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미로 필립 K. 딕 걸작선 2
필립 K. 딕 지음, 김상훈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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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넘었지만 처음 극장에서 '매트리스'라는 영화를 볼 때의 충격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일상적인 현실...

무언가가 어긋나기 시작하고...

나중에는 그것이 모두 컴퓨터가 만들어낸 환상임을 알게 된다.

주인공이 처음으로 환상의 세계에서 깨어서 추악한 현실과 대면할 때의 충격....

그런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1960년대에 먼저 이런 매트리스의 세계를 만들어 낸 작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필립 K 딕의 '죽음의 미로'

화성의 타임슬립 이후 두 번째 읽은 그의 소설이다.

 

소설은 먼저 독특한 세계관으로 시작한다.

세계관보다는 신관, 혹은 신학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먼 미래에는 신들에 대해 과학적으로 밝혀져 있다.

세상을 새롭게 하는 조유신, 그리고 그것을 파괴하는 형상파괴자, 인간의 삶에 개입하는 중재신, 그리고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지상을 걷는 자'........

인간은 문제가 있으면 전파를 통해 신들에게 자신의 기도를 보낸다.

그리고 신들이 개입한다.

박물학자인 벤톨치프는 자신의 무료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신에게 기도를 보내고 그 결과 새로운 행성인 델멕-O로 가게 된다.

다른 곳에서 일하던 해양생물학자인 세스 몰리와 그의 아내 메리는 오래 전에 전근 신청을 해서 델멕 - O 행성으로 오게 된다.

 

그렇게 14명의 사람들이 델멕-O행성에 모인다.

그들은 통신 두절로 외부세계와 고립되고....

그리고 한 명씩 사람들이 죽어간다.

처음 경험하는 델멕-O행성의 삶과 죽음의 공포로 그들이 맞게 되는 상황은 모든 것이 낯설다.

그런데 낯설기만 한 것이 아니다.

무언가 기괴하다.

물건을 복제하는 건물모양의 생물이 있고.....

그들을 불러 드리는 이상한 모양의 건물이 있다.

더 이상한 것은 사람들이다.

무언가 자기세계에만 몰두하는 사람들...

모두 타인에게는 관심이 없으며...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이 서투르다.

그리고 서로에 대해 알 수 없는 적대감까지.....

 

사람들이 죽어갈 수록...

그들은 자신들이 실험대상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다.

지구에서는 부적응자들을 수용하는 시설이 있고...

델멕-O로 알고 있던 행성이 지구였음을 알고...

자신들이 그 지구에 수용되었던 환자들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들은 각 자의 몸에 새겨지 페르서스-9라는 문신을 발견한다.

이제 모든 질문은 페르서스-9가 무엇인지로 모아진다.

페르서스-9의 해답만이 그들을 이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다.

그들이 페르서스-9라는 질문을 던지자 마자 그들의 세계가 무너져 내린다.

그리고 그들이 접하는 끔찍한 현실...

 

 

필립 K 딕의 책을 읽어갈수록...

이 저자에 대한 연민이 드는 것은 왜 일까?

삶이 그렇게 힘들었을까?

그렇게 벗어나고 싶었을까?

그렇게 자기 주위에 아무도 없었을까?

그래서 환상으로 자신의 세계를 벗어나고 싶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런 감정은 오래 전에 도스트예프스키의 책들을 읽었을 때 느꼈던 감정이다.

차이가 있다면......

도스트예프스키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희망을 꿈꾼다.

필립 K 딕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절망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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