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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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란 과거의 충격인 사건이 현실에서 계속해서 반복해서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트라우마는 주로 죽음이나 성적인 것과 관련되어 있다.

우리는 그 죽음과 성적인 것은 밑낯을 보기를 꺼려해서 그것을 덮어둔다.

그런 일이 없었던듯이 기억에서 잊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트라우마는 불청객처럼 밤에 꿈으로, 또는 갑작스러운 이미지로 우리에게 나타난다.

트라우마는 우리 안에서 자신의 자아와 끊임없는 싸움을 걸어온다.

계속해서 우리의 자아를 침범해 자신의 영역 속으로 넣고 싶어한다.

결국 트라우마와의 싸움에서 지는 사람은 그 트라우마에 잠식되어, 평생을 그 트라우마의 노예로 살게된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은 모두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고, 그 트라우마와 외면하거나 싸우는 사람이다.

 

 

해리 홀레.......

얼마 전 [네메시스]라는 작품을 2미터 장신의 매력적인 노르웨이의 형사를 만났다.

겉보기와 달리 그는 알콜중독에 시달리며 끊임없이 자신 안의 어둠과 싸우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사건의 해결을 위해 몸부림치며 달려간다.

이 매력적인 주인공에 대해 더 알고 싶어 그의 탄생을 다루고 있는 해리 홀레 시리즈의 첫 작품인 [박쥐]를 읽게 되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이 책에는 해리 홀레를 잡고 놔주지 않는 그의 어두운 과거를 이야기 해 주고 있다.

그는 한 때 알콜 중독에 빠져있었고, 동료들의 비호 속에 형사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술에 취해 자동차로 범인을 쫒던 중 사고로 인해 옆의 동료를 죽게 한다.

경찰서에서는 해리를 보호하기 위해 죽은 동료가 운전한 것으로 사건을 포장한다.

결국 해리는 동료를 죽이고서도 표창까지 받고 경찰로 복귀한다.

그러나 그의 안의 어두운 과거는 끊임없이 그를 괴롭히고, 알콜이라는 이미지로 그를 놔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그 어두운 과거와 싸우기를 결정한다.

 

그 후로 몇칠간 해리는 모든 감정과 한꺼번에 맞붙어 싸우는 건 결코 좋은 전략이 아니라는 걸 깨우쳤다. 첫째, 그는 스스로 어떤 감정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어쨌든 전체적인 그림을 모르는 상태였으므로 생전 본 적이 없는 괴물과 맞붙어 싸우는 기분이었다. 둘째, 이길 가능성을 높이려면 소규모 전투로 쪼개서 어느 정도 적을 파악하고 적의 약점을 알아낸 다음 서서히 무너뜨려야 했다. 파쇄기에 종이를 넣는 것과 같았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집어 넣으면 기계가 공황상태에 빠져 기침을 하고 쾅쾅거리다 먹퉁이 된다. 결국, 다시 시작해야 했다. P 388

 

 

이 책에서는 이런 어둠을 간직한 노르웨이 형사가 조금은 엉성한 모습으로 시드니 공항에 내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얼마전 '잉게르 홀테르'라는 금발의 노르웨이 여성이 목에 졸린채 변사채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호주 수사국과 공조수사를 하기 위해 시드니에 파견된 것이다.

그를 맞는 사람은 또 하나의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는 애버리진이라 불리는 호주 원주민 출신의 형사 '앤드류 켄싱턴'이다.

 

호주는 계속해서 원주민들을 학대했고, 그에 대한 나름대로 보상책으로 1950년대부터는 원주민 아이들을 강제로 입양시키거나 고아원에 보내 현대식 교육을 시켰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대부분 정체성을 찾지 못해 자기 파멸의 길로 접어 들었다.

앤드류는 그 파멸의 과정을 극복하고 훌륭한 형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둘은 수사를 하면서 죽은 잉게르의 사진 속에 남자 친구이자, 마약상인 '에반스 화이트'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그런데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앤드류는 애버리진 친구인 '오토'와 '투움바'를 소개한다.

오토는 동성애자로 서커스 무대 연극을 하고, 투움바는 앤드류를 아버지처럼 따르는 촉망받는 권투선수이다.

그냥 지나가는 인물로만 생각하던 두 사람이 나중에 사건을 푸는 결정적인 열쇠가 된다. (그 이상은 스포가 됨으로 생략.)

 

또한 수사의 과정에서 죽은 잉게르의 친구인 빨간머리의 아름다운 스웨덴 여성인 비르키타를 만난다.

해리와 비르키타는 곧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비르키타는 해리의 어두운 과거를 들어주며 그의 상처를 어루만져 준다.

그럼에도 해리는 끊임없이 과거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거나, 헤어진 여인인 환영에 시달린다.

 

단순한 강간 살인으로 알았던 사건은 결국 금발의 여인만을 노리는 연쇄살인범 사건으로 확대되고, 그 과정에서 범인으로 지목했던 에반스는 완벽한 알리바이를 제시한다.

또한 오토가 살해를 당하고, 앤드류까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해리를 앤드류가 범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결국 무리한 수사로 비르키타까지 해리를 떠나게 되자, 해리는 다시금 알콜에 빠져서 바닥으로 떨어지게 된다.

 

 

처음 이 소설을 읽을 때는 호주의 환경과 관광지, 그리고 호주 원주민의 전설이나 과거 등을 소개하는 글이 많아서 스토리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작가의 처녀작의 한계인가?라는 생각이 들무렵, 소설은 조금씩 속도를 내어가고, 중간부분부터는 주체할 수 없는 몰입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그렇지만, 이 책도 끝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져지 않고, 몇 번의 반전이 계속된다.

호주의 주변 환경과 원주민의 전설, 해리의 어두운 심리 등을 완벽하게 엮어서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작가의 솜씨에 감탄을 했다.

첫 소설을 이렇게 섰다는 건 작가가 천재라는 말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 소설은 단순히 스토리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이나 상황, 인물의 심리까지 완벽히 묘사를 해 나간다.

소설에서 해리가 자신의 연인인 비르키타를 상자 해파리에 비유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얼마 후 죽은 비르키타의 모습을 해파리의 모습으로 묘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두 묘사가 하나의 연결점을 이루며 섬뜩한 미학으로 다가올 때, 작가의 묘사력에 혀를 내둘렀다.

 

 

"넌 무슨 해파리처럼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흩날려...... 내 얼굴까지 (P353)"

 

지금 해리는 달리는 찬 안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눈을 감자 그가 바닷속을 들여다보면서 물속에서 대형 해파리를 닮은 무언가가 밧줄에 매달려서 밧줄을 끌어당길 때마다 빨간 촉수를 오므리고 멈추었다가 촉수를 다시 쫙 펼쳐서 새로운 영법을 선보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이 선명했다. 수면에 이르자 촉수가 부채꼴로 퍼지면서 물속의 벌거벗은 하얀 몸뚱이를 가리려 했다. 밧줄이 그녀의 목을 휘감았고 생명이 빠져나간 육체는 이상할 정도로 낯설고 해리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P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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