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브레스트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3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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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남들에게 말하기 꺼려하는 크고 작은 아픔들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 아픔들이 들어나지 않게 가슴 깊은 곳에 꼭꼭 싸메어 두지만, 그 아픔들은 때로는 예기치 못하게 튀어나온다.

사람과의 대화에서, 일상적인 삶에서, 꿈에서, 그리고 때로는 가학적인 행동이나 범죄같은 최악의 상황으로...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이런 어두운 아픔들을 대면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아픔들은 단순히 개인의 가슴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역사에도 골짜기, 골짜기마다 이런 아픔들이 있다.

어느 민족이든지 그들의 역사 골짜기에는 타국인들이 모르는 어두운 아픔들이 숨겨져 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이 아픔들이 튀어 나올 때가 있다.

그때 우리는 이 역사의 아픔들과 어떻게 대면해야 할까?

 

이제는 한국에서도 유명인이 된 노르웨이의 '해리 홀레' 시리즈의 작가 '요네스뵈'가 이번에는 노르웨이의 어두운 역사를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읽은 해리홀레 시리즈는 알콜중독자이자, 사고로 동료를 죽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해리의 어두운 내면을 잘 묘사하고 있었다.

해리 홀레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자, 오슬로 삼부작의 첫 번째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 [레드브레스트]는 다른 작품과는 달리 해리의 어두운 내면 대신 노르웨이의 어두운 역사를 이야기 한다.

 

 

이 소설은 다른 두 시간대와 장소에서 번걸아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첫 번째는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두고 있는 20세기의 마지막 해인 1999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노르웨이는 어수선하고, 신나치주의자들의 폭행과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

형사 홀래는 새로 파트너가 된 엘렌이라는 여성 형사의 보살핌?을 받으며 형사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해 가고 있다.

그는 미국 대통령 경호에 배치되었다가 미국 경호원을 쏘는 실수를 저지르고, 그 실수를 덮으려는 윗선의 배려로 국가정보국에 근무하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매르클린 라이플'이라는 소총이 암거래상을 통해 노르웨이로 반입된 정보를 입수한다.

'매르클린 라이플'은 사냥용으로 개발되었으나, 왠만한 방탕복 정도는 그냥 통과해 버리는 놀라운 파괴력으로 인해 300정만 생산되고 판매가 금지 되었다.

그리고 생산된 대부분의 총은 고가에 살인청부업자나 테러단체들에게 거래되고 있었다.

해리는 이 총이 무언가 불순한 의도로 구입된 정황을 파악하고, 이 총을 누가 구입했는지에 쫒는다.

해리는 이 총을 판매한 무기상을 만나 한 노인이 자신도 한 때 독일의 '젠하임'이란 곳에 거주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젠하임'은 2차 세계대전때 독일군에 입대한 노르웨이 병사들이 훈련을 받던 장소였다.

해리는 과거의 '젠하임'에서 훈련 받은 과거 노르웨이 병사들을 조사하며 범인을 추적한다.

 

 

두 번째는 2차 세계 대전이 한참인 1942년 치열한 소련의 동부 전선에서 소련군과 대치하고 있는 노르웨이 진지에서 시작된다.

이들은 독일군에 자원입대한 노르웨이 병사로서 히틀러가 스탈린과 공산주의를 물리쳐 줄 것으로 기대하고 전쟁에 임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쟁은 점점 불리하게 전개되고, 노르웨이 병사들은 참혹하게 죽어만 간다.

그 곳에서 '다니엘 구데손'이란 인물은 명사격 실력과 대담함으로 노르웨이 군대에서 영웅 취급을 받는다.

그리고 그를 존경하는 '구드브란 요한센'과 그를 시샘하는 '신드레 피우케'도 함께 근무하고 있다.

전쟁 중 소련군의 저격으로 다니엘은 죽고, 그 후 진영에 떨어진 수류탄으로 나머지는 부상을 당하고 후송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오스트리아의 한 병원에서 '우리야'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결국 이야기는 우리야가 유력한 범죄자이며, 그가 다니엘인지, 구드브란인지, 신드레인지를 계속해서 묻는다.

그리고 계속되는 반전으로 그가 누구인지는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밝혀진다.

 

소설이 전개되면서 노르웨이의 어두운 역사가 드러난다.

당시 독일의 군국주의와 소련의 공산주의에 동시에 위협을 받던 노르웨이는, 독일에 점령을 당하자 이 것이 오히려 소련의 침공을 물리치는 기회로 여긴다.

그로인해 1만명 이상의 많은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독일 군대에 입대해 소련과 싸우게 된다.

전쟁이 끝난 후 노르웨이 왕가와 정치자가들, 그리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자신들이 끝까지 독일의 제국주의와 맞서 싸웠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들을 매국노로 몰아 재판을 받게 한다.

요네스뵈는 소설을 통해 당시 대부분의 노르웨이의 사람들이 독일을 지지했고, 소련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대의에 동참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후 노르웨이의 역사는 소련의 동부전선에서 싸웠던 노르웨이의 병사들을 어두운 역사의 계곡 속에 묻었다.

그리고 그 계곡 속에 묻힌 한 노병이 죽기 전에 마지막 대의를 위해 메르클린 소총을 들고 나타난다.

 

 

개인의 어두운 내면만을 그리던 작가가 노르웨이 역사의 어두운 면을 그려내는 솜씨 또한 일품이다.

대부분의 스릴러는 읽는 순간 무척 흥미를 가지고 읽지만, 읽은 후에는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요네스뵈의 소설은 읽은 후에도 계속 무언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주인공 해리뿐만 아니라 범죄자에 대해서도 연민을 가지게 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소설은 더 범죄자에게 연민을 느끼게 한다.

그 시대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그것이 나라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어쩌면 변명처럼 들리는 이야기일수 있지만, 그래도 그들의 아픔을 끝까지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어두운 내면 역시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듯이, 아픈 역사 역시 자신의 역사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역사'라는 주제로 인해 뒤숭숭한 시점에서 매우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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