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메시스 - 복수의 여신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4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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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융이라는 심리학자는 우리 인격이 '페르소나'와 '섀도우'로 나누어진다고 말했다.

페르소나란 외적으로 보여지는 '나'이다.

자신의 사회적인 지위나 사람과의 관계에 걸맞게 보여지도록 만들어진 '나'이다.

섀도우란 페르소나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페르소나 속에 숨겨져 있는 인간의 어두운 자아를 의미한다.

융은 사람들은 누구나 페르소나 속에 어두운 섀도우적인 자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 페르소나와 섀도우가 너무나 커다란 격차를 보일 때이다.

이 경우 한 인격 안에 서로 다른 자아를 격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말한다.

 

요네스뵈가 창조한 해리 홀레라는 형사를 접하면서 오랜 전에 읽어 이제는 정확한 개념도 떠오르지 않는 융의 페르소나와 섀도우가 생각이 났다.

2미터의 장신에 비교적 미남이며, 경찰에서도 뛰어난 수사관으로 인정받은 해리 홀레 반장, 이제 라켈이라는 아름다운 여성과 행복한 가정까지 가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자신 안에 존재하는 어둠에 끌려 다닌다.

알콜중독에 시달리며, 옛 애인을 만나고, 범죄자와 손을 잡고 다른 범죄자를 쫓는다.

안타깝게도 해리홀레 시리즈는 이 책이 처음이다.

그래서 해리 안에 있는 그 어둠의 실체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직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원래 형사 시리즈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어떤 시리즈물을 읽을 때는 1권부터 정독하는 어설픈 완벽주의적 기질을 가지고 있어서 섯불리 형사 시리즈물에 손을 대지 않는다.

그러나 디자인에 끌려서 해리홀레 시리즈 중 몇 권을 구입하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아직도 책을 구입할 때 고려 조건에 디자인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거이 일 년 가까이 해리 홀레 시리즈 몇 권을 묵혀 두었다가 연말에 드디어 책장을 열게 되었다.

 

 

이 책은 두 가지 사건을 동시에 다루고 있다.

하나는 오슬로에서 일어난 은행강도 사건이다.

은행강도는 거이 완벽에 가까운 범죄를 저지른다.

다만 '스티네'라는 점원을 망설힘 없이 총으로 쏴서 죽이고 간다.

이유는 지점장이 25초 안에 돈을 꺼내지 않았다는 이유뿐이었다.

 

이 사건을 해결하던 홀래는 우연히 오래 전 애인이었던 '안나'라는 여성을 만난다.

그녀의 집까지 찾아간 그는 그녀의 방 안에서 '네메시스'라는 복수의 여신의 이름을 가진 세 명의 이미지가 그려진 작품을 보게 된다.

어느 날 저녁 홀래는 안나의 집에 초대받는다.

그 다음날 아침 지독한 숙취에서 깨어난 그는 전 날 저녁의 기억이 없다.

그리고 곧 안나는 오른 손에 총을 들고 자살한 시체로 발견된다.

그녀가 왼손잡이라는 것은 그만이 알고 있지만 그는 자신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을 숨기고 범인을 쫓는다.

 

이 과정에서 '라스콜'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전설적인 은행강도이지만 스스로 경찰에 잡혀서 형무소에서 복역 중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가 지금도 형무소 안에서 모든 은행강도를 설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죽은 안나의 작은 아버지이다.

홀래는 라스콜에게 은행강도가 누구인지 알려 주는 조건으로 안나의 진짜 살인범을 잡아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하지만 이미 안나의 집에 갔을 때 해리 안에 있는 어두운 자아는 자극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라스콜이라는 인물을 만나면서 그는 점점 그 어두운 자아에 끌려 무리한 수사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완벽한 덧에 걸리게 된다.

 

 

 

네메시스라는 책은 홀래 시리즈의 첫 권도 아니고, 흔히 이야기하는 오슬로 시리즈 3권 중에 가운데에 해당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리 홀레 시리즈의 처음을 단지 표지와 제목에 이끌려 네메시스라는 작품으로 시작했으니 당연히 앞의 내용을 모르는 상태이다.

또한 6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인해 내용의 전체를 한 눈에 보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느낌은 마치 격력한 격투기 경기를 본 느낌이었다.

초반 탐색전은 조금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

단지 지루함이 생길 정도가 되면 몇 번의 펀치를 주고 받으며 몇 라운드를 넘겼다.

그러나 책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격렬한 난타전이 이어진다.

보통 훌륭한 스릴러는 마지막에 멋진 반전이 한 번 나타난다.

그 훌륭한 반전을 만들기 위해 갑작스러운 비약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 책은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몇 번의 반전이 연속해서 나타난다.

그런데 그 반전들이 모두 앞에서 언급한 암시들을 바탕으로 완벽한 조합을 이룬다.

스릴러로서는 거이 완벽에 가까운 플롯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다만 그 플롯이 너무나 방대하고, 정교해서 나같이 처음 홀래 시리즈를 접하는 사람에게 조금 어리둥절하다.

이 책을 다 읽은 후 서둘러 해리홀레 시리즈의 첫 권인 [박쥐]를 구입했다.

처음부터 해리홀레를 읽어가며 해리 홀레 라는 인물을 탐구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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