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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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부터 영화와 소설에 대한 홍보를 계속해서 들었다.

원래 추리소설과 같은 책을 읽을 때는 그 책에 대한 서평이나 그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보지 않는다.

그러면 책의 감동이 사라진다.

이 책도 구입하고 그렇게 읽으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방심을 하다가...

여유로운 토요일날....

늦은 아침 식사를 하면서 텔레비젼을 보다가 그만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 소개를 보게 되었다.

텔레비젼 화면을 통해...

아내가 잘 나가는 알파걸이라는 것...

남편에게 불만이 있어서 스스로 숨었다는 것...

남편이 인터뷰에서 웃는 실수등으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다는 것....

남편이 쓰지도 않는 신용카드로 산 물건들을 창고에서 발견하는 것....

그리고 아내가 다시 남편에게 돌아가기 위해 결혼 전의 남자 친구 집에서 스스로 학대 당하는 모습을 꾸미는 장면을 보고 말았다.

그때부터 이 책을 읽을 의욕이 뚝 떨어졌다.

하지만 다시금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의 치밀한 구성과 반전에 놀라기 시작했다.

 

이 소설이 놀라운 것은 단지 추리소설로서의 구성과 반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금융위기 이후 몰락한 미국 중산층의 삶을 너무나도 잘 표현해 준다.

잘 나가던 뉴요커부부가 미국 뉴저지라는 촌동네에서 겪는 문화적 충격...

도시의 대형마트와 공장들을 문을 닫고...

부랑자들은 넘처냐고...

실업자가 된 남편은 여러 가지 압박을 느끼고...

그 상황에서 드러나는 아내는 어둡고 음침한 자아...

후반부로 갈수록 계속되는 반전과 괴기스럽기까지 한 아내의 심리묘사는 대단했다.

21세기에 도스트옙스키가 미국에서 태어나 여자로 소설을 쓴다면 길리언 플린처럼 소설을 쓸 거라는 생각이든다.

 

 

소설은 각각 남편과 아내의 관점을 반복하며 전개된다.

특히 아내의 시각은 일기장을 통해 보여준다.

소설 전반부에서 남편 닉은 전형적인 미국형 남편으로 묘사된다.

그는 톰소여의 모험의 배경이 된  미주리 미시시피강 출신이다.

시골 출신이였지만 뉴욕에서 잡지사 작가로 성공을 하고 지금의 아내 에미미와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금융위기와 인터넷문화의 확산으로 인해 직장을 잃고...

암으로 투병하는 어머니를 간호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공향 미주리로 내려온다.

겉으로 보기에는 유머스럽고 자상한 남편이지만...

그는 어린시절 폭력적이고 거친 말투와 조급한 성격의 아버지밑에 자랐다.

그래서 아버지를 싫어하고, 자신이 아버지처럼 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면서도 아버지처럼 조급하고, 신경질절이고, 폭력적이며, 현실의 문제를 피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 내면을 감추며 살지만 결혼 중에 그것이 드러난다.

 

아내 에미미는 전형적인 알파걸이었다.

(이 책에서 알파걸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해서 의미를 찾아보니 쉽게 이야기에서 잘나가는 여학생이라는 의미였다.)

그의 부모님의 어렸을 때부터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소설 시리즈를 써서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그 소설의 주인공은 에이미 본인이였다.

그러다보니 그녀는 어디에서나 주목을 받고 인기를 받았다.

실제로 그녀는 뛰어난 미모와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닉을 사랑하고 결혼을 했다.

부모님은 그녀에게 뉴욕의 집과 넉넉한 돈을 물려줬고 그녀는 남부럽지 않게 뉴욕커로 살았다.

그러나 남편의 실직으로 인해 미주리로 내려오고 끔찍한 결혼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어느날 에이미가 사라지게 된다.

당연히 범인으로는 남편 닉이 지목된다.

그리고 빠져나올 수 없게 하는 증거들이 발견된다.

결정적으로 닉에게는 일 년 전 부터 만나던 20대초반의 순종적이고 매력적인 여성이 있었다.

 

처음 소설을 읽다보면 예상과 다르게 에이미에 대해 동정이 간다.

자기밖에 모르던 여성이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서 그 남자에게 맞추어가려는 전형적인 순애보적인 일기가 적혀져있다.

때로는 철이없고, 현실감각이 없지만..어쩐지 사랑스러운 여성...

남편의 갑자기 냉랭해지는 태도로 인해 근심하는 여성...

 

그런데 소설 중반부부터 반전이 나온다.

우리가 알던 에이미는 없었다.

그것은 모두 가면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겉잡을 수 없이 소설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다.

 

 

우선 이 소설의 탁월한 점은 지금 미국의 중산층들이 겪는 위기를 너무 잘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기와 제조업들의 몰락...

그로 인해 생기는 실직자들과 미국인들의 절망을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다.

실직한 남자의 압박감과 위기감까지...

 

또 현대여성의 심리를 너무 잘 표현한다.

항상 남에게 돋보이고 싶어 하고...

자신이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심리...

 

그런데 중반부부터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간다.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그런데 그 사이코패스가 완벽하다.

상황을 통제하고 언론을 조정하다.

그리고 그 사이코패스에게 조정되는 사람과 언론들...

현대미국의 언론식 재판을 비판하면서도 섬뜩한 한 여인의 내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여인을 만든 부모와 세상...

 

 

미국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하는 것은...

현대 미국에서는 더 이상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추리소설을 통해 미국의 사회상, 내면의 심리묘사 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읽을 만한 틀을 가지고 나온다.

그리고 그 틀 속에 사회상과 내면, 감동을 담아낸다.

내가 읽은 최고의 추리소설이다.

 

길리언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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