 실렸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선 전혀 보도되지 않는다. 오히려 출시된 신제품이 폭발이 되서 리콜하는 것을 '통 큰 결정'이며 '사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달라진 삼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찬양기사가 쏟아진다. 핸드폰을 머리맡에 두고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내게는 아찔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흉기를 부주의하게 만들어낸 기업에게 찬사라니 황당할 따름이다. 


나는 기자들이 쓴 책을 좋아한다. 흥미로운 주제를 쉽고 명쾌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그들이 최선을 다해 물어주고, 힘껏 답을 찾으려 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사회에 기자라 불릴 수 있는 자들은 몇이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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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9-05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시발놈들이죠.. 어째 이 리콜이 찬양이 되어 기사를 남발하는 걸 보고 기겁했습니다. 리콜은 당연한 것 아닙니까. 리콜했다고 칭찬을 받다니.. 기가 찰 노릇..

무해한모리군 2016-09-06 12:48   좋아요 0 | URL
도대체 심층기획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기사를 지가 쓰고 읽어나 한번 보는지 궁금하더군요.... 진짜 이젠 화도 안나는 것이 그러려니........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5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불 깔아놓고 아이 잠 재우고 잠시 나갔다가 터져서 집에 불이 났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죠..

무해한모리군 2016-09-06 12:48   좋아요 0 | URL
저도 정말 섬짓하더라구요... 하기는 백혈병으로 사람이 그리 죽어나가는대도 꿈지럭 안하던 인간들인데...
 

<쿠로사키군의 말대로는 되지 않아>는 사람이었으면 딱 한대만 치고 싶다

순정만화 좀! 그런거 심쿵 아니라고!

좋으면 좋다고 말로하지 강제로 끌고가서 키쓰하고,

귀를 깨물거나 느닷없이 백허그 하고 하지 말라고!

여자애는 왕따 당한 상처로 자존감이 없어서 그렇다고 억지로 이해해 보지만

머리가 이상해진 건 아니잖아. 왜 얘가 괴롭혀도 그러려니, 쟤가 안아도 두근 하냐고!


요즘 우리나라의 추세는 안을때 물어보거나 잡고 잠시 상대가 다가올때 까지 기다리는등 동의없는 스킨쉽이 사라져가는 이때! 일본 고삐리들의 폭력적 행태는 가히 놀랍다 놀라워. 


공짜라고 아무 영화나 볼 일이 아님. 

남자아이들은 절대 보지말아야할 유해 영화임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6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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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6-08-26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영화도 국내에서 개봉했나요??

무해한모리군 2016-08-29 10:09   좋아요 0 | URL
btv 단독공개로 개봉한걸로 압니다. 요즘 일본영화들은 그런 식으로 많이 개봉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