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1 | 22 | 23 | 24 | 2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eBook] 나는 전설이다 밀리언셀러 클럽 18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주 어린 시절에 텔레비젼 주말의 명화에서 '오메가 맨'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찰톤 헤스톤이 주연한 영화였는데 어린 나이에 거이 충격적인 감동?을 받은 영화이다. 지구상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지만 또한 모든 것을 누릴 수 없는 상황........ 낮이 되면 황량한 도시를 떠돌고, 밤이 되면 전염병에 감연된 사람들과 싸우는 고독한 삶......

 

몇 년 전에 윌스미스가 주연한 '나는 전설이다'라는 영화로 리메이크 되었다. 어린 시절의 감동을 다시금 느끼고 싶어서 봤지만......글쎄....... 영상과 특수효과는 세련되었지만 예전과는 무언가 다른 느낌.......그리고 원작을 접해서 다시금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인 네빌이 어두운 밤에 자신의 집을 향해 달려드는 흡혈귀?들과 싸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들은 흡혈귀가 아니라 핵전쟁 이후 전염병에 감염된 좀비?같은 존재들이다. 생전에 자신의 친한 친구인 벤 코트만은 밤이면 그의 집에 와서 '네빌 나와라!'고 소리를 치른다. 그는 좀비들보다 더 무서운 고독과 싸우며 삶을 버텨간다. 낮이면 도시를 떠돌며 잠을 자고 있는 좀비들에게 말뚝을 박고 (좀비들은 낮에는 자신들의 처소에서 잠을 잔다. 좀비라기 보다는 흡혈귀의 개념이 더 맞을 듯) 밤에 버틸 수 있는 물자들을 챙긴다. 그리고 밤이 되면 다시금 처절한 고독과 싸우며, 동시에 자신의 피를 먹기 위해 달려드는 좀비들과 싸운다.

 

그러던 중 떠돌이 개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개와 친구가 되기 위해 모진 노력을 다한다. 그러나 그 개와 친구가 되었을 때 이미 그 개는 감염이 되어 있었다. 개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는 이전보다 더 큰 고독과 무기력감에 빠진다.

 

그렇게 3년이 지날 무렵 그는 한 여인을 발견한다.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그 여인에게 달려가지만 그 여인은 그에게서 도망간다. 거이 폭력으로 그 여인을 집으로 데리고 와서 그 여인과 대화를 한다. 여인의 이름은 루스....... 루스는 남편과 숨어 살다가 얼마 전 남편을 잃고 떠돌다가 네빌을 만났다고 한다. 그러나 루스의 이야기는 무언가 미심적다. 네빌은 루스가 감염된 것이 아닌지 계속해서 의심한다. 그리고 그녀의 피를 검사하기를 원한다. 결국 루스의 피를 검사하는 순간, 그는 충격에 휩쌓인다. 그리고 루스가 휘두른 몽둥이에 쓰러진다.

 

루스는 이미 감염된 무리였다. 그의 남편의 좀비가 죽인 것이 아니라 네빌 자신이 죽인 것이다. 루스는 이전과는 다른 감염원을 가진 무리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알약으로 낮에서 움직일 수 있으며 완전한 좀비가 되는 것을 막을 수가 있다. 그리고 그들은 마지막 남은 인류인 네빌을 죽이기를 원한다. 루스는 네빌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자신의 모든 상황을 글로 쓴 후 네빌에게 도망가기를 권한다. 그러나 네빌은 혼자 그들과 맞서 싸우다가 결국 그들에게 잡혀 삶을 마감한다. 그리고 그것을 덤덤히 받아 들이며 마지막 순간에 '나는 전설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가장 뛰어난 점은 혼자 남겨진 네빌의 삶과 내면의 고독을 아주 세밀하게 묘사한 것이다. 어린 시절에 가끔 이런 상상을 한 적이 있다. 세상에 나 혼자만 남겨진다면 어떨까? 이 소설은 바로 그런 상황이 어떤지를 아주 잘 묘사한다. 남겨진 모든 것을 누리지만, 또한 혼자의 고독 속에서 처절히 괴로워하는 주인공의 삶을 너무나도 잘 묘사한다.

 

그런데 이런 주인공의 삶이 저자가 살았던 20세기 후반의 삶이 아니었을까? 많은 무리에 둘러쌓여 있지만 아무하고도 친구가 될 수 없는........ 한 때는 자신의 이웃이었던 사람들이 자신의 피를 빨기 위해 달려드는......... 그래서 그들을 죽일 수 밖에 없는 상황........ 내가 살기 위해서 남을 죽이고,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성의 타임슬립 필립 K. 딕 걸작선 1
필립 K. 딕 지음, 김상훈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블레이드 러너, 토탈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모두 너무나 감명?깊게 본 영화이다. 감명이란 말보다 충격적이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이 영화들의 원작자가 있으며, 그 이름이 필립K, 딕 이라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의 저서를 전집으로 구입하게 되었다. 순서대로 한 권씩 읽으려는 계획 가운데 제일 먼저 '화성의 타임슬립'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예전에 본 영화와 같은 빠른 진행과 예상 외의 반전 등을 기대했었다. 솔직히 요사이 머리가 복잡한 일들이 많아서 흥미 위주의 책에 빠져서 잠시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것들과는 전혀 다른 류의 책이었다. 이 책의 처음 부분은 지루하리만큼 인물과 배경 묘사를 하고 있으며 그런 묘사 역시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기에는 말도 안되는 1950년대의 유치한 미래적인 상상이 많다. 화성에 이주한 사람들, 화성에 운화가 있고, 원주민이 있고, 화성에서 헬리곱터를 타고 다니고, 녹음테이프로 대화를 한다. 그러나 이런 배경과 묘사 속에 당시 미래에 대한 두려움, 자신이 인식하고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담겨져 있다.

 

 

 

이 책은 어찌보면 철학의 인식론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서 출발한다. 근대철학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인식론이었다. 어려운 용어들을 빼고 아주 쉽게 이야기 하면 지금 내가 보고 있고 경험하고 있는 것이 실제 내가 보고 경험하고 있는 것이냐는 질문이다. 데카르트는 악마를 가정해서 만약 악마가 실제가 아닌 것들을 보여 주고, 실제가 아닌 것을 경험하게 하면서 이것들을 실제인냥 속이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을 가진다. 현대 인식론자들은 자신의 뇌를 누군가가 기계 상자 속에 가두고 기계 장치를 통해 내게 상황을 인식하게 되면 나는 이 상황을 실제로 받아 들이게 된다는 가정을 하게 된다. 그러면 내가 경험하는 것이 실제인가? 환상인가?

 

이런 의문에 의해서 현대의 인식론적인 영화나 애니메이션등이 등장한다. 매트릭스나 공각기동대가 그 대표적인 것들이다. 아마 이 소설은 이런 장르의 효시와도 같은 작품일 것이다.

 

 

 

주인공인 잭 볼렌은 부품 꿈을 꾸고 화성으로 이주해서 사는  수리공이다. 그가 꿈꾸웠던 것과 달리 화성은 유토피아도 아니었고 사람이 살만한 곳도 아니었다. 항상 물부족에 시달리고, 아내는 약물 중독에 빠져 있고, 자신은 수리공으로 악덕 사장 밑에서 근근히 살아간다. 특히 이런 상황을 이용해 지구에서와 같이 돈과 권력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수자원노동조합장인 어니 코트이다.

 

이런 화성에서 대규모 개발 붐이 일어난다. 어니 코트는 이것을 미리 알기 위해 자폐증이 있는 만프레드라는 아이를 이용한다. 그는 자폐증이나 정신분열증이 시간의 왜곡에서 생긴 것이고 그래서 그들은 미래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들이 자폐증에 갇혀 있기에 외부와 대화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록 자신과 안 좋은 감정이 있지만 예전에 정신분열증을 앓았던 주인공인 잭 볼렌을 고용한다.

 

잭볼렌은 어니 코트 밑에서 일하며 만프레드와 대화를 시도한다. 만프레드 만의 세계로 들어가서, 그의 언어로 그와 대화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어니 코트의 정부인 매력적인 여성인 도린과 관계를 맺기도 한다.

 

오랜 노력 끝에 그는 만프레드와의 소통이 가능해 진다. 만프레드가 그리는 그림을 통해 미래를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개발되는 부동산은 다른 사람이 모두 차지해 버린 후였다. 화가 난 어니 코트는 만프레드를 화성의 원주민의 주술 장소로 데리고 가서 그와 함께 과거로 돌아가려는 시도를 한다. 그리고 결국 성공?했다. 어니 코트는 과거의 한 시점으로 돌아가나 모든 것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다시 미래로 오는 순간 그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에 의해 어이없이 죽음을 당하게 된다.

 

잭 볼렌은 모든 것이 정리된 후 다시금 만프레드를 만난다. 몸의 대부분이 기계로 변한 만프레드이다. 그는 먼 미래에서 그에게 온 것이다. 자신과 대화를 시도했던 과거의 잭 볼렌에게 감사하기 위해서......

 

 

 

소설을 읽은 후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작가가 이야기 하는 것은 단순한 시간 여행인가? 아니면 잭 볼랜의 삶은 만프레드의 기억 속에 있는 허상의 삶인가? 아니면 이 모든 것이 잭 볼랜의 단순한 인식의 착각인가?

 

소설에서 잭 볼렌은 정신분열증에 시달린다. 물론 겉으로는 모두 치유된 것 같지만 그는 정신분열증을 숨기고 있다. 그런데 정신분열증이 시작되는 잭 볼렌 증상이 특이롭다. 자신 주변의 모든 사람이 사실은 사람이 아니라 기계 장치처럼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조작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것이 한 번 느껴지기 시작하면 그는 그곳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리고 그 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영원히 사람과 사회에서 격리 되는 것을 알기에 그 곳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을 친다.

 

어쩌면 잭 볼렌은 필립K, 딕이 아니었을까?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몸부림 치는 모습......... 우리의 모습이다. 남과 다르거나 남과 다른 생각을 하면 이상한 사람이 되고 세상에서 격리된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과 타인들과 같아지려고 몸부림을 친다. 그러면서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기계로 변해간다. 시간이 왜곡되어 간다. 내 모습을 잃어간다.

 

쉽지 않은 소설이다. 절대 흥미 위주의 공상 소설도 아니다. 내 자신과 내 주변의 것들, 그리고 내가 사는 세상,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게 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1 | 22 | 23 | 24 | 2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