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강박 - 행복 과잉 시대에서 잃어버린 진짜 삶을 찾는 법
올리버 버크먼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플레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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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수렴할지언정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어느 지점에 있다. 행복을 목표로 미래를 구상하는 것은 현실을 도피하고자 미래를 이상화하는 자기 최면이다. 행복은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현실에서 누리고 느끼고 향유하는 모든 경험의 총합이다. 고로 Carpe D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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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우리는 ‘햇빛’과 ‘햇볕’과 ‘햇살’을 구분하여 말하기 시작했을까. 빛과 볕과 살로 변주되는 그 말들은 미세하지만 분명 다른 질감을 지닌 듯하다. ‘햇빛’이 시각적인 이미지를 강하게 지닌다면 ‘햇볕’은 촉각을 환기하며 감각의 주체에게 보다 가까이 있고 ‘햇살’에 이르면 통각이라고 할, 보다 종합적인 어떤 몸섞임의 상태에 가까워진다. 햇빛이 아직 대상화된 거리 속에 있다면 햇살은 피부와 혀에 감기고 마침내 무언가 부드러운 살점을 나의 내부로 밀어 넣는 듯한 교합의 친밀감 속에 있다. 계절로 치자면 봄과 가을에 그것은 햇볕에 가깝고 여름의 그것은 햇빛에 가깝고 늦가을부터 겨울을 지나 초봄에 이르는 그것은 햇살에 가까운 듯하다. 봄가을에 촉각으로 먼저 느끼는 그것은 햇볕이라는 말이 지닌 적당한 따뜻함을 즐기게 한다. 여름날의 햇빛은 그 앞에 살갗을 봉헌하기가 쉽지 않은, 일단은 피해야 할 거리를 유지하기 십상이고, 쌀쌀하거나 몹시 시려운 겨울날을 지나면서 햇살을 그 살의 거처인 양지로 나를 불러들인다. 겨울에 나는 창가나 마당가로 햇살을 찾아다니고 햇살과의 통음을 즐긴다. 겨울 햇살은 내 속에 숨어있던 적극적인 소통의 열망을 드러내게 한다. -p118-


<시와 사막의 햇빛>


햇빛은 공간 속에서 빛난다. 시각에 공간이 더해져야 그 빛이 비로소 선명해지고 배가 된다. 고립무원의 공간만이 햇빛을 받아들일 수 있다. 바다나 사막 혹은 도시의 빌딩 위 피사체가 햇빛과 하늘과 대상으로 명확히 구분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 조각 구름마저도 배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작열하듯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내려와야 한다. 발 제껴 피할 수 있는 공간이 한 치도 허용되지 않는 그 곳만이 햇빛을 안을 수 있다.


<옥수수 마르는 마당의 햇볕>


햇볕은 시간의 궤와 축을 같이 한다. 눈이 녹기 시작한 골목길 흙 담벼락에 드리워져 하루 종일 시간의 궤적을 그리며 벽을 어루만진다. 일출부터 일몰까지 햇볕의 모든 색감을 담는다. 흙의 모든 질감을 어루만지며 젖은 공간이 말라가듯 그렇게 서서히 스며들어 품어 든다. 은은하게 품고 은은하게 퍼져 나온다. 햇볕이 어루만진 자리는 온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아늑함을 품는다.   


<고향 창가의 햇살>


햇살은 사물과의 실랑이 속에 살며시 드리워진다. 베란다에 걸린 빨래 사이를 헤집고 들어와 기어코 방바닥 한 뼘의 공간에 누워 버린다. 누워서도 흔들린다. 때론 힘에 겨워 커튼에 슬며시 드리워져도 좋다. 그런 날은 바람에 실려와도 좋다. 흔들림 만으로도 얼마나 먼 길을 달려왔는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눈꺼풀 위 한 뼘의 공간에 자리한 햇살의 어른거림은 때론 말라서 매미 날개처럼 바스락 거린다. 두 손 저어 보내기 전까지 햇살은 그렇게 실랑이 하다 문득 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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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6-03-19 2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햇살이란 말을 사전에서 다시 찾아보았어요.

잉크냄새 2026-03-20 16:43   좋아요 0 | URL
저도 찾아본 기억이 나는데 그리 살갑지 않은 해석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냥 따스한 느낌으로 기억되는 것이 좋아보이네요. ㅎㅎ

마힐 2026-03-20 04: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잉크냄새님 글도 좋지만 올리신 사진도 너무 좋네요. 직접 찍으신 작품 맞으시죠? ^^ 사진에 햇빛, 햇살, 햇볕이 이쁘게 드러났네요. 신기합니다. 저는 진짜 똥손이라 우리 아내를 찍으면 키가 작아지고 얼굴도 커지는 신기한 사진만을 찍어대 언제나 욕을 먹습니다. ㅎㅎ 그래서 사진 잘 찍는 분이 부러워요… 어떻게 찍어야 합니까? ㅜㅜ

잉크냄새 2026-03-20 16:48   좋아요 1 | URL
네, 여행중 직접 찍은 사진들인데 페이퍼 준비하며 사진들을 다시 한번 쭉 살펴보았어요. 그 중 햇빛, 햇볕, 햇살에 가장 가까운 사진을 골라보았거든요.ㅎㅎ

키 작아지고 얼굴 커지게 나오는 사진에 대한 개선안은 인터넷 조회만 해봐도 금방 나옵니다. 아래에서 무릎 구부리고 찍기, 사진에서 발 아래 일정 공간 남기기 등 몇가지가 있는데 구도 등 시간이 필요한 것과 달리 금방 개선할 수 있습니다.

단, 원래 작고 크면 뽀샾외에 방법이 없습니다.ㅎㅎ

페넬로페 2026-03-20 0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전을 찾아보지는 않지만 세 단어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뉘앙스가 다 다른 것 같아요.
인용해주신 문장이 참 좋아요.
올려주신 사진도요.
사막 사진속의 흔적은 발자국인가요?
오늘 산책하며
햇볕, 햇빛, 햇살을 잘 살펴보겠습니다.

잉크냄새 2026-03-20 16:50   좋아요 1 | URL
네 이집트 시와 사막을 다른 여행자와 같이 반나절 정도 걸어서 들어갈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 문득 돌아본 사구에 남겨진 저와 동행의 발자국입니다.

오늘 햇빛,햇볕,햇살을 충분히 느끼셨는지요?

차트랑 2026-03-20 0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잉크냄새님,

세 단어에 대한 발췌문도 아주 좋았습니다만
각 단어의 의미를 사진과 함께 읽으니
세 단어의 뜻을 시각으로 각인시킬 수 있을듯 합니다.
아름다운 글 아름다운 사진입니다.

잉크냄새님의 글, 태권도 9단의 아크로바틱를 보는듯
예술성 9단 드립니다!!




잉크냄새 2026-03-20 16:53   좋아요 1 | URL
가끔 작가들의 상상력과 표현력에 동승하여 제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보는 시간은 즐겁고 흥미롭습니다.
태권도 9단은 작가인 김선우 시인이고 전 흰띠 잉크냄새입니다. ㅎㅎ

stella.K 2026-03-20 1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도 좋고, 특히 저 고양이 그림자 사진 정말 좋으네요. 어떻게 저걸 포착하실 생각을 하셨습니까?^^

잉크냄새 2026-03-20 16:55   좋아요 1 | URL
제가 기르는 고양이인데 햇살 좋은 날 창가에서 오수를 즐기곤 합니다. 그날 우연히 커튼이 내려와 있었고 낮잠 깬 고양이가 움찔 하는 모습에 바로 핸드폰을 들이댄 거죠. ㅎㅎ

책읽는나무 2026-03-20 2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오후에 산책을 하며 햇빛이 강해졌구나. 생각하며 피하다가도 음지에 가면 또 서늘하여 해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잉크냄새 님의 글을 읽다보니 제가 오늘 만난 것은 햇빛이 아니라 햇볕이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네요. 그래서 이리갔다, 저리갔다 했었나 봅니다.^^
글과 사진이 또 하나의 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잘 읽고 갑니다.^^

잉크냄새 2026-03-21 19:41   좋아요 1 | URL
네, 봄은 햇볕이 가장 어울리네요. 길을 걷다 내가 지금 만난 것이 햇빛인지, 햇볕인지, 햇살인지 가늠해보는 것으로도 즐거운 산책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설픈 글에서 햇님의 여러 모습을 읽고 가셨다니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ㅎㅎ
 

카파도키아 괴레메 지역에 도착한 것은 자정을 넘긴 시간이었다. 보슬보슬 비가 내리고 있었고 마을 안 골목길은 멀찌감치 하나씩 가로등이 켜져 있어 겨우 길을 잡아 나갈 수 있었다. 대부분 숙소는 문을 닫았고 동네에서 제일 높은 곳에 가로등과 함께 숙소 하나가 불을 밝히고 있었다. 이국적인 풍취와 보슬비가 옷을 적시는 을씬년스러운 분위기는 살짝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삐거덕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집주인은 퇴근하고 한 여행자가 대신 수속을 해주었다. 늦은 밤 맥주 하나를 시켜 마시며 홀을 돌아보니 이국적인 가파도키아 풍경 사진이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었고 다양한 색깔의 열기구가 아침 햇살을 배경으로 날아오르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열기구를 배경으로 한 여성이 찍은 사진은 참 멋졌는데 그 뷰포인트가 숙소 바로 뒤 언덕이었다. 게다가 여성은 어딘지 낯익다 싶더니 모델 박둘선이었다. 


<아침에 바라본 카파도키아는 지구가 아닌 외계 행성에서 꾸는 꿈 같았다.>


카파도키아를 떠나기 전날 열기구를 타게 되었다. 비용은 20만원부터 80만원에 이르기까지 그 편차가 다양했다. 물론 장기 배낭 여행자 주머니 사정에 맞추어 30만원대 초저가 열기구를 신청하였다. 신청한다고 하여 다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변수는 날씨이다. 특히 바람이 센 날은 열기구 운행이 중지된다. 아침 햇살을 배경으로 하늘을 온통 수 놓은 열기구의 향연은 하늘이 허락해야지만 가능한 것인데 의외로 그런 날씨는 많지 않다고 한다. 그 날은 약간의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내가 타기로 한 열기구는 운행을 하기로 했는지 봉고차가 이른 새벽 문 앞에 도착했다. 출발지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우리 팀이 열기구 풍선을 채우기 시작했고 뒤이어 다른 팀들의 열기구 풍선도 여기 저기서 하나 둘 한껏 바람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옆으로 누운 풍선이 기지개를 켜듯 천천히 일어서는 장면은 별 것 아님에도 묘한 긴장감과 흥분을 동반하고 있었다. 내가 탄 열기구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미명에 떠오른 하늘은 사람을 한껏 흥분시켰고 곧 마주하게 된 하늘에서의 일출은 높아진 눈 높이만큼 더 두근거렸다. 뒤를 이어 기지개를 켠 열기구들이 하나 둘 뒤를 이어 하늘로 떠올랐다. 장관이었다. 녹색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는 흰 돌산을 배경으로 열기구들이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다행히 먼저 출발한 우리는 하늘에서 일출을 맞이했다>


어라,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 열기구는 수평 이동만을 하고 있다. 열기구의 바구니가 언덕 위의 나무가지를 스치는 순간 열기구 운전자와 눈이 마주쳤는데 자신이 묘기를 부리는 것처럼 너스레를 떠는 그에게서 당혹감이 느껴졌다. 버너의 화력을 높여 상승을 시도하는데 열기구는 영 올라가지 않았다. 비명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어느 순간 눈 앞에 돌산이 나타났다. 하늘 위 빈 공간에서는 크게 속력을 느끼지 못했는데 돌산을 향해 날아가는 열기구는 엄청 빠르게 느껴졌다. 쿵~ 급기야 돌산에 열기구가 부딪히더니 아래로부터 불어 닥친 상승기류에 끼기기~ 기괴한 소음을 내며 위로 빠른 속도로 솟구쳤다. 출렁하며 바구니가 돌산 봉우리를 넘어섰다. 상승 기류로 잠시 솟구치던 열기구는 또 다시 수평 이동만을 하고 있었고 조정사는 당황한 얼굴로 혼자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고개를 들어 열기구 안을 바라보니 오~ 풍선 측면이 'ㄱ'자 형태로 길게 찢어져 있었다. 돌산에 부닺혀 바람에 끌려 올라갈 때 찢어진 모양이었다. 당연히 바구니에 웅성웅성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 걱정과는 달리 급격한 추락을 하는 건 아니었지만 찢어져 펄럭이는 모양새 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스러웠다. 출력을 최대로 올려 추락을 최대한 늦추며 돌산이 집중된 곳을 벗어나 넓은 목초지가 나오자 불시착을 시도했다. 불시착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지면에 가까워질수록 속도가 붙어 지면에는 꽤 충격을 받으며 떨어졌다. 추락은 그 이름만으로도 손에 땀이 배었다. 역시 추락하는 것들은 날개가 없었다.


<내가 탄 열기구도 한때는 높이 날았던 적이 있었다. 바람이 불어 운행한 열기구가 많지 않았다.>


천만다행으로 바구니가 쓰러지지 않은 이유인지 다행히 부상자는 없었다. 공기가 거의 빠져 옆으로 누워버린 풍선을 보니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언제 두려웠냐는 듯 찢어진 풍선을 배경으로 '치즈'하며 기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니 공포는 극복하기만 하며 도파민이 되는 것 같기도 했다. 순간 누군가 소리쳤다. "샴페인 못 따게 하세요" 돌아보니 조정사가 테이블을 설치하고 샴페인을 따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몇몇 사람이 달려들어 가벼운 항의와 함께 그의 손에서 샴페인 따개를 빼앗아 버렸다. 샴페인을 따는 것이 열기구 여행의 마지막 행사이며 그럴 경우 환불을 못 받는다는 것이었다. 한동안 티격태격 실랑이가 벌어지고 조정사는 사무실과 연락을 취하더니 내일 다시 공짜로 운행한다는 것이었다. 난 오늘 여기를 떠날 것이므로 환불을 요구했고 관철되었다. 봉고차가 오는 동안 찢어진 풍선이 나부끼는 것을 보며 담배를 피웠는데 연기 속으로 자꾸만 비실비실 웃음이 흘러나왔다. 열기구는 한 시간 코스인데 30분 탔으며 됐고, 더 높이 올라가지 못했지만 평생 상상도 못할 추락도 경험해봤다. 거기다, 아싸! 30만원 굳었다. 거봐, 공포는 지나가기만 하면 도파민 뿜뿜!! 이라고... 

<님아, 그 샴페인 따지를 마오. 직업에 충실한 것도 좋지만....분위기 파악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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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힐 2026-03-13 0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휴... 열기구 보기에는 재미있어 보이는데... 아찔한 경험이셨네요. 그때 샴페인 터뜨려 다 같이 한잔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요? ㅎㅎ 암튼 결국은 해피엔딩이라 다행입니다.

잉크냄새 2026-03-13 19:50   좋아요 1 | URL
그 샴페인 한 잔 가격이 열기구 한 번 타는 30만원에 해당하는 것인지라....ㅎㅎ
받아서 바로 시리아로 탈출했습니다. ㅎㅎ

firefox 2026-03-13 0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치지 않으셔서 다행이네요. 그래도 산의 풍경은 너무 예뻐 보이긴 하는데, 저는 고소공포증이라서 기구는 못타겠지만 잉크냄새님 덕에 좋은 사진 잘 구경했습니다.

잉크냄새 2026-03-13 19:52   좋아요 1 | URL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이국적인 풍경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 번쯤 큰 맘 먹고 고소공포증에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열기구 체험이 아닐까 싶네요. ㅎㅎ

차트랑 2026-03-13 0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아!
다음 번에 또 가시려거든
저즘 데려가 그 구멍난 풍선즘 높이 태워주오~!!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이로군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사막화된 외계 행성 느낌 옵니다.
완전 로케이션 !!!

글은 아찔아찔 했습니다.
천만 다행이에요~^^


잉크냄새 2026-03-13 19:56   좋아요 1 | URL
카파도키아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어떤 계곡이 스타워즈 전투기 추격씬에 실제로 사용된 걸로 알고 있어요.
깜깜한 밤에 도착해 아침에 눈 뜨고 바라본 카파도키아는 외계 행성 느낌 정도가 아니라 꿈을 꾸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비현실적이더군요.

카스피 2026-03-14 0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곳 여행하셨네요.넘 부럽습니다

잉크냄새 2026-03-14 20:34   좋아요 0 | URL
지구상 인간이 거주하는 외계 행성과 가장 닮은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감은빛 2026-03-15 14: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추락사고가 나는 건가? 하면서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정말 다행히 아무도 안 다치고, 환불도 받으셨네요.
올려주신 사진들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캡쳐한 스냅샷 같아요.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은 정말 멋지네요.
저는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타지 못할 것 같아요.
제가 이 일을 겪었다면 무슨 일이 벌여졌을지 모르겠습니다.
상상하는 것조차 끔찍하네요.
몇 해 전에 비행기가 난기류를 만나 제법 긴 시간 아주 크게 내려앉았을 때
이제 죽는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잉크냄새 2026-03-15 20:28   좋아요 0 | URL
글을 쓰면서 검색해보니 최소 일 년에 한 번 정도의 추락 사고가 발생했더군요. 사망자는 별로 없는데 부상자는 꽤 많이 발생하는 사고 유형으로 보입니다. 저의 사고는 부상자가 없는 이유로 아마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듯 합니다.

이번 글을 통해 꽤 많은 분들이 고소공포증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저도 무섭고 긴장되기는 하는데 공포스러울 정도는 아니니 그저 버틸만한 수준의 공포증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네요.
 

오랫만에 들른 오래된 시장 한켠에 위치한 국밥집은 여전히 문이 닫혀 있었다. 한달 전 들렀을 때도 닫힌 출입문에 붙은 A4 용지에 전화번호가 붙어 있었다. 잠시 자리를 비웠나 싶어 전화해보니 손자가 받았다. 얼마전 국밥집 옆 계단에서 쓰러져 병원에 입원중이시라는 말에 얼른 나으시라는 인사를 전한 기억이 났다. 옆집에 들어가 국밥을 시켜 놓고 주인장께 옆집 할머니 안부를 물으니 며칠 전 돌아가셨고 이미 장례도 마친 상태라고 했다. 평생 고생만 하시다가 돌아가셨다고 안타까워 하셨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국밥을 앞에 놓고 앉아 있으니 문득 가슴 한켠이 조금 아렸다. 국물이 넘어가도 아린 느낌이 사라지지 않아 소주 한 병을 시켰다. 식사중 반주를 하지 않는데 오늘은 왠지 그래야만 했다. 한 잔을 비우고 다시 채운 잔은 향을 대신해 탁자 맞은 편에 올려놓고 잠시 눈을 감았다. 좋은 곳 가시라고.


국밥집에 처음 들른 것은 반 년 정도 전이었다. 낡은 재래 시장을 지날 일이 있었는데 문득 고등학교때 이 곳 어디에서 순대와 떡볶이를 먹은 기억이 나서 무작정 건물로 들어선 길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찾아보아도 그 장소를 찾을 수는 없었고 마침 출출하던 차라 낡은 국밥집으로 들어섰다. 탁자와 벽지와 식기에서는 손때 묻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고 시장 바깥쪽 유리문을 통과한 햇살이 세월 위에 반사되어 식당 전체가 푸근했다. 고기를 많이 넣어줄까? 라는 말과 함께 나온 국밥은 지금까지 먹어본 국밥중 고기가 가장 많아서 그릇 밖으로 자꾸 넘치려고 했다. 젊은 사람이 밥 한그릇으로 되겠냐며 자꾸 더 가져다 먹을 것을 권하셨다. 고기가 너무 많아 계산 별도로 하는 거 아니야? 라는 다소 치졸한 의심을 하였는데 젊은 사람 일하려면 많이 먹어야 해서 고기 많이 넣었다는 답변에 스스로 미안해졌다. 그 미안함에 이 곳 근처를 지날때마다 국밥을 먹었다. 밥 먹는 동안 할머니는 보통 옆 자리에 앉아 손자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식당 한 구석 칸막이로 별도 구분한 좁은 공간에서 아버지를 일찍 잃은 두 손자와 함께 살을 에는 듯한 추운 겨울을 살아왔노라고, 그래도 주눅들지 않게 키워보려고 열심히 살았노라고, 지금은 두 손자 모두 공무원이 되었고 첫째는 얼마전 손자 며느리도 데리고 왔노라고 말을 이어갔다. 기억력이 좋지 않으신지 매번 처음 본 손님처럼 같은 말을 반복했다. 틀니를 끼지 않으셨는지 오므라진 입술 위에 쪼글쪼글 맺혀진 주름이 인절미 드시던 외할머니 입술 같기도 했고 이 하나 남지 않은 웃음 띈 붉은 잇몸이 아이의 해맑음을 떠올리게도 했다. 국밥을 앞에 두고 매번 할머니의 똑같은 삶의 말들을 들어야했는데 이상하게 싫지 않았다. 누군가 자신의 삶을 온 힘을 다해 말한다는 것, 그것이 싫지 않았다. 그 삶을 대여섯번 들었다. 이제는 더 이상 뱉어내어지지 않는, 기억 속에서나 가끔 살아날 누군가의 삶이 되어 버렸다.


뜻하지 않게 소주 한 병을 다 마셔버리고 나온 어두운 복도, 햇살이 닫힌 출입문 너머 오래되어 윤기가 흐르는 탁자에서 빛나고 있었다. 몽환적인 햇살 사이로 피어오르던 먼지의 어른거림이 누군가의 영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련함이 낮술 때문인지, 어떤 기억 때문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다시는 마주칠 수 없는 기분임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반주는 싫어하지만 나이 먹을수록 가끔은 홀로 낮술을 마실 일들이 종종 생기는 일을 막을 방법은 없을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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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6-02-26 21: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죽음 앞에서는 숙연해집니다.
잉크냄새님께서 마신 소주 한 병에 우리의 마음이 다 담겼으면 좋겠습니다.

2026-02-27 0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2-27 0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2-27 0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2-27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26-02-27 03: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지금 이 동네에서는 재래시장이 조금 거리가 있지만, 아이들 어릴 때 살았던 집 출퇴근 길에는 오래된 시장이 있었어요. 그 시장 입구에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운영하는 작은 떡볶이집이 있었죠. 퇴근길에 자주 순대를 사먹어서 단골이 되었고, 할머니께서는 갈 때마다 많은 양을 주셨어요. 거의 정량의 두 배쯤. 그러다 어느 날 그 시장 전체가 사라져버렸어요. 한참 후에 그 자리에 큰 건물이 들어설 거라고 공사가 시작되었어요. 한동안은 그 할머니께서 가게를 그만두고 어떻게 지내실지 가끔 궁금해하곤 했는데, 완전히 잊고 지낸지 오래되었네요. 어느 동네에서든 늘 단골집을 만들지만, 그 할머니 떡볶이집은 아마 평생 잊을수 없는 단골집이, 단골집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곧바로 생각날 그런 가게였어요.

잉크냄새님의 마음이 그득 느껴지는 글이네요. 저도 그 할머니께 술 한잔 올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잉크냄새 2026-02-27 13:31   좋아요 2 | URL
글에 적었듯이 고기가 자꾸 튀어나올 정도로 많은 양을 담아주셨어요. 그런데 그걸 먹으며 고기 추가 받으려고 넣은거 아니야 하는 치졸한 생각이 떠올랐고 나중에 그 생각이 아주 부끄러워졌어요. 그래서 그 근처를 지나면 꼭 들러서 부끄러움 한 조각 떨구고 오곤 했습니다. 제가 부산 돼지 국밥을 좋아하는데 사는 곳에는 마땅한 식당이 없던 차에 마침내 찾아낸 단골집이었습니다.

술은 제가 대신 올렸습니다.

마힐 2026-02-27 07: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래 마음에 남을 글이네요.
국밥집 할머니 이야기를 읽는데 괜히 남의 일 같지 않네요.
저희 아버지도 얼마 전 체육관 문을 닫으셨거든요.
나이가 든다는 건 이렇게 하나 씩 닫히는 문을 바라보는 일인가 싶어 조금 먹먹했습니다.
혼자 소주 한 병으로 인사를 건네신 그 마음, 담담한 애도 공감됩니다.
저도 가끔은 그렇게 조용히 마음을 건네게 될 것 같네요.
잉크냄새님 잔잔한 일상, 좋은 글 고맙습니다.

잉크냄새 2026-02-27 13:28   좋아요 3 | URL
나이 들수록 사람이든 물건이든 낡고 오래되어 사라져가는 존재에 대한 아쉬움과 무상함, 뭐 그런 종류의 서글픔이 자주 느껴집니다.
국밥집 할머리의 죽음을 접하고 시장 한 구석에 앉아 시장과 같이 낡아가고 늙어가다 어느 날 문득 사라지는 존재처럼 보여 많이 아쉬웠나 봅니다. 그래서 한 잔 올린다는 핑계로 한 병 마시고 나온 길이었습니다.
언제 또 그런 서글픔이 스며나오면 또 소주 한 잔 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날이었습니다.

2026-02-27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2-27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26-02-27 14: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상향으로 기억하는 한국의 모습은 이렇게 따뜻하고 정감이 있는 옛스러움이 가득합니다. 이젠 좀 여유가 있어서 일년에 한번 정도 고향에 가서 어린 시절 친구들과 옛날 즐겨찾던 곳들을 다니지만 이런 정감있는 모습은 사라진 것 같습니다. 온기 가득한 기억에서 아련한 아픔과 함께 푸근함을 얻고 갑니다.

잉크냄새 2026-02-27 19:50   좋아요 2 | URL
따스한 기억을 간직한 풍경들이 낡고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사라지는 운명에 처하는 것이 못내 안타깝습니다. 낡고 오래된 것은 참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실상이기도 합니다.짧은 글 푸근함 얻고 가신다니 다행이라 생각되네요.

니르바나 2026-03-01 05: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의 글에서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느낍니다.
적의가 난무하고, 눈에 보이지 않았지 총칼이 바람을 가르는 세상에서 말입니다.
가난을 극혐하는 요즘과 달리 대부분 가난했던 저 시절에
잉크냄새님처럼 우리들은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마저 情으로 대접했지요.
다음 중고등학교 국어교과서 개편할 때,
수필편에 잉크냄새 <낮술>을 실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권주가로 읽힐까봐 조금 걱정이 됩니다만. ㅎㅎㅎ

잉크냄새 2026-02-28 22:39   좋아요 2 | URL
부에 대한 욕망은 가난과 더불어 가난만이 품고 있던 정감들도 모두 날려버린 모양입니다. 댓글 주신 분들의 글에서도 그런 감정에 대한 진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배어나는 듯 합니다. 낡고 오래되고 늙고 지친 것들에서 느껴지는 아련함이 가끔 아득하게 다가옵니다.
교과서에 올리시려면 술만 모자이크 처리하면 될 듯 합니다. ㅎㅎ

2026-03-08 0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3-10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3-11 0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3-11 2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기로 태어나서 - 닭, 돼지, 개와 인간의 경계에서 기록하다 한승태 노동에세이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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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힘쓰는’고기와 ‘맛있는’ 고기로 격하하여 가장 밑바닥으로 내리친다. 밑바닥에서 살풍경으로 펼쳐지는 인간의 삶과 비인간의 죽음은 대조적이지만 비참함과 처절함에 있어 유사하다. 노동 에세이 작가가 직접 위장 취업하여 써 내려간 4년여의 고발이자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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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6-02-24 06: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의 [인간의 조건]은 읽었었는데, 이후로 무슨 책을 냈는지 모르고 지나왔군요.
읽어봐야 할 책인데 잉크냄새님 덕분에 보관함에 담아갑니다.

잉크냄새 2026-02-24 20:04   좋아요 0 | URL
작가는 <인간의 조건> - 최근 <퀴닝>이라는 제목의 개정판으로 재탄생, <고기로 태어나서>,<어느 동사의 멸종>으로 이어지는 노동 에세이 삼부작을 완성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이런 내용에 웃으면 안되는데 할 정도의 블랙유머도 장착하고 있습니다.