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서커스 베루프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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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세대보다 많은 글에 둘러싾여 살아간다. 아니, 많은 문장이라고 해야 할까. 책은 오늘의 명구로, 기사는 제목만, 블로그는 저물고 인스타그램의 사진 설명구로. 참으로 맥락없는 인상평의 시절이다. 


이 책은 어느 프리랜서 기자가 쓰지 않은 섹시한 소재에 대한 이야기다. 왜 그녀는 쓰지 않았는가.


인간은 신이 아니다. 한정된 사실만을 인지할 수 있고, 그마저도 글이나 말로 옮겨지면 취사선택되기 마련이다. 또 받아들이는 사람에 의해 다시한번 제각기 이해된다. 그러니 내가 뱉은 말이나 글의 영향력을 예상하기란 터무니없이 어려운 일이다.


이 책에 한아이가 기자를 비난한다. 우리나라의 실정도 제대로 모르는 외국기자들이 영유아 사망률이 높다고 말한덕에 아무 호구지책도 없는 길위의 어린이들만 넘쳐나게 되었다고, 또 기자들이 와서 열악한 사업장이 넘친다고 고발해 그 알량한 일자리마저 사라져서, 더 위험한 일로 내몰려 동생들마저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되었다고.


물론 알고 있다. 기자의 기사는 답까지 줄 수는 없다. 그 일은 정치가와 학자 등등 그 사회의 혜택을 누리는 자들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답을 찾아가야 한다. 그러나 대중을 향해 글을 쓴다는 것은 무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기업을 망하게도, 사람 한둘 자살로 모는 것도 어찌보면 크게 어렵지 않다. 


많은 사회에서 기자에게 특별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물을 수 있는 권리'. 우리는 기자들이 최선을 다해 질문을 하고, 답을 확인 했을 것으로보고, 그의 보도가 진실을 담고 있을 것을 기대한다. 


책에 이런 이야기도 있다. 이미 세익스피어가 있고, 미켈란젤로가 있는데 왜 우리는 계속 쓰고 그리는가. 내가 쓰고자 하는 바는 이미 다른 누군가가 수천 수만번 써 놓지 않았는가. 그래도 세상이라 불리는 거대한 퍼즐판에, 찰나를 사는 인간들은 저마다가 발견한 진실의 조각을 제나름의 방법으로 놓아보는 것이다. 우리는 함께 진실에 다가가고 있다.


케나다 신문 일면에 삼성이 노동자들을 일회용품처럼 부리고 있다는 기사가 났다고 한다. (외에 외신 여러곳에 주요하게 실렸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선 전혀 보도되지 않는다. 오히려 출시된 신제품이 폭발이 되서 리콜하는 것을 '통 큰 결정'이며 '사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달라진 삼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찬양기사가 쏟아진다. 핸드폰을 머리맡에 두고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내게는 아찔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흉기를 부주의하게 만들어낸 기업에게 찬사라니 황당할 따름이다. 


나는 기자들이 쓴 책을 좋아한다. 흥미로운 주제를 쉽고 명쾌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그들이 최선을 다해 물어주고, 힘껏 답을 찾으려 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사회에 기자라 불릴 수 있는 자들은 몇이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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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9-05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시발놈들이죠.. 어째 이 리콜이 찬양이 되어 기사를 남발하는 걸 보고 기겁했습니다. 리콜은 당연한 것 아닙니까. 리콜했다고 칭찬을 받다니.. 기가 찰 노릇..

무해한모리군 2016-09-06 12:48   좋아요 0 | URL
도대체 심층기획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기사를 지가 쓰고 읽어나 한번 보는지 궁금하더군요.... 진짜 이젠 화도 안나는 것이 그러려니........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5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불 깔아놓고 아이 잠 재우고 잠시 나갔다가 터져서 집에 불이 났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죠..

무해한모리군 2016-09-06 12:48   좋아요 0 | URL
저도 정말 섬짓하더라구요... 하기는 백혈병으로 사람이 그리 죽어나가는대도 꿈지럭 안하던 인간들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