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컨피덴셜 판타스틱 픽션 골드 Gold 1
제임스 엘로이 지음, 나중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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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동안 읽고 싶어했던 소설이다.

비록 오래된 영화이지만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워낙 인상 깊게 봤던 기억이 있다.

막상 소설로 접하니 쉽지만은 않았다.

우선 엄청난 분량이다.

장르소설치곤 700페이지나 되는 분량이 만만치가 않다.

읽는데 가장 힘든 부분은 수없이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거이 100여명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 같은데...

어떤 때는 이름으로 불렀다가...

어떤 때는 성으로 불렀다가...

어떤 때는 별명으로 부른다.

나중에는 누가 누구인지도 헛갈릴 정도로 이름들이 나열되면서 머리가 아파진다.

예를 들면 잭 빈센즈 형사를...

잭라고 불렀다가

빈센즈라고 불렀다가

별명인 쓰레기통으로 불렀다가

잭 브이라고도 부른다.

등장인물 몇 십 명을 이런식으로 부른다.

이름 외기도 힘든데...

그러니 맥락이 잡히지 않고...

몰입감 있게 읽기가 어려웠다.

오죽하면 나름대로 등장인물을 적어가며 읽었지만...

나중에는 적을 공간이 부족해 포기했다.

 

 

 

하지만 소설의 구성만은 칭찬해 주고 싶다.

전후 LA의 어두운 배경으로 타락한 인물들 속에서 나름대로의 정의를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주인공들의 삶과 내면이 너무나 잘 표현된 소설이다.

 

이 소설은 많은 등장인물 중에서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첫 번째 인물은 버드 화이트라는 형사이다.

소설에서는 단순무식, 그 자체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어머니를 구타하고 살해한다.

버드는 아버지를 죽이기 위해 찾지만 아버지는 살아지고 없다.

대신 그는 여성들을 구타하거나 강간한 범인들을 찾아 체포한다.

단순히 체포만 하는 것이 아니다.

폭력과 협박을 통해 다시는 여성을 구타하지 못하도록 하고, 심지어는 아무런 죄책감없이 강간범을 살해하기도 한다.

 

두 번째 인물은 에드 엑슬리이다.

초반부에서는 교활하고 출세지향적인 인물로 나오나 갈수록 인간적인 면과 나름대로 정의감을 가진 인물로 나온다.

그는 유명한 형사인 아버지 프레스톤 엑슬리와 경찰학교 수석졸업생인 형 토머스 엑슬리의 그늘 속에서 성장했다.

그는 아버지와 형을 뛰어넘는 위대한 형사가 되고 싶어하나...

고지식하고 소심한 성격으로 인해 어려워한다.

그는 2차세계대전에 참가해서 거짓 진술로 전쟁영웅행세를 하고...

밤부엉이 사건의 용의자들을 비무장한 상태에서 살해해서 영웅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세 번째 인물은 잭 빈센즈이다.

잭은 버드와 에드의 중간적인 인물이다.

적당히 정의감도 있고,

적당히 타협한다.

그는 마약을 미워하며 마약범들을 가혹하리만큼 체포한다.

그러나 사실 그는 마약중독자이고...

그 중독으로 무고한 시민을 살해한 아픈 과거가 있다.

그 과거를 아는 기자인 시드 허진스와 검사인 엘리스 로우의 잔심부름을 하며 자신만의 이득을 챙긴다.

 

줄거리는 크게 세 단계로 흘러간다.

사소한 사건들이 뒤에서 모두 연결이 되며 마치 완벽한 퍼즐을 맞추는 구조로 되어 있다.

 

첫 번째 사건은 '유혈의 성탄절 사건'이다.

버드의 동료 스텐슬랜드가 주축이 되어 LA형사들이 성탄절날 유치장에 들어가 경찰을 살해한 죄수들을 폭행한 사건이다.

이 사건을 에드 엑슬리가 밀고하면서...

에드 엑슬리는 출세하고...

스텐슬랜드는 감옥에 가게 된다.

그리고 출옥 후 건달들과 어울리다가 은행강도 사건에 연류되 사형으로 죽게 된다.

이로 인해 버드는 에드에게 뼈에 사무치는 원한을 가지게 된다.

 

두 번째 사건은 밤부엉이 사건이다.

밤부엉이라는 클럽에서 여섯 명의 남녀가 총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된다.

용의자로 흑인 세 명이 검거되고....

그들이 자백하지 않은 상태에서 탈옥을 하다가 에드 엑슬리에 의해 살해 당하다.

결국 사건은 흑인들의 범행으로 일단락 되고,

에드 엑슬리는 출세하고 영웅이 된다.

 

세 번째 사건은 밤부엉이 사건이 다시 조명되는 것이다.

밤부엉이 사건은 버드 화이트와 에드 엑슬리, 잭 빈센즈 세 명이 각 자 수사를 하면서 세 명은 각 자 자신만이 아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 낸다.

그럼에도 셋은 대립하는 관계이기에 정보를 공유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 사건의 배후에 LA경찰의 실세인 더들리 스미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셋은 함께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한다.

 

 

소설은 무척 어두운 배경을 가지고 있다.

1950년대의 LA 뒷골목...

살인사건, 강간사건, 마약사건이 일어나고...

형사들도 수사를 위해 폭력이나 협박을 일삼는다.

제임스 엘로이가 만들어낸 세 명의 형사들...

우리가 흔히 아는 수사반장의 정의로운 형사들이 아니여서 우리는 당혹스럽다.

형사가 마약을 하고...

뒷 거래를 하고...

범인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살해한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나름대로 추구하는 정의가 있다.

결국 이 세 명의 형사는 제임스 엘로이의 또 다른 자아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의 다중인격처럼...

어두운 과거를 살았던 제임스 엘로이가 소설에서 만들어낸 자신의 자아들이다.

그리고 자신이기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되지 않고...

그들의 행위를 나름대로 정당화 한다.

정당화라는 말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처럼 묘사한다.

세 인물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정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제임스 엘로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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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볼 밀리언셀러 클럽 106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남희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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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노 나쓰오의 '부드러운 볼'.......

그녀의 작품은 처음 접했고, 그래서 가장 대표작이라는 '부드러운 볼'이라는 작품을 택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의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당혹스러움'이었다.

이 소설은 뭐지?

 

이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지배하는 것은 '절망'이었다.

먼저 주인공인 카스미는 일본의 최북단 홋카이도의 한 바닷가 마을에서 자랐다.

그녀는 그 황량한 바닷가 바람이 싫었고...

그 바람이 가져다 주는 절망감이 싫었다.

결국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부모를 버리고 고향을 떠난다.

그리고 도쿄에 와서 살기 위해 발버둥친다.

그러다가 디자인 하청회사로 들어가고...

열 살 많은 남편 미치히로를 만난다.

그녀는 유카와 리사라는 두 딸을 낳고 어느 정도 안정을 누리지만...

또 다시 고향 바닷가에서 느꼈던 알 수 없는 절망을 느낀다.

그리고 고향에서 도망치던 것과 같은 마음으로 가정에서 벗어나 이시야마라는 남자와 불륜을 저지른다.

 

이시야마의 가정과 카스미의 가정이 함께 훗카이도의 별장으로 여행을 가면서 그녀는 다시금 훗카이도로 돌아온다.

그 곳에서 그녀의 분신과 같은 첫째딸 유카를 잃는다.

유카의 유괴로 인해 이시야마 가정도 파괴되고, 카스미의 가정도 파괴된다.

그 후 유카를 우쓰미라는 전직형사를 만나 훗카이도에서 유카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 그녀가 떠난 고향의 바닷가로 돌아온다.

 

카스미라는 여주인공의 배경색은 절망이라는 색깔이다.

그리고 이 절망이라는 색깔은 카스미의 고향 훗카이도의 시골 바닷가의 색깔이다.

이 추운 겨울 바닷가 색깔인 절망이라는 배경색은 항상 카스미를 쫓아다닌다.

고향을 떠났을 때도, 도쿄에 왔을 때도, 가정을 이루었을 때도, 이스미와의 관계에서 육체적 쾌락에 빠졌을 때도, 딸을 잃었을 때도...

그리고 그 절망의 배경색은 다시금 카스미를 훗카이도 시골의 바닷가로 불러온다.

이 소설에서 카스미는 자신의 배경색인 절망으로 부터 도망치고자 몸부림치다가 그것에 순응하고 자신의 색깔을 받아들인다.

절망이 그를 다시금 고향 바닷가로 부른다.

 

카스미가 유카를 잃고 4년 후에 다시금 훗카이도에서 만나 전직 형사 우쓰미의 배경색깔도 절망이다.

우쓰미는 형사로서의 성공만을 위해 달려온 사람이다.

그러다가 암이 걸리고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

그는 자신의 육체에 찾아 온 죽음과 함께 유키를 찾는 일에 시간을 보낸다.

유키를 찾으러 다닐 수록 카스미의 절망과 자신의 육체의 절망이 동일시된다.

 

 

소설을 읽은 내내 마음이 어두워졌다.

절망적인 여자와 절망적인 남자...

딸을 잃은 여자의 절망이 가슴으로 느껴진다.

자신의 죽어가는 육체를 끌고 다니는 남자의 절망이 가슴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그 절망을 벗어날 방버은 어디에도 없다.

딸을 찾을 방법도, 죽어가는 육체를 살릴 방법도...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를 절망 속으로 던진다.

그리고 자신을 절망 속으로 던질 수록 평안함을 느낀다.

 

이 소설은 마치 인생을 절망 속에 내던지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그것이 정답은 아닐텐데...

다른 길이 있을 텐데...

아무리 미화해도 결국은 자신의 인생을 절망 속에 내 던지는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미화되지 않을텐데....

 

저자도 이런 반론을 아는지...

소설 내내 글로서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럼 다른 방법이 있어?

다른 방법이 있으면 찾아봐?

유카를 찾아봐?

죽을 병에서 살아날 방법을 찾아봐?

유카는 영원히 찾을 수 없단 말야!!

죽을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단 말야!!

그리고 심술궂게 끝내 유카를 찾을 수 없게 만든다.

심지어는 그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소설을 끝맺는다.

정말 심술궂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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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dhrg 2023-03-18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요한 내용이 스포 돼 있는 게 너무 심술맞다
 
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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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부터 영화와 소설에 대한 홍보를 계속해서 들었다.

원래 추리소설과 같은 책을 읽을 때는 그 책에 대한 서평이나 그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보지 않는다.

그러면 책의 감동이 사라진다.

이 책도 구입하고 그렇게 읽으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방심을 하다가...

여유로운 토요일날....

늦은 아침 식사를 하면서 텔레비젼을 보다가 그만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 소개를 보게 되었다.

텔레비젼 화면을 통해...

아내가 잘 나가는 알파걸이라는 것...

남편에게 불만이 있어서 스스로 숨었다는 것...

남편이 인터뷰에서 웃는 실수등으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다는 것....

남편이 쓰지도 않는 신용카드로 산 물건들을 창고에서 발견하는 것....

그리고 아내가 다시 남편에게 돌아가기 위해 결혼 전의 남자 친구 집에서 스스로 학대 당하는 모습을 꾸미는 장면을 보고 말았다.

그때부터 이 책을 읽을 의욕이 뚝 떨어졌다.

하지만 다시금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의 치밀한 구성과 반전에 놀라기 시작했다.

 

이 소설이 놀라운 것은 단지 추리소설로서의 구성과 반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금융위기 이후 몰락한 미국 중산층의 삶을 너무나도 잘 표현해 준다.

잘 나가던 뉴요커부부가 미국 뉴저지라는 촌동네에서 겪는 문화적 충격...

도시의 대형마트와 공장들을 문을 닫고...

부랑자들은 넘처냐고...

실업자가 된 남편은 여러 가지 압박을 느끼고...

그 상황에서 드러나는 아내는 어둡고 음침한 자아...

후반부로 갈수록 계속되는 반전과 괴기스럽기까지 한 아내의 심리묘사는 대단했다.

21세기에 도스트옙스키가 미국에서 태어나 여자로 소설을 쓴다면 길리언 플린처럼 소설을 쓸 거라는 생각이든다.

 

 

소설은 각각 남편과 아내의 관점을 반복하며 전개된다.

특히 아내의 시각은 일기장을 통해 보여준다.

소설 전반부에서 남편 닉은 전형적인 미국형 남편으로 묘사된다.

그는 톰소여의 모험의 배경이 된  미주리 미시시피강 출신이다.

시골 출신이였지만 뉴욕에서 잡지사 작가로 성공을 하고 지금의 아내 에미미와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금융위기와 인터넷문화의 확산으로 인해 직장을 잃고...

암으로 투병하는 어머니를 간호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공향 미주리로 내려온다.

겉으로 보기에는 유머스럽고 자상한 남편이지만...

그는 어린시절 폭력적이고 거친 말투와 조급한 성격의 아버지밑에 자랐다.

그래서 아버지를 싫어하고, 자신이 아버지처럼 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면서도 아버지처럼 조급하고, 신경질절이고, 폭력적이며, 현실의 문제를 피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 내면을 감추며 살지만 결혼 중에 그것이 드러난다.

 

아내 에미미는 전형적인 알파걸이었다.

(이 책에서 알파걸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해서 의미를 찾아보니 쉽게 이야기에서 잘나가는 여학생이라는 의미였다.)

그의 부모님의 어렸을 때부터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소설 시리즈를 써서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그 소설의 주인공은 에이미 본인이였다.

그러다보니 그녀는 어디에서나 주목을 받고 인기를 받았다.

실제로 그녀는 뛰어난 미모와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닉을 사랑하고 결혼을 했다.

부모님은 그녀에게 뉴욕의 집과 넉넉한 돈을 물려줬고 그녀는 남부럽지 않게 뉴욕커로 살았다.

그러나 남편의 실직으로 인해 미주리로 내려오고 끔찍한 결혼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어느날 에이미가 사라지게 된다.

당연히 범인으로는 남편 닉이 지목된다.

그리고 빠져나올 수 없게 하는 증거들이 발견된다.

결정적으로 닉에게는 일 년 전 부터 만나던 20대초반의 순종적이고 매력적인 여성이 있었다.

 

처음 소설을 읽다보면 예상과 다르게 에이미에 대해 동정이 간다.

자기밖에 모르던 여성이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서 그 남자에게 맞추어가려는 전형적인 순애보적인 일기가 적혀져있다.

때로는 철이없고, 현실감각이 없지만..어쩐지 사랑스러운 여성...

남편의 갑자기 냉랭해지는 태도로 인해 근심하는 여성...

 

그런데 소설 중반부부터 반전이 나온다.

우리가 알던 에이미는 없었다.

그것은 모두 가면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겉잡을 수 없이 소설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다.

 

 

우선 이 소설의 탁월한 점은 지금 미국의 중산층들이 겪는 위기를 너무 잘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기와 제조업들의 몰락...

그로 인해 생기는 실직자들과 미국인들의 절망을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다.

실직한 남자의 압박감과 위기감까지...

 

또 현대여성의 심리를 너무 잘 표현한다.

항상 남에게 돋보이고 싶어 하고...

자신이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심리...

 

그런데 중반부부터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간다.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그런데 그 사이코패스가 완벽하다.

상황을 통제하고 언론을 조정하다.

그리고 그 사이코패스에게 조정되는 사람과 언론들...

현대미국의 언론식 재판을 비판하면서도 섬뜩한 한 여인의 내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여인을 만든 부모와 세상...

 

 

미국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하는 것은...

현대 미국에서는 더 이상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추리소설을 통해 미국의 사회상, 내면의 심리묘사 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읽을 만한 틀을 가지고 나온다.

그리고 그 틀 속에 사회상과 내면, 감동을 담아낸다.

내가 읽은 최고의 추리소설이다.

 

길리언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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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할런 코벤 지음, 이선혜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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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보통 홍보가 요란한 영화는 잘 보지 않는다.

대형제작사나 유명 감독, 화려한 출연진의 배우들의 영화는 개봉전부터 온갖 매체를 통해 홍보를 한다.

요즘에는 출연 배우들이 개봉하기도 전에 각종 오락프로그램에 나와서 영화를 홍보한다.

주로 토요일 아침이면 방영하는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도 왠만한 스포는 미리 다 공개된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면...

실망이다.

너무 기대가 커서 그런가 보다.

만약 그런 홍보없이 보았다면 괜찮을 영화들도 그 화려한 홍보로 인해 실망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안타깝게도 이 소설이 그랬다.

세계 최초로 세계 3대 장르문학상을 석권한..

스릴러의 제왕 할런 코벤의 최신작!!

에드거상, 셰이머스상, 앤서니상...

하나도 타기 힘든 이런 상들을 세 개다 모두 석권하다니...!!

(가만히 생각해 보니 에드거상만 빼고는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인데...

이 세 개의 상이 세계 3대 장르문학상이라고 누가 정했지?? 갑자기 이런 생각이...)

각종 인터넷 서점에서 전면에서 홍보를 하고 있는 이책...

그래서 망설임없이 구입했다.

결과는?

 

 

일단 재미있게 읽었다는 이야기부터 하고 싶다.

한나절만에 쉬지도 않고 읽었으니...

손을 땔 수 없게 하는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뭔가 아쉽다.

앞에 이야기처럼 홍보가 너무 거창해서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아니면 요사이 장르소설들의 구성이 너무 뛰어나서 비교가 된 것일까?

 

 

 

이 소설은 제이크 피셔라는 랜포드대학의 정치학교수가 헤어진 여자친구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제이크는 2미터의 키에 잘생긴 노총각? 교수이다.

많은 여학생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항상 철저히 선을 지킨다.

6년 전 헤어진 나탈리라는 여자친구를 그리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6년전 여름에 만났다가 갑자기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그는 그녀의 결혼식에도 참석했었고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는 말에 약속까지 했었다.

6년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학교 게시판에 뜬 그녀와 결혼했었던 남자의 부고를 듣는다.

그리고 먼 시골까지 가서 장례식에 참여한다.

그런데 미망인은 그가 만나고 싶어했던 나탈리가 아니었다.

전혀 모르는 여자였다.

처음에는 사람을 혼동했는가 생각한다.

그러나 죽은 사람은 분명 나탈리와 결혼했던 남자였다.

여기서부터 추리가 시작된다.

나탈리와 관계된 모든 것이 사라져 있었다.

아무도 그녀를 몰랐고, 그녀와의 추억의 장소는 마치 그가 꿈을 꾼 것처럼 현실세계가 아니었다.

그녀는 단지 그의 환상 속에 존재하는 여자였나?

그녀를 찾으려하면 할 수록 주변에서는 계속 그녀를 찾지 말라고 경고한다.

심지어 그녀까지 메일을 보내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달라고 말한다.

그리고 점점 밝혀지는 진실....

 

무언가 거대하고 은밀한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주는 초반부이지만...

중반이후부터는...

글쎄...

반전의 반전을 계속하고, 사건의 사건이 꼬리를 물고....

그런데 무언가 자꾸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왜 일까?

그냥 추리소설이라면 충분히 점수를 주고 싶은데... 세계 3대 장르문학상을 석권한 작가의 작품이라면...??

역시 기대감이 큰 것일까?

 

 

우선 추리소설답지 않게 화려한 문체가 돋보인다.

한 여자를 그리워하는 남자의 애절한 마음을 시적이 문체로 적고 있다.

중간 중간 미국식 유머어의 대화도 재미있다.

그런데 그렇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6년 전 잠시 몇 개월 만난 여자를 계속 그리워하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찾아 나선다.

계속 찾으면 그 여자가 위험할 것을 인지하고도 포기하지 않는다.

글쎄...내가 너무 냉랭한 인간인지 공감이 가지 않는다.

 

이 책에 추리의 모든 열쇠를 쥐고 있는 '프래시 스타트'라는 단체도...

무언가 거대하고, 세계 정보망을 갖춘 첩보 기관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소설 결말에서 깨닫는 것은 대학생 두 명이 만든 봉사단체?정도의 수준이다.

이런 단체가 어떻게 세계첩보조직같은 일을 했을까?

어떻게 주변 사람들을 다 매수하고, 공공기관의 정보들을 조작하고, 사람을 사라지게 했을까?

 

여주인공인 나탈리도 첩보원같은 느낌을 준다.

마직막 부분에서는 노련한 조직폭력배 세 명을 해치우기도 한다.

그런데 그냥 폭력배에 쫓기는 평범한 여자였다.

도대체 총쏘는 법은 어디서 배웠을까?

 

그리고 마피아...

물론 미국 마피아가 대단한 것은 안다.

그런데 드러난 실체치고는 조금 어이가 없다.

 

 

기대감없이 읽었다면 분명 재미있는 소설이었을 것이다.

아니면 할런 코벤의 감각이 예전보다 더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이 작가의 소설 한 편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한다.

이 작가의 대표작이라는 [영원히 사라지다]라는 작품을 읽어봐야 겠다.

기대감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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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미로 필립 K. 딕 걸작선 2
필립 K. 딕 지음, 김상훈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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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넘었지만 처음 극장에서 '매트리스'라는 영화를 볼 때의 충격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일상적인 현실...

무언가가 어긋나기 시작하고...

나중에는 그것이 모두 컴퓨터가 만들어낸 환상임을 알게 된다.

주인공이 처음으로 환상의 세계에서 깨어서 추악한 현실과 대면할 때의 충격....

그런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1960년대에 먼저 이런 매트리스의 세계를 만들어 낸 작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필립 K 딕의 '죽음의 미로'

화성의 타임슬립 이후 두 번째 읽은 그의 소설이다.

 

소설은 먼저 독특한 세계관으로 시작한다.

세계관보다는 신관, 혹은 신학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먼 미래에는 신들에 대해 과학적으로 밝혀져 있다.

세상을 새롭게 하는 조유신, 그리고 그것을 파괴하는 형상파괴자, 인간의 삶에 개입하는 중재신, 그리고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지상을 걷는 자'........

인간은 문제가 있으면 전파를 통해 신들에게 자신의 기도를 보낸다.

그리고 신들이 개입한다.

박물학자인 벤톨치프는 자신의 무료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신에게 기도를 보내고 그 결과 새로운 행성인 델멕-O로 가게 된다.

다른 곳에서 일하던 해양생물학자인 세스 몰리와 그의 아내 메리는 오래 전에 전근 신청을 해서 델멕 - O 행성으로 오게 된다.

 

그렇게 14명의 사람들이 델멕-O행성에 모인다.

그들은 통신 두절로 외부세계와 고립되고....

그리고 한 명씩 사람들이 죽어간다.

처음 경험하는 델멕-O행성의 삶과 죽음의 공포로 그들이 맞게 되는 상황은 모든 것이 낯설다.

그런데 낯설기만 한 것이 아니다.

무언가 기괴하다.

물건을 복제하는 건물모양의 생물이 있고.....

그들을 불러 드리는 이상한 모양의 건물이 있다.

더 이상한 것은 사람들이다.

무언가 자기세계에만 몰두하는 사람들...

모두 타인에게는 관심이 없으며...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이 서투르다.

그리고 서로에 대해 알 수 없는 적대감까지.....

 

사람들이 죽어갈 수록...

그들은 자신들이 실험대상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다.

지구에서는 부적응자들을 수용하는 시설이 있고...

델멕-O로 알고 있던 행성이 지구였음을 알고...

자신들이 그 지구에 수용되었던 환자들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들은 각 자의 몸에 새겨지 페르서스-9라는 문신을 발견한다.

이제 모든 질문은 페르서스-9가 무엇인지로 모아진다.

페르서스-9의 해답만이 그들을 이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다.

그들이 페르서스-9라는 질문을 던지자 마자 그들의 세계가 무너져 내린다.

그리고 그들이 접하는 끔찍한 현실...

 

 

필립 K 딕의 책을 읽어갈수록...

이 저자에 대한 연민이 드는 것은 왜 일까?

삶이 그렇게 힘들었을까?

그렇게 벗어나고 싶었을까?

그렇게 자기 주위에 아무도 없었을까?

그래서 환상으로 자신의 세계를 벗어나고 싶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런 감정은 오래 전에 도스트예프스키의 책들을 읽었을 때 느꼈던 감정이다.

차이가 있다면......

도스트예프스키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희망을 꿈꾼다.

필립 K 딕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절망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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